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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세 살 내손에 전해진 위암 검진 결과 통보서는 묘한 여운을 남기게 한다. 결과가 어떻게 나왔든 이제는 한해를 보낸다는 것이 결코 그냥 지나가는 것만은 아니라는 세월의 흔적을 나타내기에.
건강보험 공단에서 연말까지 위암 검진 대상이므로 내시경을 권유하는 우편물이 날아왔다.봉투를 뜯고 내용물을 확인하다 보니 예전 악몽(?) 같았던 기억이 스물수물 떠오른다.
어느해 처음으로 내시경 검사라는 것을 하였다.
주위 권유에도 불구하고 무어그리 고통스러울까 해서 일반 위 내시경을 신청 하였다.
그런데 세상에.
전날 음식을 먹지 않아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위세척을 위한 가루약을 먹자마자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뒤안길의 배설물들.
화장실 방문도 한두번이지 한계의 빈도수가 넘어가자 하늘이 노랄 뿐만 아니라 절로 살려달라는 소리가 입밖으로 나왔다.
덕택에 다음날 검진을 받으러 갈 때는 다리가 후달 거려서 제대로 검진을 받을지 의문이 들정도 였다.
중요한 것은 그게 다가 아니였다는 사실.
부분 마취를 하기위해 구강안에 주사를 놓고 무엇인가 삼키란다. 그러자 나의 속안으로 둘어오는 그무엇이 꿈틀거리며 나를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참으세요. 조금만 견디면 됩니다.”
사정 모르는 의사분은 이렇게 이야기를 하지만 나는 속으로 다음 말이 저절로 되뇌어 졌다.
“당신 같으면 이상황에서 참겠냐.”
침이 질질 흘러 나오는 가운데 쪽팔림은 둘째치고 끝나고난 다음에 심정은 죽다가 겨우 살아 났다는 느낌 하나였다.
그런 악몽이 있었기에 이번에는 처음부터 수면 내시경을 신청 하였다.
검사 전날 저녁 이후로 공복을 하고 정해진 아침 시간에 도착.
간호사는 침대에 누우라고 하더니 손목 혈관을 찾아 주사 바늘을 사정없이 꽂는다.
“따끔 거릴테니까 조금 참으세요.”
한참 동안이나 기다란 바늘이 나의 살속으로 무찔러 들어온다. 아이구 아파라.
수면 내시경이라고 쉽게 생각을 햇더니만 이것도 쉬운게 아니네.
그런데 이럴수가.
“혈액이 나오다가 멈췄네요. 잘못하면 마취 중간에 깰수가 있으니 혈관을 찾아 한번더 놓아야 겠어요.”
아이고. 오마니 소리와 함께 밖으로 나올려는 다음 말을 애써 참았다.
“아니, 한번에 놓을걸 왜 두 번에 걸쳐 주사를 놓으세요.”
촉촉한 나의 가녀린 눈망울 및 마음속으로의 하소연과는 상관없이, 눈물이 질끈 나올 정도의 주사 바늘이 다시 한번 나의 속으로 나의 마음 속으로 찔러 총을 외친다.
“아이고. 역시 사람은 건강한게 최고인거라.”
다음으로 링겔을 한채 자리를 다시 옮겨 이번엔 머리에 틀을 뒤집어 쓰고 의사를 기다리고 있노라니 무언가 팔목속으로 찬 기운이 물결치듯이 넘어왔다.
“약물이 이제 들어갑니다.”
내시경을 왜 내가 한다고 그랬지 라는 자책이 듬과 동시에 눈이 가물가물 해진다.
그리고 일어나 보니 처음 그 자리에 내가 다시 누워 있었다.
일주일뒤 조직검사 결과로 병원을 다시 들렸다.
아버지의 가계력으로 인해 좀더 정밀한 조직검사 신청을한 내역을 듣는 자리이다.
아무 이상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도 웬지 모르게 긴장이 되는 순간.
의사는 내시경 사진들을 보여준다.
위와 식도의 몇몇 상처의 흔적들.
내가 평소에 섭취한, 내가 살아온 패턴의, 내가 관리한 결과물이 고스란히 나타났다.
아직은 그렇게 심한편은 아니라지만 과거 흔적의 역사가 남아서 나에게 나타나는 것이다.
성인병 이라고 불리우던 것이 지금은 ‘생활 습관병’ 이라는 명칭으로 변경이 되었다.
이말은 현대의 모든 병들이 일차적으로는 개인의 잘못된 생활 습관 및 태도에서 근원이 파생 되었다는 뜻이다.
즉, 내가 어떻게 살아 왔느냐에 따른 결과는 전적으로 나의 책임이 크다는 의미이다.
세상의 모든 일이 그러하다.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내가 어떻게 보여져 왔느냐에 따라서, 나의 평소의 행실이 어떠했느냐에 따라서 나에게 돌아오는 피드백과 사람들의 반응이 달라진다.
“저녁에 상무님께서 술 한잔 하자고 하시니 먼저 저녁 먹어야 될 것 같아요.”
“(화가난 목소리로) 아니, 의사가 처방해준 위염 약을 먹으면서 술을 마신다고... 알아서 해요.”
조직생활의 위계에 충실한 대한민국의 소시민은 병원에 다녀온지 얼마 되지도 않은터이지만 오늘도 정신 못차리고 막걸리 집을 찾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