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칼럼

연구원들이

2011년 1월 20일 09시 12분 등록

응애 51 - 하얀 자전거

저만치 달아나고 있다. 새로 산 내 하얀 자전거가.... 나는 계단을 두 개씩 올라가며 쫓아갔지만...내가 그곳에 닿았을 때 자전거는 이미 멀리 달아나 이젠 눈으로 쫓아갈 수도 없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었다. 방금 여기 있던 하얀 자전거 누가 타고 갔는지, 보신 분이 계세요? 까만 머리 청년이라 했다. 키가 크고 흰 셔츠를 입고 있었고... 그를 안다고도 했는데 어딘가 내가 되찾으러 갈 수 없는 장소를 말해주었다. 막막했다.

왜 그랬을까? 왜 그랬을까?

왜 자물쇠를 채워놓지 않았을까? 내 손에는 하얀 열쇠가 남아 있었다. 손에 꼭 쥐고 있던 열쇠, 그러나 이젠 쓰일 데가 없다.

새로 자전거를 샀다. 그리고 신나게 달렸다. 가려는 곳이 학교 같기도 하고 무언가 세미나 하러 가는 길이기도 했다. 강물도 지나고 다리도 지나고 별로 막힘이 없이 쌩쌩 잘 달렸다.새로 나타난 길에서 자전거가 사람들로 막히기 시작했다. 비틀거리기도 하고 내려서기도 하면서 자전거 바퀴는 느릿느릿 해졌다. 누군가가 장애인 경주로 교통이 통제되기 때문이란다. 그러면서 경주는 무슨 경주를 한다고 난리인지 모르겠다고 투덜댄다. 한쪽 귀로 흘려 들으면서 조심해서 자전거를 밀고 갔다.. 비틀비틀 거리다가.... 드디어 눈에 익은 간판들이 나타났다. 체부동...무슨 연탄...구이.....이런 단어들이 보였다.

길 끝에 사람들이 웅성웅성 모여 있고 나는 자연스럽게 그 속으로 들어갔다. 자전거에서 내려 움직이는 사람들을 따라갔다. 조금 가다보니 계단이 있고 길 아래로 큰 공터가 보였다. 사람들이 자그마한 나무 묘목을 심고 있었다. 향나무 같기도 하고 주목 같기도 했다. 나도 함께 그곳에 쭈그리고 앉아 나무를 심었다. 그러다가 손가락이 찔리기도 했다. 갑자기 이럴 때가 아닌데.... 지금 내가 뭐하고 있는 거지? 그래서 옆사람에게 물어보았다. 어느 스님께서 사재를 내놓아 미래를 위해 나무를 심고 있는 것이라 했다. 그런데 그 광경이 너무나 어설펐다. 듬성듬성 몇 사람씩 둘러앉아 말없이 나무를 심고 있었다. 무슨 이념의 공유...이런 것이 없이 그냥 엎드리고 있는 것 같았다.

안되겠다. 내 갈 길을 가야겠다. 그래서 계단으로 되돌아 나왔다. 올라오는 길, 계단 중간에 비석처럼 생긴 시멘트 버팀 물이 있었는데 붙잡았더니 흔들거린다. 이런 경험 그때도 있었지...무언가 지지대를 붙잡았을 때 흔들거려 가슴 철렁하던 위태로운... 그리고 불안한 느낌들...그순간,  계단 한 중간에서 만난 스님과 보살에게 도와달라고 했다. 같이 가자고 ... 계단을 거의 다 올라 왔을 때 내 자전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어~ 내 자전거~ 어어~

내 오른손에 남은 흰색 꼭지가 달린 열쇠, 자동차 열쇠처럼 생긴 자전거 열쇠 하나!

이게 뭐야, 새 자전건데... 쒹쒹 달리던 기쁨이 너무 짧아 허무했고 내 손에 남아있는 열쇠가 너무 새것이어서 맥이 풀렸다. 펼쳐놓은 손바닥을 다시 쥘 수 없었다. 이제 어쩌지.....
두 눈에 남아 아른거리는 하얀 자전거! 내 손바닥에 남은 하얀 열쇠! 도대체 왜 자물쇠를 채우지 않은 거지? 왜일까? 자꾸 되돌아오는 후회들 ! 도대체 도대체 도대체....

꿈이 너무 생생해서 눈 비비며 일어나자마자 기록해 둔다. 이건 분석이  필요한 꿈이다.

IP *.67.223.154

프로필 이미지
꿈길이..
2011.01.21 16:15:19 *.164.24.241


사람안에 나 있는 모든 길은 .. 결국 영성으로 통하지 않나...합니다.

좋은 꿈을 꾸신것 같으니.. 구정 지나 새해에는 샘의 그림이 나날이더 명확해 지시기를..
프로필 이미지
바닥
2011.01.23 09:16:02 *.67.223.154
글쎄 그거이....
"자전거는 너에게 무엇이냐?" 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겠는데....
"쓸모가 없어진 열쇠가 너에게는 또 무엇이냐?"하는 질문이 따라오는 바람에
쬐끔 힘드는구만요.

"되돌아가서 나무를 심자! "가 정답일까요?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 응애 51 - 하얀 자전거 [2] 범해 좌경숙 2011.01.20 2857
2151 만경강 백리길 [15] 신진철 2011.01.18 2430
2150 응애 50 - 호랑이 프로젝트 철학 2 : 자발성과 창조성 [5] [2] 범해 좌경숙 2011.01.18 3041
2149 [호랑이]질문지-로드맵 -마케팅툴 [1] 한정화 2011.01.18 2643
2148 왜 개인마케팅이 필요한가? file [3] 김홍영 2011.01.18 2316
2147 [호랑이] 1인기업의 유형 - 하이에나 [1] crepio 2011.01.18 2235
2146 <프롤로그 - 나를 꽃피우게 하는 아이들> - 수정 [8] 김연주 2011.01.17 2301
2145 [프롤로그] 사랑, 시간의 중력에 도전하다 [15] 이선형 2011.01.17 2270
2144 프롤로그는 [금요일]까지 완성하겠습니다. [11] 최우성 2011.01.17 2385
2143 프롤로그--세상의 아름다움을 알도록 해 준 당신께 [11] 이은주 2011.01.17 3352
2142 현업에서 노력은, 다음업에서 드러난다. file [8] 맑은 김인건 2011.01.17 2377
2141 라뽀(rapport) 39 -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1] 書元 2011.01.16 2325
2140 단상(斷想) 43 - 재활용 쓰레기 file [1] 書元 2011.01.16 2822
2139 단상(斷想) 42 - 내시경 file [4] 書元 2011.01.16 4553
2138 <소설> 우리 동네 담배가게 아저씨 나폴레옹(5) [5] 박상현 2011.01.14 2488
2137 응애 49 - 내가 좋아하는 것 [4] [3] 범해 좌경숙 2011.01.14 2704
2136 물길을 가장 아름답게 하는 것, 물길 스스로다 신진철 2011.01.14 2362
2135 욕실 드레싱 1 - 오래된 습관 file [2] 불확 2011.01.13 2638
2134 [호랑이] 호랑이 프로젝트 history (0) [3] 한정화 2011.01.11 3411
2133 호랑이프로젝트-개인마케팅이란 file [2] 김홍영 2011.01.11 23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