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칼럼

연구원들이

2010년 10월 10일 11시 54분 등록

응애 36 - 압록강은 흐른다.

  나는 산책을 좋아한다. 마음 같아서는 되돌아오지 않고 그냥 앞으로 앞으로만 걸어가는 산책을 하고 싶다. 떠나기 위한 가장 좋은 이유는 실연을 하던가 혈연에 매이지 않는 자유를 얻는 것이다. 이 두 가지 희망, 모두가 다 이번 생에서는 이루지 못할 것 같다. 승산이 없는 연애, 다시 말하자면 사랑을 사랑하는 일은 겁이 많아서 못하고 가족을 떠나는 일은 부모님의 가르침이 하도 깊어서 못한다. 그러니 이번 생에서는 항상 떠난 곳으로 되돌아오는 산책을 할 수 밖에 없겠다.

어제는 날이 너무 좋아서 북한산엘 올랐다. 사실 오전에는 이것저것 일을 하다보면 시간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주로 해질 녁에 산책을 다녔다. 마침 유끼들이 북한산 너럭바위에서 수업을 한다기에 “님도 보고 뽕도 따려고” 일찌감치 집을 나섰다. 늘 가던 방법이 아닌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다가 차를 거꾸로 타고 가서 헤맸다. 상명여대에서 시작하는 탕춘대 능선은 조금만 올라가도 옛 성곽을 따라 능선을 걸을 수 있기에 본격적인 산행을 하지 못할 때에는 구두에 반 정장으로도 얼마든지 걸을 수 있다. 평소에 즐겨 걷는 산책길이다. 아침햇살이 찬란하고 이름 모를 들풀이 아기자기 피어있다. 혼자 걷기에 좋은 오솔길을 따라가며 유끼의 유쾌한 목소리를 찾아 귀를 쫑끗하고 걸었다. 갈림길마다 휘휘 사방을 둘러보았다. 찾을 수가 없다. “그래, 10명이 앉을 수 있는 너럭바위는 길에서 가깝지는 않을거야.”라며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향로봉 바로 아래까지 갔다. 우연을 가장한 필연? 오늘은 아니군. 오늘의 운수를 보니 “세 번을 참으면 천하를 얻는다.”고 써 있던데.....이 애매모호한 신탁은 델피나 서울이나 다를바 없군. 아폴론이나 경향신문이나 다 비슷하단 말이야....아이구, 삼일을 더 굶으라는 말인가 보다.

혼자 향로봉 중턱까지 올라갔다. 이곳에는 “나의 소나무 ”라고 이름 붙여둔 아름다운 자리가 있다. 거기에서 서울을 내려다보면 가치관이 달라진다. 높이 올라 멀리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가 연구원 수업을 했을 때, 어떤 장소와 풍광에 대한 추억들을 간직하고 있다. 저마다의 마음속에 간직한 그림책은 때가 되면 말을 하기 시작한다. 나는 그림책이 하는 말이 조금씩 들리기 시작하기에 어쩌면 그림을 보러 산책을 나가는지도 모른다. 나는 마음속으로 선생님은 어쩌면 딱딱할 수도 있는 연구원의 오프 수업에 추억을 담아 주시려고 늘, 새로운 장소를 찾으시는 게 아닐까 생각할 때가 있다. 너럭바위는 말 그대로 낭만적이지 않은가? 어쨌든 나는 귀여운 유끼들을 만나지 못하고 내 갈 길을 갔다.

1899년에 황해도 해주에서 태어난 이 미륵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아들 귀한 집안에서 미륵불에게 빌고 또 빌어 얻은 삼대 독자여서 아이 때부터 미륵이라 불리웠다. 그는 경성 의학전문학교를 3학년까지 다니다 독일로 유학을 가게 된다. 유학은 유학이지만 독립운동의 청년 수배자가 되어 요즈음 말로하면 정치적 망명이 되겠다. 상해에서 배를 타고 마르세이유를 거쳐 뮌스터 슈바르자하에 있는 베네딕트 수도원에 이르러 독일 생활을 시작한다. 여기에 오기까지는 안중근의 사촌 안봉근의 도움이 있었다. 8개월을 그 수도원에서 지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고요했다. 사람들은 각자 일을 하기도 하고, 묵상하기도 하고, 길을 걷기도 했다. 아무도 낯선 이방인이 하루 종일 무엇을 하며 보내는지 관심을 갖지 않았다.”

일상이 그렇게 더 깊은 침묵 속으로 빠져드는 저녁나절이면 , 그는 때때로 솟구치는 상념에 들떠 먼 숲길을 배회하고는 했다. 그는 안봉근이 베를린으로 떠나면서 선물한 코트프리드 켈러의 장편소설 <푸른 하인리히>를 펼쳐들고 첫 문장부터 단어를 일일이 찾아가며 독일어 공부를 시작하였다. 뻐근해진 안구의 통증으로 더 이상 글을 읽을 수 없을 때까지 그는 책을 읽고 또 읽었다. 언제쯤이면 학문을 할 수 있을 만큼 이 어려운 말을 다 배울 수 있을지....밖에서 사람들을 만나면 여전히 낯선 세계에 와 있다는 생경한 느낌으로 가득찼다.

그는 주인공 하인리히가 고향으로 돌아와, 어느 날 문득 푸른 산비탈 작은 계곡을 거닐다가 “간절히 원했지만 잃어버리고 만 것들, 또 잘못된 생각으로 놓쳐버린 모든 것을 회상하며” 고통스러워했던 장면을 떠올리며 수도원 뒤로 나있는 작을 길을 따라 지칠 때까지 걸었다. 아득히 고요해진 들녘에 붉게 물든 노을빛은 어머니에게로, 아내에게로 , 어린 자식에게로, 누이와 벗들에게로 향한 그리움으로 물들게 했다. 고국을 떠나온 8개월 동안 집으로부터 어떤 소식도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거리가 멀기도 했지만 그의 편지들은 일제에 검열당하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 보니 흰 눈이 내리고 있었다. 밤사이에 세상이 하얗게 변했고 눈 속에 깊이깊이 잠겨 있었다. 그는 그날, 마침내 고향에서 온 편지 한통을 받았다. 큰 누이의 편지였다. 지난 가을 어머니가 며칠을 앓은 뒤 세상을 떠났다는 사연이었다. 너무도 멀리 떠나와 있다는 무력감이 온몸이 저리는 통증으로 변했다. 날카로운 비수처럼 그를 스쳐간 아픔은 그를 무력감에 빠지게 했다. 겨울의 냉기가 더욱 혹독하게 그의 가슴을 쓸고 지나갔다. 그러나 어머니의 죽음은 오히려 그가 반드시 살아남아야 할 삶의 의지를 불타오르게 했다. 그렇다. 그는 살아 남아야 했다. 어머니가 간절히 원했기 때문에...

스물두 살, 이의경은 수도원을 떠나 세상 속으로 나아갔다. 두 개의 대학을 거친 후 마침내 뮌헨에 정착했다. 그리고 의학을 동물학으로 바꾸어 뮌헨 대학에서 박사공부를 끝냈다. 그리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고향의 이야기를 써내려갔다. 그의 온후하고 맑은 삶에 매료된 독일인 친구들은 오래오래 그의 곁에 머물고 그를 사랑했다. 그는 그가 독일어로 쓴 글들을 친구들에게 읽어 주었고 그 시대에 “잃어버린 것에 대한 허무한 고통”을 함께 나누었던 독일의 친구들에게 그의 기억 속에 있는 고향의 그림을 보여주었다. 친구들과 얘기하며 그렸던 순수한 그의 어린 시절의 그림들이 책으로 만들어졌다. 

 <압록강은 흐른다, Der Yalu fliesst>라는 책은 1946년 봄에 뮌헨의 유명한 피퍼 출판사를 통해서 세상에 나왔다. 그때 그는 의경이란 본명 대신 미륵을 필명으로 사용했다. 이 책은 전후 지독한 상실감에 빠져 있던 독일인들에게 어머니의 품 같은 향수를 불러 일으켰다. 아득히 먼나라 에서 온 아름다운 동양인에 대한 동경으로  생의 활기를 되찾게 되었다. 단순한 호기심을 뛰어넘어 깊은 감동을 받았다. 그렇게 이미륵의 글은 명문장으로 독일의 초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되었다. 사람들은 지금도 그의 기일이 되면 뮌헨 근교의 그래펠핑에 묻혀있는 그의 묘소를 찾아 제를 올린다. 그를 생전에 알던 사람들이 이제는  그처럼 땅에 묻혔으나 가슴에 깊이 남은 참사람에 대한 사랑은 세월이 가면 갈수록 그 깊이를 더하는 것 같다.

이 책 <압록강은 흐른다>의 마지막 장면은 내가 오래 간직하고 있는 한 장의 그림이다.

“언젠가 우편국에서 돌아오는 길에, 나는 알지 못하는 집 앞에 섰다. 그 집 정원에는 한포기 꽈리가 서있었고 그 열매는 햇빛에 빛났다. 우리 집 뒷마당에서 그처럼 많이 봤고 또 어릴 때 즐겨 갖고 놀았던 이 식물을 내가 얼마나 좋아하였던가... 나에겐 마치 고향의 일부분이 내 앞에 현실적으로 놓여 있는 것 같았다. 내가 오랫동안 생각에 잠겨 있는데 그 집에서 어떤 부인이 나와서 왜 그렇게 서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가능한 한 나의 소년시대를 상세히 얘기했다. 그 여자는 한 가지 꺾어서 나에게 주었다.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얼마 후에 눈이 왔다. 어느 날 아침 일어나자 나는 성벽에 흰 눈이 휘날리는 것을 보았다. 나는 그 흰 눈에서 행복을 느꼈다. 이것은 우리 고향 송림 만에 휘날리던 눈과 꼭 같았다.

이날 아침, 나는 먼 고향에서의 첫 소식을 받았다. 나의 맏 누님의 편지였다. 지난 가을에 어머님이 며칠동안 앓으시다가 갑자기 별세하셨다는 사연이었다. “

IP *.67.223.154

프로필 이미지
tg35htt
2010.10.11 11:03:25 *.93.229.120
china escort escort china escort girls china escort in china escort jobs china escort service china escorts china escorts girl china escorts in china escorts job china escorts jobs china female escorts china male escorts china

beijing massage massage beijing massage in beijing beijing escort beijing body massage beijing oil massage

shanghai massage massage shanghai massage in shanghai shanghai escort shanghai body massage shanghai oil massage

escort shenzhen Guangzhou massage massage guangzhou massage in guangzhou guangzhou escort escort guangzhou escort in guangzhou escort girls china escorts girl china escort in shenzhen

guangzhou escort escort guangzhou escort in guangzhou escort service guangzhou escort girl guangzhou escort girls guangzhou escorts guangzhou female escort in guangzhou guangzhou escort center guangzhou escort place shanghai massage



massage in guangzhou guangzhou escort escort shenzhen

guangzhou massage massage guangzhou massage in guangzhou guangzhou escort escort guangzhou escort in guangzhou escort girls china escorts girl china escort in shenzhen

escort shenzhen guangzhou massage massage guangzhou massage in guangzhou guangzhou escort guangzhou body massage guangzhou oil massage escort shenzhen escort girls china escorts girl china escort in shenzhen

shenzhen massage shenzhen escort massage shenzhen massage in shenzhen escort shenzhen escort in shenzhen shanghai massage

beijing massage massage beijing massage in beijing beijing escort oil massage in beijing body massage in beijing beijing massage service beijing massage girl beijing female massage beijing female massage

shanghai massage massage shanghai massage in shanghai escort shanghai oil massage in shanghai body massage in shanghai shanghai massage service shanghai massage girl full body massage shanghai shanghai female massage

hangzhou massage massage hangzhou massgae in hangzhou body massage in hangzhou hangzhou massage service hangzhou massage girl full body massage hangzhou hangzhou escort hangzhou famale massage oil massage in hangzhou

ningbo massage massage in ningbo massage ningbo oil massage in ningbo body massage in ningbo ningbo massage service ningbo massage girl full body massage ningbo ningbo famale massage ningbo escort

suzhou massage suzhou escort oil massage in suzhou full body massage suzhou massage in suzhou massage suzhou body massage in suzhou suzhou massage service suzhou massage girl suzhou famale massage

shenzhen massage massage shenzhen massage in shenzhen oil massage in shenzhen body massage in shenzhen shenzhen massage service shenzhen massage girl full body massage shenzhen shenzhen escort shenzhen famale massage

guangzhou massage massage in guangzhou massage guangzhou guangzhou escort oil massage in guangzhou body massage in guangzhou guangzhou massage service guangzhou massage girl full body massage guangzhou guangzhou female massage

프로필 이미지
2010.10.16 02:04:28 *.67.223.154
이 이상한 댓글 좀 지워주시지요.
프로필 이미지
rfg457gf
2010.11.23 17:56:49 *.81.83.16

 

<b><a href="http://www.zhentan007.org" title="私人侦探">私人侦探</a></b>
<b><a href="http://www.zhentan007.org" title="私家侦探">私家侦探</a></b>
<b><a href="http://www.zhentan007.org" title="上海私人侦探">上海私人侦探</a></b>
<b><a href="http://www.zhentan007.org" title="上海私家侦探">上海私家侦探</a></b>

<b><a href="http://www.zhentan007.org" title="最好私人侦探">最好私人侦探</a></b>
<b><a href="http://www.zhentan007.org" title="最好私家侦探">最好私家侦探</a></b>
<b><a href="http://www.zhentan007.org" title="上海最好私人侦探">上海最好私人侦探</a></b>
<b><a href="http://www.zhentan007.org" title="上海最好私家侦探">上海最好私家侦探</a></b>
<p>
<p>
<p>
<p>私家侦探 上海私家侦探 私人侦探 私家侦探 上海私人侦探 上海私家侦探 最好私人侦探 最好私家侦探 上海最好私人侦探 上海最好私家侦探

프로필 이미지
vgxfdg
2010.11.26 12:07:59 *.8.29.42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952 칼럼- 믿음과 의심, 그 양날의 칼 [18] 박경숙 2010.10.17 2770
1951 칼럼.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는 준범이 [5] 연주 2010.10.17 3082
1950 [칼럼] 세상을 바꾸는 시민행동21 [5] 신진철 2010.10.17 2567
1949 응애 37 - 당신도 이야기꾼이 될 수 있다. [3] 범해 좌경숙 2010.10.15 2255
1948 젊은 놈 싸가지 하고는... [5] 신진철 2010.10.13 2775
1947 감성플러스(+) 26호 - 내면의 에너지, 열정을 품어라. file [10] 자산 오병곤 2010.10.12 2437
1946 [10월 오프수업] 세마리 달팽이 [2] 최우성 2010.10.12 2856
1945 <10월 오프수업 과제> 미래 풍광을 이루기 위한 전략 file [1] 박상현 2010.10.12 2280
1944 10월 오프과제 맑은 김인건 2010.10.12 2007
1943 [10월 OFF 수업 과제] Action Plan to make my dream come true. [2] 신진철 2010.10.12 2242
1942 5차 오프 과제-<자유를 위하여 > [4] 박경숙 2010.10.11 2211
1941 10월 <오프라인 과제> 이름 알리기 전략 [3] 이은주 2010.10.11 2132
1940 [10월 오프과제] 내 삶의 전략과 Action Plan [2] 이선형 2010.10.11 2390
1939 10월 Off 수업 과제 연주 2010.10.11 2175
1938 라뽀(rapport) 26 - 와이로(蛙二虜) [1] 書元 2010.10.10 2801
1937 하계연수 단상16 - 聖人(saint) file [1] 書元 2010.10.10 2207
1936 하계연수 단상15 - 사진 그너머의 세계 file [2] 書元 2010.10.10 2072
» 응애 36 - 압록강은 흐른다. [4] 범해 좌경숙 2010.10.10 2166
1934 응애 35 - 호랑이로 살아가기 [7] 범해 좌경숙 2010.10.06 2410
1933 [그림과 함께] 꿈과 사랑 file [4] 한정화 2010.10.05 2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