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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28일 16시 44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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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 뜨거운 태양아래 부동자세로 서있다.

시간이 흘러갈수록 지쳐간다. 오금이 저려오며 기운도 없어지고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얼마나 견딜수 있을까. 얼마나 해야 할까.

 

무언가 인기척이 느껴졌다. 누구일까. 분명히 나혼자 외에는 아무도 없는데.

살짝이 뒤돌아 보았다.

흠칫.

길게 늘어선 모습. 무엇인가 있다.

누구일까?

두려운 마음에 다시 바라보던 앞을 보았다. 누구일까?

궁금증은 커져갔다. 신경이 거슬렀다. 제자리 앞만 보고 가야 하는데 자꾸 뒤를 돌아보고 싶었다.

호기심이 늘어갔다. 하와가 선악과를 따먹을 때의 판도라가 상자를 열때의 그마음처럼.

 

용기를 내어 뒤를 돌았다. 이런, 분명히 있었는데 아무도 없다.

이상하다. 분명히 무언가 나를 주시하고 있는 눈빛을 느꼈었는데.

그런데 더 이상 서있을 수가 없다. 쓰러지던지 포기하던지 해야할 시점이 다가온 듯 하다.

그순간 누군가 나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놈이다. 내가 아까 느꼈던 그놈이다.

실눈을 켜고 살짝이 뒤돌아 보았다.

길게 늘어선 검은 물체.

넌 누구냐?

 

잡아 보았다. 잡히지 않는다.

삿대질을 해보았다. 그런데 오히려 그놈이 적반하장 격으로 나에게 달려든다.

웃음이 나온다. 그런데 표정이 없다.

 

그놈이 나에게 말을 건넨다.

나는 너야.

나라고?

그래 너야. 태어날 때부터 우리는 함께 했어. 다만 네가 느끼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지.

그랬었나. 가금씩 무엇인가 느껴졌던 실체가 바로 너였던가.

 

함게 했던 시간을 이야기 했다.

지나왔던 과거의 흔적을 나누었다.

동고동락을 같이 하였다던 그놈에게서 동지애가 느껴졌다.

 

혼자가 아니었구나. 함께 가는 존재가 있었었구나.

그런데 신기하다. 그놈은 힘이 들어도 티를 내지 않는다.

피곤해 하지도 않는다. 배고파 하지도 않는다. 화를 내지도 않는다.

그런데 더욱 신기한 것은 나를 따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지쳐 쓰러지면 그놈도 쓰러질 것이다.

내가 이겨 나간다면 그놈은 그대로 나의 행동을 이어 나갈 것이다.

실체인 나의 모습을 그대로 모방하는 그놈 - 아니 그놈이 실체인가 -.

 

우리는 자웅동체(雌雄同體).

내가 걸어 가는길. 내가 가야 하는길. 묵묵히 어깨동무를 해본다.

손을 내밀어 보고 토닥여 본다.

감싸 안아 보기도 하고 장난도 쳐본다.

느껴지는가. 그놈의 본모습을. 울지마라. 외로웠겠다. 짜식~

 

날이 지고 있다. 그놈이 슬슬 모습을 감출 채비를 한다.

자야할 시간인가. 귀환할 시간인가.

새도우의 마법에 걸린건가.

작별을 고해야할 시간인가. 함께 하기로 하지 않았던가.

가만 있어보자. 돌아갈 집은 있기는 한지.

그놈은 말한다.

내일 다시 찾아 오겠노라고. 그 약속은 지켜질 거라고.

 

그럼 그동안 나는 이렇게 혼자 서있어야 하는건지.

혼자 가야만 하는건지.

불러본다. 어디로 가느냐고.

그놈이 뒤를 돌아 보았다. 아니 내가 돌아 보았다.

마주쳤다.

마주쳤다.

마주쳤다.

그리고 합쳐졌다.

그렇다. 사라지는 것이 아닌 하나가 되었다.

분리가 아닌 한몸이 되었다.

 

춤을 쳐보았다. 그리스인 조르바가 모래밭에서 그러했듯 기쁨의 춤을 쳐보았다.

미쳤나. 내가 미친건가.

아니야. 내안의 또다른 내가 어울려서 추는 춤인거야.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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