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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월 2일 14시 42분 등록
눈.JPG

회사 출근길 집을 나오다 보니 간밤 눈이 많이 왔는지 소복히 도로에 쌓여있다.

하얀 풍경에 가슴 설레기 보다는 먼저 고민이 앞섰다.

“이런 눈이 많이 쌓였네. 갈길도 그렇지만 어쩌나. 구두를 바꿔 신고 나와야 하나.”

구두를 살핀다. 긴 구두를 신을까. 아니면 그냥 갈까.

 

한심하다. 눈을 보고도 감상은 커녕 이런 생각이 먼저 들다니.

코흘리개 어린 시절에는 겨울철 눈만 오기를 바랬었었는데.

그러다 기다리던 함박눈이 오면 기와집 지붕에 올라가 눈송이를 뭉쳐 눈사람을 만들어, 동네 친구들과 시린 손을 호호 불며 눈싸움도 했었는데.

그런데 이제 그런 낭만은 커녕 어떤 구두를 신을까 고민을 하는 어른으로 훌쩍 커버렸으니.

 

조심조심 걸어 나간다. 정장 차림에 미끄러지면 끝장이다.

그런데 누굴까. 이새벽 앞서 길을 헤치고 눈을 치워준 분이.

뽀드득 발자국 밟아 나갈 때마다 감사의 멘트가 절로 나온다.

이렇게 출근길 수고해 주신 분이 없었다면 험한 눈을 헤치고 구두를 버려가며 걸어가야 했을텐데.

 

오늘 누군가 먼저 일어나 이른 한기를 맞으며 수고해 주는 그누군가가 있어

출근길 전철을 타는 사람도

자동차로 운전하는 사람도

조심스럽게 길을 재촉하는 사람도

새벽운동을 다녀온 이도

그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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