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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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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0월 4일 12시 00분 등록
 

시간은 가장 희소한 자원이다. 따라서 시간을 관리하지 못하는 사람은 다른 아무것도 관리하지 못한다

 - 피터 드러커 -


  전업주부는 집에서 ‘노는’ 아니면 ‘쉬는’ 사람인가?


  회사를 그만두면 시간이 정말 많이 생겨날 줄 알았다. 적어도 내가 마음대로 결정하고 활용할 수 있는 자유로운 시간이 엄청나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출근과 등교준비에 정신없는 전쟁 같은 아침의 분주함에서도 해방되고 책보고 공부하고 취미생활을 즐기는 오전과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충만한 오후, 그리고 누가 먼저 퇴근해서 아이들을 돌보고 재울 것인지 신경전을 벌이며 두 번째 일터로 향하는 피곤함을 그만두고 직접 만든 맛있는 식사와 함께 하는 평화로운 저녁시간과 가정의 모습...

  내가 무의식중에 그리던 환상적인 퇴사 이후의 모습이었다. 물론 그 안에는 그동안 시간을 핑계로 미뤄놓았던 많은 것들-주로 내가 하고 싶었던, 꿈꾸던 것들-을 할 수 있겠다는 기대가 함께 있었다. 책도 보고 글도 쓰고 운동도 배우고 악기도 배우고, 음, 자원봉사도 시작해야지!

  물론 집에서 할 일도 있겠지만 그래도 밖에서 일하는 것만 하겠는가. ‘집에서 논다’고 쉽게들 말하지 않는가.


  이러한 나의 막연한 환상은 집에 있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완전히 무너졌다.

  저녁이면 종아리와 발바닥이 아픈 것이 스스로도 의아해지고 ‘왜 이렇게 바쁘지?’를 연발하며 하루를 보내고 생각했던 것을 반도 못한 상태로 일주일, 한 달이 후딱 지나가면서 난 ‘시간이 많다’는 환상을 송두리째 날려 버렸다. 

  그렇게 몸과 마음이 바쁘고 분주한 반면에 내가 하고 있는 여러 가지 ‘주부’의 일들이 만족스러운 수준이었던 것도 아니었고 하고 싶었던 많은 일들은 반도 시도하지 못하고, 또 이미 벌린 일들에도 부족한 시간을 핑계로 최선에 최선을 다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제서야 나는 내가 가지고 있던 전제들이 잘못된 것임을 깨달았다.

  ‘전업주부로서 정말 나는 쉬고 있거나 집에서 놀고 있는가?’

  당연히 그렇지 않았다.
  나는 직장일을 최우선하고 가정의 일을 최소한으로 처리하던 직장맘에서 전업주부로 엄연한 직무전환을 했던 것이다. 또한 나의 꿈을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하고 미래를 준비하면서 그것과 전업주부로서의 업무를 조정하고 관리해야 하는 새로운 도전 과제를 가지게 된 것이다.  

   

  어쩌면 가장 시간관리가 필요한 사람이 바로 주부인지도 모른다. 매일 비슷해 보이는 일상 속에서 하루하루 정신없이 보내다보면 어느새 아이들은 훌쩍 자라고 세월이 훌쩍 지나버렸음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드러커 교수의 ‘모든 개인이 자기인생의 경영자요, 최소한 자신이 책임을 맡고 있는 영역만큼은 CEO’라는 말처럼, 주부 또한 자신의 인생과 미래, 그리고 자신의 성장에 책임을 져야하는 경영자이며, 또한 가정이라는 작지만 중요한 조직의 최고경영자인 것이다. 

  주부들이 시간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데 장애가 되는 것은 가정을 관리하고 가사를 돌보는 주된 일상이 다른 가족 구성원들의 필요와 요구를 맞추어주는, 게다가 출퇴근 시간과 휴식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은 일종의 ‘서비스’업무라는 것, 또한 자신이 처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지 않는 한 매일 되풀이되는 ‘일상 업무’에 쫓겨 다닐 운명이라는 것, 그리고 여유시간이 비교적 자투리로 남는다는 것이다.


  이런 주부로서의 상황을 명확히 파악하고 또 나의 새로운 직무를 프로페셔널로서 임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시간관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하고 싶은 것과 현실의 차이를 명확히 분석하는 것, 그러고 난 후 나의 현실과 나의 미래를 한 방향에 놓는 것이다.

 
  우선 당장 내가 현재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일주일정도 꾸준히 기록해보기로 했다. 그 결과를 토대로 나의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실제로 어느 정도인가를 파악해야겠다. 그리고 내가 정말 정리해야 할 시간낭비 요소와 권한 위임을 할 부분을 찾고, 가장 중요한, ‘NO'라고 말해야 할 부분을 정리해야겠다.

  ‘시간의 기록’, 그리고 ‘시간의 재구성’, 이것이 이번 일주일의 최우선 업무가 된다.

  그리고 나는 이런 작은 실천을 통해서 일상과 미래의 무게에 허덕이며 시간에 쫓기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황홀함과 의외성을 즐기며 미래를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점차 알게 되었다.

IP *.230.2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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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10.10.04 15:15:26 *.8.230.182

시간이 변화를 이끌고 있는 것이 아니고,
변화가 시간을 이끌고 있기 때문에....   시간을 기록하고 재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하고 있는 일의 내용을 확인하고 그  양과 질을  조절하는 것이
시간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이다.

몇 년동안 배웠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을 배웠고, 또 그것을 얼마나 잘 할 수 있는가 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시간 안에 청소를 끝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디를, 얼마나 어떻게 청소하느냐가 중요하고, 그 효율성과 집중력을 높이는 방법은 무엇인가
가 중요하며 그것이 곧 시간의 관리다. 


내가 너무 엉뚱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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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05 05:46:19 *.230.26.16
엉뚱하시긴요 ^^

시간과 성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연히 내가 하고 있는 일의 방향성입니다.
효과성이 효율성보다 먼저라는 이야기지요.
또한 기존의 일을 좀더 잘하려는 노력보다 변화와 혁신을 통해 프로세스 자체를 재구성하는 것이
시간의 제약을 뛰어넘을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라는 데 저도 당근 동의합니다. ^^ 

그런데 지금 제가 접하고 있는 문제는 조금 다릅니다.
방향성... 잡았습니다.
하고 싶은 일, 해야하는 일도 비교적 명확합니다.
그리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수련 방법도 열심히 찾아가고 있는 중이지요.
그런데 문제는,
일상에서의 하고 싶은 일과 해야하는 일, 그리고 미래를 위해 하고 싶은 일과 해야하는 일들이
소화할 수 있는 양을 벗어나 버릴때
결국은 긴급하고 중요한 일과 긴급하고 일상적인 일들이 하루를 온통 점령해 버린다는 거
그리고 매일 시간의 허덕임과 하지 못한 일에 대한 스트레스로 스스로 힘들다는 거
그게 제일 큰 문제예요.

제가 드러커교수의 책에서 활용해보아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그 부분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시간을 잘 활용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의 인식과 실제 시간의 사용은 다르다는 거지요.
자신이 어떻게 시간을 활용하고 있는지 명확히 알아야 그 시간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효과적인 지식 근로자는 자기가 맡은 일부터 먼저 검토하지 않는다...그리고 계획을 수립하는 것에서 출발하지도 않는다. 그는 자기가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실제로 어느 정도인가를 파악하는 것에서 출발한다.그리고 시간을 관리하여 비생산적인 낭비요소를 제거한다 ...'는 부분입니다.

저는 한번도 이런 관점에서 시간에 대해 접근해 보지 못했거든요.
하고 싶은 많은 일들을 하루라는 제한된 자원안에 어떻게든 우겨넣어 보려고 애쓰는 미련한 방법을 취해왔는데,
주부라는 '일상의 일'이 아주 강하고 재량시간이 적은 직무에서는 이런 방법이 전혀 통하지 않터라는,
그러다 보니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어떻게 하면 시간을 짜낼까 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중요하지만 긴급하지 않은 일들 - 예를 들어, 아이들과 여유있게 놀아주기 등- 이 항상 밀리게 되더라는 고민이었죠!

결국은 제 일상에 있어서 좀더 효율적이고 집중적으로 시간을 활용하기 위한 방법을 찾자.
제가 하루를 '진짜' 보내는 방법을 확인하고 정리해보자.
뭐, 그정도랍니다.

선배님 덕택에 쓰다보니 저도 좀더 명확히 정리가 되는 듯 합니다. 
이번 주 잘 정리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를 오프라인 수업과 그 내용으로 올리겠습니다.
그때 또 읽어 보시고 조언 부탁드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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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옥
2010.10.04 20:17:52 *.10.44.47
언니의 연구결과가 기대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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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2010.10.04 20:45:54 *.129.207.200
눈에 보이는 일을 안할수가 없지요. 자영업도 전업주부도 시키는 사람은 없어도, 할 일은 태산. 

기록 잘 하시고, 결과를 공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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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05 09:50:59 *.230.26.16
첫날 기록의 결과는 좌절 그자체 ㅠㅠ
오늘 또다른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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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철
2010.10.04 21:15:26 *.154.57.140
며칠전 한 때 '현모양처'가 꿈이라던 그녀가..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자신의 롤 모델이었던, 신사임당의 이미지와 실제의 그녀가 다를 수 있다는 글을 보게 된 것이다.
친정이었던 강릉에서 결혼식을 했고, 16년만에야 친정에서 시댁으로 들어간 그녀.
현모일지는 모르겠으나, 양처라는 이미지는 누구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 무엇이든지는 그녀에게 중요치 않다. 그녀에게 다시 물었다. 지금도 현모양처가 꿈이냐고...
나는 때로 그녀가 잔소리 엄마도 되어보고, 나쁜 아내도 되어보고, 이기적인 여자도 되어보라고 권한다.
자신의 삶으로 살아보고서, 깨닫게 되는 것만이 진실이고.. 그녀에게 소중한 것이 될거라고 말한다.
그래서 혼자 떠나는 여행도 권해보고, 늦은 귀가에 그녀의 시어머니에게 적당한 변명을 대신하기도 한다.
나는 그녀가 여성이고, 딸이고, 아내이고, 엄마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삶을 묻기를 권한다.
간호사인 그녀가 환자들에게 천사이고, 병원동료들에게 멋진 파트너가 되길 바란다.
그것은 구체적인 배려를 필요로 한다. 그것이 없으면 공허한 말인심에 불과한 것이기에...
나는 돈잘버는 남편도, 잘생긴 남자도, 힘좋은 사내도 아니지만.. 그런 나랑 살아주는 그녀가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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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05 09:50:13 *.230.26.16
'그녀'도 오빠도 멋지다~
잔소리 엄마이기도 하고 나쁜 아내이기도 하고 이기적인 여자이기도 한 나는
좋은 엄마와 좋은 아내, 그리고 좋은 인간이 되고 싶다 ^^
그리고 내 주변에 지나가는 말인심이 아니라 구체적인 배려를 해주는 좋은 사람들과 함께 살고 싶다~
하긴 이제껏 나는 이런 구체적인 배려 속에서 살았다.
이제는 나도 구체적인 배려를 할 줄 아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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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
2010.10.05 09:59:23 *.203.200.146

시간은 가장 희소한 자원이다. 따라서 시간을 관리하지 못하는 사람은 다른 아무것도 관리하지 못한다
첫구절부터 심상치 않았습니다. 나에게 하는 말인가? 뭐 이런 생각 ㅎㅎ
주부들의 시간관리야 말로 많은 여성들이 백배 공감하는 것이겠죠. 아직 주부라는 역할을 하지 않는 저도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면 뭐 그리 해피하지만은 않고, 엄마도 평생 전업주부셨는데 항상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씀하시니까요. 주부가 스스로 자신의 시간관리를 만족하게 못하게 되면 아이들이 다 크고 난 후에는 내가 뭘 했나하는 공허함이 더욱 커지겠구요.
언니의 작업이 미래의 제 역할에 단비가 될듯합니다. 미리 고맙다는 말 땡겨서 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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