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칼럼

연구원들이

  • 신진철
  • 조회 수 2773
  • 댓글 수 5
  • 추천 수 0
2010년 10월 13일 08시 50분 등록

젊은 놈 싸가지 하고는...

 

결혼이나 했을까? 아직 머리숱이 검은 것을 보니, 어림잡아 내 또래나 아니면 그 아래쯤으로 보인다. 책상 너머로 흘깃 어머니를 한 번 쳐다보더니, ‘000씨?’라고 이름을 묻고는 바로 차트를 넘기고 컴퓨터 모니터의 알지 못하는 영어와 숫자들 사이를 헤집는다.

“지난 번에도 한 번 왔었구만..”

“긍게 짜게 먹지 말고, 운동 좀 하라니깐...”

어머니는 죄인이다. 평소답지 않게 잔뜩 주눅이 들어 젊은 의사의 질문인지, 아닌지도 모를 훈계에 변명마저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옆에 서 있는 내 눈치를 살피기도 하고, 머쓱한 웃음을 지어보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어머니는 우물쭈물... 애궂은 손바닥만 만지작거리고 있다.

“000씨, 내말 좀 들어요. 병원에서 준 약 꾸준히 먹고, 한 달에 한 번 치료받는 거 빠뜨리지 말고... 안 그러면 죽어. 아직 나이도 한창인데, 그러다 치매라도 걸리면 자식들한테 짐이잖아요. 그러고 싶어요?”

‘치매’ ‘자식들에게 짐’이라는 말에 더 이상 어머니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그 또래에 그보다 더 무서운 말들이 있을까.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처럼 젊은 의사의 입에서 뱉어져 나오는 말에 어머니는 마음의 병을 하나 더 얻어서 병원을 나선다.

 

진료결과를 궁금해라 하는 딸의 전화벨소리가 심란하게 들린다.

“긍게 내가 뭐라고 혀... 의사 말이 맞잖아. 좀 허란대로 좀 혀.. 고집 좀 부리지 말고”

자식 낳아 키워봐야 다 소용 없다더만, 시집간 딸년도 도움이 안 된다. 이럴 땐 먼저 훌쩍 떠나버린 지겨운 그 인간이 보고 싶다. 평생 속만 썩이다 간 줄 알았더니만, 미운 정 때문인가.. 웬수같은 인간. 좀만 더 오래 살지. 끝내 도움이 안되는구만.

애궂은 하늘 탓만 한다. 오살맞게 날씨도 좋네.

 

어머니는 병원에 가길 두려워한다. 할머니들을 위한 ‘마을회관’같은 병원은 없는 것일까. 노인전문병원이라고 하지만 여전히 낯설고, 포르말린 냄새도 싫다. 얼마나 살았고 얼마나 배웠는지는 모르겠지만 위아래도 없이 말을 뱉어내는 젊은 의사놈 꼴도 보기 싫고, 알아듣지도 못하는 병이름들 하며, 읽어도 통 무슨 약인지도 모를 처방전도 그렇다. 그저 먹어야 안 아프다고 하니까, 먹을 뿐이다. 왜 먹는지, 얼마를 더 먹어야 하는지도 알 길 없다. 늘 하는 소리도 똑 같다. 짜게 먹지 말고, 꼬박꼬박 운동하고, 빠뜨리지 말고 약 챙겨먹고, 때 되면 병원에 오고, 아프면 숨기지 말라하고.

 

어머니는 병원보다 마을회관이 더 편하다. 치매예방엔 고스톱만한 것이 없다. 화병에는 ‘서방욕’만한 약이 없다. 노화에는 웃음만한 치료제를 알지 못한다. 치료비라고 해야 오늘 아침 부친 따뜻한 ‘김치전’ 두어 장이면 땡이다. 아직 두 다리 성하니, 살살 걸어가면 된다. 굳이 시간 정해놓고 기다리는 사람도 없으니 예약시간 신경 안 써도 된다. 놀다 지치면, 한 숨 늘어지면 된다. 남의 눈치 볼 이유도 없다. 볕 좋은 날 햇볕은 사우나보다 낫다. 땀 흘리고 싶으면, 호미하나 들고 고구마 밭 두어이렁 쯤만 갈면 될 일이다.

 

어머니에겐 마을회관만한 놀이터도 병원도 없다.

 

 

IP *.186.58.225

프로필 이미지
백산
2010.10.13 09:24:30 *.8.230.83

'다리올려봐! 어... 관챊구만...'
짜시기 날 언제봤다고 반말이야.. 빈정대는 듯한 말투에 바라보는 눈빛이 가소롭다.
"야이... 시발가사이끼! 너 주글래,,, 멀쩡한데 여기와서 3시간이나 기다리냐?"
 " 글고... 내가 니 친구냐.. 어디서 말을 함부로 흐쳐부냐... 그먼 못쓴다잉...
 이..칵.. 디지게 패고 한 대 더 패불랑께... "

오래 전에,,, 나가.... 정형외과 가서 마빡에 피도 안마른 레지던트 패 쥑일려고 했제...
그때, 한 손으로 승모근잡고  다른 손으로 꼼마리 쥐어서 들어 올려가지고 확 뒤집어가지고 땅에
박아 버릴려고 확들어 올렸지,,,  나가 왕년에 한 심..했다..잉...
그렇게 병원 홀랑당 뒤집어 놓고, 의사가 와서 ... 사과해서,  그냥 마빡 손바닥으로 한 대 때리고
 내비두기로 했그만...  (사실 인 놈들은 뒤지게 패야 말을 듣거든...  그랗께...내가 법이 무서운게 아니라,,,
울 아버지가 무서워서... )

노인네 '맴'이 많이 상하셨것다.  같이 집에서 고스톱이나 한 판 때려라...!

나 지금 미쳐불것다. 글도 안되고 말도 안되고  컴퓨터는 해킹당하고 아그들은 시위중이고.
누나는 잔소리해대고,  새벽별보고 있는데,    자정이 넘어서야 돌아온다.
니미... 조용히 살기 틀렸으먼, 시끄럽게 살지뭐...   아아아ㅇ아아아아~~~악... 악 악 악....
어차피 바꾸는 거, 확 바꺼불랑께로..... 

프로필 이미지
써니
2010.10.13 12:14:38 *.197.63.226
지랄 해봤자 병 고치는 것은 의사다잉. 염병 떨어봤자 따지고 보면 우덜 땜시롱 병났거든? 긴 병에 효자 있는 줄 아냐? 시끄러분께 의사 말 보다 100번 천 번 더 챙겨 알아처묵덜 못하면 알아서 뒤지든가 조용 혀. ㅋㅋㅋ

참말로 곰곰이 생각해 보면 만사에 진짜로 싸가지 없는 것들이 누구던가? 피할 수 있을 것인가? 외삼촌 돌아가신 날인데 그렇더라고...... . 모다들 인간 구실 제대로 하고 싸.가.지. 있.게. 사는 지 물어보게 뒤아. 날마다 떠들고 설쳐댈 뿐. 무엇 하나 반듯하게 감싸며 옳게 챙기면서 살고 있나?  우리들!!! 우덜은 아닌 양 천 날 만날 저 잘났다고 이구석 저구탱이에서 삐약될 뿐이지...  ㅠㅠ    ^-^*
프로필 이미지
우성
2010.10.14 21:01:58 *.30.254.21
그래..
그 싸가지 없는 의사들보다는,
마을회관이 훨씬 낫지...

울 어무니도,
내가 없었으면 병원에  오지 않았을거라고 말씀 마이 하시니까

요즘은 의사들 많이 좋아지는데... 아직도..그런 인간들이
가끔 있기는 있어..
그래서
생뚱맞지만, 부모님...계실 때 잘해야 한다.
덜 아프실 때, 그래도 음식 자실 수 있을 때.
잘 해야하는 것 같아...

프로필 이미지
병곤
2010.10.14 22:20:54 *.154.234.5
짜슥~ 약 주고 병 주네.
병원이건 회사건 병이나 정치말고 사람 그 '자체'에 좀 관심을 줬으면 쓰것어.
아, 혈압이 치밀어 올라오다가,
마을회관같은 어머님의 마음이 느껴져 급하게 떨어졌다.



프로필 이미지
2010.10.15 13:21:28 *.93.45.60
이렇게 눈길을 확 끄는 제목을 언제 봤더라...흐흐흐.
눈은 확 끌었는데. 왠지 읽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제목을 읽을 때 갖는 감정적인 문제겠지요.
그런데 읽게 되었습니다.

어머니를 대하는 마음으로 환자를 대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그래서 우리는 욕을 하거나 먹을 때, '너는 에미애비도 없냐?'하는 소리를 하나 봅니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952 칼럼- 믿음과 의심, 그 양날의 칼 [18] 박경숙 2010.10.17 2769
1951 칼럼.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는 준범이 [5] 연주 2010.10.17 3080
1950 [칼럼] 세상을 바꾸는 시민행동21 [5] 신진철 2010.10.17 2565
1949 응애 37 - 당신도 이야기꾼이 될 수 있다. [3] 범해 좌경숙 2010.10.15 2254
» 젊은 놈 싸가지 하고는... [5] 신진철 2010.10.13 2773
1947 감성플러스(+) 26호 - 내면의 에너지, 열정을 품어라. file [10] 자산 오병곤 2010.10.12 2435
1946 [10월 오프수업] 세마리 달팽이 [2] 최우성 2010.10.12 2856
1945 <10월 오프수업 과제> 미래 풍광을 이루기 위한 전략 file [1] 박상현 2010.10.12 2279
1944 10월 오프과제 맑은 김인건 2010.10.12 2006
1943 [10월 OFF 수업 과제] Action Plan to make my dream come true. [2] 신진철 2010.10.12 2242
1942 5차 오프 과제-<자유를 위하여 > [4] 박경숙 2010.10.11 2209
1941 10월 <오프라인 과제> 이름 알리기 전략 [3] 이은주 2010.10.11 2130
1940 [10월 오프과제] 내 삶의 전략과 Action Plan [2] 이선형 2010.10.11 2389
1939 10월 Off 수업 과제 연주 2010.10.11 2175
1938 라뽀(rapport) 26 - 와이로(蛙二虜) [1] 書元 2010.10.10 2800
1937 하계연수 단상16 - 聖人(saint) file [1] 書元 2010.10.10 2206
1936 하계연수 단상15 - 사진 그너머의 세계 file [2] 書元 2010.10.10 2070
1935 응애 36 - 압록강은 흐른다. [4] 범해 좌경숙 2010.10.10 2166
1934 응애 35 - 호랑이로 살아가기 [7] 범해 좌경숙 2010.10.06 2409
1933 [그림과 함께] 꿈과 사랑 file [4] 한정화 2010.10.05 2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