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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30일 13시 45분 등록

응애 42 - 보노보 찬가

     경영과 마케팅에 관한 책을 한달 내내 읽고 있다. 골똘히 책을 읽어내리느라 아름다운 시집을 시인에게 선물을 받고도 펼쳐보지 못했다. 꼬리에 꼬리를 물며 나타나는 아름다운 문장들과 사람들도 다 흘려보냈다. 눈 앞에 당장 해내야 할 숙제가 중요했기 때문이다.

 공부를 한다는 것은 무지에 대한 통한으로부터 시작한다고 본다. 물론 취미의 확장과 새로운 매력으로 새 공부에 몰입할 수도 있지만 나의 경우에는 아직도 풀어나가야 할 숙제의식으로부터 공부가 시작된다. 하나를 생각하면 둘, 셋 따라 나오는 질문에 접할 때마다 새삼스럽게 모르는 게 많아서 쿵쿵 머리를 쥐어박고 싶다. 그러니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라고 말했던 젊은이의 삶은 얼마나 신산했었을까?  

표지 뒷면에 탈렌트처럼 잘 생긴 저자의 사진이 나와 있어서 덥석 책을 집어보았다. 명상집 크기의 200페이지 책이다. <보노보 찬가>, 아이구 제목부터 ..도대체 보노보가 뭐야?

  조국 지음. 정글 자본주의 대한민국에서 인간으로 살아남기. <보노보 찬가> 

사실 젊은 학생들이 좋아하는 이 작가의 이름을 모르고 있었다면 이 책의 표지가 더 재미있었을 것이다. 조국-대한민국, 정글-보노보, 자본주의- 찬가-살아남기...이렇게 짝을 지어 프레임을 짜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출판사는 “생각의 나무”라니....

  책을 펼치고, 들어가는 말을 읽었다. 보노보는 아프리카 콩고의 밀림지대에 사는 “파니스쿠스”라는 종명을 가진 난쟁이 침팬지이다. 필자는 보노보의 특이한 행동양식에 끌렸다. 여러 침팬지 연구에서 침팬지는 숫컷 중심의 수직적 서열구조를 가지고 있고 폭력을 수반하는 치열한 권력투쟁, 다른 침팬지 집단과의 잔혹한 전쟁, 성인 수컷에 의한 유아 살해 등의 행태가 보고되고 있다. 그래서 인간의 사촌이라 불리며 무한경쟁, 권력투쟁의 생물학적 모델로 해석되기도 한다.

  그러나 또 다른 인간의 사촌이라 불리는 보노보는 프렌치 키스를 한다. 성교시에 인간처럼 수컷과 암컷이 서로 얼굴을 마주보는 ‘정상위’를 취한다. 종종 같은 성끼리 동성애적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에로틱한 사항만 차별화되는 것은 아니다.

  보노보의 경우 암컷끼리의 연대가 매우 강하고 수컷이 암컷을 지배하지 못하며 공동체 내에서 부자보다 모자관계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보면 암컷 중심의 사회이다. 보노보는 엄격한 수직적 서열을 만들지 않으며 상당히 평등한 문화를 유지한다. 보노보는 무리 내 병자나 약자를 소외시키거나 구박하지 않고 그들을 보살피고 끌어안는다. 보노보 무리 내부에서 성은 일방적 지배나 욕망해소의 수단이 아니라 상호적 기쁨과 유대를 위한 놀이이다. 한 보노보 무리가 다른 무리와 부딪힐 경우에도 이들은 서로 전쟁을 벌이는 대신 서로 애정표현이나 섹스를 나누면서 긴장을 풀고 평화를 유지한다. ..... 책 13쪽에서 인용

  사실, 이 책은 사회의 정글화에 대한 비판서이다.'침팬지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를 바꾸려는 아름다운 반란, 보노보 혁명을 찬성하고 지지하는 내용이다. 더 큰 목적은 보노보들의 즐거운 어울림과 신나는 연대를 꿈꾸고 싶어서 함께 가지 않겠느냐고 유혹하는 글이다.

  “보노보여, 깨어나서 노래하라.
  보노보여, 손을 잡고 어깨 걸고 춤을 춰라 “

  그래서 저자의 서문에 이끌려 200페이지를 단숨에 읽고 말았다. 저자가 차용해다 쓴 함민복 시인의 <말랑말랑한 힘>의 리듬에 이끌렸고 장석남 시인의 <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에 공감했다.  

게다가 2008년 6월 해리포터의 저자 롤링이 하버드대에서 연설을 했다는 것도 그의 소개로 알게 되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단다.

  “우리가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마법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미 우리 속에 우리가 필요한 모든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우리는 더 나은 것을 상상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내가 이렇게 옮겨다 놓는 글들은 저자 서문과 맺음말에서 왔다. 그가 법학자로서 사회를 보는 눈은 3개의 챕터에 나뉘어져 있다. 법 전공자의 시선으로 자본주의 현상을 분석했다. 우리가 사는 정글 세상을 함께사는 아름다운 세상으로 변화시켜보자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독자로서 이 책을 선택한 나는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와 저자가 꿈꾸는 세상을 보며 저자읽기를 먼저 하고 있다. 이 사람은 정말 무슨 얘기가 하고 싶은 것일까? 우선 그가 불러낸 그의 친구들, 감동받은 시들, 아름다움을 보는 눈들이  먼저 마음에 들어왔다. 그래서 나도 그의 친구들을 내 친구들에게 알리기 시작했다. “말랑말랑한 힘”을 옮겼고 “번짐, 번져야 살지“를 옮겼다. 나아가 <보노보 찬가> 함께읽기를 하려면 그의 프레임을 이해하기 위해서 또 다시 공부를  시작해야 하겠지만 오늘은 혼자읽은 <보노보 찬가>를 흥얼거리며 이렇게 잠깐 쉬는 즐거움을 풀어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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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아프시군요..
2010.11.30 21:22:14 *.199.18.180

샘..
이번주도 '신선하게..신선하게'... 또 읽으셨군요..
프레임에 갇히지 않기를.. 늘 행하시는것같아 .. 제게도 자극이 지속적으로^^ 오는 가을 밤입니다.

연구원 커뮤니티의 어느분은 올해 일년의 보람중에 ..'당신도 아프다'..는 사실을 알게된 것이라
훔쳐본 기억이 납니다..
어쩔수 없는 일은 또 어쩔수 없는 일이지만요.. (주제넘을수 있슴을 불사하고 ..적습니다 ㅠㅠ)

'다모' 폐인들이 드라마 끝난지 수년이 지나도 이 위력땜시.. 아직도 활동한담서요..

...아프냐... 나도 아프다...  emoticon

환절기 감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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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1 08:52:45 *.67.223.154
곶감줄께 ....울지마
아님 곶감줄 때까지 울고 있던지.....animated/animate_emoticon (1).gif

한치앞이 보이지 않는 안개자욱한 아침입니다.
쓱싹 안경을 닦아보아도 여전히 막막한데요.
이런 아침엔 이불 뒤집어쓰고 호랑이 놀이하던 어린시절이 생각납니다.
오늘 하루도 재미있게 지내세요.  함께 아파줄 줄 아는 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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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해
2010.12.09 09:50:27 *.67.223.154
12월 7일자 경향신문에 전면 인터뷰 기사 나왔습니다.
이종탁이 만난 사람
대담집 <진보 집권플랜> 펴낸 서울대 조국 교수 라는 제목하에 잘생긴 얼굴사진이 나왔습니다.
그 얼굴 때문에 대학때 학생운동할때 빈측께나 받았답니다.
"어쩌겠습니까? 성형할 수도 없고... 그래서 기왕 이럴바엔 외모를 활용하자고 생각하게 됐죠.".
그 발상의 전환이  재미있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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