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은 김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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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업한 집만 노리는 치들이 있다. 40대의 여자와 남자 한쌍이다. 구석진 곳에 앉는다. 바쁜데, 남자가 시비다. 순대국에서 냄새가 난다는 둥...결국 부른다. 돼지뼈를 어금니로 씹었다는 이야기다. 방방 뛰며, 필요 이상 오버다. 같이 온 여자는 창피한지 '하지말아' '그만 가자' 추임새를 넣는다. (뒤에 생각해 보니, 여자도 한패로써 분위기 잡는 역할을 했다.) 아프냐고 하니까, 그렇지는 않다고 한다. 경과를 보고, 다음날 연락하라고 하다. 다음날 전화가 왔다. 아픈단다.
50만원을 말한다. 당신 같은 치들 때문에 보험을 들어놓았다고 하자, 복잡하게 할 것 없고 현금 50이면 된다고 한다. 그렇게는 못하겠고, 치료해줄테니 치과로 오라고 했다. 답답하다는 둥, 꽉 막혔다는 둥, 50만원, 50만원 쇼부, 운운한다. 치과에서 만났다. 엑스레이 찍어보니 실금이 간 것은 맞지만 치료할 정도는 아니라고 한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을 옮기자면, '미세하게 실금이 갔다'라고 말했다. 치료를 하라는 것인가? 말라는 것인가? 헤깔려하는데, 감이 온다. 치과의사도 대충 눈치를 챈듯하다. 저런 사람에게 잘못 걸리면, 자기 신상에도 좋지 않다. '이상이 없다'고 하면, 다른 병원에 가서 진단서를 끊어올 것이다. 이상이 없어도, 이상이 있어야 하고, 적절한 상에서 치료같은 치료를 해주는 것이 상책이다. 치료해준다고 손해가는 것은 없다. 단, 이상없다고 단언하면, 치과의사 본인도 위험해진다.
35만원 견적. 긁었다. 카드로 결재를 하자 남자는 '이게 아닌데',라는 표정이다. 그는 현금을 원하는 것이다. 합의금을 이야기하다.
치료해주었으면 됐지, 치사하게 합의금이야라고 하자, 무시하고 합의금 30을 요구한다. 깍아서 20만원 주었다. 돈 받자 간다. 치료는 안받느냐고 하자, 됐단다. 전화 받는 꼴을 보니, 개업한 집으로 가는 것 같다. 남자는 이런 말을 남겼다. 그래도 장사가 최고라고......그 뒤에 말을 보충하자면 (그러니까, 장사꾼은 좀 뜯겨도 된다고)
몇년 뒤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나는 다리 아파서, 아내가 가게를 보았다. 아내는 공부만 하던 사람이다. 좋게 말하면, 착해 보이고, 나쁘게 말하면 만만해 보인다. 40대 초반의 여자 둘이다. 구석에 앉는다. 찜닭을 먹는다. 닭을 다 먹으면 밥을 볶아먹는다. 볶음밥에서 닭뼈가 나왔다. 씹어서, 어금니가 깨졌으며 흔들린다고 한다. 깨진 어금니를 보여달라고 했다. 그건 못보여주겠고, 치과를 가자고 한다. 그 다음날 오라고 했다. 이빨이 부어있었는데, 닭뼈 때문이 아니라 원래 부어있었다. 닭뼈를 빌미로 치료해보겠다는 심산이다.
다음날 전화가 와서, 내가 받았다. 남자가 받자, 놀란다. 어제 그녀, 그러니까 만만해 보이는 내 아내, 는 어디갔냐고 묻는다. 그녀를 찾지말고, 나에게 이야기하라고 말하다. 가게에서 만났다. 계속 만만해 보이는 내 아내를 찾는다. 보험으로 치료해주고, 헤어졌다.
악의의 사건이 가끔 일어난다. 그때마다 되뇌인다.
음식장사하면, 사람 관상도 보인다. 사고 칠것 같은 사람은, 사고를 친다. 철학 하고자, 고대 그리스까지 갈 필요없다. 얼굴에 사람의 철학이 나와있다. 지금 행동이 업業이 되어서, 인생이 된다. 같은 행동을 두 번 이상 하면 방향이 생긴다. 관성도 생긴다. 습관이 된다. 습관이 인생을 채우면, 그 사람의 철학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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