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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월 31일 01시 24분 등록
사장의 일이란, 손님을 끄는 것이다. 사장이 손님을 데리고 오면, 직원들은 손님을 작업한다.손님이 없으면, 직원도 할 일이 없으며, 매출이 안오르면 사장도 짜증이 나며, 서로 불편한 분위기가 된다. 장사꾼은 필연적으로 손님이 많아야 한다.

손님을 부르는 방법은 여러가지다. 대표적인 방법은 ‘입지’다. 자리가 좋으면, 80%는 성공을 먹고 들어간다. 맛이 없어도, 입지가 좋으면 망하지 않는다. 맛이 있어도, 입지가 나쁘면 망한다. 구걸을 해도, 입지가 좋은데서 해야한다. 아쉽게도 좋은 입지에 들어갈려면, 가격이 만만치 않다. 특히 한국에는 ‘권리금’이라는 애매한 제도가 있다.

닭장사할때, 옆에 치킨집이 있었다. 건물주는 치킨집이 잘되자, 그들을 쫓아내고 본인들이 고기장사를 시작했다. 치킨집 사장님은 1억 가깝게 권리금을 지불하고 들어왔지만, 건물주가 나가라는 바람에 그 돈은 챙기지 못했다. 주변 상인들은 건물주를 욕했으며, 언젠가 본인 눈에서도 피눈물이 날것이라며, 분개했다. 이렇게 말하면서도, 자기 일이 아닌 것에 대해서는  다행스러워했다.  

권리금은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한다. 장사가 되는 곳은 권리금이 몇억이다. 이 돈을 공중에 뛰어놓고 장사를 하는 것이다. 보통 배포가 아니면, 그런 모험은 하기 힘들다. 평생 모은 돈, 혹은 퇴직금을 그렇게 뛰어놓고 장사할 사람은 없다. 좋은 입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돈도 있어야 하지만, 배포도 필요하다. 이 두가지를 겸비할려면, 많은 내공이 필요하다. 아무나 좋은 자리에서 장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두번째 손님을 끄는 방법은 사장이나, 매장, 혹은 사업 자체가 특별한 경우다. 특별하게 맛있다거나, 색다른 경험, 혹은 손님을 더할나위 없이 만족시켜준다면 승산이 있다. 정독 도서관 앞에는 작은 라면집이 있다. 초로의 여사장님이 또래 아주머니들과 조촐하게 운영하는 라면집이다.

백수시절 정독 도서관에서 소일했다. 당시 유일한 낙은 이 집에서 라면을 먹는 것이었다. 보통 라면이지만, 뚝배기에 자체 개발한 소스를 넣고, 보글보글 끓인다. 먹고난 후, 희망과 용기가 솟는다면 과장일까? 가격도 착하다. 입지가 불리한다데도 불구하고, 많은 유명인들이 싸인을 해주고 갔다. 강력한 콘텐츠가 있다면 손님들은 어떻게든 찾아오고, 매장을 살려주신다.

스티븐잡스도 이런 식으로 장사를 한다. 아이폰을 비롯한 그의 제품은 별도의 광고나 마켓팅이 없다. 제품 자체가 선전이다. 일례로 아이폰을 소유하고 있으면, 우주의 중력점을 소유한 듯한 느낌이든다. 제품을 소유함으로써 소비자는 강력한 존재가 된듯한, 기분을 느낀다. 그것도 아니면, 잡스 스스로가 카리스마가 있는 인물이기에, 그가 만든 제품을 가지면, 잡스처럼 독보적인 존재가 된듯한 착각이 생긴다.

아이폰은 예약판매를 한다. 애플의 신제품 발매일이 되면, 새해가 되는 세러모니처럼 새벽잠을 안자고 매장앞에서 죽친다. 장사를 해본 사람은 손님이 줄서서 물건을 사게끔 만드는 것이, 얼마나 천재적인 능력인지 안다.

나는 화장품 가게를 하면서, 손님을 끈다. 삐끼도 하고, 곰탈도 쓴다. 판촉물도 준다. 이런 노력은 안하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들어가는 노력에 비해 성과는 낮다. 가만히 생각하면, 나는 대학도 두개 졸업하고, 그래도 남들만큼 배웠다. 특히나, 마켓팅, 디자인등 관련 공부를 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손님을 끄는 방법이 ‘삐끼’와 ‘곰탈’밖에 없다는 사실에 좌절한다.  

더욱이 이제는 직원이 10명이다. 내가 직원일때도 그랬지만, 직원은 월급만 받고 회사 다니지 않는다. 그런 사람도 있지만, 적어도 나와 오래갈 사람이라면, 월급이 아니라 회사의 비전을 보는 것이다. 회사의 비전은 다른게 아니다. 사장의 능력이다.

‘아직까지 매장이 안정되지 않았기에, 내가 밖에 나가지 않는다. 내부 정비가 더 필요하다.’라고 이야기한다. 직원들은 그래도, 사장이 몸소 삐끼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 양반이 하기는 할 사람이다’라는 것은 믿는 것 같다.

밖에 나가서 영업도 하고, 큼직한 손님도 잡아와야 하는데, 나는 그런 경험이 없는 것이다. 영업이야말로 사업의 꽃이다. 영업을 할줄 안다면, 전쟁통에도 돈을 번다. 어쩌면 영업이야말로 삶, 그 자체인지도 모르겠다. 삶의 목적은 어떻게든, 내가 팔리는 것 아닌가? 산속에 들어가서 도를 닦아도, 팔려야 먹고 산다.

밑천이 뽀록 나기 전에 머리를 굴려야 한다. 사장의 일은, 손님으로 직원을 몰아붙이는 것이다.

길거리는 냉정하다. 로드 매장은 시퍼런 칼날 아래, 배를 내밀고 회떠지기를 기다린다. 생존하는 것이 진리이며, 매출이 인격이다.
IP *.111.20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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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주
2011.01.31 12:49:18 *.42.252.67
나는 경영을 해 본적이 한 번도 없어 그래서 나 같은 사람이 읽으며
나도 무언가 해 보면 될 것 같다는 '자신감'을 주는 문장이 많았으면 좋겠어.
인건이 글을 읽으면 이건 인건이 같은 사장만 할 수 있는 일이구나!  나는 뭘 해 먹고 살지?
하는 생각이 가끔은 들어. 당신도 할 수 있다. 힘내라 뭐 이런 유치 찬란한 문장도 나는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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