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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0월 4일 05시 09분 등록
드러커는 강점을 알기 위해서, 피드백 분석을 이야기한다. 기대되는 성과를 적어두고, 1년뒤에 실제와 비교해보라는 말이다. 아래 글은 2년 전에 드러커에 대해서 '나의 변화 기시판'에 썼던 글이다. 푹 삭힌 글이다.  당시의 생각을 지금 비교해본다면 나의 강점을 발견할 수 있다. 글쓰기의 효용성을 느낀다. 이 얼마나 소중한 피드백이란 말인가. 일기를 강박적으로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강점은 익숙함이자 훈련입니다. 강점은 책상에서 자신을 추억하는 것으로 발견되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제 나이라면(30대 중반) 이미 발견된 강점 보다, 발견해야할 강점이 더 많습니다. 강점은 행동을 통해서 드러납니다. 또, 강점을 만들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찾는 것보다는 만드는 것이 더 확실합니다. 내키지 않는 일이라 할지라도 열심히 하다보면 나름대로 노하우가 생기고, 개성이 묻습니다.

--> 행동이 강점을 드러나게 하는 것은 맞다. 더 많은 강점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행동이 필요하다. 이 생각은 옳은데, 더 많은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 강점을 찾기 보다는, 만들기에 신경썼다. 우리 가게 자체가 나의 강점이다. 좋아서 만들기 보다는, 하다보니 만들어졌다. 강점을 찾는 것보다, 강점을 만드는 것이 더 확실하고, 빠르다. 
 
강점은 직종 자체가 아니라, 직종 안에 존재합니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 할지라도 주위와 정성을 기울이면 실력을 연마할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고 칙센 미하이 교수는 말했습니다. 그가 피터드러커 대학원 교수인 것도 우연은 아닐겁니다.기존의 직종은 강점 발견에 방해가 됩니다. 
 
--> 작은 일이 중요한 것은 맞다. 작은 일에 신경을 많이 썼다. 특히나 외식업은 '작은 일'이 중요하다. 손님들의 컴플레인도 대부분 작은일이 이유가 된다. 난 작은 일을 잘한다. 쫌생스럽고, 쫀쫀할 정도로 작은 것에 골몰한다. 문제는, 작은일에만 신경 쓰다 보니 큰 것을 놓친다.  

업무에서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제대로 일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3년이 필요하다고 신현만 커리어케어 사장은 이야기합니다. 제 경험으로 보나, 다른 사람을 보아도 3년 이하의 경력으로 이직을 한다고 하면, 몸값을 올리기는 어렵습니다. 적어도 7년은 근무를 해야지, 직접적인 성과를 올릴 수 있습니다.

-->실력을 쌓는데, 구체적인 기간은 무의미해 보인다. 상황과 일에 따라서 기간은 얼마든지 변한다. 또 일의 강도와 집중도를 높인다면 생각보다 더 빨리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단, 3년이라고 못 박아두면 3년. 혹은 3년이상이 될지도 모른다. 목표 시간은 내 생각보다 70%정도로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드러커는 성과를 올리지 못하는 사람일수록 바쁘다고 이야기합니다. 우선순위와 집중을 강조합니다. 성과를 올리기 위해서는 집중적인 시간과 에너지를 투여해야 하는데, 어렵습니다. 지금 하던 일에서 끝을 보기보다 다른 일로 넘어갑니다. 불안한 마음에 이것도 하고, 저것도 동시다발적으로 해야할 것 같습니다. 그러고 싶은 마음이 들어도, 피터드러커는 그래서는 안된다고 이야기합니다. 

--> 위 이야기는 나의 약점을 잘 설명해준다. 약점을 잘 아는 것도 강점이다. 

가게 구석구석 제 손끝과 신경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어서, 가게의 분위기와 내 정서가 일치할 수 있다면, 전 피터드러커를 실천하는 셈입니다.  우선순위는, 현 사업 자체가 강점이 되는 것이 첫번째 이고, 그 강점 위에 새로운 사업을 구축함이 두번째 입니다. build on your strength.

-->어려서 부터 부모님의 일을 도와왔지만, 막상 내 사업을 하니까 많이 틀렸다. 아무리 많이 보아왔다해도, 내 골수에 스며들지 않는 이상, 그 일은 강점이 될 수 없다. 지금 사업은 딱 나에게 맞는 역량의 크기였다. 이제 모든 컨디션을 조정할 수 있다. 우리 가게에 들어오는 이상, 손님은 내 손아귀에 있는 셈이다. 이제 이 사업 위에 새로운 강점을 연결할 시기이다. 

현 사업에서 약점은, 사람과 음식이다. 특히 직원은 내 나이가 어리기에 다루기가 어렵다. 어머님이 내 뒤에 계시기에 직원들은 나를 따른다. 음식은 음식장사에 있어서 중요한데, 별 관심이 안간다. 왜냐면, 음식은 금방 카피할 수 있다. 맛있다고 소문나거나, 독특한 요리가 있으면 한번 먹어보고 바로 따라 만들 수 있다. 삼성이 스마트폰을 순식간에 만든 것과 같은 이치다. 

내 관심사는 영업이다. 어떻게 하면 손님을 끌고 올수 있을까?가 고민이다. 맛으로 소구하기에는 경쟁자가 너무 많다. 100집이면 100집 모두, 자기 집이 맛있다고 하는데, 그곳에서 어떻게 우리집이 튈 수 있겠는가? 

2년 넘게 한곳에 있다보니, 지금 사업은 나의 강점이 되었다. 이제 여기서 어떤 사업으로 나아가야하는 지가 관건이다. 여행업 경력이 있기에, 일본인을 대상으로 하는 여행업을 생각하고 있다. 혹은 그림을 그리니까  독특한 이미지가 가득한 가게로 꾸며보고 싶기도하다. 생각보다, 포스터, 쿠폰 같은 인쇄매체가 영업에 큰 도움이 된다. 두 가지를 동시에 하기에는 내 역량이 모자르다. 어디로 가야하고, 지금 사업은 어떻게 유지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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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친구 성과를 올려야지 사람대우 받아'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니체는 '나는 위험한 사람이니 가까이 오지 말라'고 제자들에게 이야기했다. 다행인 것은, 내가 그를 이해하지 못하기에 니체는 나에게 위험하지 않다. 피터드러커는 다르다. 그와 근 10년을 같이 했다. '프로페셔널의 조건'은  지금은 없어진 종로서적에서 구입했다. 그 책을 이번주에 다시 읽으며, 그에게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사실을 깨닫다. '내 삶과 의사결정의 순간, 의식의 구조가 그가 말한대로 되어졌다'는 것을 발견했다. 드러커 때문에 혼란스럽다. 이번주는 흔치않게 두통에 시달렸고, 실성한 강아지처럼 여기저기 쏘다녔다. 

강점은 내가 좋아하는 일일까?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본업을 저버리고서라도 해야하는지? 혹은, 지금 하는 일을 더 잘 하는게 정답인지? 천복을 따라야 하는데, 현재의 콘디션은 무시하고 그냥 따르면 되는가? 새로운 것을 배워야 하는데, 이 나이에 아무 수입없이 공부만 하는 것이 옳은가? 공부를 끝나고 나서도 그 일이 금전적으로 긍정적일까? 머리가 터질것 같았다. 

지금 사업은, 베이스 기지와 같다. 이 일을 시작할 때, 좋은 상태가 아니었다. 잦은 이직과 줄어든 입지에 난처했다. 남다른 각오로 시작을 했다. 2년이 넘은 지금 자리를 잡았다. 매출은 내가 없어도 크게 변동이 없다. 물론, 종업원이 사장만큼 손님을 챙길까마는, 모자른 20% 때문에 내 100%를 투자하는 것은 바보같다. 나 또한 매너리즘에 빠져서 새로운 자극 내지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이제 새로운 일을 해야할 때이다. 지금일 보다, 더 부가가치가 높은 일을 하고 싶다.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면 여기서 생각이 막힌다. 나를 보면 맥가이버칼 같은데, 못하는 것은 없다. 관심사가 무척이나 많아서, 예전부터 이것저것 손을 댔다. 지금도 장사하면서, 그림도 배우고 연구원 생활도 한다. 그림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어도 말이 통하고, 글 쓰는 사람과 말해도 할 이야기 많다. 여행업에 있었기에, 그쪽 사정도 대충은 안다. 물론, 장사하는 사람과도 재료값이며, 상권이며, 손님등....이런 저런 이야기 나눈다.  

프로페셔널의 조건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특출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자존감과 자신감은 그가 생산하는 성과와 직결한다. 이 점이 내가 드러커를 좋아하는 이유다. 그는 교과서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내 사회 경험을 봐도, 성과를 이루지 못하면 인간 취급도 못받는다. 인간 취급을 못 받는다는 것은, 사람을 무시한다는 의미다. 함께 있어도, 아무도 웃어주지 않고 말 걸어오지 않는다. 이런 대접은 얻어맞는 것보다, 더 불쾌하고 상처를 준다. 사람답게 살려면, 누구보다 더 뛰어난 성과를 만들어야 하고, 특출나야 한다. 

어떻게 성과를 이룰 수 있을까?를 생각할 때, 두가지가 떠오른다. '하고 싶은 일' '해야하는 일'이다. 결국 남들보다 시간을 더 투자해야, 더 비범해질 수 있는데, 어느 것을 따라야 할지 헤깔린다.'하고 싶은 일'이 재능으로 은혜받는 것은 아니다. 천복을 따르자니, 갈길이 멀다. 재능이 있더라도, 훈련시킬 시간이 없다면, 재능은 꽃피지 않는다. '해야하는 일'을 해보니까 생각보다 영혼이 쉬 분열된다. 

지금 하는 일을 줄이고, 다음 강점에 집중한다. 다음 강점은 지금의 강점과 충분한 연결성이 있어야하고,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어야 한다. 현장과 손님을 알았으니, 범위를 넓히거나, 현업과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종목으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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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05 10:12:26 *.230.26.16
드러커 교수는 자기 자신을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피드백 분석'을 이야기했지.
자신의 강점 뿐만 아니라, 자신이 절대 손대지 말아야 하는 분야, 또 자신의 나쁜 습관까지 알려준다는 거지.
각종 검사들처럼 당장 결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꾸준한 기록이 필요하다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나도 시도해봐야겠어. 가장 먼저 기록의 필요성, 또 정기적인 점검.

인건의 글을 보면 엄청난 기록이 숨어있을것 같아.
지난번 칼럼에서 사람들은 너의 생각이 아니라 사실을 보기 위해 글을 읽는다고 했던가.
그래서 생각이 아니라 사실을 쓴다고
그런데 결국은 사실이란 견해와 인식으로 만들어지고 파악되는 거지, 그래서 우리는 그 사실 속에서 그 사람의 생각을 읽게 되는 거고. 사람들이 궁금한 것도 그거지 않을까?
단 막연하고 피상적인 주제에 대한 생각과 견해보다는 보다 구체적인 사실 속에서 그 사람의 '진짜' 생각을 알고싶은 거라고 생각해.

그런 의미에서 인건의 글에 보다 많은 의견과 생각이 들어가는 것이 난 좋다.
그냥 생각만이 아니라 생각과 고민을 현업에서 풀어나가고자 하는 노력, 당장은 당연히 결과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남에게 보이기 위한 글이 아니라 나의 문제에 직접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관점에서는 최고의 글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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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
2010.10.05 11:43:14 *.203.200.146
어떤 책에는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강점이라는 것을 찾을 때 새로운 것이 아니라 자기가 기존에 갖고 있는 것중에서 찾아보면 그안에 있다고 한 글을 읽었어요.
저처럼 새로운 것을 찾아헤매는 학습자기질을 스타일인 사람들에겐 필요한 방법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일단 자신을 분석하는 것, 그것이 성과를 낼 수 있는 작업의 시작이겠죠. 그런 면에서 드러커의 피드백분석은 탁월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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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현
2010.10.05 13:45:03 *.236.3.225
인건이는 자기가 가진 재주를 어떻게 통합해서 써먹을지 그림을
잘 그려보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스승님이 필살기에서 밝히신
것처럼 어떤 분야에 초점을 맞추고 내 달란트를 육성할 것인지.

이번 주 오프수업 때 인건이의 미래 풍광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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