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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월 23일 17시 40분 등록
피투가 아닌 기투.JPG


자신의 생을 건다는 것. 자신이 가야할 길을 인식하고 선택하여 그곳에 전존재를 건다는 것.

쌀쌀한 날씨지만 많은 하객들이 모였다.

오늘은 결혼식이 열리는날. 하지만 여느 결혼식과는 달랐다.

당사자들의 옷차림도 달랐을 뿐더러 평생을 함께할 신부의 모습은 보이질 않았다.

 

20대 후반의 젊은 그들은 치열하게 자신이 가야할 길을 고민 하였으리라.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은 어떤 길인가?

나는 왜 이길을 가고자 하는가?

나는 내가 가야할 곳의 방향성을 알고 있는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알수 있는가?

그길을 가기 위해서는 어떤 마음가짐과 노력이 필요한가?

중요한 사실은 누구도 내가 이길을 가기위한 부르심을 받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증명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다만 믿음으로써 스스로 뛰어든 그길을 지속하기 위해 날마다 성찰하며 노력하고 나아갈뿐.

 

개인의 이름이 호명될 때 당사자들은 이렇게 대답을 한다.

“네. 여기 있습니다.”

무엇이 있다는 말인가?

어느 누가 있다는 말인가?

무엇하며 있다는 말인가?

여기 있다는 것은 내가 위치하는 곳의 정체성과 내가 해야할 소명의 인식을 온몸으로 준비하며 무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어디에 서있고 무엇을 해야하며 어디로 가야하는지 그들은 알고 있다.

 

이윽고 부복을 하였다.

이순간 그들은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이제는 가족들과의 이별에 따른 슬픔을 삭이고 있을까. 아니면 새롭게 태어나는 삶에 대한 경이에 감사함을 드리고 있을까.

엎드린다는 것은 자신이 잘나서가 아닌 자신의 똑똑함을 증명하기 위해서가 아닌 오롯이 겸손함의 위치에서 자신의 삶을 받아들이며 그분께 바친다는 행위이다.

인간적인 시각에서 그들을 바라보노라면 어쩌면 이같은 선택은 풀기 힘든 명제로 다가온다.

부모님이 돌아 가셔서 가정을 책임져야 함에도

집안의 가계를 이을 장남 임에도

누구나 부러워하는 명문대를 졸업 했음에도

하나뿐인 여동생이 암투병 중임에도

그들의 하나 하나의 표정은 너무나 밝았다.

오늘처럼 기쁜 날이 없다고들 한다.

무엇때문일까?

무엇이 저들을 이 자리까지 초대 하였고 그분을 따르기 위해 속세의 자격과 신분을 뒤로하는 삶을 살길 원하게 만든 것일까.

무엇이 청빈, 정결, 순명 삶의 서약을 하게끔 만드는 것일까.

 

하루를 살아 간다는 것은 주어진 삶에서의 주체적인 행위를 요구한다.

깨어 있다는 것은 내가 세상의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써의 살아감을 인식 한다는 것이다.

어느 누가 무어라고 하든 그들은 나는 우리는 선택당함이 아닌 선택을 하는 삶을 살아 나간다.

그리고 그 길을 가는 여정에서 앞을 바라보며 걸어간다.

 

 

► 기투(企投)

1. 현재를 초월하여 미래에로 자기를 내던지는 실존의 존재 방식. 하이데거나 사르트르의 실존주의 기본 개념이다.

2. 던져진 삶과 반대로 자신이 선택해 세상에 던지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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