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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월 23일 18시 03분 등록
하루.jpg

바쁘다 보니 아침을 챙겨 먹지 않았었지만 마흔이 넘어가는 입장에서 은근히 건강에 신경이 쓰여진다. 거기다 새벽에 일어나 작업을 하려니 속은 무언가 채워주기를 원하고. 그래서 간단하게 빵을 먹기로 하였다.

 

가게를 들어섰다.

형형색색의 형상들이 자태를 뽐내며 각자의 향기로 나를 유혹한다.

어릴적 추억의 단팥빵부터 시작해서 소보로, 고로케, 케익 등등.

 

20대 중반의 나이에 빵집에서 아르바이트를 잠시 했던 적이 있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 하였지만 세상 모든 것이 쉬운게 없구나 라는걸 몸으로 체험 하였던 시간 이었다.

커다란 빨간 다라이에 밀가루를 넣고 반죽에서 젓는 것 까지 작업의 공정은 사람 하나 하나의 손길이 가야만 했다.

초보자에게 주어지는 메뉴의 시작은 고로케.

돈만 지불하면 바삭바삭 맛있게 나에게 전달되던 그것 이었지만 그냥 튀기면 되는게 아니었다.

기름을 넣고 온도와 시간을 가열하며 적당히 익었을 때 재빨리 꺼내는 손놀림까지.

타이밍이 중요 하였다.

그렇지 않으면 까맣게 그을려 타기 일쑤.

여지없이 선배들의 폭언이 쏟아졌다.

“이XX야. 눈X을 어디다 두고.”

그러면서 시범을 보여 주지만 그게 눈에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다.

가슴 졸이며 다시 반복 연습을 해보지만 결과는...

덕택에 매대에 전시되어 손님에게 선을 보여야할 고로케는 오늘 저녘 나의 일용할 양식으로 둔갑을 하였다.

그날 얼마나 질리게 먹었던가. 그래서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하고는 인생을 논하지 말라는 말이 나왔던 모양이다.

 

단순한 빵 하나지만 여기에는 당시의 아픔과 애환 및 땀이 베여 있다.

그래서인지 나는 웬만하면 고로케를 먹지 않는다.

그때의 절절함이 녹아 나오기에.

하나의 대상 뿐만 아니라 한사람 한사람에게도 이처럼 저마다의 사연이 베어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하루를 살아간다. 주어진 시간을 주무르고 반죽을 하면서 맛있는 위대한 탄생을 소망하며.

 

두가지 종류의 빵을 사들고 계산대로 향했다.

익숙한 패턴으로 지갑에서 신용카드를 꺼낸다. 더불어 묵혀 놓았던 통신회사 카드도.

계산 하시는 직원분이 이렇게 말했다.

“고객님. 440원 차감 되셨습니다.”

차감이라. 아싸~

이럴땐 무언가 마트에서 1+1 상품을 살 때 느끼는 것처럼 플러스의 덤을 받는 것 같다.

그리고 막판 떨이를 할 때 헐값에 원하는 상품을 구입했을 때처럼 무언가 뿌듯함을 느낀다. 아주 작은 금액이지만 돌아서는 발걸음도 덕택에 가볍다.

통신회사의 상술 이겠지만 느낌도 솔솔.

 

생각해 보면 사람은 본인의 노력 외에 덤으로 주어지는 인생을 살고 그것으로 기쁨들을 얻어 가는 것 같다.

어려운 환경 이었지만 어머님께서 힘들게 대학교를 보내주신 밑천으로 꿋꿋이 현재의 생활을 살아가고 있는 나자신.

상사의 지도와 배려로 직장생활을 잘해 나가고 있는 신입사원.

오늘 술 한잔하지 라고 권하는 동료 덕택에 스트레스를 날려 버리며 배불리 마시는 막걸리와 빈대떡 한입.

부장님 승진 축하 합니다 라는 멘트를 날려주는 동료분들.

때로는 도반으로 때로는 형제로 새벽에 만나서 격려를 해주는 분들.

그래서인가 허투루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왠지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에 미안함이 느껴지는 그런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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