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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0월 10일 19시 30분 등록

익산에서 군산으로 향하는 무궁화호 환승 열차를 갈아 타기위해 기다리고 있노라니, 고즈넉한 들녘 너머로 계절의 변화가 느껴진다. 가을이구나. 가을. 그때도 아마 이즈음 였었지.

 

작년 이맘때 호남권 출장중 김맹순(가명)씨 거래처를 방문하였다. 계획된 일정외에 짬을 내어 예정에 없이 방문한 것은 나름 이유가 있어서였다.

“이차장. 이달에 새롭게 오픈한 사업자가 김말순(가명)씨 사촌동생인 것 알아.”

“그래?”

호기심이 동하였다. 김말순씨는 우리 업체에서 선두권의 매출로써 입지를 가지고 계신 분으로, 그분의 사촌동생이라면 그 포스도 만만치 않겠다 싶어 호남권 이동중에 코스를 잡은 것이다. 건물 2층 아담하게 자리잡은 매장을 문을 열고 들어가니 그녀는 마침 방문한 영업 매니저와 미팅 중이었다.

“저보고 그걸 하라는 말씀이세요.”

“네. 사장님 이렇게 하셔야 됩니다.”

문밖으로 터져 나오는 이야기는 무슨 내용인지는 모르겠으나 썩 그렇게 좋은 상황은 아닌 것 같았다. 때를 잘못 택해서 왔나. 그런 와중에 문이 갑자기 훽 열리더니 뛰쳐 나오는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눈물을 훔치며 감정을 삭이고 있는 그녀. 그녀도 놀랬지만 예상치않게 내방한 나에게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더욱 당황되었던 모양이다.

“아니 웬일이세요. 연락도 없이.”

이럴땐 무슨 말을 하여야 하나.

“아~ 네~ (할말을 찾지 못하고) 지나가는 길에 잠시 매장도 구경하고 사장님께 인사도 드릴겸 방문 했습니다.”

어차피 이곳까지 온것 점심 식사를 같이 하잔다. 난처했다. 하필 이런 험악한 상황에 들어와서 식사까지.

 

식사내내 그녀는 영업 매니저에 대한 서운함을 나에게 성토를 해댄다. 외면적으로 김말순 사업자를 닮은 그녀를 보고 있노라니 오래된 장면 하나가 대화중에 겹쳐졌다. 김말순씨와 나는 영업 매니저로써 처음 인연을 맺었었다. 융통성 없고 고집불통인 나와 대책없이 일을 벌리며 밀어붙이는 성향을 가진 그녀와는 지금의 상황처럼 적잖은 언쟁들이 있었다. 그로인해 갈등도 많았지만 덕분에 정도 많이 들어 지금은 좋은 관계로써 유지를 하고 있는 사이가 되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와 김맹순씨는 조금은 달리 보이는 면이 있었다. 김말순 사업자는 그래도 쓴소리를 해대는 영업 매니저를 넓은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긍정적으로 사업에 활용을 하였었는데 그녀는 그렇지 아니한 것 같았다. 불만이 계속 이어지며 급기야 사업한지 얼마되지 않았음에도 괜히 시작 했다는 원망까지 나에게 쏟아내었다. 대화를 나누는 내내 나는 여러 생각이 들었다. 김말순 사업자와 사촌간이라기에 무언가 특별한게 있나 싶어 일부러 들렸었는데 그녀에 대한 실망감이 오히려 나에게 다가왔다.

‘뭐야, 그녀를 닮았으면 사업 마인드 쪽으로 다를줄 알고 왔는데 이건 닮기는커녕 일반 사업자보다 더 못하잖아.’

 

여느 사업자든지 모두들 부푼 꿈을 품고 사업을 시작한다. 흔히들 말하듯 번창하여 돈을 많이 벌것이라는 대박의 꿈을 꾸면서. 하지만 모든 일이 마찬가지듯이 그 대박이라는 꿈은 어떤 이들에게는 일장춘몽(一場春夢)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먼저 개인의 노력과 열정이 기본으로 갖춰 주어야 한다. 거기에 적절한 업종 선택 및 때와 타이밍이 가미가 되어야 하고. 하지만 이런 요소외에 또하나 빠질수 없는 것이 사업자의 마인드 즉, 품성이다. 아무래도 긍정적이고 수용적인 자세의 사업자가 성공의 확률도 높다. 미국의 유명한 심리학자이며 동기부여가인 쉐드 햄스테더 박사는 인간은 하루에 5만가지 생각을 한다고 말한다. 그가 연구를 통해 생각의 분포도를 살펴본 결과 사람들은 85%의 부정적인 생각을 하며, 나머지 15%만의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는 것으로 나왔다. Positive Thinking. 긍정적인 생각에서 긍정적 에너지가 나온다. 그러기에 Positive의 비율이 높으냐 혹은 Negative가 늘어 나느냐에 따라서 일어나는 결과가 달라질수 있다. 물론 그것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당사자에게 달려있다. 그런 측면에서 김말순씨와 같은 그런 모습을 그녀에게 기대 했었던 것인데... ‘저렇게해서 사업이 잘될수 있을까?’ 급기야 일찍 접는게 낫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들기 시작했다.

 

그뒤로도 가금씩 통화를 나누며 전해오는 그녀는 나를 더욱 답답하게 하였다.

“사장님 요새 근황은 어떠세요?”

“힘들어요. 언니가 미리 이런 점들을 얘기해 주었으면...”

걱정이다. 특히나 이 사업은 단기간에 승부를 내는게 아니라 장기간의 끈기를 요하며 성과를 내는 사업인데 과연 얼마나 버틸지.

 

그런 그녀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궁금해졌다. 그런 그녀가 어떻게 변화 되었는지 기대가 되었다. 기다리던 무궁화호 열차가 왔다. 이제 그녀를 만나러 간다. 거의 1년만에 다시 방문한 매장에서 만난 그녀는 한결 성숙된 모습이었다. 뭐랄까. 많은 풍파를 겪어서인지 조금더 당당해졌다고 할까. 강의를 마치고 점심 식사 장소로 이동하니 이곳까지 방문한 내가 고마워서인지 비싼 도미회를 주문한다. 어떻게 알았을까. 내가 회를 좋아하는지. 아따 거시기하네.


“차장님, 저 이번에 감사 헌금 200만원을 냈어요.”

뜨아~ 뭐시라. 200만원? 정신없이 먹고 있는 회가 갑자기 목구멍에 들어가지를 않는다. 갑자기 그녀가 새롭게 보이면서 별별 생각이 다들었다. 그새 사업이 안정궤도에 접어들었나. 아니면 로또가~. 이런 나의 표정이 얼굴에 읽혔는지 그녀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차장님도 아시겠지만 사실 이 사업을 하면서 힘들어서 울기도 많이 울고 원망도 많이 했어요. 오늘도 보셔서 아시겠지만 아직은 출근 인원이 그렇게 늘은것도 아니고요. 그런 과정에서 속도 많이 앓았고 카운슬러가 뛰지 않으면 저자신 부터라도 판매 현장을 다녀야 했어요. 그러다보니 힘들게 하는 것 어차피 기쁘게 하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지난번에도 미리 감사 헌금 - 알고보니 그녀는 사업 운영기간 동안 많은 금액을 내고 있었다 - 을 내고 기도를 했었어요. 어떻게 보면 그분께 미리 와이로(蛙二虜)를 쓰는 거랄까. 그러면서 기도를 했죠. 사업좀 잘되게 해달라고요. 그리고 목표한 바가 달성이 되면 다시 기부를 하겠다고 약속을 드렸죠.”

그녀는 바라던 바가 이루어졌고 실제로 약속한 기부를 내었단다. 그래서 이번에도 다시 거금을 내고 그분께 사전 부탁을 하는 입장이란다.

“(웃으면서) 사장님. 바깥분이 많이 버시는 모양이예요. 그리고 그런 거금을 낸 사실을 아시는지?”

“공무원 신분에 월급이 뻔하죠뭐. 살다보니 제 성격을 알기에 자신이 반대한다고 돈을 안낼 사람이 아니라면서 내라고 하고요. 그리고 저 그렇게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아요. 지금도 이사갈 집을 위해 대출도 받아야할 형편인데.”

그런 형편이면서도 200만원이라? 결혼 초기 나의 모습이 괜시리 떠올려졌다.

 

나도 일요일이면 향하는 곳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부담이 되어지는 것이 바로 헌금 바구니였다. 당시 내가 내었던 금액은 딸랑 천원짜리 한장 이었다. 그것도 온갖 생색을 내면서 말이다. 그런데 어느날 주머니에서 헌금을 낼려고 하니 어라~ 아무리 뒤져도 천원짜리가 보이질 않았다. 어떻게 하나? 그냥 오늘은 제껴. 그런 와중에 혹시나 해서 지갑을 뒤져보니 파란 지폐속의 세종대왕님께서 방긋 웃고 계신다. 순간적으로 갈등이 생겼다.

‘만원짜리를 어떻게 한다?’

‘헌금을 내긴 내야되는데 그렇다고 만원을 내기에는 부담이 너무큰데.’

결국 1시간 내내 앞에서 말씀하시는 강론과는 상관없이 고민을 하다가 결국 만원을 내었던 기억이 생각난 것이다. 이처럼 만원짜리 한 장에도 벌벌떠는 나에게 그녀의 이야기는 거의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렇게 마음먹고 내고 나니까 사업이 처음보다는 잘되더란 것이다. 그래도 그렇지. 200만원까지....

 

서울 본사에 복귀해서도 감사 헌금 이라는 명제는 나의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다. 나아가 내가 느꼈던 첫인상과는 달리 그녀를 지금까지 사업을 지탱하게 만든 요인이 이점 외에도 또 무엇이 있을까가 더욱 궁금해졌다. 전화 수화기를 들었다.

“사장님. 사무실이신가요. 우와. 아직도 퇴근 안하시고.”

“저는 토요일도 5시까지 근무해요.”

당연하다는 투로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에 괜히 내가 주눅이 든다.

“여쭤볼게 있어서 연락을 드렸습니다. 사업 초기에 그렇게 힘들어 하셨었는데 포기를 하지않고 지금까지 지속을
 할수 있었던 근원이 무엇인지요.”

나의 이같은 질문에 그녀는 담담하게 다음과 같은 자신의 비결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었다.


1. 자기 조절능력

솔직히 사업을 시작하고 나서 후회 했었습니다. 이렇게 힘든줄 알았더라면 아마도... 하지만 나자신이 일을 저질렀기에 털고 일어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모습으로 그만두는 것을 가족에게 보이기도 싫었고요. 초기엔 일이 뜻대로 되질않아 원래의 내 스타일대로 성질이 나면 밖으로 뱉어 내었습니다. 그러자 사무실 분위기가 떨어지며 사기가 저하되고 급기야 돈도 잃고 사람도 잃게 되었지요. 그래서 내가 나를 스스로 조절하지 않으면 이 조직이 일어나지 않을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를 컨트롤 하기 시작하였고 그러면서 조절하는 능력이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하였죠.

2. 자신감 상승

사람앞에 서는 것, 조회를 하는 것, 현장 동행 판매를 나가는 것 등 무엇하나 생소하지 않은 것이 없었죠. 하지만 내가 모범을 보여야 했어요. 많은 사람과 부닥치면서 넘어지고 그러다보니 조금씩 자신감 있게 대쉬 능력이 키워지더군요.

3. 집중

시작할 때엔 그렇게 마음이 가질 않았었습니다. 하지만 남의 돈을 빌려 오픈한 입장이어서 매진하지 않으면 안되었어요. 가두홍보, 시음회 개최 등 어려움을 극복하고 망하지 않기 위해서는 열심히 할 수 밖에 없었고요. 아이들, 남편, 지인들에게 내가 이대로 주저앉고 포기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어요.

4. 교육 참석

본사의 교육이라면 빼놓지 않고 참석하여 나의 정신문장과 배운 것을 현장에 접목하고자 하였습니다. 비가 오기전 우산을 사전에 준비해 놓는 것처럼 교육으로 무장을 계속 시켰어요.

 

그랬다. 그녀가 사업을 계속할수 있었던 데에는 이처럼 자신만의 남모르는 투지와 물러설수 없다는 절박감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믿는 신은 경제에 밝아서 내가 준만큼 그분은 반드시 돌려준다고 하는 믿음의 든든한 빽이 있었다. 1년 8개월 사업기간 동안 일천만원의 특별 헌금을 하였던 그녀. 이제 김맹순씨는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근데 나도 그분께 와이로좀 써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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