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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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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2월 28일 14시 54분 등록

생활이 바뀌기 전에는 웃을 일이 없었다. 그런데 박스로 만든 집이지만 내 집이 생기고 바닥에 헌 옷으로 만든 폭신한 잠자리가 생기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나는 입이 옆으로 쭉 찢어지며 미소 짖고 있었다. ~ 이것이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개팔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며 마음 것 즐기고 있었다. 저녁이 되자 아무것도 먹지 못 하는 나에게 그녀는 크림수프를 끓여 손으로 찍어 입에 넣어 주었다. 그녀의 손길이 부드러운 건지 크림수프가 부드러운 건지 모르지만, 그녀의 손끝을 핥으며 나는 뜨거운 눈물이 솟아 올랐다. 태어나 처음 받아 보는 관심사랑이었다. 세상에 이렇게 기막히게 맛있을 수가 있을까! 딱딱한 사료와는 비교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냉큼 받아 쩝쩝 먹기에는 너무나 염치가 없었다. 나는 해 준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곧 생각이 바뀌었다. “연습을 하면 완벽해질 수 있다.”라는 말이 있다. 잘 먹고 얼른 기운을 차려 나에게 무한정 베풀어주는 사랑에 완벽한 개로 보답을 하고 싶었다. 한 접시를 거뜬히 비우고 스르르 감기는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 하고 잠이 들었다.

 

문제는 모두가 잠든 밤에 일어났다. 생전 안 먹어보던 수프가 배에서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다.  동물병원에서 우리들의 집은 얽기 설기 쇠로 엮어 만든 창살이 전부였다. 발을 대고 걸어도 바닥에 누워도 딱딱하고 차가운 기운 뿐이었다. 그러나 오늘 이 상황에 쇠창살의 집에도 좋은 점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끙아와 쉬를 하면 밑으로 떨어지게 되어있는 구조였다. 아무리 둘러봐도 이 곳은 어디에도 내가 배변을 하면 버려질 곳이 없었다. 밤새 부글거리는 배를 참다 나는 그만 포근한 내 자리에 끙아를 하고 말았다. 아침이 되자 나는 온몸으로 똥 덩어리를 감싸 안고 시치미를 떼고 앉아 있었다. 아침에 일어난 아이들이 예쁘다고 나를 들여다 보다 소리를 쳤다. “엄마! 아이고 더러워. 오리오가 똥을 싸서 뭉개고 있어요.” 이쿠! 걸렸다, 이제 신문지 몽둥이 찜질 아니면 다시 지난 번 있던 곳으로 가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들었다. 왜냐하면 새 입주를 좋아하며 갔다가 다시 돌아와 풀이 죽어 돌아온 친구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주로 배변을 깔끔히 가리지 못 하는 친구가 되돌아 오는 경우가 최고 많았다. 그녀는 아이구, 배변판을 만들어 주는 것을 깜박 잊었네.” 하며 똥이 묻은 나를 덥석 안아 목욕탕으로 갔다. 나는 똥이 더럽지도 않나요? 묻기라도 하듯 그녀를 올려다 보았다. ‘아니, 안 더러워마치 알아 들은 듯 그녀는 장갑도 끼지 않은 손으로 내 몸 구석구석을 씻겨 주었다. 이 따스한 손길은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엄마 젖 냄새를 찾아 처음으로 엄마 가슴에 코를 묻었던 그 느낌 그대로였다.

 

그녀의 품에 안겨 나는 산책을 했다. 플로리다 특유의 밝은 태양빛과 야자수들이 나에게 인사를 하는 듯 했다. 내 마음은 오렌지 빛으로 물들어 갔다. ‘행복은 먼 곳에 있지 않았다. 내 곁에 있는 사람들과 자연에서 느낄 수 있었다. 가끔 씩 나의 다리 근육 강화를 위해 걸음마 연습을 했다. 세우면 쓰러지기 일수였지만, 나는 그녀와의 계속되는 삶에 장애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했다. 나는 그녀의 기쁨이 되고 싶었다. 그녀의 옆에서 같은 속도로 보조를 맞추며 걸어 산책을 하는 꿈을 꾸며 열심히 운동을 했다. 새들도 나무 위에서 지저귀며 나를 응원해주었고, 나무들도 살랑살랑 손을 흔들어 주었다. 불과 며칠 전만해도 삶의 환경에 대해 무기력하게 느끼고 죽음을 두려워하며 우울했었다. 그런데 요즘은 세상 만물이 나를 위해 응원해주는 것 같았다. 행복은 우리의 삶의 조건들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환경을 해석하는 방식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었다.

 

산책을 하며 많은 사람들과 인사를 했다. Hi~ 나에게 다가와 너무 귀엽다는 말을 했다. 믿기지 않았다. 분명 나는 못생기고 성격도 활발하지 않고 문제 있는 개였다. 간호사에게 수 없이 듣던 말이 나의 전부인줄 알았는데……. 귀엽다는 말에 내 궁둥이에 붙어 있던 꼬리가 조금씩 흔들렸다. 이 차오르는 자신감은 한 마디의 말과 그녀의 품에서 얻은 용기일까? 만나는 사람에 따라 나는 세상에 둘도 없는 귀여운 강아지도 되었고, 세상을 더 살 가치도 없는 밥 축내는 개가 되기도 했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 기본적인 믿음을 갖고 열린 마음으로 열정적으로 인사하며 지낼 수 있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친근하고 온기가 넘치는 따뜻한 지구별이 되지 않을까?

 

보름쯤 지나서였다. 큰 아이가 나를 안고 산책을 하다 나를 땅에 떨어뜨렸다. 깨갱 ~ 너무 아파 터지고만 나의 첫 마디였다. 나는 벙어리가 아니었다. 아이는 너무 놀라 엄마에게 뛰어가 소리쳤다. “엄마, 오리오가 말을 했어.” 진짜로 목에서 소리가 났단 말이야. 나의 작은 외침으로 집안은 경사 분위기였다. 계속 말을 해보라고 멍멍이렇게 해보라고 모두 나에게 붙어 말을 가르쳤다. 내가 있던 곳의 친구들은 바우와우이렇게 말을 하곤 했는데, ‘멍멍하라고 한다. 말문이 터지자 또 하나의 난관에 부딪쳤다. 들어 보지도 못한 새로운 언어를 배워 말을 해야만 했다. 그래! 언어는 듣기 연습이 먼저이다. 아이 둘이 나에게 전달하려는 메시지와 짧은 언어를 눈치로 외우기 시작했다. ‘앉아’ ‘이리와몇 가지 언어가 익혀지자 나는 이개 국어를 하는 세계 글로벌 대열에 낀 개개 된 것같이 우쭐했다. 역시 나는 소심한 성격이 문제였지 내 아이큐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끄으응~뿌듯한 하루였다.

 

온 집안 식구가 외출을 하고 돌아왔다. 나는 기다림에 지치고 외롭다가 그들의 발소리에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대문 앞에서 꼬리를 치고 있었다. 시간과 그녀의 노력이 나의 다리와 꼬리에 힘을 길러 주었나 보다. 나도 깜짝 놀랐다. 꼬리를 수직으로 올리고 비 오는 날 자동차 와이퍼가 작동하듯이 나의 꼬리는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가족들은 입을 벌리고 집안을 들어 오지 못 하고 있었다. “오 마이 갓그녀는 땅에서 보석이라도 찾아 낸 듯 믿기지 않은 얼굴로 나를 번쩍 안아 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내 고추에서 물총처럼 오줌이 발사되었다. 너무 기분이 좋은 나머지 그녀의 얼굴에 오줌 세례를 준 것이다. 잘 하려고 할 때마다 따르는 실수는 나를 급 난감하게 만들었다. 아이들은 그 모습에 대굴대굴 구르며 웃고, 그녀는 화장실로 뛰어가 얼굴을 씻기에 바빴다. 아마 그때 내 얼굴을 거울에 비추러 보았다면 두 뺨이 붉게 물들어 있었을 것이다. 너무나 부끄러웠기 때문에 말이다. 나는 모든 사건과 일들이 하루의 생활이 되어가며 그들의 가족으로 흡수되고 있었다. 나는 그 집의 막둥이 입양된 아들이었다.  나에게 소중한 그녀는 엄마가 되었고 코끼리 같이 퉁퉁하고 듬직한 큰 아이는 나의 큰 형으로 물개처럼 까맣고 뺀질뺀질한 작은 아이는 나의 작은 형으로 받아 들였다. 이제 나에게는 완벽한 가족이 생긴 셈이다. 아직 입에 배지 않은 낯 설은 단어를 연습해 보았다. 엄마, 큰 형, 작은 형……나는 꼬리가 달린 대리인간으로 세상을 다른 방식으로 살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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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28 15:55:41 *.93.45.60
오리오 그림에 초상권을 달라하며... '드뎌 우리집 개들이 나를 먹여살리는구나' 얼쑤하던 것이 생각났어요. 하하하.
개와 함께하는 행복한 삶이 계속되길 히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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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주
2010.12.28 17:33:48 *.42.252.67
하하하 그 말 정말이라니까요......
우리 집 개들이 나를 먹여 살려 저의 인터부에 이런 기사가 나갈거예요.
미스코리아가 되고 나면 미용실 원장님과 여차여차 눈물을 흘리며
고맙운 사람들을 줄줄이 이야기 하잖아요.
나는 흑흑흑 다 우리 집 개들 덕분입니다.
이 영광을 시껌댕이 방울이와 검버섯 왕자인 오리오에게 바칩니다.
나의 제 2의 인생의 꿈을 안겨다 준 다 니들 덕분이다.흑흑흑
이런 날이 오늘 눈이 오듯 왔으면 참 좋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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