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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0월 10일 19시 15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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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크로아티아 여정시 후배 하나가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동행 하였다. 문외한인 내가 한눈에 보기에도 조금은 있어 보이는 기종.

“야~ 참좋아 보인다. 가격이 얼마나 되냐?”

“이거요. 500만원이 넘어요.”

대수롭지 않게 대답을 하는 녀석의 말에 나는 애써 표정관리를 하여야 했다.

‘허걱~ 500만원이 넘는다니. 얘가 도대체 생각이...’

평범한 직장인이며 소시민인 나로썬 상상을 못할 가격이었고, 더구나 그것을 거리낌없이 사버리는 후배 녀석의 대범함에 놀랐던 것이다.

“사진 찍은지는 얼마나 되는데.”

“배운지 3주밖에 안돼요.”

“그래. 그러면 배운것좀 이야기해 줄래.”

“우리 싸부가 독특해요. 일주일에 1번 강의를 하시는데 특별히 가르쳐 주는 것은 없어요. 다만 개인적으로 찍고 싶은 장면을 세장을 찍어 매주 제출하는 거예요. 그러면 그것을 가지고 싸부님이 코멘트를 해주세요. 당신이 이런 마음에서 찍은 거구나, 이건 이런 상황에서 찍은 것이고 등등.”

나는 그때 처음 알았다. 사진만 보고서도 찍은 당사자의 심정과 마음의 특성을 파악할수 있다는 것을. 아! 그래서 사진의 고수가 남다른 거구나.

 

작은 디지털 카메라 하나 들고 대상에 대해 달랑 사진 한 장을 찍는 나와는 달리, 후배 녀석은 동일한 장면을 두고서도 고가의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러댄다. 그런데 참 신기하다. 찰칵 찰칵하는 셔터의 연속음이 묘한 흥분과 쾌감을 느끼게 하면서, 내 가슴의 심장박동처럼 자연스럽게 합쳐오는 듯 하는 것이다.

“그렇게 열심히 찍는 이유가 뭐야?”

“여행을 간다니까 싸부가 과제를 내주었어요. 하루 2,000장을 찍어 오라는.”

2,000장? 나는 열흘 일정 내내 찍은게 500장이 될까말까 한데. 하지만 그래서 그런지 확실히 내가 찍은 인물 포즈와 후배가 찍은 사진속의 등장인물은 달라 보였다. 똑같은 대상인데도 찍는 사람의 숙련도 등에 따라 달리 보이는 사진. 신기하였다. 카메라가 좋아서 그런 것 만은 아니겠지만 사진속의 인물은 살아 있었다. 사진속의 인물은 참나로 인식이 되었다. 또하나 그가 찍은 사진을 보면서 느낀건 사진을 찍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찍히는 피사체는 다르다는 것이다. 오래된 물건을 찍는 사람, 자연을 찍는 사람, 동물을 찍는 사람 등. 그러고보니 내 사진의 주류를 이루는 것은 사람에 대한 것이었다. 확실히 선호하는 취향에 따라 본인들이 찍고 싶은 대상을 찍나보다. 나는 사람에 대해 관심이 많다. 상대방의 행동, 몸짓, 시선, 무언의 마음, 표정 하나하나가 나에겐 호기심의 대상이다. 저사람은 왜 저렇게 행동했을까?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무엇일까?등. 그래서인지 나는 여행내내 풍경보다는 타지에서의 여러 인물들을 찾아 다녔었다. 대로에서의 잡상인, 버스에 탄 승객, 식사를 하는 모녀, 대화를 나누는 연인. 게임을 즐기는 할아버지와 손자, 카페에서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기는이 등.

 

사진속의 등장인물과 나는 동일시가 된다.

그가 웃으면 나도 웃고 그가 울면 나도 운다.

그가 기분이 좋으면 나도 기분이 좋고

그가 슬프면 나도 슬프다.

그가 바라보는 방향을 나도 바라보고

그가 염원하는 것을 나도 염원한다.

그와 나는 남남이지만 그와 나는 하나가 된다.

마음으로, 인연으로, 잠시만의 나눔으로도.

 

이참에 사진을 잘찍는 비법에 대해서도 물어 보았다.

“비법요? 싸부의 말로는 그냥 많이 찍으래요.”

무언가 근사한 말을 원했던 것과는 달리 정말 누구나 다아는 평범한 대답이 흘러 나왔다.

그냥 많이 찍으라고?

 

많이 찍으라는 말은 나에게 위안이 되었다.

많이 찍으라는 말은 나에게 잊혀진 화두를 떠올리게 해주었다.

하고자 하는 일이 진척이 되지않을 때,

쓰고자 하는 글의 솜씨가 제대로 늘지를 않을 때,

목표로 하는 길이 멀고 험한데도 도대체 끝이 보이지 않을 때,

나는 자멸감을 느낀다. 화가 난다. 어디까지 가야 되는 것일까? 얼마나 가야 되는 것일까? 반환점은 도대체 지난걸까?

 

그렇지. 그렇구나. 많이 찍어야 되는구나. 그럼에도 계속 열심히 해야 되는구나.

 

하지만 당면한 현실은 녹녹치 않다.

누구나 정상의 자리에 서고싶어 하면서도 그 자리를 차지하는 이는 한정이 되어있다.

글을 잘쓰는 비법중에 하나는 사진과 마찬가지로 많이 쓰는 것인데, 누구나 그 방법을 알면서도 누구나 그것을 바라면서도 정점의 위치에 서는 이는 정해져 있다.

살아온 인생 및 과거사를 책으로 엮으면 몇권이 될거라는 사람도, 실지로 책을 내지는 못한다. 그것은 가장 평범한 진리이긴 하지만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은 소수란 것이다.

 

사진속의 주인공은 무엇을 그리고 있을까?

나는 그가 부럽다. 그 포즈에 그 자유로움에 그 영혼에 그 행동에 대해. 그래서 한편으로는 시샘이 한편으로는 그를 통해 나도 동화가 되고 싶다.

 

비상을 꿈꾼다.

자유롭기를 바란다.

자유롭게 행하기를 바란다.

자유를 향해 날아가기를 바란다.

어릴적 꿈중에 하나였던 ‘치티치티뱅뱅’ 자동차를 타고 떠나고자 한다.

내안의 어둠, 슬픔, 힘듬, 근심, 콤플렉스를 벗어 버리고 싶다.

하지만 나는 오늘 좌절하고 나락에 다시 떨어지며 그런 나자신을 그런 빌어먹을 세상을 향해 한마디를 겨우 내뱉는다.

우이씨.

 

자유롭다는 것 그것은 벗어버리는 것이다.

자유롭다는 것 그것은 행동하는 것이다.

자유롭다는 것 그것은 원래의 나를 찾는 것이다.

자유롭다는 것 그것은 내안의 참나를 발견하여 누리는 영예이다.

자유롭다는 것 그것은 행복이다.

나는 힘든 오늘을 그 자유를 향한 몸짓을 하며, 강의를 하며, 글을 쓰며, 경지에 오르기 위해 하루를 또 달린다.

 

벅벅벅.

언제부터인가 간지러움에 계속 긁게되는 나자신을 보게된다. 어깨죽지에 날개가 돋을려고 하는지.

날때가 되었나 보다.

IP *.117.11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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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해
2010.10.11 00:02:26 *.67.223.154
승호씨. 이 글 맘에 들어요.
비상을 꿈꾸고 자유를 갈구하는것 ..
이제 곧 높이 멀리 날아오를 조나단 리빙스턴 시걸... 같은데요.  벅벅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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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옥
2010.10.14 11:04:37 *.10.44.47
오빠. 저도 이 글 좋아요!!
날개가 돋으면 오빠가 향하게 될 그 곳은 어디일까요?
날개달린 승호오빠를 상상하면서 또 한참을 싱글거려봅니다.

근데..
사진이 넘 퍼져버려서 주인공이 좀 안타깝게 생각할 것 같은데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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