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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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강아지 오리오는 말을 한다. 이렇게 이야기 하면 사람들은 이상한 눈초리로 ‘개 풀 뜯어 먹는 소리’ 하지 말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어려서부터 개의 언어의 인정에 익숙해져 있다. 우리가 늘 부르던 ‘우리 집 강아지는 복슬강아지 학교에서 돌아오면 멍멍멍 꼬리 치며 반갑다고 멍멍멍’ 노래는 어른이나 아이들이나 개들도 나름의 언어가 있다는 것을 받아 들이고 있음을 암시한다. 이 노래에 나타난 것처럼 진짜로 개들도 반갑다고 ‘멍멍멍’ 이야기를 한다. 다만 우리 귀에 짧은 단음으로 들리는 것뿐이다. 물론 개들마다 의사전달의 방법은 조금씩 다르다. 음성으로 이야기하는 개도 있고 눈빛으로 이야기를 하는 개도 있으며, 몸을 움직여 자기 의사를 말하는 개도 있다. 우리집 오리오는 자기 의사를 언어로 분명하게 전달한다. 문을 열어 달라고 할 때 그리고 물을 달라고 할 때도 말로 한다. 문을 열어 달라 할 때는 무언가 애절함이 묻어 있는 ‘껙껙’ 이런 소리에 가깝다. 그리고 물이 마시고 싶을 때는 조금은 저음으로 한 번 정도 ‘엑~’ 이런 소리를 낸다. 내가 가장 힘들 때는 전화를 받을 때이다. 오리오는 내가 전화를 받을 때 ‘간식’을 달라고 아주 고음의 듣기 힘든 소리로 말한다. 정말 괴로워서 견딜 수 없는 정도의 하이 톤이다. 마치 ‘꺅꺅’ 이런 소리를 간식을 줄 때까지 낸다. 내가 전화를 받기 위해 주는 것이 습관이 되어 이제 나는 오리오의 노예가 되어버렸다. 나만 오리오의 말을 알아듣는 것은 아니었다. 오리오도 내 말을 다 알아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전화를 했는지 아닌지 까지 정확히 오리오는 알아낸다. 내가 사무적이거나 짧은 전화로 끝날 것 같으면 절대 간식 달라고 이야기 하지 않는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서 전화가 오면 나의 억양이 부드럽게 바뀌는 것을 알고 집요하게 간식을 달라고 고음으로 ‘깍깍’하고 말한다. 대화가 소통되고 난 후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기도 하다.
아이들을 키워 본 부모는 아마 이 부분을 읽을 때 공감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린 아이들은 엄마가 전화만 오면 평소에 먹고 싶었던 것을 달라거나, 전화기를 빼앗으며 자기 존재를 알리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엄마 역시 기분이 좋거나 좋아하는 사람의 전화이면 한 쪽 귀에 전화를 대고 나도 모르게 냉장고로 간다. 그리고 평소에 잘 안주던 초코렛이나 아이스크림을 내어 준다. 아이들은 그것을 아는 것이다. 이와 비슷하게 오리오 역시 그것을 아는 것이다. 내가 오리오를 행동을 보면 4살 정도의 지능을 가진 아이의 행동을 보는 것 같다. 완전한 소통을 한다면 거짓이겠지만 4살 정도의 아이와 하는 대화는 오리오와도 가능하다. 거기에 눈빛과 몸짓을 보면 거의 다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방울이는 눈빛과 몸으로 이야기를 한다. 문을 열어 달라고 할 때는 문이 구멍이 나도록 긁는다. 게다가 물이 없으면 그릇을 긁으며 물 그릇에 소리를 낸다. 그리고 무언가 먹고 싶으면 눈 꼬리를 내려 아주 불쌍한 표정으로 내 옆에 얌전히 앉아 나를 쳐다 본다. 나와 놀고 싶으면 두 발을 들어 내 가슴에 기어오른다. 방울이가 이야기를 하는 때는 오직 딱 한 번이다. 내가 외출을 할 때 자기를 데리고 가라고 아주 처절하게 운다. 나도 데려가라고 악을 쓰는 것처럼 들린다. 난 두 마리의 개를 보며 언어를 연구하며 어려움이 적지 않다. 왜냐하면 개가 말을 한다고 주장하기에는 방울이 같은 개가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다가도 인간들도 자기의 표현 방식이 다 다른데 어찌 개들이라고 같을 수 있겠나 생각을 하기도 한다. 이 두 마리의 개의 경우 표현 방식이 달라진 것은 내 표현 방식의 차이가 아니었나 싶다.
아기들이 태어나면 눈을 맞추고 엄마의 말에 반응하는 소리 ‘옹알이’가 시작된다. 그러면 엄마는 그 운율에 맞춰서 ‘응 그랬어? 어이구 잘 하네’ 이렇게 맞장구를 쳐주는 것이 아기들의 언어발달의 시작이다. 나도 오리오에게 그렇게 대했던 것 같다. ‘문 열어 달라고? 그래 알았어’ 하고 말이다. 그런데 생각을 해보니 방울이에게는 그런 기억이 없다. 너무나 발랄한 방울이에게는 늘 나의 고함이 먼저 튀어 나갔다. ‘가만히 있어. 그만해.’ 항상 금지와 부정의 언어들만이 방울이에게 나갔다. 그래서인지 행동이 아직도 과격하다. 우리 집 문마다 방울이가 긁어 만들어 놓은 흠집이 그것을 증명해 주고 있다. 이제 방울이에게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 보아야겠다. 마치 처음 옹알이를 배우는 아가처럼 다정하고 따뜻하게 대해 주어 봐야겠다. 그러면 방울이는 바뀔까? 나의 연구는 또 시작 되었다.
하지만 두 강아지가 서로 이야기 할 때는 또 전혀 다른 억양과 뉘앙스로 대화를 한다. 둘의 대화를 귀담아 들어 보다 오늘은 통역까지 하였다. 방울이가 가래 끓는 목소리처럼 자글자글 끓는 소리로 앙알거린다. 예를 들면 ‘아~~~르릉 끙 아우아우’ 이런 소리로 말하고 나면 100% 오리오가 대답을 한다. 굵은 저음에 위협적인 목소리로 ‘으르렁’ 거리며 대답을 한다. 이 대화가 끝나면 꼭 오리오가 일어나 방울이에게로 다가가 엉덩이 냄새를 맡고 목 주변의 털을 잘근잘근 씹어주는데, 이때 방울이는 가만히 서 있을 뿐 저항하거나 움직이지 않는다. 나는 늘 이런 행위를 보면서 저 언어는 방울이가 오리오에게 관심과 사랑을 달라는 말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은 오리오가 계속 신경질적으로 대답을 하면서 일어서지 않았다. 방울이 역시 포기하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통역에 들어갔다. ‘오리오, 방울이가 너 오라고 하잖아. 방울이가 예뻐 해 달라잖아. 안 들려?’ 라고 말했더니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일어나 방울이에게로 가서 냄새를 맡고 목의 털을 꼭꼭 씹어 주고 왔다. 그러나 아주 귀찮고 피곤하다는 듯 보였다. 이렇게 보니 분명 둘 만의 언어가 있었고 이를 통해 둘은 계속 이야기 하고 있었다. 나는 이제 그 둘만의 언어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전화 왔다고 전화 받으라고 다급한 목소리로 빨리 짖으며 나를 부르는 오리오, 마당에 내 놓으면 오리오에게 놀자고 시비를 거는 방울이의 어투를 보면 그들만의 언어는 분명히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다 알아 듣지만 이걸 어떻게 객관적으로 증명하여야 하는가가 내게 주어진 연구 과제이다. 끙~~~.

언니 이건 어떨까요?
일단 언니가 이해하는 그들의 언어를 쭉 정리해보는 겁니다.
일종의 가설을 세우는 단계죠.
별로 안 와닿는 예지만 굳이 든다면 이런 식으로..
놀이양상 |
부바 : 업어달란 뜻인 것 같다. 하지만 부바를 하고 나면 바로 손가락으로 가고 싶은 곳을 지정해준다. |
그다음에 가설검증 단계로 들어갑니다.
일단 1차 실험대상견들을 섭외합니다. 지리적으로 근접한 동네개들이 편하겠죠.
과학적 객관성이 담보될 만큼의 회수나 마릿수 만큼 실험을 거듭한 후
가설들을 하나씩 검증해나가다 보면 하나둘씩 확신이 생기는 수준의 언어들의 생기게 되지 않을까요?
구체적인 방법론은 경숙언니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나 싶기도 한데..
이상 허접한 석사 묙의 어설픈 의견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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