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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0월 17일 18시 54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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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말게.

삶에서 만나는 중요한 사람들은 모두 영혼끼리 약속을 한 상태에서 만나게 되는거야.

서로에게 어떤 역할을 하기로 약속을 하고 태어나는 것이지.

모든 사람은 잠시 또는 오래 그대의 삶에 나타나 그대에게 배움을 주고 그대를 목적지로 안내하는 안내자들이지.

- 류시화님의 <지구별 여행자>중에서

 

누군가에게 무엇이 되어준다는 것, 누군가에게 길잡이로써 역할을 해준다는 것, 누군가에게 멘토가 되어준다는 것. 그것은 정해진 약속으로써 자신이 드러나기 보다는 자신의 역할을 자각하며 상대방을 빛나게 보인다는 실천의 행위.

 

자신을 과시하지 않는다는 것. 자신의 능력을 맹신하지 않는다는 것, 다만 이에는 자신의 영향력을 외부로 드러내지 않는 겸손함이 뒤따라야 한다.

 

예정된 만남이지만 당시에는 모른다. 그가 나의 안내자 였음을.

중학교 국민윤리 시간. 특이한 선생님 이셨다. 교과서 없이 학생들이 궁굼하게 여기는 질문내역을 칠판에 가득 적어놓고 선별해서 설명을 하는 수업방식 이었다. 도대체 무엇을 하시는 걸까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돌이켜보니 대학교 수업방식을 응용한 것 같았다.

하루는 학생들에게 숙제를 내셨다.

“다음주까지 어머니에 대한 글을 A3용지에 적어오기 바란다.”

선생님의 숙제 내역에 대해 아이들은 성토를 해댄다. 무슨 어머니에 대해서 글을 쓰느냐고.

나는 집에와서 곰곰이 생각했다. 어머니? 어머니란 존재는 지금도 마찬가지 이지만 나에게는 특별한 존재이시다. 어린시절부터 아버지 없이 자란 나이기에 더욱 그러했던 것 같다. 그리고 다른 어머니들하고는 달리 조금은 남다른 생을 사신 분이어서 나는 그런 감정을 그런 느낌을 밤새 적어 나갔다.

과제 제출일. 나와 아이들의 내용은 달랐다. 일단 양에서부터 차이가 났다. 커다란 A3 앞장을 채운 친구들이 드문 가운데, 나는 무어그리 할말이 많은지 앞장도 부족해 뒷장까지 빽빽이 채워 나갔었으니. 이런 내가 신기하셨던 모양인지 앞으로 나를 불러 세우신다.

“승호, 이거 네가 적었니?”

드문드문 한자성어 등이 삽입이 되어있는게 기특했던지 질문을 하시는 선생님의 행간의 의미가 나에게 전해졌다.

‘어린놈이 어머니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 크구나.’

‘유식한 용어도 많이 쓰고.’

지금도 전해져 온다. 더 이상 말씀은 하지 않으셨지만 무언의 느낌으로 전해져 오는 선생님의 눈빛, 말투를 통해 나는 내 능력의 표출에 대해 처음으로 격려와 지지를 받는 느낌을 만끽 하였다. 나에 대한 애정, 사랑의 감정을 느꼈다고 할까. 이것이 사람과 사람간에 느끼는 신뢰의 감정이구나 라는 것을 지금도 돌이켜보면 그때의 상황이 자연스레 떠올려 진다. 덕분에 나는 문예반 이라는 곳에 소속되어 활동하는 계기가 되었고, 어쩌면 연구원 이라는 것을 시작하면서 글이라는 화두를 자각하게 되는 동기가 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렇다.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당시 선생님은 나의 길잡이셨던 것 같다.

어쩌면 내가 글로써 처음으로 인정을 받게하신 안내자의 역할을 하셨던 것 같다.

 

아주 오래전 옛날. 인간과 신과 천사가 어우러져 살고있는 세상에서 그 등급은 정해져 있었다. 하늘을 지배하는 신과 땅에서 살고있는 인간 그리고 그 중간지대의 천사란 존재. 천사의 자부심은 대단하였다. 신이 되지는 못했지만 열등존재인 인간보다 우월 하였기에 그들의 귄위는 막강하였던 것이다. 좋은일, 나쁜일, 재앙, 고통, 시련, 희망, 기쁨, 사랑, 행복, 불만, 시기, 질투, 탐욕 등을 인간에게 번갈아가며 전해주고 그들이 그에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를 보는 것이 그들의 즐거움 중의 하나였다. 그런 천사들의 존재를 사람들은 가까운 친구처럼 느끼는 사람이 있는 반면, 재앙을 주는 두려운 존재로 인식을 하는 이도 있었다. 더구나 그들은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그런 그들에게도 격이 있었으니 그 천사들을 아우르며 관리하는 대천사라는 존재가 그것이다.

 

어느날 세상을 지배하는 신이 대천사중 하나인 가브리엘을 불렀다.

“땅으로 내려가면 마리아라는 여인이 있을터인데 그 여인을 만나 세상을 구원할 구세주께서 당신 몸에 잉태 되었다고 알려라.”

가브리엘은 그말을 듣자 못내 못마땅 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그같은 일을 나같은 대천사에게 시키시는 그분의 저의가 뭐야.’

‘그리고 세상을 구원할 구세주를 하찮은 인간 그것도 열등한 여인네를 통하여 역사 하시겠다고. 도대체 어떤 생각이신지.’

명을 받았지만 지시 이행에 대한 고민에 빠져있던 가브리엘 천사는 일단 세상으로 내려가 그 여인네를 만나보기로 하였다.

 

자그마하고 평범해 보이기만한 여인네가 있었다.

“네가 마리아냐?”

“네. 누구신지.”

복스럽게 생길뿐 별로 특별해 보이지 않는 이 여인을 선택하신 신의 저의는 무엇일까?

“나는 천사 가브리엘이다. 당신 몸을 통해 구세주가 나실 터이니 몸관리 및 태교를 잘해서그분의 뜻에 위배되지 않게 모쪼록 처신을 잘하거라.”

천사는 궁금하였다. 그분의 뜻을 받들어 이 여인에게 말씀을 전하였지만 처녀인 이 이 여인이 과연 어떤식으로 받아들일지. 당시 인간들의 풍습의 하나로 처녀의 몸으로 아이를 가지면 때려 죽이는 제도가 있었기 때문이었다.“어찌 저에게 그런 일이. 하지만 그분의 뜻이라면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는 여인의 반응을 보고 놀랐다. 한치의 의심도 없이 그분의 말씀을 받아들이는 그 태도에서.

“뭐야, 본인이 아주 난처한 상황을 그것도 죽을수도 있는 상황을 저렇게 선뜻 수용하는 것은.”

 

우리에게는 각자에게 주어진 소임이 있다.

선생님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으로써,

어머니는 자식들을 키우는 것으로써,

부부는 서로를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으로써,

비즈니스맨들은 충실한 회사 업무수행에 대한 것으로써,

군인들은 나라를 지키는 것으로써,

경제인들은 금전의 살찌움을 위하는 것으로써,

정치인들은 나라의 평안함을 위하는 것으로써.

예술인들은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것으로써.

 

그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해 나갈 때 우리는 빛나는 별들을 만나게 된다.

초등학교 시절 허기에 젖어 길가에 앉아 있을 때 찐빵 하나를 건네던 아저씨.

비가 올 때 우산을 빌려주던 골뱅이집 사장님.

서울역에서 무거운 짐을 이고 가는 할머니를 대신해 들어주던 낯선 젊은이.

길을 몰라 헤맬 때 인도해주던 파출소 경찰.

나를 위해 매를 드시던 고등학교 선생님.

따뜻한 쉼터로 돌아갈 수 있는 가족.

마음이 허할 때 술한잔 나눌수 있는 직장 동료.

힘들고 어려울 때 찾아가서 마음속 이야기를 나눌수 있는 친구.

어떤 상황에도 인정과 격려를 해주는 든든한 아내.

진로선택에 대해 고민할 때 상담해주던 선배.

영혼에 대한 갈증을 느낄 때 인도해 주던 목자.

그리고 따르고 싶고 배우고 싶은 대상자.

 

우리는 오늘도 그들을 만난다. 서로 서로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채.

다만 마음의 눈으로 볼수 있는 이만이 그 존재를 느낄수 있을 것이다.

 

IP *.117.11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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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옥
2010.10.20 17:49:47 *.10.44.47
점점 깊이를 더해가시네요.
잠시 숙연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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