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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0월 3일 17시 43분 등록

“00거래처 카운슬러 000입니다. 저에게 꿈이란 단어가 처음에는 생소하게 느껴졌었습니다. 아가씨때 벼락치기로 공부를 해서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과정이후 주부로써 엄마로써 학생으로써 예습, 복습, 교육으로 앞으로도 노력 하겠습니다.

나자신과 싸움을 항상 미소, 인사, 대화, 칭찬을 통해 지속적인 실천을 하겠습니다. 저는 이방법을 집에 가자마자 종이에 적고 벽에 붙였습니다. 그리고 종이에 쓴 말을 행동으로 옮겼습니다. 이 방법 덕분에 높은 벽을 뛰어 넘을수 있었습니다.

목표없이 어떤 일을 한다는 것은 장대높이 뛰기에서 장대없이 뛰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이때까지 교육해 주신 강사님께 감사 드리며 행복, 웃음, 꿈, 희망, 비전 나눌께요.“

 

매주 1회씩의 다섯 번 교육과정을 마친후의 수료식일. 개인별 소감발표시 수료자중 한명이 자신이 준비한 편지를 낭독 하였다. 강사로써의 보람, 가치 등 여러 가지가 느껴지는 가운데 그들과의 첫모습이 떠올랐다.

 

신입분들을 대상으로 판매에 대한 툴을 교육하는 과정에서의 오리엔테이션 시간.

“여러분이 아가씨 시절 연애 하실 때의 감정을 되살려 그때를 한번 떠올려 볼까요. 소개를 통해서든 첫눈에 반해서든 한 남자를 만났습니다. 만나다보니 좋은 감정이 들게되고 그러다보니 어떤 신체접촉이 들어가게 되고. 처음에 어떻게 좋다는 감정표현을 하셨나요? 그렇죠. 손을 잡죠. 그다음에는요? 팔짱을 끼죠. 그리고 어깨에도 손이 올라가고 포옹을 하기도 하고, 좀더 가까워지면 골목 어두침침한 곳에서 찐한 키스도 나누게 되죠. 더나아가서 이 남자가 내 남자라는 확신이 들면 결혼과 함께 희노애락을 함께하게 되고요. 이성을 만나 연애를 할때에도 이같은 순서가 있는데, 하물며 사람을 상대로 하는 세일즈에서도 이런 과정이 없을까요. 금번 과정은 판매를 잘할수 있는 Tool을 익히고 연습하는 과정입니다.”

그러면서 참석자들의 면면을 살펴 보았다. 역시나. 수준차를 논하는 것은 아니지만 보험 업계에 종사하는 분들과 일반 방문판매업체 종사자들과는 조금의 격차가 존재를 한다. 옷차림이며 외모, 태도 등에서.

 

4시간여 이어지는 교육을 하다보면 참석자들은 몸살을 한다. 주부들의 주의집중력 한계는 평균적으로 1시간을 넘지 못한다. 그러기에 그들은 이같이 오랜시간 의자에 있다보면 어느 시기가 지나서 몸을 배배 꼬는등 몸서리를 치는 것이다. 혹자는 고등학교 졸업한 이후로 이렇게 오랜시간 앉아있어 보기는 처음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분도 있다. 거기다 연령대도 천차만별이어서 20대에서 70대까지 각종 나이가 망라되었다. 그런 참석자들을 보고 있노라니 자연히 나의 마음은 여러 갈래로 흩어진다.

“저런 분들을 모시고 5회차까지 운영이 제대로 될수 있을까?”

“마지막까지 몇명이 수료를 할것인지?”

“한숨이 나오네.”

 

그래서 그런 그녀들을 오랜시간 붙잡아 두기 위해서는 여러 방법들이 동원된다. 강의 중간에 우스개 소리나 야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흥미있는 동영상을 보여주거나. 트롯트 노래와 율동을 함께 하기도 한다. 때로는 몸치인 나자신의 에어로빅이 등장하기도 하고. 또한 강의시 문장보다는 이미지로써 교육자료를 만드는 등 여러 대안을 준비하곤 한다. 현재의 방법이 안되면 흥미를 끌 수 있는 다른 방법으로 전환을 하여야 하기에 몇 개의 수를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분위기를 촉진할 수 있는 과제 두가지를 내어 주었다.

“0월0일까지 남편 000에게 나는 용돈 10만원을 주겠다. 이 문구를 적으신 것을 오늘밤 바깥분에게 보여 드리고, 다음주 2회차 과정까지 싸인과 덕담을 직접 받아 오시길 바랍니다.”

그러자 난리가 난다.

“왜 이런 숙제를 내어 주시나요?”

“꼭 남편에게 싸인을 받아야 돼요?”

“나는 내 남편에게 용돈줄 생각이 없어요. 뭐 잘해준 구석이 있어야지.”

한숨이 나왔다. 남편 용돈 10만원 챙겨서 주라는 것도 이렇게 말이 많으니. 나의 속뜻은 남편 용돈 주기 위해서라도 한달 열심히 활동 하시라는 의미인데 어휴~.

“남자들도 생리를 할까요?”

난데없는 나의 이런 질문에 그녀들의 한다 안한다 갑론을박이 벌어진다.

“남자들도 생리를 합니다. 단 여러분들처럼 피를 쏟지 않아서 그렇지. 바깥분이 직장 또는 사업장에서 일을 마치고 귀가시 잘 살펴 보십시오. 어떤날은 기분이 좋다가도 어떤날은 어깨가 축늘어지고 말수가 더욱 줄어드는 날이 있을겁니다. 그럴 때 남자들은 대부분 혼자 있고 싶어하면서 골방으로 들어갑니다. 여자들은 고민이 있거나 스트레스가 있을 때 친구분들과 수다를 떨면서 해소를 하지만, 남자들은 동굴 속으로 들어가 조용히 혼자 해결하려는 속성이 있습니다. 이럴때는 귀찮게 하지마시고 그냥 놓아두셔야 합니다. 그때가 남자분이 생리를 하는 경우 이니까요.”

나의 이말에 몇분이 고개를 끄덕인다.

“남자들은 사회라는 전쟁터에서 넘어지기도 하고 수많은 상처를 받기도 합니다. 스트레스를 담배 또는 밤새 음주로써 풀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다음날 아침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칼같이 일어나 생업의 현장으로 나아가죠. 이유가 뭘까요? 맞습니다. 처자식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이죠. 이런 불쌍한 남편을 위해서 이번 과정을 열심히 들으시고 현장에 접목한 결과로 받은, 두둑한 수당으로 용돈을 주시라는 겁니다. 그리고 드릴 때에도 그냥 용돈을 던져 주시는 것이 아니고, 남편이 좋아하는 향기나는 꽃무니 편지지를 구입해 애틋한 사연과 함께 예쁜 봉투에 넣어 아침 출근길 전해 주십시오. 내가 한달 열심히 일한 수당으로 당신 용돈을 준다는 멘트와 함께. 그러면 바깥분들 반응은 어떨까요.”

센스가 제로인 참석자들은 그제서야 더욱 수긍을 하는 눈치이다.

 

두 번째 과제는 매일 활동일지를 적는 것이다. 본인이 하루를 마치고 열심히 세일즈 활동의 내역을 기록하고 제출하면 점검 및 코멘트를 해주는 것인데, 취지와는 달리 처음에는 반응이 그다지 높지는 않다. 특성상 적는 것 자체를 싫어한다는 이유도 있지만, 더큰 이유는 활동을 그만큼 입사 초기에는 많이 하지를 못한다는 것이다. 활동이 적으니 자연히 적을게 별로 없다. 그래서 나는 3.3.3 활동을 강조한다. 하루 3시간 이상 활동, 하루 3명 이상의 고객 만나기, 하루 3명 이상에게 전화걸기가 그것이다. 하지만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 최근에는 강의를 듣자말자 그순간 잊어버리는 분들도 부쩍 늘었다 - 그녀들이기에 매번 과정마다 지속적인 강조를 하곤 한다. 그럼에도 언제 그랬냐는 듯 과제를 내는 사람이 많지를 않다. 그럴때면 이런 분들과 함께하는 나자신도 곧잘 사기가 저하되곤 한다. 강사들도 강의를 받는 청중의 반응과 수준에 따라 기분이 업이 되기도 하고 다운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드디어 수료식일. 가장 예쁘게 입고 오시라는 멘트를한 덕분인지 오늘따라 한껏 멋을 내고 참석한 수료자분들. 오전 과정이 마치고 점심시간. 오늘은 기본 메뉴외에 내부에서 식사함과 동시에 특별히 탕수육과 군만두를 곁들였다.

“짜장면과 짬뽕중 한가지를 선택해 주세요. 반드시 한번만 손드셔야 합니다. 특별히 오늘은 그동안 수고하신 여러분들을 위해서 탕수육과 군만두를 쏩니다. 그러니 메인 메뉴를 별로 드시고 싶지 않으신 분들은 특별 메뉴를 즐기시면 됩니다.”

우렁한 박수소리와 함께 주문한 메뉴가 도착이 되었다. 혹시 여러분들은 오십여명이 넘는 아주머니 부대와 식사를 함께한 기억이 있는지. 음식을 보자마자 그때만큼은 우렁한 몸매(?)를 가진 분들이나, 관절염이 있으신 분들 할것없이 언제 그랬냐는 듯 정말 날쌔게 몸을 옮기신다. 6.25 사변시 밀려드는 중공군의 인해전술처럼 그녀들은 결사적으로 한꺼번에 달려든다. 이유는 하나이다. 다른 사람이 먹으면 안되기에 자신이 시킨 메뉴를 사수하기 위해 결사적으로 달려드는 것이다. 이런 광경에 눈이 휘둥그레진 20대 여자 직원은 한마디를 건넨다.

“차장님. 저는 결혼을 하고 아줌마가 되어서도 저렇게까지는 안할거예요.”

나는 허허 웃으며 속으로 이런 이야기를 되뇌인다.

“00아. 너도 저분들 연세가 되어봐라.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는 않을것이다.”

 

그런데 워쩌나 우리들 먹을 음식이 없다. 분명히 인원수를 확인하고 거기다 혹시나 싶어 추가분을 몇 개 시켰는데도 본사 직원 수량이 없는 것이다. 알고보니 주문을 하시지 않은 분들이 다른 분들이 드시는 것을 보고, 마음이 동하여 시키지도 않았는데 그냥 가져다 드신 것이었다. 기가 막혔다. 아무리 먹고 싶어도 그래도 그렇지. 나는 이를 갈았다.

 

“식사 맛있게 하셨나요.”

“네. (오전 때와는 다르게 활기찬 목소리로)”

“(심호흡을 하면서) 저희들은 여러분들 맛있게 먹는 것을 구경만 했습니다. 어쩜 그러실 수가 있는지. 물론 교육 받는다고 시장하셔서 그러셨겠지만, 그래도 본사 직원들이 식사를 제대로 하는지 한번쯤은 궁금하시지 않으셨나요. 몇차례나 여러분들과 함께 동고동락을 했는데. 챙겨주기를 바란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이건좀...”

분위기가 싸하다. 그들도 나름 미안한 모양이다. 한분이 손을 들었다.

“강사님에게 몇 번이나 함께 드시자고 손짓을 했는데 일 때문에 못보신 것 같아요.”

그분의 말씀이 감사했지만 어쨌든 지나간 버스였고 떠나간 배였다.

“영업사회에서는 당연히 판매나 매출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그 사람의 태도와 자세입니다. 여러분들도 자제분을 키우실 때 처음에 공부보다는 인간이 되어라고 가르치시지 않나요.”

고개를 들지못하는 분들. 하지만 솔직히 내가 더부끄러워 졌다. 이렇게 수준이 떨어지는 분들과 함께 다섯 번의 만남을 가진 나자신이. 그래도 기분이야 어떻든 수료식은 거행되어야 했다.

 

“수료식을 거행 하겠습니다. 한분씩 나오셔서 본인의 자기소개와 교육과정 동안 느낀점 또는 현장에서 활용점 한가지를 발표해 주시면 됩니다.”

그런데 내가 생각한 수준과는 다른 예상치 않았던 분위기가 연출이 되었다. 앞부분에 소개된 편지와 함께 이어진 연세가 지극한 할머니 한분의 소감 말씀.

“저는 이 회사에 무척이나 감사를 드리고 싶어요. 제나이가 일흔이 넘었는데 이런 나이에 일을 할수 있는 기회를 주신것에 너무 고마워요. 어느 일터에서 저같은 꼬부랑 할머니를 써주겠습니까? 강사님이 내주시는 과제 등이 부담이 되어 그래도 충실하게는 아니지만 제딴에는 열심히 했어요. 나이가 들다보니 머리에 잘들어 오지는 않았지만 강의도 좋았고요. 너무 애써주셔서 다시한번 고맙습니다.”

참석자중 최고 연장자이신 분의 소감이 끝나자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그분의 말씀을 듣고 있노라니 괜히 내가 미안해졌다. 사실 교육 과정동안 그분의 존재로 인해 고민을 했었기 때문이다. 활동일지를 써오시는 것도 아니고, 참여를 제대로 하시는 것도 아니고, 자리를 지키고만 계신터에 연세도 있으셔서 관리를 한다는 것도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같은 소감 말씀을 들으니 괜히 내가 식사건 등으로 쓴소리를 했던게 더욱 미안해졌다. 그리고 연이어 이어지는 다른분들의 소감들.

 

“1회차 참석이후 부담이 무척 되었었는데 강의를 들으면서 저에게 와닿은게 많았어요.”

“저는 자신감이 부족한데 이 과정을 통해서 앞에 나와서 이렇게라도 이야기 할수있게 되었어요.”

“영업이라고는 영자도 몰라서 남에게 내가 이일을 한다는 것을 알리지 않았는데 오늘부터라도 홍보를 하겠어요.”

“꼭 팀장이 되어서 해외여행도 갈겁니다.”

“3.3.3 활동을 꼭 실천 하겠습니다.”

“이일을 하면서 얼굴도 예뻐졌다고 하고 표정도 활기차 보인다고 해요.”

“힘들었는데 강사님 때문에 끝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꼭 배운 것 실천 하겠습니다.”

“강사님 저희들 때문에 너무너무 수고 많으셨어요.”

그리고 어느새 준비한 꽃다발이 나에게 증정이 되었다. 그참 사람 무안하게스리. 괜히 눈시울이 붉어져 오네.

 

짧은 시간이나마 교육장이라는 공간에서 함께한 그녀들.

가정과 일터의 바쁜 틈바구니 속에서도 90%의 수료율을 달성한 그녀들.

네 시작은 비쩍 말랐으나 네 끝은 비대하리라는 뜻을 실현한 그녀들.

시작땐 한숨이 나오게 만들었던 그녀들이 마칠때쯤 그래도 조금은 모양새가 나는 세일즈 우먼으로 성장한 그녀들.

 

나는 그런 그녀들에게서 오늘 희망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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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뚜루
2010.10.04 20:10:27 *.155.1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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