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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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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23일 13시 17분 등록

구글 어스

 

심심할 때면, 컴퓨터의 바탕화면에 아이콘 하나를 누른다. 곧 이어 새파란 지구가 화면에 가득 찬다. 기분에 따라 가고 싶은 곳을 입력하면, 벌써 어깨 겨드랑이 밑이 가려워지고, 다이달로스의 선물인 날개가 돋는다. 컴퓨터와 인터넷의 진화는 다이달로스의 날개 성능도 업그레이드를 시켰다. 나는 헤르메스보다 더 빨리, 멀미가 날 정도로 높이 날아올랐다. 지구는 조물주가 정한 자전의 원칙과는 무관하게 나의 의지대로 움직였다. 파리의 에펠탑과 세느강가의 루브르 박물관이 보인다. 안개가 낀 도버해협을 1.2초 만에 야간비행으로 건넜다. 금새 ‘런던 브릿지’가 무너지지 않았는지 살펴 본 다음, 대서양을 건너 아마존의 밀림으로 날아갔다. ‘브레이브 하트’에 나왔던 맬 깁슨, 아니 윌리엄 월링턴의 기념탑을 찾아 스코틀랜드의 작은 도시 스팅휠을 방문하기도 하고, 다시 북해의 차가운 바람을 거슬러 노르웨이의 숲의 적막 속으로 숨기도 했다. 마치 에어울프의 조종석에 앉은 것처럼 콜로라도 강을 따라 날다가 그랜드 캐년의 절경에 넋을 잃는다. 종종 길을 잃고 시간의 법칙을 어기기도 한다. 내가 지금 몇 년도에 살고 있더라? 나이아가라 폭포 쯤에 이르러서야 캐나다 국경에 도착했음을 깨달았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다. 태평양 정도 건너는 일은 우습지도 않았다. 순식간에 나는 낙하지점인 대한민국으로 날아 왔고, 다시 전주... 그리고 우리 집 옥상이 보였다. 착지할 때 발목을 다치지 않으려면, 속도를 조절해야 했다. 마우스 클릭 한 번으로 중력완화장치가 가동되었다. 뉴튼이 알면 기절초풍할 일이다. 아이들이 깨지 않도록 날개짓도 조용하게 아이들 창가를 통해 피터팬처럼 날아든다. 아이들은 곤히 자고 있었다. 웬디처럼 긴 드레스 잠옷을 사 달래던 하영이가 피터팬을 만났나 보다. 꿈처럼 달콤해 보인다. 나도 피곤하다. 이제 좀 눈을 붙여야겠다. 소리를 죽여 창문을 닫았다. 날개를 접고, 옷을 갈아입느라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잠을 깬 아내가 묻는다. 밤새 어디를 돌아다녔냐고. 후다닥 날개를 감추느라 어깨부터 손놀림을 크게 으쓱해 보인다.

“그냥.. 여기저기.. 바람 좀 쐬다 왔어. 자. 어서...”

 

이런 기쁨을 왜 신들은 자기들만 누렸던 것일까. 한낱 미물에 지나지 않다는 새들조차 누리는 능력을 자신이 가장 사랑한다는 인간에게는 허락지 않았던 것일까.

IP *.105.176.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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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옥
2010.11.23 13:55:29 *.10.44.47
그건...그건....
아마도 제가 남편에게 나의 가장 달콤한 기쁨을 감추고 있었던 것과 같은 이유가 아닐까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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