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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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나루 오일장
“섭섭아, 어서 일어나.”
“좋은 이름 놔두고 섭섭이가 뭐유, 섭섭이가.”
“이 년이 이 십 년 부른 이름을 갖고 트집이야.”
“분례라고 부르지 않으려면 부르지도 마유.”
“빨리 시집보내야지. 저 가시나 때문에 육성으로 말라 죽겄네.”
댓바람부터 엄니 때문에 기분을 잡쳤다. 스물 둘, 과년한 딸년한테 유쾌하지 않은 兒名을 예사로 붙인다. 일곱 자매의 막내로 태어난 내가 죄인이지. 아들 하나 보겠다고 굴비 엮듯이 자식들을 낳아놓고서 초가지붕에 비라도 새면 나한테 화풀이다. 그 놈의 섭섭이는 안 그래도 싫었는데, 선교사님 말씀을 들으니 진짜 이거는 아니다 싶다. 남녀는 똑 같이 한울님이 지으셔서 뭐라더라…그래 평등하단다. 아들 못 난 억울함을 자식이름 으로 삼는 건, 이건 아닌 거다. 엄니는 아침부터 마포나루에 행차할 채비를 하느라 부산하다. 십 리는 걸어야 하지만 마을 아주머니들과 함께 하는 모처럼의 행락길에 엄니의 콧구멍이 연신 벌렁댄다.
“아부지는요?”
“니 아부지 깨우지 마라. 점심 찬이나 챙겨 놓고 가란다.”
서둘러 나섰는데 마포나루 오일장은 이미 북새통이다. 길 양쪽으로 펼쳐진 좌판들 사이로 사람들의 행렬이 길게 이어졌다. 건어물과 건과실을 파는 건물상을 지나 오른쪽으로 틀자 잡화상이 나왔다. 형형색색의 노리개들이 주인을 기다리며 누워 있는데 모두 내 것인양 정겹다. 그 중에서 칠보로 장식한 면경이 눈에 들어왔다. 얼굴을 들이민다. 저고리의 땟국물에, 눈가에 걸친 눈곱이 걸리긴 하지만 참 곱다. 입술을 좌우로 찢어본다. 머리를 좌우로 돌려 땋은 머리 사이로 삐쭉 나온 머리카락을 주섬주섬 정리해 본다. 진작 눈치를 챈 엄니는 ‘우리집 살림’ 운운 하며 길을 재촉했다. 발은 걷는데 눈은 걸음을 떼지 못한다. 오전내 시장통을 유람하고 나니 배 거죽이 밥 달라고 난리다. 동네 아주머니들과 엄니가 마포나루가 내려다 보이는 양지 녘에 자리를 잡았다. 보따리를 풀어 보리밥을 담은 공기 두 개와 배추김치 종지를 꺼냈다. 엄니가 주머니에서 달걀 한 개를 꺼내 건네준다. “오늘 아침에 낳았어야.” 동네 아주머니들 못 보는 틈에 보리밥에 달걀을 깨 넣고 김치를 섞어 휘휘 비볐다.
“그 얘기 들었어요? 우리 마을에 서양 선교사가 숨어 들었다매.”
“어제 자시에 개똥이네 집에서 모였다며.”
“모여서 뭐 했다는데요?”
“하늘에 계신 한울님한테 절 하고 성경인가를 갖고 공부했다고 합디다.”
“몇 해 전에 그거 때문에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혔잖우.”
“썩을놈들. 괜히 들어와가지고 분란 나게 생겼네.”
잘 먹고 있었는데 이야기를 흘려 듣다가 속이 얹혀 버렸다. 개똥이네 집에 나도 있었다. 참석한 사람들 모두 묵언의 서약을 했건만.가슴이 세근반네근반, 얼굴이 화끈화끈하다.
“관아에도 흘러 들어갔다고 합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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