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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월 9일 18시 24분 등록

삼십대로 보이는 한 여자가 의자에 앉아서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당신이 내게 해준게 뭐야?”

속의 응어리가 터져 나오듯 카랑카랑한 목소리에 옆자리에 자리하고 있던 나는 당사자가 아님에도 움찔 가슴이 내려 앉았다. 이 멘트는 그여자 만큼은 아니지만 아주 가금씩 마눌님 에게서도 들어본 이야기가 아닌가.

“그건 당신만의 생각이지.”

언성이 계속 커지고 있었다. 아마도 모든 남자들이 그러하듯 그녀의 남편도 당연한 변명(?)을 주절 주절 내세우고 있으리라. 그러다보면 그녀는 남편의 생각을 받아 들이기 힘들 것이고 더욱 심한 언쟁이 계속 되리라. 나름의 소설을 쓰고 있는 가운데 예상대로 그녀는 속사포처럼 이야기를 쏟아 내었다.

“당신은 항상 그래. 어머님과 당신 누나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있잖아. 나에 대한 관심은 도대체 있는거니.”

이에대해 남편은 당연히 아니라고 할것이고 그녀는 그런 멘트를 도저히 못받아 들일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대중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시선에 아랑곳없이 감정의 격함에 따른 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어쩌나. 이럴 때 나는 어떻게 해야하나. 다른 자리로 옮겨야 되는지 아니면 시치미 뚝떼고 그 자리에 있어야 되는 것인지. 잠시후 그녀의 남편이 아이를 데리고 찾아왔다. 눈물을 훔치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는 남편의 시선.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쪽팔리게 얘가 왜이러나.’

‘내가 그렇게 잘못한 것도 아닌데 허참.’

‘내가 잘못했어. 그러니 그만 울어. 애가 보고 있잖아.’

뒤를 이어 쇼핑을 마지고 돌아온 마눌님과 함께 나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승호씨. 우리는 그래도 이날 이때까지 살아와도 저렇게 언성 높이며 싸운적은 없는 것 같아.”

그렇구나. 그런 토끼 같은 마눌님과 사는 것에 대해 하해와 같은 무한한 감사함이 밀려왔다. 근데 반면 곰같은 남편과 살아가고 있는 그녀는 어떤 마음으로 함께하고 있는 것일까?

 

사십대 중반이 넘었음에도 아직까지 풋풋해 보이는 아가씨의 외모를 간직한 그녀는 사뭇 남자들의 시선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그래서인지 우리쪽 사업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사뭇 걱정 되는 마음이 일어났다.

잘할수 있을까.

약하게만 보이는 외모로 버텨낼수 있을까.

그러는 가운데 두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첫 번째는 그녀의 전직이 현재 벌일려고 하는 업종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다른 파트에 종사 하였었다는 점이다. 더욱 걱정이 되었다. 달라도 너무 다른 업종에 있던 분이 우리쪽 일을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 너무 쉽게 생각하고 달려드는 것은 아닌지. 찾아오는 고객만을 상대하던 일에서 이제는 직접적으로 고객에게 다가가야 하고, 속된 말로 영업적인 사탕발림의 말도 해야 하는데 과연 저 가녀린 외모로 해나갈수 있을까.

 

이런 나의 염려와는 달리 시행착오 과정은 있었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잘 적응을 해나갔다. 카운슬러 및 고객 관리에 있어 특유의 친화적이고 부드러운 여성적인 색채가 의의로 장점으로 접목이 되어간 것이다.

사업장이 점점 안정되어 갔다.

출근 인원도 늘어만 갔다.

이를 통해 사람은 역시 외모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는 것이구나 라는걸 느낄즈음 뒤늦게 두 번째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그녀가 이혼녀 였다는 점이다.

이혼녀라?

대한민국의 전통적이고 가부장적인 환경에서 자란 남자의 한사람 이라서 그런지, 두 번째 사실은 그녀를 조금더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요인을 제공 하였다.

왜 이혼 했을까?

무엇 때문에 이혼 했을까?

아이들은 누가 키울까?

생각들이 꼬리를 물자 전자와는 또다른 모습으로 사업을 이끌고 가는 그녀가 투영 되었다.

'외모와는 달리 참 억척스럽네. 혼자 살아서 그런가.‘

‘그렇지. 혼자서 생계를 꾸려가고 아마도 자식들 공부 시킬려면 더 열심히 뛰어야 되겠지.’

 

동일한 피사체를 두고서도 두가지 이야기를 들었을 때 상대적으로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사람들의 공통적인 속성인가? 아니면 인간적인 나만의 속물적인 근성인가?

궁금하였다. 그녀의 생활이.

그래서 조심스럽게 내면의 상처를 드러내 보았다.

“사장님 혼자 사시는게 힘들지 않으세요?”

그녀는 웃는다. 이런 질문을 나말고도 많이 받아 보았던 모양이다. 나는 업무와는 상관없는 이런 쓸데없는 질문을 왜 하였을까. 그녀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일까? 아니면 원초적인 남자의 본능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동정심일까?

“어떻게 보실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혼을 했다는 점에 대해 전혀 개의치 않아요. 물론 자랑꺼리도 아니지만. 애들도 제가 키우고 있을 뿐더러 헤어졌다는 것에 후회도 하질 않습니다.”

떳떳하고 당당한 어조로 말하는 그녀 앞에 나는 괜히 얼굴이 빨개지고 작아져만 갔다. 그렇지.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시대에 뒤떨어지는 이런 질문을 하였을까. 괜한 자책을 하는중에 최근에 읽었던 신문 기사 하나가 떠올려 졌다.

 

‘우리나라 미혼 여성 41%는 결혼 뒤 이혼에 대비해 비자금을 준비할 의사가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결혼 정보회사 듀오가 20~30대 미혼남녀 9백여 명을 조사한 결과, 이혼은 절대 피해야 한다는 여성은 23%로 40%인 남성의 절반에 그쳤습니다. 반면 행복하지 않다면 이혼해야 한다는 답이 여성은 55%로 남성 43%보다 많았고, 자녀가 없으면 이혼해도 괜찮다는 답도 21%나 됐습니다. 결혼 후 혹시 모를 이혼에 대비해 준비하는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남성은 없다는 답이 35%로 가장 많았지만, 여성은 41.2%가 비자금이라고 답했고, 혼인신고 보류, 출산 보류가 뒤를 이었습니다.‘

 

어느날 이었다. 지방 출장을 마치고 서울역에 도착 하기전 마눌님에게 핸드폰 SMS를 넣었다.

“20시 45분 서울역 도착.“

당연히 문자를 보았거니 생각을 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아파트 현관문을 열었다.

“왔어유.“

나의 목소리를 들었음에도 그녀는 TV를 본다고 정신이 없다.

‘우이씨... 하기사 같이 맞벌이를 하는 입장에서 그쪽도 직장에서 쌓인게 많겠지.’

바다와 같은 이해심으로 너그러운 마음(?)을 품으며 코트를 벗고 안방으로 들어가니 마눌님 왈.

“배고프니까 통닭좀 사와요.”

이런 우이씨~ 갑자기 밑에서부터 열이 확 올라왔다.

“그래서 사전에 문자 보냈었잖아. 혹시나 필요한게 있는가 해서 시간까지 찍어 보내었는데.”

“못봤어.“

아무렇지도 않은 듯 대꾸하는 마눌님의 대답에 더욱 심통이 나서 한마디를 내뱉었다.

“전화기는 포옴으로 있냐. 그런 전화기를 무엇하러 들고 다니는지. 당신은 항상 꼭그래.“

......

그다음 상황은 예상대로였다. 과정이야 어찌 되었듯 결과론적으로 나는 KO 펀치를 맞고 깨깽할 수밖에 없었다.

 

무서운 세상. 변화된 세상. 곰같은 남편이 존재하기 힘든 세상.

아웅~

참고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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