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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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나를 꽃피우게 하는 아이들
2001년 3월, 아직 꽃이 피기에는 쌀쌀한 이른 봄. 대학교를 갓 졸업하고 기간제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수업시간에 아이들을 집중하고 즐겁게 공부하게 할 수 있을까를 아무리 생각해도 경험밖에는 답이 없는 것을 알아가던 시절이다. 하루는 교감선생님께서 나를 부르고는 “김선생님 업무가 무엇인지 아세요?”라는 질문을 던지신다. 나는 속으로 ‘난 한문교사이니 한문을 가르치는 것이 업무 아닌가? 내가 온지 얼마 안 되어서 한문교사라는 것을 모르시나?’라는 생각이 든다. 이내 교감선생님은 대답을 선뜻 대답을 못하고 머뭇거리는 내게 네모난 표를 보여주신다. 표 속의 내 이름을 찾으시더니 한문이라는 교과목 밑에 적혀있는 ‘청소지도 및 관리’를 가리키시며 “김선생님 업무는 청소지도 및 관리입니다. 설령 수업을 제대로 못하더라도 선생님의 보직은 확실하게 해내셔야 합니다.” 라고 너무도 확고하게 힘을 실어 말해주신다. 한동안 교감선생님 말씀이 머리를 울려 멍한 채로 지냈다. 아직 교사의 일이란 자신의 교과를 가르치는 것이라는 것밖에는 모르던 시절, 큰 충격이었다. ‘왜 교감선생님은 나에게 수업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수업시간에 아이들의 반응은 어떤지 등 수업에 대해서는 물어보시지 않으실까?’ 라는 의문만 머릿속을 맴돌았다.
얼마 뒤 난 기간제교사를 그만두었고 한편으로 ‘내가 정식 교사가 아니라서 그런 것일까?’라는 생각에 공부를 했는데 다행이 임용고시에 합격을 했다. 그리고 난 신규교사로 첫발을 내딛을 수 있었다. 새로운 시작에‘과연 내가 누군가를 가르칠 자격이 있을까? 교사의 역할을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아이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었는데 “왜 학교는 10년 전에 내가 학생으로 다니던 학교나 지금 교사로 다니는 학교나 변한 것이 없을까? 왜 학교는 여전히 숨이 막히고 갑갑한 걸까?”라는 것이다. 그때부터 나는 우스갯소리처럼 아이들과 노는 것은 재미있는데 학교라는 공간이 싫다는 말을 하곤 했다. 그러면서 교사의 특권이라는 방학은 물론이고 학기 중에도 학교를 벗어나서 무엇을 할까에 열중했다. 내가 경험하고 싶은 것은 모두 해보겠다는 신념으로 ‘하고 싶다’라고 느낌이 오는 것이면 무엇이든 도전해보고 실천했다.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을 부끄러워했던 내가 춤을 배워 공연을 하고, 드럼을 치며 밴드활동을 하고, 달리기는 항상 꼴지에 몸치였던 내가 마라톤에 도전을 하고, 보드를 타며 스릴을 느끼고, 목욕탕의 물도 가슴까지 차오르면 숨이 막혀 두려워하던 내가 스킨스쿠버다이빙을 배우고, 손재주가 없다는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바느질을 배워 조각보를 만들고, 자유와 속도감을 느끼기 위해 인라인을 타며 여행을 하고, 나 홀로 배낭여행을 하며 낯선 사람들을 만나 다양한 세상을 경험했다.
이렇게 한참을 세상 밖으로 여행을 한 어느 날 문득 교사라는 직업이 나에게 어떤 의미이고 교사로서 나의 역할은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내 안으로의 여행이 필요함을 느꼈다. 1년이 넘게 모닝페이지를 쓰면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했다. 그 여정 속에서 내가 찾고 싶었던 답이 세상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존재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항상 부족하다고 못났다고 생각하던 내가 사실은 완전하고 아름다운 존재임을 알게 되었다. 내가 그러하듯 아이들도 완전하고 아름다운 존재라는 인식이 가슴으로 느껴졌다. 세상 밖으로 돌렸던 나의 시선을 학교 안으로 돌려보았다. 학교라는 공간이 지겹다고 했지만 그 공간에서 아이들과 함께 노는 시간동안 내 안의 창조적인 씨앗을 싹틔울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의 나를 꽃피우게 한 것은 10년 동안 내가 만난 아이들이었고 그 지겹다했던 학교에서 나는 성장할 수 있었다. 아이들도 나처럼 가슴에 자신만의 창조적인 씨앗을 품고 있으며 그것을 싹틔워 꽃이 피어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교사인 나의 역할이었다.
학교라는 공간속에서 만난 아이들은 모두 성공을 꿈꾸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그랬던 것처럼 어떻게 자신의 길로 나아갈 바를 모르고 있었다. 아이들이 꿈꾸는 성공이란 무엇일까? 성공은 하고 싶은데 지금 당장은 뭘 하고 싶은지 모르는 아이들도 있고, 어떤 아이들은 회사원, 사업, 공무원, 피아니스트, 경찰, 가수, 연기자, 요리사 등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많고 언제 어느 순간 그 구체적인 내용이 바뀔지 알 수가 없다. 아이들에게 성공이란 자신의 재능을 찾고 그것을 강점으로 발전시켜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것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성공하지 못할 것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나는 그러한 두려움은 불필요하다고 단언한다. 왜냐고? 아이들은 모두 성공의 씨앗을 품고 있으니까. 단지 아직 그 씨앗이 피울 꽃을 모르기에 궁금할 뿐이다. 그 씨앗이 꽃 피우기 위해 따스한 햇살, 물, 공기 그리고 적절한 자양분이 필요하다. 부모의 적절한 보살핌과 교사의 따스한 관심이 학창시절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자양분이다. 나는 아이들이 모두 품고 있는 그 씨앗을 재능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과제는 그 씨앗이 꽃을 피울 수 있도록 도와주어 재능이 강점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나는 성공으로 가는 길목의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 인생에서 성공이란 삶의 리더가 되는 것이다. 성공하는 인생을 살기위한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미국의 심리학자 하워드 가드너는 “리더십은 인간의 생각, 행동,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 본질적인 사고방식”이라고 정의했으며, “리더십이 누구든 상담한 노력을 기울이면 통달할 수 있는 주제이자 획득할 수 있는 역할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성공의 씨앗을 품고 있는 잠재적인 리더인 아이들에게 리더십 훈련이 이루어 져야한다. 아이들을 만나면서 삶의 리더가 되기 위한 몇 가지 덕목들이 존재함을 깨달았다. 적극성, 자존감, 유연성, 실천력, 이것을 모두 아우르는 열정까지. 그리고 여기에 창조성이 더해지면 그것이 바로 미래 인재의 조건이 된다. 당사자인 아이들은 물론이고 부모와 교사들 조차도 이 6가지 조건이 아이들에게 존재하지 않거나 있어도 부족하기 때문에 이러한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만난 아이들에게는 미래 인재의 조건 6가지가 모두 존재하고 있었다. 단지 그것을 어떻게 발현시켜야 할지를 모르고 있을 뿐이었다. 6가지의 능력이 없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자기안의 창조와 성공의 씨앗을 품고도 그 존재를 눈치 채지 못하는 것이 문제였다. 찰스 핸디는 “우리는 학생들 모두에게 ‘황금의 씨앗’을 주어야 한다.”고 했지만, 나는 아이들 모두가 황금의 씨앗을 품고 있다고 생각한다. 교사의 역할은 '관계 맺기'를 통해 아이들 내면에‘황금의 씨앗’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려주고, 씨앗이 싹이 터 황금빛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아닐까? 나를 꽃피우게 해준 우리의 아이들이 자신이 품고 있는 씨앗의 존재를 느끼고 어떻게 꽃피워 가는지를 이 책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과 만나 온지 10년, 나와 아이들은 '관계 맺기'를 통해 서로의 가슴에 품고 있는 ‘황금의 씨앗’에 영양분을 공급했다. 2011년 3월, 봄은 어김없이 찾아오고 꽃은 아름답게 피어날 것이다.

누군가를 앞에두고 글을 쓴다는 내게.. 자기도 그 무릎 앞에 앉고 싶다고..
지금이 그 때가 된 것 같다. 오전에 한 시간 내내 연주생각을 했다.
카페 앞 테이블에 마주 앉아 머물다간 연주에게..
누군가... 연주를 교사의 길로 이끈 사람이 있었다.
누굴까... 그것은 연주만이 알 일이다. 그녀의 마음 깊숙히 분명히 있다.
나는 그 사람이 궁금하다. 연주의 글 속에 그 사람이 나왔으면 싶다.
그 분은 부드러운 음성을 가진 분일 수도 있고, 따뜻한 손으로 연주의 손등을 덮어준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 분은 엄하거나 보수적이지도 편파적이지도 않은 분이었음이 틀림없다.
그 분은 분명히 온통 따뜻함으로 어린 연주의 가슴을 꽉 채웠을 것이다.
비록 본문이 아니고, 서문이든 후기가 되었던.. 나는 그 또는 그녀의 모습이 궁금하다.
연주가 그 분을 찾아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게 소개해줄 수 있다면.. 아니
지금의 연주를 만든 그 분을 세상에 그려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도움이 될만한 책을 한 권 남겨두고 간다.
피터 드러커의 자서전이다. 엘사와 소피에 관한 챕터가 오전 내내 연주를 생각케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