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확
- 조회 수 2441
- 댓글 수 0
- 추천 수 0

부티크 호텔의 매력을 끌어들이다 2
‘정답은 없다? 그런데.. ’
집 꾸미는 일을 하는 나는 호텔을 통해 많은 영감을 얻는 편이다. 나는 호텔의 아름다운 실용성이 좋다. 부티크 호텔의 작지만 내공 있는 디자인과, 깔끔하게 정리된 공간과, 여백의 미에, 내 눈이 한결 정화되는 느낌이다. 특히 호텔의 객실, 복잡하지 않으면서, 감각적이면서, 개성 있으면서, 있을 건 다 있는, 침실 꾸밈 방식이 참 마음에 든다.
내 마음에 화~악 무찔러 들어왔던 호텔들을 떠올려 보면 디자인 요소가 많다거나, 색채 감각이 화려하다거나, 트렌디하기보다는 대부분 유행을 타지 않으면서, 차분한 빛을 발하는 데커레이션이 눈길을 끌면서, 오래도록 편안함이 여운으로 남는 곳이었다. 가구 배치가 탁월해서 실제 면적보다 훨씬 넓어 보이는 공간, 고급스런 질감의 원목 바닥과 오프 화이트와 베이지 컬러를 기본으로 뉴트럴 톤의 자연스러운 컬러로 포인트를 준 벽 마감, 단정하고 아름다운 가구, 오프 화이트 컬러의 침구가 깔린 푹신하고 깔끔한 침대, 테이블 위에 놓인 소박한 꽃 장식 등.. 디자이너의 안목과 감각이 엿보이는 공간 말이다.
불필요한 것은 배제하고, 비치된 물건 하나하나가 내가 좋아하고, 내게 꼭 필요한 것들로, 꼭 있어야 할 자리에 놓여 있어서, 깊은 잠을 잘 수 있게 안온한 분위기를 갖춘 호텔 룸은 내 침실 꾸밈의 이상형이다.
그래서 늘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호텔들의 장점만을 집 안으로 끌어오면 어떨까.
가구 - 침실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역시 침대다. 자주 구입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므로 3년, 5년, 10년 후에도 오래도록 쓸 수 있는 것으로, 침실을 최고로 좋아보이게 하는 것으로, 침실의 어떤 아이템과도 쉽게 어울릴만한 것으로 가지고 있으면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낼 거다.
이건 지극히 사적인 취향일 수 있지만 나는 침대야말로 클래식한 것부터 시작하라고 당부하고 싶다. 내가 말하는 클래식이란 호화스런 장식성이 강조된, 자칫 나이 들어 보일 수 있는 양식이 아니다. 유행에 좌우되지 않으면서 지속성을 가지는 것이다. 이름난 유럽의 부티크 호텔들을 보면 클래식에 현대적인 감각을 부여한 세미클래식 풍의 침대가 어떤 분위기와도 훌륭한 조화를 이루는 것을 알 수 있다. 누구에게나 권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 경험에 비추어 보더라도 클래식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가면 결국 비용 대비 최대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홈 드레싱이란 편집과 재구성의 작업이기도 하다. 무조건 새로 들이는 것보다 아이디어와 관리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침대가 부담스럽다거나 헤드나 프레임 부분이 낡아서 불필요하다고 생각된다면 과감히 없애는 것도 매력적인 침실 연출을 위한 첫걸음이 될 수 있다. 매트리스만 남긴 후(매트리스 하부만 새로 구입해서 투 매트로 사용), 침대 뒷벽을 포인트 벽지나 패브릭을 활용함으로써 벽면 전체가 헤드보드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기대거나 베게를 높일 때 사용하는 샴을 사용하거나 같은 사이즈의 일반 베게 4개를 구성하면 침대 헤드의 기능을 살리면서 침실 공간에도 훨씬 여유가 생긴다. 획일적인 분위기에서 벗어나 호텔 주문에 따라 제작하는 맞춤 침대를 기대해도 좋을 거다.
스프링 침대도 그렇고, 라텍스 소재도 그렇고, 요즘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천연소재 코코넛 팜까지, 침대를 사용하다 보면 매트리스의 한 부분이 꺼지거나 일정 부분 탄력이 약해지는 경우가 분명 발생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구입 후 3개월 정도는 한 달에 한번, 그 후에는 3개월에 한번씩 상하, 앞뒤로 돌려가면서 사용하고, 매트리스와 갈비 슬랫 역시 주기적으로 통풍을 시켜주는 것이 세균의 번식을 막는 최선의 방법이다.
침실 공간에 좀 여유가 있다면 나지막한 스툴형 베드벤치나 1인용 의자를 침실 한 켠에 두는 것도 꽤 쓸모있다. 아직 우리의 침실에선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호텔 객실에선 흔히 볼 수 있는 침대 발치에 놓이는 베드벤치는 원래 침대 위에 세팅돼 있던 쿠션이나 잠옷을 올려놓거나 실내화를 신는 간이 의자의 역할을 하는 아이템이다. 좁은 공간에서 멋스러운 화장대 의자로 겸할 수도 있고, 남다른 감각을 보여줄 수 있는 장식적인 효과도 크다. 팔걸이가 있는 베드 벤치라면 양 옆에 사탕모양 쿠션인 볼스터를 놓아 우아한 느낌을 살리는 것도 좋겠다.
패브릭 - 침실에서 패브릭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침대 면적만큼 펼쳐지는 침구류와 한쪽 벽면에 파노라마 같이 이어지는 커튼.. 침실에 쓰이는 패브릭의 컬러, 패턴, 촉감에 따라, 패브릭 세팅에 따라, 침실의 분위기가 확 달라지기 때문이다.
침구류와 커튼을 한 가지 천으로 통일하는 게 세련된 것이라고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다. 방 안의 모든 가구와 벽 마감, 방에 쓰이는 모든 천을 한 가지로 통일하는 것은 유럽식 인테리어의 기본이었다. 유럽의 특급 호텔에서는 전통과 고급스런 취향의 지존으로 굳건히 존재하고 있지만 요즘 이런 맞춤은 어딘지 모르게 촌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는 게 사실이다. 상상 외의 소재나 컬러를 믹스 앤 매치시켜 가며 자기 개성과 취향에 맞게 꾸미고, 기존의 가구를 재배치하고, 거기에 새로운 분위기의 패브릭 소품만 조화시켜도 얼마든지 침실 분위기를 바꿀 수가 있다.
내 몸에 직접 닿는 이불은 소재가 엄청나게 중요하다. 뭐니뭐니해도 촉감, 흡습성, 보온성 등 여러 면에서 면이 가장 이상적이다. 부티크 호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부드럽고 사각거리는, 오프 화이트 컬러의, 면 소재 침구 세트는 40수나 60수 원단으로 만든 것이다. 부드럽고 구김이 많은 60수 소재의 이불도 그런대로 괜찮지만 나는 이불을 끌어당길 때의 사각사각한 느낌이 살아있는, 살짝 도톰한 두께감이 느껴지는, 40수의 면사 이불이 더 좋다.
난 침구의 컬러나 패턴은 될 수 있으면 단순한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오프 화이트 컬러를 선호하지만 색이란 게 정말 개인의 취향이므로 굳이 제약을 두고 싶지는 않다. 다만 전체적으로 조화로운 가운데 쿠션이나 베드 러너, 블랭킷 등으로 액센트를 적절히 살려주면 좋을 듯하다.
개성있는 조연들이 침실을 아주 매혹적으로 만들어 준다. 은은한 불빛, 부드러운 촉감의 러그, 탁자 위에 놓인 작은 액자들, 감각적인 꽃 장식 등이 바로 그런 요소다. 그 중 가장 중요한 요소는 분위기 있는 조명이다.
조명 - 고개를 들어 침실 천장을 유심히 살펴보면 호텔방과 우리 집 침실의 가장 큰 차이점이 바로 조명일 거다. 요즘은 침실 천장의 형광등은 웬만하면 없애고 침실 전체를 호텔처럼 간접 조명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숙면이 주기능인 침실에 빛이 많아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래서 나는 2개 이상의 다른 빛을 매치한다. 침실 전체에는 균일하게 빛을 비추는 모던하고 슬림한 형태의 바리솔 조명을 이용하고, 코드나 체인을 이용해 다양한 연출을 할 수 있는 펜던트 조명을 천장에 매달아 주거나 침대 양 옆 벽면에 브래킷 조명을 설치해 간접 조명의 기능을 더해준다. 이렇게 하면 침실 전체가 간접적인 빛의 효과를 최대한 누리면서, 스탠드가 팔에 걸려 쓰러질 염려도 없고, 보던 책 몇 권과 알람시계, 물컵, 휴대폰 충전기 등을 손이 잘 닿는 사이드 테이블 위에 놓아 둘 수 있어 편리하다.
그림 - 아트 컬렉팅 문화가 발달한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인테리어 디자인에 있어서 그림이 주된 요소라고 한다. 그래서 외국이나 우리나라나 할 것 없이 호텔 객실에는 그림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나 보다.
침대 헤드 위쪽 벽면에 그림을 걸 때 가장 안정적인 구도는 침대 정 가운데 배치하는 것인데 썰렁한 느낌이 들지 않도록 공간에 맞는 커다란 그림 하나를 선택하거나 작은 그림의 경우 비슷한 사이즈로 서너 개를 함께 거는 것이 좋다. 침대 헤드 위에서 살짝 빗겨 걸거나 침대에 누웠을 때 보이는 마주 보이는 맞은 편 벽면에 그림을 거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호텔에서의 직접 체험을 통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은 항상 설레는 마음을 갖게 하지만, 주머니 사정 상, 그림의 떡인 유럽의 고급 호텔들도 나름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클릭품 하나로 해결할 수 있는 각 호텔의 홈 페이지, photo gallery 나 visual tour 코너에 있는 사진들을 계속 보다 보면 자신의 취향도 잘 파악할 수 있고, 안목과 감각이 부쩍 높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거다.
흔히 옷을 살 때도 경험하지만 보기에 예쁜 것과 입어서 예쁜 옷에는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자신의 공간에 어울리는 옷을 입히는 데 기본이 되는 것은 무엇보다 자신의 공간에 대한 정확한 이해라고 생각한다. 과연 내가 원하는 침실 분위기는 어떤 것인지, 기본 구조, 마감재, 가구 등이 설정되어 있다면 주어진 여건과 상황을 고려해 조화롭게 구성하는 것, 즉 이미 갖고 있는 아이템의 재발견과 재구성이 중요하다. 많은 이들이 고가의 소재에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완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공간을 꾸미는 데 실패하는 경우를 보았는데 이는 새롭게 제작하는 아이템만을 염두에 두기 때문이다. 있는 것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어떤 것을 더할 것인지,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가에 골몰하는 사람만이 자신만의 특별한 공간을 만들 수 있다.
독일의 대문호 괴테는 “자기 집에서 자신의 세계를 가지고 있는 사람보다 더 행복한 사람은 없다” 라는 말씀을 남기셨다. 그렇다. 사실 침실만큼 편안하고 철저히 개인화된 공간은 없다. 따라야 할 트렌드도 없고 지켜야 할 규칙도 없다. 다만 여러 부티크 호텔들로부터 몇 가지 공통점을 보았다. 기억해 두면 좋겠다.
나의 취향에 따라 자유롭고 개성 있게 꾸미면 된다.
누누이 말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잘 골라서 매치하는 것이 관건이다.
모든 것을 다 갖춘 것보다 있어야 할 것들만 있는 게 훨씬 더 매력적이다.
내가 호텔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 침실을 꾸미면서 얻은 작은 깨달음이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112 | 버텨야 할 때, 받아 들여야 할 때 [4] | 이은주 | 2011.01.02 | 2478 |
2111 | 아직 전하지 못한 편지 2 | 김연주 | 2011.01.02 | 2217 |
2110 | 섬진강 연가 [4] | 신진철 | 2011.01.02 | 2259 |
2109 |
단상(斷想) 41 - 당신의 이름을 노래하라 ![]() | 書元 | 2011.01.02 | 2166 |
2108 |
단상(斷想) 40 - 장궤(長跪) ![]() | 書元 | 2011.01.02 | 3336 |
2107 |
단상(斷想) 39 - 눈 ![]() | 書元 | 2011.01.02 | 2327 |
2106 | 응애 46 - 2011년 1월 1일 [2] | 범해 좌경숙 | 2011.01.01 | 2202 |
2105 |
[뮤직라이프 3호]거위의 꿈 - 창조적 부적응자들의 노래 ![]() | 자산 오병곤 | 2010.12.30 | 2519 |
2104 | <소설> 우리 동네 담배가게 아저씨 나폴레옹(3) [16] | 박상현 | 2010.12.30 | 2457 |
» |
부티크 호텔의 매력 2 - 정답은 없다? 그런데.. ![]() | 불확 | 2010.12.30 | 2441 |
2102 | 온라인 평판 | 김인건 | 2010.12.30 | 2146 |
2101 | [컬럼] 천국의 기적 [6] | 최우성 | 2010.12.29 | 2302 |
2100 | 라뽀(rapport) 37 - 기도빨 [1] [2] | 書元 | 2010.12.29 | 2308 |
2099 |
하계연수 단상38 - 원형(原形) ![]() | 書元 | 2010.12.29 | 2304 |
2098 |
하계연수 단상37 - 침잠(沈潛) ![]() | 書元 | 2010.12.29 | 2166 |
2097 | 어라연따라 섭세로 가던 길 [7] | 신진철 | 2010.12.29 | 2317 |
2096 | 대표꼭지글1-<통합적 시각을 갖는법 하나> | 박경숙 | 2010.12.28 | 2207 |
2095 | 칼럼. < 내 꿈은 내가 찾으면 안 돼요? > [1] | 김연주 | 2010.12.28 | 2424 |
2094 | 칼럼. 아직 전하지 못한 편지 | 김연주 | 2010.12.28 | 2231 |
2093 | [칼럼] 두번째 신혼여행 | 이선형 | 2010.12.28 | 209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