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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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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월 10일 09시 25분 등록


3,3,3…, 3
은 나에게 공포의 숫자가 되어 버렸다. 방울이가 우리 집에 입양된지 꼭 3개월 만에 방울이는 나의 몸 크기의 3배나 커져 버렸다. 그러더니 급기야 나는 방울이에게 물려 목을 3바늘이나 꿰매는 일이 일어났다. 마취도 없이 생으로 꿰매는 아픔을 참고 있으면서도 방울이가 한 짓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았다. 내성적인 나에게 양말 한 짝을 물고 와 잡아당기기 놀이를 하자고 꼬리를 살랑살랑 쳤던 모습이 떠 올랐다. 소름이 확 끼쳤다. 자는 나의 콧털을 건드릴 때 짜증 섞인 으르릉 한 번이면 그녀는 이내 발랑 누워 배를 보이며 복종을 했었다. 캄캄한 밤 냄새로 나를 찾아와 놓고도 앞이 안 보여 내 몸에 발이 걸려 넘어지듯 쓰러져 슬쩍 내 몸에 살을 붙이고 자던 귀여운 방울이였다. 그러던 방울이가 오징어 다리 하나 때문에 나의 목을 물어 사정 없이 흔들어 버렸다. 어떤 것이 방울이의 본 모습인지 알 수가 없었다. 워낙 집안 내력이 불분명하고 보고 배운 것 없이 불쌍하게 굴러 다니며 자랐다고는 하지만 방울이는 개들이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덕목인 서열조차도 모르는 천방지축이었다.

 

병원에서 나와 나는 안정이 필요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어서 나도 엄마도 손쓸 길도 없었다. 정신없이 병원을 다녀온 엄마는 나와 방울이를 격리시켜 놓고 미지근하게 데운 우유를 주고 방을 나갔다. 마음을 안정시키고 몸의 긴장을 풀어 주는 것으로는 이만한 것이 없다. 그런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우유를 넘기는 것 조차도 힘이 들었다 목에 뻐근한 통증을 느끼며 아까의 장면이 다시 떠 올랐다. 세상에 나는 방울이 입에 물려 공중에 떠서 놀이공원에서만 보았던 바이킹을 타고 있었다. 좌우로 세차게 흔들려 속이 울렁이더니 이내 피를 흘리며 바닥에 내팽개쳐졌다. 엄마가 던져준 각자의 오징어 다리를 먹으려 가던 중에 일어난 일이었다. 식탐이 강한 방울이는 언제나 먹을 것은 침만 바르면 삼켰다. 속도가 빨랐으니 언제나 자기 몫을 다 먹고나서는 내 것을 탐했다. 그래서 저렇게 덩치가 좋아진 것인지 아니면 원래 유전적으로 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푸들이라는 자기 종에 어울리지 않는 큰 몸매를 갖게 되었다. 방울이는 푸들이라고 말하는 엄마의 말에 사람들은 잡종인 것 같은데…..’ 하며 고개를 갸우뚱 했다. 족보 있는 순종 혈통이 아님이 오늘 여실히 드러났다. 무언가 채워지지 않은 불만족스러운 것들을 먹는 것으로 해소하는가 싶어 마음이 짠~하다가도 괘씸하기도 해서 내 몸이 부르르 떨렸다. 시간이 지나면 목에 난 상처는 소독을 하며 치유되겠지만, 나의 가족이라고 생각한 방울이에게 받은 마음의 상처는 빨간 약을 발라도 나을 것 같지 않았다.

 

같이 오래 잘 살기 위해서는 서열과 인간과 살아가는데 필요한 규율과 훈련들이 개들에게는 필요하다. 인간들의 자녀인 아이들은 만 10세를 전후해서 모든 인성교육이 만들어 진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개들의 새끼인 강아지는 생후 3개월 이전에 성교육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적어도 양심이 있고 배려심이 있는 사람들은 강아지를 어미에게 떼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분양할 때에도 최소 3개월은 함께 살도록 지켜준다. 엄마의 젖을 먹으며 눈을 뜨기까지 2개월, 그리고 다른 한 달은 어미로부터 위험한 것과 아닌 것에 대한 대처 판단 능력이나 배변에 대한 훈련을 받기도 한다. 그런데 방울이는 인간의 이기주의적인 행동 때문에 상처 받은 피해자였다. 너무 어린 상태로 어미개와 헤어진 방울이는 혼자서 세상 살아가는 법을 눈치로 터득해야만 했던 것이다. 부모에게 배우는 가정교육이 이 세상 어느 교육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는 나였다. 지금도 늦지 않았고 나 역시 방울이의 살아가는 앞날을 위해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서열의 위치부터 확실히 해 놓아야 했다. 그날부터 나는 아주 위협적으로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내 밥 그릇 옆에 오는 걸 저지했다. 또한 엄마에게 항상 밥도 나부터 주고 그 다음 방울이를 주라고 부탁을 했다. 아무 때나 배를 바닥에 깔고 다리를 끌다시피 기는 자세를 바로 세웠다.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귀 담아 듣고 하라는 대로 하면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밥을 먹을 때 꼭꼭 씹어 음미하며 먹는 시간을 즐겨야 한다고 이야기 해 주었다. “방울아, 사람들은 하루에 세끼 식사에 수시로 입에 심심할 때 간식을 먹는다. 하지만 우리는 하루 두 끼 식사에 그것도 가족들이 바쁜 날이면 간식이 뭐야 하루에 한끼 밖에 못먹을 수도 있어라고 말하면서 먹는 즐거움과 감사함을 모르고 배만 채우는 행위는 이제 그만두라고 야단도 쳤다. 방울이는 알아 듣는건지 못알아 듣는건지 앉아서 오른쪽 뒷발로 배만 벅벅 긁고 있었다.

 

그날 이후 나는 고추를 달고 방울이의 시어머니 노릇을 했다. 가는 곳마다 따라다니며 잔소리를 퍼 부었다. 보란듯이 방에다 큰 일을 볼 자세로 허리를 새우처럼 구부리고 뒷다리를 오므려 엉덩이 쪽에 힘을 주는 자세를 취하면 거기가 니 배변판이야?” 하고 큰소리를 쳤다. “사람들이 무얼 먹을 때 있는 힘을 다해 마음이 얼음장인 사람도 녹일 만큼 슬프게 울어 얻어 먹는 것은 고양이들이나 하는 행동이야라고 알려 주었다. “방울아 너 그거 알아? 모든 동물에게는 운다는 표현을 쓰잖아. 그런데 우리 개들에게만 짖는다는 표현을 쓰지. 그것만으로도 자부심을 가져야 해. 다른 동물이나 벌레들이 목이나 몸에서 일정한 높낮이로 일정한 시간 징징대듯 하여 운다는 표현을 쓴 거지. 그러나 우리들은 꼭 필요할 때만 짧은 단음으로 할 말만 하지 멍멍이렇게.” 나의 잔소리는 강도가 점점 세져만 갔고 방울이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포크레인이 땅을 파듯 바닥을 훑고 다니던 방울이의 머리와 등은 직선상의 위치에 와 있었다. 밥을 먹는 가족들의 밥상에도 달려 들어 구걸하지 않았다. 가족들의 말을 잘 들으면 칭찬과 보상으로 간식이 주어지는 것도 알게 되었고 좋아라했다. 이제는 침대와 방이 아닌 베란다에 깔아 놓은 사각 기저귀에 쪼그리고 앉아 방울이는 대소변을 가렸다. 내가 봐도 이제 방울이는 더 이상 버림을 받지 않아도 될 만큼 자기 자리를 찾은 듯 했다. 방울이는 나의 끊임 없는 잔소리를 한번도 거부하지 않고 받아 들이며 자기 것으로 만들어 갔다. 이제 우리 둘은 더 없이 친해졌다. 방울이는 지금도 내 목의 꿰멘 흉터를 가끔씩 핥으며 사과를 한다. ”오빠, 다시는 그런 일은 없을 거야. 미안했어.” 방울이는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었다.

 

 

IP *.42.25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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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옥
2011.01.10 17:41:56 *.10.44.47
ㅋㅋㅋ
언니글을 읽으면
난 왜 자꾸 우리 아가야들이 떠오르죠?

아~! 그게 창훈이와 서영이가 나름의 서열을 익혀가는 과정이었구나..
창훈이의 마음은 이런 거였겠구나..이럼서 말이죠.  ^^

어느새 언니 글안에서 자기 자리를 찾게 만드는 것.
이게 언니 글의 매력인 것 같아요. 

이쯤되니 방울이의 입장도 살짝 궁금해지는걸요.
일방적인 오리오버전. 방울이 입장에선 억울한 부분도 많을 것 같은 생각이..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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