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선형
- 조회 수 2269
- 댓글 수 8
- 추천 수 0
몇 년 전에 나를 알던 사람이 지금의 나를 본다면 깜짝 놀랄지도 모른다. 평생 꾸준히 하는 운동이라곤 숨쉬기 운동밖에 없던 나를 기억하기 때문일 것이다. 좀 더 나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내가 이것저것 시도는 많이 했으나 그 어떤 운동도 한 달의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는 보다 구체적인 사실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특별히 아픈 곳은 없었지만 근력이 딸린다고 생각했던 나는 가끔 운동을 해야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곤 했다. 주로 새해를 맞이하거나 아니면 주변에서 운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을 보고 부러워할 때였을 것이다. 그러나 결코 운동은 며칠이상 나의 관심사에 올라온 적이 없었다. 큰맘 먹고 시도해본 몇 가지 운동-헬스, 요가, 배드민턴 등-들도 내가 운동신경이 없을 뿐만 아니라, 재미도 느끼지 못한다는 자명한 사실만을 확인시켜 주었을 뿐이었다.
그런 나에게 요즘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그 어떤 강제도 없이, 일주일에 꼬박 세 번을, 가끔은 다섯 번까지 열심히 운동을 하러 다니게 된 것이다. 나를 사로잡은 운동은 바로 수영이다.
스스로 신기한 것은 수영은 한 번도 나의 희망 목록에 오르지 않았던, 내가 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았던 운동이라는 점이다. 눈이 아주 나쁜 나는 수영장은커녕, 대중목욕탕도 가지 않는다. 공기가 답답한 것이 싫기도 하지만 왠지 내가 바보같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물론 여름에 워터파크에 놀러가서도 거의 안경을 벗지 않았다.
이러던 내가 수영을 배우기로 결심한 것은 일을 그만 둔 후 시간여유가 있어진 현실과 아주 간단한 생각이 결합된 결과였다.
결혼 후 수영을 시작한 신랑은 꾸준히 새벽수영을 한 끝에 어느새 상당한 수영솜씨를 자랑하게 되었다. 나라면 돈 받고도 하지 않을 한강횡단에 참가비를 내고 도전하는가하면 더 나이 들기 전에 바다수영도 도전해 보겠다나. 누런 황톳물을 헤치고 씩씩하게 한강을 건너오는 신랑이 약간 멋지게 보인 것도 사실이긴 했다.
어쨌든 몇 번의 여행에서 신랑의 나름 날렵한 모습을 접하게 되니, 왠지 나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조금씩 싹트게 되었던 것 같다. 거기다 아주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이유가 덧붙여졌다. 조금만 깊은 곳에는 절대 들어가지 않는 나와 달리, 뭘 몰라서 용감한 아이들은 아빠를 믿고 마구 따라다녔고 어쩌다 보니 나 혼자 떨어지게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 것이다. 이런, 이러다가 조만간 혼자 짐 지키는 신세가 되겠군, 그 순간 나의 머릿속을 스친 생각이었다. 이런 나의 생각에 신랑은 은근히 불을 질렀다. 결국 나는 작년 가족 여행에서 돌아오며 수영을 배우고야 말리라, 굳게 결심하였다. 신랑의 몇 번의 꼬임에도 갖가지 핑계를 대던 내가 스스로 수영강습에 등록한 것은 바로 그 이후였다.
예상대로 시작은 정말 난감했다. 어리버리 수영장에 들어간 나는 살짝 발끝을 수영장에 담근 채, 내가 왜 이 짓을 시작했던가, 첫날부터 후회하기 시작했고 이 생각은 몇 날, 몇 달이 지나도 전혀 바뀌지 않았다. 시작을 했으니 끝장을 보리라는, 재미와는 전혀 상관없는 생각과 오기가 그 당시 나를 온통 지배했다. 아마 지금 그만두면 내 인생에서 수영은 영영 인연이 없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를 멈추지 못하게 했던 것 같다. 어쨌든 재미라곤 전혀 느낄 수 없는 수영수업을 틈만 나면 빼먹으면서도 그럭저럭 몇 달을 다녔다.
함께 배우기 시작한 수강생들 중 절반 이상이 어느새 사라져가는 반면, 열심히 자유연습까지 참여한 몇몇 수강생들은 쭉쭉 저 멀리 헤엄쳐 나가는 등 기초반에서도 점차 실력차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도저도 아니던 나는 은근히 압박을 받았다. 그 즈음 정복할 수 없는 고지 같던 25미터 레인이 점차 짧아지기 시작했고, 새로 바뀐 강사도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말로 동작과 원리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신기한 일이었다.
그동안 아이들의 방학과 나의 여행 등 몇 번의 길고 짧은 중단이 있었다. 그래도 다시 시작하고, 또다시 시작하다 보니 시간이 흘렀다. 어느새 나는 평영을 익혔고 그 다음 순간 접영을 배우기 시작했다. 여전히 새로운 단계로 넘어갈 때마다 헤매고 강습을 한 다음날에는 온몸이 쑤시고 힘들지만 그래도 나의 수영실력은 날마다 나아지고 있다. 그래서 재미가 있다. 이제는 수영이 너무 재미있다는, 몇 달 전까지도 나도 절대 믿지 않았을 소리를 거리낌 없이 하고 있다.
얼마 전 도저히 되지 않는 접영웨이브에 대해 신랑에게 설명하고 조언을 듣다가 드디어 지상연습에 도전했다. 소파 스툴위에 엎드려 신랑의 지시대로 열심히 움직이는 내 모습은 얼마나 우스웠는지. 결국 심각하게 시작했던 나의 연습은, 아이들까지 합세해서 온통 우스꽝스러운 몸짓놀이로 변해버렸고 서로의 허부적대고 버둥거리는 모습을 보면서 배꼽을 잡고 깔깔대다 끝나 버렸다.
내년 가족 여행에서는 아마도 멋지게 수영장을 누비는 나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과 신랑과 같이, 저 멀리 깊은 바다로 신나게 탐험하러 떠나지 않을까.
머리가 하얀 할머니가 된 내가 때로는 신랑과 함께, 때로는 나 혼자서 우아하게 물살을 가르며 즐기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은 참으로 신나는 일이다.

목차를 잡기 전에 쓰던 글하고 좀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도 되구요.
이 글은 지난번 취미에 대한 칼럼의 2탄이구요.
원래 의도는
같은 줄 알았던 취미가 다른 것을 알게 된 것-영화감상-에 대한 느낌과,
전혀 공통점이 없을 줄 알았던 것-수영-에서 공통점을 찾게 된 것을 취미라는 소재로 써보려고 한 건데
다 쓰고 나니 그닥 처음 생각에 부합되진 못하는 것 같아요. ㅠㅠ
그닥 깨소금을 강조하려는 의도는 없었슴다 ^^;;
암튼 말씀하신대로 본문의 에피소드와 Tip을 연결시키며 나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감사~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