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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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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2월 21일 05시 46분 등록
 

2.1.1 종결기-버림과 끝냄 : 어제를 버리기 전에 새로운 내일을 기다리지 마라


1. 모든 변환은 ‘끝냄’에서부터 시작한다.


“모든 시작은 결말을 내포한다. 모든 시작은 무언가를 끝내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 폴 발레리-


 모든 변화는 끝냄(종결)->중간(중립)지대->새로운 시작이라는 3단계를 거쳐 일어난다고 앞에서 말했다. 변화를 위해서는 이 세 개의 과정을 차례로 지나가야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새로운 시작’만이 변화를 가져올 것을 믿고, 현재의 상황을 유지한 채 새로운 시도만을 추구한다. 그러나 과거와의 단절없이 새로운 시작만을 추구한다면 진정한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이때 그는 아무리 시도해도 변하지 않는 자신을 보며, ‘왜 자신이 이렇게 변하지 않을까?’라고 답답해한다.


 대기업의 중역으로 20년 정도 직장을 다니다가 중년기에 직장을 퇴직하고 개인 사업을 시작한 한 남자를 알고 있다. 그는 야심차게 새로운 개인 사업을 시작했지만 그의 깊은 마음내부에서는 예전 대기업에 다닐 때의 사고방식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었다. 그는 개인 사업을 하는 기업가가 아니라 샐러리맨의 생각으로 자신의 사업을 운영했다. 제품 판매도 영업사원이 있던 전 직장에서 처럼 누군가가 해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자신이 애써 팔려고 노력하지 않고. 적당히 ‘언젠가 팔리겠지’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다. 당연히 물건은 팔리지 않고 먼지 쌓인 재고가 쌓인다. 그러나 그는 그 재고 처리 마저도 막연하게 누군가가 해줄 것이라 생각한다. 겉으로는 걱정을 하는 듯하지만 실상 그리 염려하지 않는다. 막연히 어찌될 것이라 믿어버린다. 대출금 이자를 낼 수가 없어 은행에서 독촉전화가 걸려오지만 그는 별로 달라지지 않는다. 부족한 자금도 다른 거래은행에서 쉽게 대출해 줄 것이라 믿는다. 몇 달 뒤 결국 그는 퇴직금전부와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하여 시작한 사업을 망치게 되었다.


 이런 부류의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왜 그는 그렇게 안일하게 사업을 했던 것일까? 변화는 했지만 변환을 하지 않았기에 발생한 결과이다. 그 남자는 대기업의 임원이던 오랜  인지방식을 기준으로, 자신의 사업을 운영하였기 때문에 일어난 당연한 결과이다. 퇴직한 이후는 예전방식이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그는 사업 시작과 동시에 알고 있었어야 했다. 이미 퇴직한 그에게 확실한 담보없이는 신용대출로 은행은 한푼도 그에게 빌려주지 않는다는 것, 장사를 대신해주는 영업사원 따위는 없다는 것을, 팔지 못하고 남은 재고물품은 자신이 처리 하지 않으면 그대로 자신에게 손실을 준다는 것을 미리 알고 시작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는 ‘변하지 않은 마음으로 변해 버린 직업을 유지’하려했다. 누구도 자신의 일을 대신해 주는 사람이 없음을 그가 알게 되었을 때 쯤, 이미 너무 큰 손해를 봐서 더 이상 재기할 방안도 없을 것이다. 결국 가게 문을 닫아야 한다.


 이런 식으로 사업실패를 한 전업자가 얼마나 많은가? 퇴직자가 가장 쉽게 시작하는 안전성이 비교적 높다는 외식사업 분야에서도 창업자의 많은 수가 1년 내에 문을 닫는다고 한다. 왜 그들은 그런 실패를 하게 될까? 과연 사업 경험부족 만이 그들 실패의 원인일까? ‘경험부족’이라는 총체적인 진단에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이 한 가지 있다. 그들이 ‘인지전환’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의도와 달리, 그들을 거의 비슷한 양상으로 몰락해 가게 만드는 이유는, ‘그들이 대기업을 퇴직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점을 나는 지적하고 싶다. ‘말도 안된다’고 부정하고 싶을지 모른다. 그들은 이미 퇴직한 것을 받아들였다고 반박하고 싶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들은 스스로 원해서 사직을 했던, 본의 아닌 정리퇴직을 당했던 간에 이미 그들에게 익숙해져 있던 오랜 직장인으로서의 방식이 마음속에 남아있다. 따라서 몸은 퇴직을 했지만, 비록 의식적으로 퇴직했음을 인식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무의식속에 남아있는 두터운 퇴적물들이 그가 수십년간 몸담아 생활하던 대기업의 일원이었던 마인드를 쉽게 버리지 못하게 하고 있다. 자신의 부서와 지위를 말하면 거래처는 늘 친절하게 대해 주었었고, 돈이 필요하면 거래 은행에서는 얼마든지 신용대출해가라고 했었었다. 업무에 조금의 어려움이 생기면 동료에게 부탁할 수도 있었고, 또 때로는 타 부서에서 자신의 일을 대신 처리해 주기도 했던 그런 기억들을 그는 완전히 버리지를 못하고 있었다. 아니 퇴직을 하는 순간 잊겠다고 다짐을 하지만 무의식에 남아있는 수 십년의 습관이 그의 사고를 익숙하던 예전 방식에 적응하려고 하는 것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런 현상을 아론 백 박사는 ‘자동적 사고’라고 불렀다. 이 ‘자동적 사고’ 때문에 퇴직한 남자는 아직도 예전의 상무 혹은 부장 직책을 달고서 개인 사업을 하고 있는 것이고, 그 이유 때문에 원치 않는 사업의 실패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많은 퇴직한 사업가가 1년 내에 망한다는 기사를 우리가 너무 종종 보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한번 더 강조하지만 그들이 실패하는 이유는, 이미 변화되어 버린 자신의 현재 상황을 심리적으로 받아들이는 변환과정을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심리적 변환을 위해서는 앞에서 말한 끝냄->중간지대->새로운 시작이라는 세 단계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그리고 그 중 가장 중요한 단계는 최초의 과정인 ‘끝냄, 버림, 종결의 단계’이다. 이 종결이 가장 먼저 행해져야만 된다.  어떠한 변화이든 ‘끝냄’을 먼저 해야 한다    

  



2. ‘종결단계’에서 버려야 하는 것들


어떠한 변화이든 ‘끝냄’을 먼저 해야 하고, 이 끝내는 단계인 종결기에서 ‘버림과 끝냄’을 잘한 사람이 사막과도 같은 ‘중립지대’를 쉬 지나 진정한 변화가 일어나는 ‘새로운 시작’단계로 부드럽게 진행해 갈 수 있다. 그렇다면 종결의 단계에서 버려야 할 것은 무엇인가? 종결기에서 우리는, 오래된 견해와 변하지 않는 진실이라고 믿고 있던 것들, 이미 습관화된 태도와 버릴 수 없는 가치 혹은 이미 굳어져버린 자아상 등을 놓아버려야 한다.

  우리가 포기해야 할 것이, 예전 직업에서 만들어진 인간관계 같은 실질적인 것은 아니다, 우리가 버리기 어려운 것은 예전 있던 그곳에서 우리가 집착했었던 꿈이나 희망, 두려움과 믿음 같은 심리적인 것이고 그것들을 버려야만 한다. 우리가 놓아야 할 것이 내적인 요소들이므로 변환을 원하는 사람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을 놓아버려야 하는가?’ 라는 질문을 하는 것으로부터 자신의 변환을 시작해야 한다. 대기업 임원이 아님을 이미 알고 있지만 그가 ‘무엇을 놓아버려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될 때 그의 무의식에 남아있던 많은 전 직장에서의 퇴적물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무엇을 놓아버릴지를 먼저 생각하지 않은 변화는 사막같은 ‘중간지대’에 오래 머물게 만든다. 종결 없는 변화는 진정한 변환을 일으키지 못한다고 나는 앞에서 말했다. 살을 빼려고 하는 사람은 무슨 운동을 할지부터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새로운 운동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자신의 몸을 그렇게 만들어 온 오래된 태도, 자신이 살아온 습관을 버리는 행위를 먼저 시도해야 한다. 밤마다 먹어대던 간식을 포기하는 일, 진하고 달콤한 코코아를 포기하는 일, 주말마다 누워서 지내던 소파의 안락함을 포기하는 일 등등 체중 감소를 원하는 그는, 자신이 포기해야 할 것을 먼저 생각해야만 한다. 그런 이후에 매일 할 운동의 양과 새 식단표를 편성하는 계획을 세우는 순서로 진행됨이 옳다. 물론 실행은 차후의 문제이다.  변화를 실제 일으키는 건 매일의 실천이지만 그건 나중에 설명하기로 하고, 여기서는 실행의 과정은 고려하지 않겠다, 여기서는 실행을 하기 전 심리적인 태도에 대한 설명이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변화를 원한다면 ‘버림’을 먼저 하라는 것이다. 먼저 버린다면 아무것으로나 채우지 않는다. 그 버린 것이 자신이 정말로 아끼던 소중한 것이라면 그 사람은 절대로 쓰레기로 그 공간을 채우지 않을 것이다. 


윌리엄 브리지스가 마흔살에 교수직을 그만두었을 때 그는 소위 중년의 전환이라고 하는 인생의 ‘틈’에서 방황하고 있었다고 자신의 저서<How to live: 갈림길에서 길을 묻다>에서 고백하고 있다. 나도 비슷한 경험을 하였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교수의 신분차이가 신라시대 골품제도와도 유사한 대한민국 현실에서, 나는 10년 이상 근무했던 65세 정년이 보장되는 정규 교수직을 42살 적지 않은 나이에 그만 두었다. 내가 원한 것은 깊은 연구였고 가르치는 것보다는 연구가 하고 싶어서 비정규직인 연구교수직으로 옮겼다. 그 이후 나도 윌리엄 브리지스처럼 극심한 전환기의 혼란을 체험했었다. 그리고 그 혼란은 생각보다 오래동안 진행되었고, 나는 원인을 모른 채 ‘무기력증’에 시달려야 했다. 프롤로그에서 이미 고백했듯 이 책을 쓴 이유는, 그 혼란기에서 겪은 ‘무기력의 치명성’을 사람들에게 경고하고 싶었고, 또한 내가 그곳을 빠져나올 수 있었던 방법들을 비슷한 증상을 지닌 사람들과 공유하기 원해서였다.  아마 내가 경험한 혼란과 고통은, 오랜 자신의 정체성을 버리고 새로운 자신을 만들어가야 하는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방식으로 경험하게 되는 방황일 것이다. 어쩌면 생각 보다 많은 사람들이 나와 유사한 혼란을 겪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나는 이 책을 쓰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나는 버리는 것을 먼저 하지 않은 채 새로운 시작을 하려고 했다. 윌리엄 브리지스와 내가 혼란을 경험한 것은 이전에 형성된 교수라는 직업적 정체성을 버리는 작업을 하지 못한 탓이다. 버리는 것을 쉽게 해 버렸더라면 나는 새로운 땅에서 새로운 작물을 키우는 농부로 행복한 변화를 했을 것이다. 따라서 내 ‘연구결과’는 훌륭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끝내지를 못했었다. 그건 내 살아온 날들을 부정하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과거를 버리지 않고도 새로운 것을 추구할 수 있다고 자만했었는지 모른다. 그 결과 아주 오래 동안 나는 어정쩡한 중립지대에서 교수도 연구원도 아닌 삶을 살아내야만 했다.


 새로운 일을 하려고 할 때, 사람들은 ‘시작’에만 집중하기 쉽다. 그러나 새로운 시작보다는 종결해야 할 것이 무언지를 먼저 알고 버리는 행위를 한 후에 새로운 선택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종결 없는 시작은 구호뿐일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매번 시작만 반복하는 것이다. 무엇을 종결할지 생각해야함을 먼저 기억하라. 퇴직하는 순간 전 직장에서의 직위와 기득권을 전부 잊어야 한다. 도곡동에서 미아리로 이사하는 순간 도곡의 기억은 다 지워야 한다.  

“이전의 것을 마치고 바로 새롭게 시작할 수 있으려면, 새로운 시작 전에 이전의 것을 마쳐야 한다.”고 윌리엄 브리지스도 역시 주장한다.

 잊지 말라. 모든 변화에는 ‘버림과 끝냄‘이 먼저이다. 새로운 것을 취하려고만 하지 말고 오래된 것을 놓아버리고 비워 낼 때, 그때 비로소 무엇으로 채울 수 있을지를 생각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시작을 너무 서두른다. 그리고 버리지 않고 시작하기를 욕심 부린다. 하지만 대부분의 중요한 시작은, 옥수수가 밤에 자라듯, 아이들이 자면서 키가 크듯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둠 속에서 시작되며 결국 시작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끝냄’ 이다.


 백범 김구를 가르친 고능선 선생이 백범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자주 해주었다고 한다.

 “ 得樹攀枝無足奇 懸崖撒手丈夫兒 (득수반지무족기 현애살수장부아 : 가지를 잡고 오르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되  벼랑에서 잡은 가지마저 놓을 수 있는 사람이 가히 장부로다”

 그리고 T. S. 엘리엇도 비슷한 통찰을 했던지 다음과 같은 말을 우리에게 남겨주었다.

“끝을 맺는 것은 시작하는 것과 같다.  끝나는 곳에서 우리는 시작한다.” 


IP *.250.13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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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
2011.02.21 19:35:39 *.30.254.21
사례에서, 대기업 퇴직 후 장사 실패의 이유를
심리적인 인지의 전환이 부족한 탓이라고
개념화 시킨 것...좋은데요..
눈에 잘 들어와요.

운동의 비유를 앞부분에 넣으면 개념 정립에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아래, 이렇게 바꾸면 어떨까 싶네요.

변경 전 : 어제를 버리기 전에 새로운 내일을 기다리지 마라

변경 후 : 어제를 버려야 새로운 내일이 온다.

변경 전 : 1. 모든 변환은 ‘끝냄’에서부터 시작한다.
변경 후 : 1. 모든 변환의 시작은 '끝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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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숙
2011.03.03 16:22:12 *.145.204.123
커멘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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