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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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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2월 29일 12시 15분 등록

어라연따라 섭세로 가던 길

 

물소리만 조용하던 영월의 동강에 갑작스런 소란이 일었다. 건너편 절벽에서 물까마귀가 화들짝 놀라 허공으로 차오른다. 멀리 뜨지 못하고, 자리를 맴도는 것이 새끼를 가진 모양이다.

 

아이들 목소리도 가까워지고, 대학생들로 보이는 젊은 친구들의 함성소리도 계곡 절벽을 타고 울린다. 또 다른 팀은 무슨 회사의 신입사원들인가 보다. 저마다 헬멧을 쓰고, 구명조끼에 패들을 하나씩 걸쳐들고 구령에 맞춰 몸을 푼다. 문산나루에서 어라연을 따라 다시 두꺼비바위를 거쳐 섭세까지 이르는 길. 동강의 절경을 끼고 레프팅을 즐기려고 몰려든 사람들이다. 댐 문제가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세상이 있는지조차 몰랐던 곳이었다. 수자원공사가 물문제를 해결한다며, 이곳에 댐을 짓겠다고 하지만 않았어도, 아니 환경단체들의 반대로 연일 TV에 그 감춰졌던 비경들이 알려지지만 않았어도 이곳은 여전히 비밀스러운 곳이었을지도 모른다. 한번 들춰진 치맛자락을 어쩌겠는가.

 

강원도 산골짜기까지 굳이 용을 써가며, 험한 길을 달려오는 사람들이 늘면서, 재리에 밝은 이들이 서둘러 레프팅 회사를 차리고, 식당과 펜션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몰려드는 외지 손님들을 위해 시골인심 훈훈한 지자체는 도로를 내고, 구불구불 짐승의 발자국소리나 들릴법한 산길이 시커먼 아스팔트로 포장을 했다. 이제는 대형버스도 들어올 수 있게 되었다. 개발되지 않은 자연환경도 돈이 되는 세상이라는데. 뒤늦게 환경단체들이 주민들을 만나 보기도 했지만, 이미 마음들이 떴다. 혹시나 했던 보상금이면 이 가난을 벗고, 소박허니 도회지 생활을 해볼까 하던 궁리도 이젠 물 건너갔고, 얼마 되지도 않은 밭뙤기에 목숨 연연하느니 차라리 새로 생긴 식당 주방 일 수입이 낫다. 이미 품을 떠나보낸 자식들에게도 면목이 서는 일이다.

 

제법 준비운동이 끝난 모양이다. 저마다 8명씩 짝을 지으면, 가이드 겸 리더는 보트의 맨 뒷자리에 앉는다. 한 사람씩 차례차례 자리를 잡고 슬슬 출발에 앞서 몇 가지 동작들을 익힌다. 앞으로 젓기도 하고, 뒤로 젓는 간단한 동작들이지만 팀플레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쪽 줄에 앉은 사람들만 저으면 보트는 반대방향으로 회전을 한다. 동시에 반대쪽에 앉은 사람들이 거꾸로 저어주면 더 회전반경은 더 짧아진다. 기본적인 동작들이지만 급한 여울을 탈 때가 다르고, 여울의 위치가 왼쪽이냐 오른쪽이냐에 따라 그때그때 역할이 바뀐다. 리더와 팀원들이 모두 같은 방향을 보고 있으니 웬만큼 익숙해지면 굳이 일일이 리더가 지시하지 않더라도 호흡을 맞출 수 있다. 눈치 빠른 이들은 다음 상황에서 리더가 어떤 지시를 할지도 가늠하게 된다. 굳이 빨리 갈 이유도 없다. 주변 경치가 좋은 곳에서는 천천히 가도 되고, 맘이 내키면 보트를 한 번 뒤집기도 한다. 너나 할 것 없이 ‘물에 빠진 생쥐’꼴이 되고 만다.

 

세월이 흐르면 세상도 바뀌고, 사람들의 취미도 달라지나 보다. 똑같이 강에서 즐기는 놀이라지만 사람들은 더 이상 조정경기를 즐기지 않는다. 내가 중고등학교를 다니던 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조정경기는 직장 사내들의 멋진 취미 중 하나였다. 굳이 멀리 옥스퍼드와 캠브리지 대학의 이야기가 아니어도, 적당한 저수지를 찾던 동호인들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조정경기도 레프팅처럼 리더가 보트의 맨 뒤에 위치한다. 그렇지만 앞을 보는 리더와는 달리 4명 또는 8명도 되는 팀원들은 앞을 볼 필요가 없다. 오직 리더의 구령에 맞추어서 일사분란하게 밀고 뒤로 힘껏 젓혀 당기는 동작을 반복해야 한다. 정해진 목적지까지 단숨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팀원 하나하나의 개성보다는 획일적인 통일성이 중요하다. 누구하나라도 틀어지면 제 속도를 내지 못한다. 주변의 경치는 처음부터 사치다. 그럴 여유가 없다. 무엇보다 출발신호와 함께 경쟁하는 팀을 앞지르기 위해서는 스피드가 생명이다. 몸무게를 줄이기 위해 리더의 체중까지도 조절하기도 한다.

 

한 때는 직장 동료들끼리 팀웤을 다지기 위해 사회적으로 권하기도 했다지만, 이미 시들해진 조정경기는 더 이상 레프팅의 인기를 따라잡지 못한다. 저마다의 개성이 중요한 시절이라더니, 스포츠도 예외는 아닌 모양이다. 아니면 점점 더 다이나믹한 세상의 흐름을 즐기려는 욕심 때문일까. 사내들만 하는 경기가 아닌 남녀노소가 다 할 수 있는 놀이라서 그럴지도 모른다. 물까마귀 놀래킬 일만 아니라면, 나도 그 물길을 따라 젊은 후배들과 같이 레프팅을 즐겨보고 싶다. 혹시 또 모르지. 운이 좋으면 ‘리버와일드’에 나왔던 ‘메릴 스트립’ 같은 리더를 만나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 운명같은 사랑에 빠지게 될지도.

 

IP *.186.5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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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2010.12.30 02:32:32 *.129.207.200
래프팅은 아니지만, 롯데월드의 지하탐험보트가 생각납니다. 제가 경험한 래프팅은 지하탐험보트뿐입니다. 두번 타봤지요. 협곡의 자연스러운 물쌀을 생각하니, 무슨 재미로 탓는지 모르겠습니다. 생각해보니, 못해본게 많네요. 스키장도 안가보고, 야구장도 안가보고. 이렇게 살면 안되는데..


형 글 읽으면, 호흡이 틀어지면서, 아내 치맛자락을 들추고 싶어지네요.

*형도 에로시 한번 써보심이 어떠세요? 아내에게 읽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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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30 20:58:05 *.129.207.200
좋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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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철
2010.12.30 10:27:22 *.186.57.64
쑤욱- 넣었시유..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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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30 21:13:48 *.10.44.47
건아..
읽어주는 건 비추야.
에로..이거 30대 여성취향이랑은 완전 상극이라는 보고가 있다.
신빙성 있는지야 장담못하겠지만
적어도 나는 완전 별루거던.

로맨틱이랑 에로를 헛갈림 안되는 거다.
아라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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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철
2010.12.31 20:48:28 *.105.115.207
며칠이 지나고 다시 보았다...
이 글에서는 뜨거운 에너지가 느껴지지 않는다. 불씨도 약하고...
미적지근하다... 시간에 쫒겨... 차가운 눈을 맞고, 카페에 들어선 손님에게
미지근하지도 못한 뜨겁지도 못한... 그런 물을 내밀어서야.. 장사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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묙이네 굉
2011.01.01 14:40:47 *.10.44.47
아찌!
보고 싶은 곳에 집중하세요.
지금 보고 계신 거 그거 그거 말예요.
아찌 마음을 피해간 화살이 제 마음도 절묘하게 피해갑니다. 
일부러 안 맞추는 거 아니까 살짝 화가나요.
아찌. 묙이 그러는데요. 저 화나면 쪼꼼 무섭대요.
                                                                                         묙이속 굉 꼬물이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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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01 18:15:39 *.186.57.99
누...구..세....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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