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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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의 인생을 지휘하고 싶은 아이 >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압락사스. - 「데미안 - 헤르만헤세」
안경 너머로 보이는 날카로운 눈매의 두호가 부반장이 되었다. 갓 중학교 1학년을 마친 아이치고 냉소적인 이미지라 과연 새 학기 학급임원으로 당선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의외로 많은 표를 얻었다. 1주일도 안 된 사이 내가 느낀 두호는 잘 웃지 않고 앉아서 주로 책 읽는 모습만 보여주어서 인기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못 했는데 예상을 빗나간 것이다. 아이들 사이에 내가 모르는 뭔가의 매력이 있는 모양이었다.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던 4월 어느 날, 아침 조회시간에 유난히 피곤해보여 무슨 일이 있냐고 물으니 등교하기 전에 수영을 다닌다고 했다. 4월부터 아침 6시에 수영장을 가서 1시간 동안 수영을 하고 다시 집에 가서 아침을 먹고 학교를 오는데 전날 늦게 잔 탓에 아침이 힘들다고 한다. 그런데 더욱 기특한 것은 3월부터 지켜본 녀석의 등교시간이 항상 나보다 일렀다. 아직 중학생밖에 안 되었는데 시간관리며 자기관리가 철저한 것이 ‘대단한 녀석! 나보다 낫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너 정말 대단하구나!”라는 나의 말에 두호는 “물론 엄마의 권유로 시작하긴 했지만 아침에 수영을 하면 하루를 활기차게 시작할 수 있어 기분이 좋다”며 웃는다. 알고 보니 이 녀석 웃는 모습이 참 매력적이다. 차가운 이미지가 순간 부드러운 미소의 훈남으로 변했다.
가정의 달 5월 어느 날 아침, 교실에 들어가 출석체크를 하는데 두호가 자리에 없었다. 아침마다 함께 등교하는 친구에게 물었더니 자신도 두호가 매일 만나는 집 앞 골목의 약속장소에 나타나지도 않고 연락도 되지 않아서 먼저 왔다고 했다. 아침 자습시간 내내 기다렸는데도 두호는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이상하다! 학교에 지각할 녀석이 아닌데….’교무실에 와서 두호네 집으로 전화를 했는데 받지 않아 어머니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했는데도 역시 연결되지 않았다. 한참 만에 두호 어머니의 전화로 연락이 왔다. 어머님은 오늘 두호가 많이 아파서 학교에 가지 못 하겠다고 하신다. 어디가 아프냐는 나의 말이 두호어머니는 잠시 망설이시다가 어제 밤 집안에서 사고가 있어서 치료를 받았다고 했다. 무슨 일이냐고 걱정이 되어 물으니 어머니는 망설이다가 간신히 작은 목소리로 두호가 아버지에게 많이 혼나서 오늘은 학교에 갈 수 없겠다고 내일 꼭 보내겠다고 죄송하다며 전화를 끊으셨다.
다음날 조회시간이 되어 교실로 들어가니 두호가 자리에 앉아있었다. ‘헉~ 이런! 깜짝이야’ 두호의 얼굴이 한 눈에도 집에서 큰 일이 있었음을 말해주었다. 눈 주변에 파랗게 선명한 멍자국이 있고 여기저기가 긁혀 울긋불긋했다. 조회시간이 끝나고 교무실로 두호를 불러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인하지 않고는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아버지에게 혼이 난 모양인데 내가 아는 두호가 저렇게 될 정도로 잘못을 할 것도 없거니와 아무리 자식이 잘못을 해서 부모의 권리로 훈육을 했다고 해도 저 정도로 상처가 남을 정도면 너무 과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물으면서도 뭔가 깊은 사연이 있겠다싶어 두호가 자세한 이야기를 해줄 것이라고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두호는 조금의 망설임 없이 아무렇지 않게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무능력하고 자기 주장이 강해 어머니를 힘들게 하는 아버지에 대한 분노가 가슴에 가득했다. 자신의 삶에 지친 아버지가 술을 드시면 어머니를 힘들게 하고 때로는 두호에게도 아버지가 보여주기엔 부끄러운 행동을 하시곤 했던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두호는 얼마 전부터 부모님이 따로 살고 계시다고 했다. 엊그제는 술을 드신 아버지가 집으로 와서 어머니를 이전과 마찬가지로 힘들게 하셨던 것이다. 이제 한창 사춘기인 중학교 2학년, 집에서 두호는 보호를 받는 어린 아이가 아니라 어머니를 보호해야할 남자였다. 더이상 어머니를 힘들게 하시는 아버지를 참지 못하고 맞서다가 버릇없이 행동한다고 심하게 맞은 것이다. 그날 두호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경찰서에 가서 아버지를 신고했다며 많은 경험을 한 내 인생 선배처럼 담담하게 말해주었다. 중학생 어린 아들이 법의 보호를 받고 싶다고 보호자인 아버지를 신고해야하는 상황과 그것을 지켜봐야 하는 어머니의 심정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
두호가 아버지를 미워하다가 세상을 증오하게 되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다. 다행히 두호는 착한 이웃사촌 덕분에 세상이 아직은 따스하고 희망이란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몸소 느끼고 있었다. 아버지가 간혹 이번처럼 집으로 찾아와 가족들을 힘들게 할 때 마다 아래층에 사는 부부가 항상 도와주고 있다고 그날도 아래층 아저씨 덕분에 자기가 이 정도였다며 정말 고마운 분들이라고 이야기하는 두호를 보니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주변에서 위급한 일이 생겨도 나몰라라하며 자기 일 외에 무관심한 분위기가 팽배한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이러한 이웃의 따뜻한 관심은 한 아이의 성장에 소중한 자양분이 될 것이다.
이런 저런 상황들을 다 이야기해준 두호는 “선생님, 저만 이렇게 힘들게 살까요? 세상을 사는 것이 지금처럼 힘들지만은 않겠죠?”라고 넋두리 같은 질문을 했다. 중학교 2학년 마냥 어린 제자에게서 그런 질문을 받다니 순간 당황스러웠다. 문득 한동안 잊고 있던 나의 시니컬했던 중학교 시절이 떠올랐다. 그날 나는 두호에게 편지를 썼다. 내가 중학교 시절 아버지를 얼마나 미워했고 어머니가 얼마나 불쌍했는지 그런 중학교 시절을 내가 어떻게 보냈으며 꽤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 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지 두호에게 이야기해주었다. 두호에게서 한동안 모른척했던 어린 시절 내 모습을 보았다. 두호가 그런 냉소적인 인상을 풍기며 공부를 하는 이유를 이제야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다. 아마도 그것이 지금의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두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을 것이다. 중학교시절 내가 집안 일을 잊기 위해 학교에 오는 것을 좋아했던 것처럼.
두호가 학년이 올라가면서 자주 만날 수 없다가 내가 우리학교 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청소년 모닝페이지반을 운영하면서 다시 두호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생겼는데 중학교 2학년 때 고고학자가 꿈이던 두호의 관심사는 1년 사이 더욱 다양해져 있었다. 클래식 음악감상, 피아노 연주, 와인, 등산, 미술 등. 특히 클래식 음악에 일가견이 있었다. 아이들은 두호에게 제발 가사 없는 지루한 음악 좀 듣지 말라고 늙은이 같다며 핀잔을 주지만 항상 진지하게 클래식음악사를 이야기를 한다. 작년에 두호가 추천하며 보내준 클래식음악을 가끔 듣는데 머리가 복잡할 때 기분전환 하기에 참 유용하다. 두호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가는 베토벤인데 그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기운이 난다며 나중에 커서 카라얀 같이 오케스트라 지휘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요즘엔 와인에 대한 관심이 생겨서 관련 서적을 읽고 있다며 어른이 되면 와인을 종류별로 마시고 느껴보고 싶다고 했다. 어찌 생각해보면 두호의 세상에 대한 다양한 관심이 내면의 아픔을 치유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리라.
사기열전을 읽으며 저자 사마천을 떠올리니 고고학자가 꿈이었던 아이 두호가 생각났다. 작곡가 베토벤을 좋아해서 카라얀같이 오케스트라를 지휘를 해보고 싶고 자신의 인생도 멋지게 지휘하고 싶다던 아이. 지금 고등학생이 된 두호는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두호야, 너 고고학자가 되겠다는 꿈은 여전하니?’라는 문자를 보내자마자 두호에게서 전화가 왔다. 고고학자가 되고 싶던 꿈이 바뀌었다며 이제는 진로가 확실해졌다고 했다. 두호는 대학진학은 미학과로 정했고 미술품 경매사가 되어 디스토피아(dystopia:역(逆)유토피아라고도 한다. 가공의 이상향, 즉 현실에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나라’를 묘사하는 유토피아와는 반대로, 가장 부정적인 암흑세계의 픽션을 그려냄으로써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문학작품 및 사상을 가리킨다.)에 대한 소설을 쓰고 싶다고 했다. ‘엇, 소설을 쓴다고?’그래, 맞다. 우리 두호는 예비작가였다. 어느 날 아침 출근을 하는데 중3이 된 두호가 교무실에 들어서는 나를 보자마자 달려와서는 선생님 컴퓨터에서 인터넷을 할 수 있냐고 물었다. 며칠 전 인터넷에 자신의 소설을 올렸는데 조회수가 200건이 넘었는데 계속 올라가고 있다고 가슴 벅차하며 은근히 자랑하는 모습이 귀엽다. 그리고는 자신이 올린 소설의 조회수를 보여주며 쑥스러운 듯 웃음짓는 얼굴에 뿌듯함이 묻어난다. 모닝페이지를 하면서 동시성을 경험을 하는 것인지 자신이 원하는 일이 하나씩 이루어지는 것 같다며 한껏 들떠서 이야기를 하는데 듣는 나까지도 행복해졌다. 두호는 너무 쑥스러워서 아직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당분간은 선생님만 알아달라고 당부를 하면서 교무실을 나섰다.
궁형을 얻었으나 자신의 상황을 극복하고 사기를 쓴 사마천. 청각을 잃었으나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자신의 한계를 극복한 베토벤. “무엇인가를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자신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을 찾아내면, 그것은 그에게 주어진 우연이 아니라 그 자신이, 그 자신의 욕구와 필요가 그를 거기로 인도한 것이다.”라는 <데미안>속 헤르만 헤세의 말처럼, 이들 모두는 꿈의 길로 자신을 인도하고 스스로 걸어간 사람들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품고 자신의 길을 찾아 나선 우리 두호를 생각나게 하는 인물들이다.
두호의 꿈에 대해 전화통화를 하다가 문득 두호 아버지가 궁금해졌다. ‘요즘 아버지랑은 어때?’ 두호는 너무나도 밝게 ‘환골탈태라고나 할까요. 사람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이렇게 사람이 변할 수도 있나 싶은데 너무 좋아졌어요. 이제는 같이 살아요.’라고 말하는데 ‘참 다행이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두호의 중학교 시절 아픈 기억들이 고등학교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들로 채워지기를 바래본다. 이제 막 자신의 인생을 지휘하기 시작한 두호의 최근 근황들에 마음이 놓인다.
<funfun한 연주샘의 창조노트>
1. 앞뒤 없는 야단보다는 칭찬과 격려를 서비스로 - 적절하고 구체적인 조언
아침 자습시간에 피곤에 지쳐 엎드려있는 아이들이 간혹 있다. 일단 무조건 야단을 치기보다는 어떤 이유에서 피곤한지를 파악해야 한다. 요즘 대부분의 아이들은 전날 늦게까지 게임을 하거나 늦게까지 학원을 다니느라 학교에서 오전시간에 비몽사몽 정신을 못 차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두호의 경우는 학원을 다니지 않는 아이이고, 아침에 수영을 다니기 시작해 적응하는 중인 것을 감안하여 반응을 해야 한다. 일단 먼저 아침 시간을 알차게 활용하여 운동하는 것을 칭찬과 격려를 해주고 잠자리에 일찍 들어 절대수면시간을 확보하여 시간관리와 건강관리를 동시에 잘 할 수 있도록 조언을 해주는 것이 좋다.
2. 말보다 진한 감동 - 선생님의 손편지 전하기
“선생님, 저만 이렇게 힘들게 살까요? 세상을 사는 것이 지금처럼 힘들지만은 않겠죠?”라는 내면의 상처가 있는 아이들의 말을 듣게 되면 무슨 이야기를 해주어야 할 지 몰라 당황하여 그 말을 듣는 당시에 적절한 이야기를 못 해주는 경우가 생긴다. 당시에 못 해준 이야기를 선생님의 마음을 담은 손편지를 전해주는 것이 좋다. 두호의 말을 듣고 나는 나름 이야기를 해주었으나 당시에 두호의 마음에 감정이입이 되어 해주고 싶은 말을 다 하지 못 했다. 편지에 나의 경험과 두호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적어서 주었다. 따뜻한 마음이 담긴 편지를 통해 자신의 상황을 이해하고 응원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든 상황을 헤쳐 나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 틀림없다.
3. 사춘기 스트레스 확 날려버리고, 깊어진 우정까지 덤으로 - 모닝페이지반 활동
두호는 냉소적인 듯 보이지만 사실 마음이 따뜻한 아이여서 마음을 나누는 친구들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선생님과 친구들에게도 쉽게 말할 수 없는 내면의 앙금이 남아있을 것이 틀림없었다. 그래서 내가 경험한 모닝페이지를 통해 두호의 내면에 존재할 분노나 슬픔을 풀어내어 밝고 희망찬 에너지가 가득찰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 두호에게 내가 직접 해본 효과를 이야기해주면서 모닝페이지반에서 활동해보자고 권했고 두호가 응해주어 6주간 모닝페이지반을 운영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모닝페이지를 쓰며 아티스트 데이트를 경험하게 하고 친구들과 1주일에 1번씩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속마음을 이야기하며 친구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시간을 갖도록 했다. 아침에 쓰는 모닝페이지를 통해 자기에게 쌓여있는 의식과 무의식의 앙금들을 쏟아낼 수 있어 후련해했고, 친구들에게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 보이고 친구들의 속마음을 들으면서 공부를 잘하건 못 하건 잘살건 못 살건 할 것 없이 모두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며 살아가는 결국 같은 사람이라는 인간적인 동질감을 느끼는 시간을 가지며 우정을 더욱 깊이 쌓을 수 있었다.
4. 미래의 지휘자 - 꿈명함 만들기
모닝페이지반을 하면서 함께 하는 아티스트 데이트로 꿈명함을 만들었다. 자신의 미래의 꿈을 상상만이 아닌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명함의 앞뒷면에 들어갈 자신이 좋아하는 문구나 미래의 꿈을 적어본다. 그리고 준비된 디자인 중에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꿈이 실현되는 상황을 느끼면서 자신의 미래명함, 꿈명함을 만들어 본다. 다 만들어진 명함을 마치 내가 지금 그런 사람이 이미 된 것이라 상상하며 친구들과 선생님에게 명함을 나누어준다.
두호가 만들었던 명함 앞면에 지휘자 카라얀의 사진과 함께 ‘지금, 여기서 나의 인생을 지휘할 수 있는 자’라는 문구가 있고, 명함의 뒷면에는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의 문구와 Tag로 ‘클래식, 여행, 철학, 와인, 피아노, 등산, 미술, CEO, 스타크래프트, 스톡데일 패러독스’가 새겨져 있다. 꿈명함과 함께 두호의 꿈도 선명하게 새겨지고 있다.
<두호 어머님께>
안녕하세요, 어머님. 두호의 중학교 2학년 때 담임샘입니다.
두호가 집에서 아버지와 다툼이 있던 다음 날, 얼굴의 상처 때문에 학교에 못 가는 두호와 어머님의 심정을 전화상으로는 완전히 헤아리지 못하여 내심 두호가 학교에 늦게라도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다음날 두호 얼굴의 상처를 보고 제가 괜하게 출석관리에만 신경을 썼다는 것이 참으로 죄송했습니다.
두호가 어머님이 간호사로 열심히 일하시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을 볼 때마다 두호 같은 아들을 두신 어머님이 부럽기도 했답니다. 특히 두호는 동생들을 얼마나 끔찍하게 위하는 지 학교에서 제가 간식을 주어도 어쩔 때는 동생을 가져다준다며 남겨가거나 제가 동생 몫까지 챙겨주면 동생들이 좋아하겠다며 함박웃음을 지으며 고맙다고 교무실을 나서는데 그런 두호를 보며 그런 오빠를 둔 동생들이 부럽기도 했구요.^^ 어머님은 이래저래 듬직한 아드님을 두셨습니다. 두호가 그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에는 어머님의 애정과 관심이 큰 역할을 했겠지요.
두호가 음악과 미술 조예가 깊은 것도 수영을 다니고 운동을 하며 건강을 관리하는 것도 모두 어머님의 영향이 컷 던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릴 때 피아노를 교양으로 꼭 배우라고 권하시고, 관심 있는 책을 읽도록 환경을 만들어주시고, 중학생이 되면 공부에 방해된다며 많은 어머님들이 그만두게 하는 스포츠를 건강관리를 위해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배려해주신 것도 어머니라고 들었습니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직접 체험하고 나중에 그것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주시는 어머님 덕분에 두호가 어머님께서 권하는 것을 해보면 유익한 것이 많다는 말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앞으로 펼쳐질 두호의 미래에 더욱 많은 경험을 하게 될 것이고 그 속에서 성공도 하겠지만 실패의 경험도 할 수 있겠지요. 그 성공과 실패의 모든 경험이 두호가 자신의 인생을 지휘해 나가기 위해 조율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시고 많은 칭찬과 격려를 해주시리라 생각합니다.
이제 두호가 고등학교 2학년이 되는 군요. 지난해 고등학교에서 상위권 학생들만 들어갈 수 있다는 입시반에 들어갔다고 기뻐서 전화를 주었는데 여전히 열심히 최선을 다하고 있을 두호를 떠올려보니 뿌듯합니다. 어머님께 배웠을 시간관리와 건강관리 그리고 세상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통해 두호가 원하는 목표를 이루고 자신의 인생을 멋지게 지휘할 그날을 그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