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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한줄 쓰기가 이렇게 힘들구나.
새의 노래 한 소절을 듣기가 이렇게 어렵구나.
하나의 물꼬가 터지기 위해서는 이렇게 아리구나.
시작을 한다는 것. 시작의 연속성이 된다는 것. 연속성의 결실을 맺는다는 것. 찬란한 꽃으로 피어난다는 것. 결실의 열매를 맺는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오래 지속 한다는 것.
모든 것에는 숨겨진 아픔이 있는가 보다.
3년여 시간동안 너무 힘들어 날마다 눈물 한바가지를 흘렸다는 그녀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럼에도 자기 관리가 뛰어나서인지 혹은 자존심일지 그 눈물을 한 번도 활동하는 영업사원들 앞에서는 티를 내지 않았다는 분의 속마음은 어떠할까.
그 지독함에 갈채를 보내지만 당연히 뒤안길의 아픔이 남다르겠지.
그런 그녀가 올해 초 사업자 대상 성공 사례발표 현장에서 단상에 올라 예기치 않는 눈물을 쏟아 내었다. 무어가 그리 서러웠던지 북받쳐서 흘리는 눈물 속에 외로움과 남에게 보이기 싫은 고여 있던 속살의 샘물이 넘쳐흘렀다. 아마도 최근 가장 믿었던 사람의 배신에 따른 살을 도려내는 아픔이 있어서 더욱 그러 했으리라.
그녀의 사업 동기는 어찌 보면 우습기도 하다. 옷장사에다 보험 영업 등의 경험을 바탕으로 마음에 두었었던 동종 타사업계를 찾아가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보니 그것이 우리네 간판을 단곳 이었단다. 하나의 해프닝 일수 있지만 아마도 사람의 인연은 따로 있는가 보다.
나름의 경력이 있었지만 모든 사업이 그러하듯 무엇 하나 쉬운 게 없었다. 대중 앞에서의 교육의 부담감 속에 영업사원들의 미팅에다 동행, 관리며 손댈 곳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래서 지출 비용이 많음에도 외부강사를 비싼 돈을 주고 들여다 썼다.
되든 되지 않던 월마다 행사를 벌려 나갔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는 등 좌충우돌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몸으로 사업 이라는 것을 힘겹게 배워 나갔다.
궁금했다. 그녀의 사고와 사업체 운영 방식이. 그래서 어렵게 시간 양해를 구하고 약속된 장소에 나갔다. 그런데 무어 그리 바쁜지 그녀는 미팅중 임에도 불구하고 핸드폰을 귀에 대고 산다.
‘자기야. 지금 어디야. 그렇지. 활동 중이구나.’
‘오늘 어떻게 예정된 스케줄대로 움직이고 있는 거야.’
‘상담할 때 어려운 것 없었어.’
‘그랬었구나. 잘했어. 오늘 수고 많았어.’
‘제품 상담이 제대로 되질 않았다고. 한 번 더 점검해봐.”
‘내일은 누구를 만날 계획이야.’
영업사원들 한분 한분의 체크와 관리를 끊임없이 하는 그녀 덕분에 시켜놓은 녹차 라테는 어느새 식은 지 오래다. 시간을 내어 달라고 한 내가 미안할 정도니 아무래도 속전속결로 대화를 끝내야겠다.
증원 행사는 어떻게 운영 하시는지 궁금해요.
“행사 일자가 잡히면 저는 몇 주 전부터 철저하게 사전 준비를 해요. 한 사람 한 사람마다 역할 분담을 주고 무작정 아무나 데리고 오게 하게보다는 정말로 가망성이 있는 사람만 선별하게 유도 합니다. 그리고 과정이 끝나고 나면 자신이 가진 강점을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해주게 해요. 요리를 잘하는 사람은 요리로써, 상담을 잘하는 사람은 상담으로써, 마사지를 잘하는 사람은 마사지로써, 애기를 잘 돌보는 사람은 애기들과 놀아주기 등. 본인이 데리고 온 사람의 일차적 관리보다는 다른 고객들에 대한 배려의 중요성을 먼저 이야기 해주죠. 이런 방식이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시간이 지나다보니 정착이 되었어요. 종내는 더좋은 방식으로 받아들여졌고요.”
사업을 운영 하시면서 힘든 점이 있다면?
“초등학생과 중학생 아이가 있는데 아무래도 아이들 학업이며 세밀히 챙겨주지 못하는 것이 항상 마음에 걸리죠. 모임에 나가보면 여실히 느끼는 거지만 요새는 엄마가 보유하고 있는 정보력에 따라서 아이들 학원이며 인생 진로가 결정되기도 하거든요.”
품고 있는 꿈을 말씀해 주세요.
“저는 제방식의 전문 세일즈 조직을 육성하고 싶어요. 많은 인원이 아니더라도 소수 정예부대의 방식을.”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나와 그녀는 비슷한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외로움을 삭이면서도 표현을 하지 않는 점이며 한길로의 빠져듦과 자신만의 스타일을 강조하는 고집스러움. 그래서 다음과 같은 곁가지의 질문을 하여 보았다.
“다른 사업자 분들과 대화는 잘 나누시는지. 특별히 정보공유를 하시는 분이 있나요.”
나의 예상대로 이었다. 교류하는 분도 많지 않을 뿐더러 다른 곳을 보지 않고 오직 자신의 일에만 전력질주를 하고 있었다. 이런 스타일은 성취 지향적이기는 하나 한번 목표가 꺾이고 바라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자신에 대한 자책감과 함께 그 상실감이 오래갈 수 있다. 그렇기에 평소에 힘든 점이나 스트레스를 적절히 풀어주는 것이 중요한데 그녀는 어떤 방식으로 해소하고 있을까.
“늦게 퇴근을 하더라도 집에 들어가면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어요. 그런 아이들을 보면 없던 힘도 저절로 생겨나죠. 엄마로써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여기거나 힘이 빠지려고 할 때면 아이들에게 편지를 써요. 처음 이 사업을 시작할 때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을 했거든요. 자랑스러운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기로. 약해지는 마음을 스스로 추스르는 거죠.”
모든 직업을 가지고 있는 여성이 그러하듯 그녀도 자식들에 대한 시간 배려와 관심은 매번 안고 가야할 숙제인 것 같다. 육아, 가사, 직장과의 삼중주의 균형은 슈퍼우먼 이라고 해도 여간해서는 쉽지 않기에.
걱정이 되어졌다. 그런 그녀가 육체적이든 정신적이든 한번이라도 쓰러지기를 하면 남들보다 회복기간에 소요되는 시간이 배가될 것 같아서 이었다.
“사장님. 힘들거나 외로울 때 혹은 여백의 미가 느껴지실 때 저를 찾아오시면 술 한 잔 사드릴께요.”
그러면서 마지막 당부를 드렸다.
“우문이긴 하지만 영업 활동에 쏟으시는 노력을 조금씩 줄여 나가시면 안 될까요.”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기에 어느 정도 사업 안정이 되어 가지만, 더욱더 집중하지 않으면 허물어질 수도 있는데 오히려 노력을 줄이라니. 나의 이 같은 말이 무슨 의미인지 이해를 못하는 듯 작은 눈망울을 그녀는 더욱 크게 뜬다.
승용차로 바래다준다는 것을 부득불 고집을 부려 버스를 타러 정거장으로 나왔다.
입춘이 지났지만 꽃샘추위 탓인지 스산한 바람이 부는 가운데 이십 여분을 기다려도 버스는 오질 않는다.
태워준다고 할 때 마지 못하는 듯 탈걸 그랬나.
아니야, 곧 버스가 올 거야.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겨울이 지나고 고대하던 봄이 찾아오듯이 조금은 천천히 살아갔으면 좋겠다.
조금은 여유를 부렸으면 좋겠다. 일과를 마친 해의 뉘엿뉘엿 너그러움처럼 조급해 말고 팍팍하게 시간을 쪼개서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