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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2월 27일 14시 52분 등록
서울역.JPG

기차가 서고 떠나고 이방인들이 밀려왔다 다시 빠져 나가는 이곳에 수없이 들어서지만 그때마다 새로움이 솟아나고 가슴이 메여 오는건 왜일까.

 

“승호야, 서울이란 동네는 코베어 가는 동네라고 하니 코 잘 잡고 내리거래이.”

“알았심데이. 걱정하지 마이소.”

드디어 서울 입성. 방황과 번민의 나락의 끝에 허덕일 무렵 대도시로의 엑서더스를 실행하던 가을의 어느 날이었다.

TV 드라마에서 보던 이곳의 풍경.

도착해서 익숙하지 않은 광장을 나와 내가 뱉은 한마디.

“참 사람 많데이.”

 

큰 덩치의 기차가 마지막 발길질의 여운을 재촉하며 서울의 한강 철교에 들어섰다. 좌측으로는 63빌딩이 아래로는 까마득한 한강의 너울이 사람의 마음을 묘하게 흥분 시킨다.

‘드디어 서울이구나. 열심히 살아야지.’

나만의 생각인지는 몰라도 서울 토박이 분들과는 달리 무언가 필즉생 각오 같은 것이 무의식의 나를 다시금 일으켜 세운다.

뒤처지지 말아야지. 약삭빠르게 살아야지.

예전 새마을호가 들어설 때는 정겨운 노래 하나가 승객들의 단잠을 깨웠었다.

경쾌한 멜로디와 함께 ‘종이 울리네 꽃이 피네. 서울의 노래. 웃는 그 얼굴……. “로 시작되는 패티김 누님의 서울의 찬가가 울려 퍼지노라면, 모두들 기지개를 펴고 선반위 묻어 두었던 어깨의 짐들을 다시금 내리기 시작 하였다.

괜한 중독성이 있는 이 노래를 듣노라면 왠지 모를 뭉클함이 밀려왔다.

아, 서울이구나 라는 느낌이 피부로 새록새록 솟아났다.

엑스터시의 뜨거움이 세포에 아로 새겨졌다.

 

그런 서울역이 KTX라는 고속열차 도입으로 인해 새로운 옷으로 갈아 입은 지도 몇 년이 지났다. 현대식으로 단장된 미끈한 건물이 단정한 요조숙녀의 향기로써 모던한 느낌을 전해주지만, 나에게는 아직도 예전의 그 서양식 건물과 투박한 느낌이 가슴 가득 고여 있다.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끊임없는 물결들.

호남선, 경부선으로 고향을 향해 일터를 향해 괴나리봇짐(?)을 메고 목적지를 향해 갔던 사람들.

몇시간여의 비둘기호와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그들은 이곳에 도착하여 앞으로의 꿈들을 기약 하였고 현실의 밥벌이를 향해 살았고 어제의 아픔과 회한을 그려 갔었다.

그런 사람들이 이제는 시간이 흘러 중년이 되고 노년이 되어간다.

 

서울역에 오늘도 출장 업무를 위해 티켓을 끊지만 그들과는 달리 나이를 먹지 않을 것 같은 피터팬 하나가, 처음 이곳에 입성 했을 때의 촌티 나고 어수룩한 모습 그대로 광장에 서있다.

나는 얼마만큼 성장을 했을까.

마음도 몸도.

 

스멀스멀 집으로 향하는 해님 그대는 알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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