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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린 바람이 분다.
무거운 눈이 내린다.
올해 겨울은 유난히도 춥다.
무어 그리 아프고 뒤틀린 심정이 있어 계절은 그렇게도 가기를 원치 않는 걸까.
어떤 이가 그리 자네의 목덜미를 움켜잡고 있기에 그다지도 주저하고 있는 걸까.
그래도 가겠지. 안쓰러운 아픔이 가고 시간이 가고 바람도 가겠지.
보이는 모습의 자네와 직접적인 자네가 다름을 어느 누구보다 아프게 겪고 있다.
아름답게 보이기만 한 자네지만 직접적인 닥침은 다르다.
배고픔, 서러움, 시련, 추위, 외로움, 고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단단해 보이기만 한 나무가 부러졌다.
그리고 세상이 넘어졌다.
진리는 하나인데 갈 곳은 하나인데 아직 나는 헤맸다.
점점이 박힌 하얀 눈송이가 나의 심정을 대변한다.
차가운 겨울 산에 먹이를 찾아 슬픈 눈망울을 두리번거리며 가녀린 가슴을 허허벌판에 드러내는 어린
노루 하나가 나를 쳐다본다.
그러다 그 목구멍 너머의 외마디 소리를 하늘 향해 억지로 밖으로 내어 놓는다.
무슨 소리일까.
현실은 잿빛 색깔인데 파란 하늘은 마냥 외면하기만 하다.
그것이 더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는 걸 그는 알까.
움켜잡은 가슴속 울음을 기어이 혼자 토해내고
애써 자위를 해본다. 애써 시늉을 해본다.
헤쳐 나가길, 견디어 나가길.
부러질지언정 넘어질지언정 다친 발목 부여잡고 다시 일어나길.
힘들게 일어나 절뚝거리며 걷는다.
갈 곳을 모르는데도 어깨의 흐느낌이 무던히 아프게 하지만 그래도 걷는다.
또다시 겨울이 찾아오기에.
그렇지 않으면 죽음이 찾아오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