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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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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14일 02시 38분 등록
 

 2.1.2 사막같은 중립지대를 지나는 법 :

- 중립지대의 혼란과 방황이 우리에게 남겨주는 것


1. 방향상실이 알게 해 주는 것은 진짜 인생의 목적지이다.


종결기 다음에 오는 변화의 두 번째 단계가 중간지대 혹은 중립지대이다. 윌리엄브리지스는 이때를 림보(limbo)상태라고 했다. 이 시기를 중립/중간지대 라고 부르는 것은 새로운 것과 오래된 것의 중간위치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뭔가 변한다는 것은 원래 있었던 것들을 새롭게 진전시키고, 그 결과를 유기체가 경험하는 일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때는 이전의 무엇인가는 놓아버리고, 새로운 무언가를 다시 잡게 되는 과정을 반드시 포함하여야 하는데 그 과정 중간쯤에 이전의 방식도, 그리고 새로운 방식도 통하지 않는 혼란스러운 ‘중간지대’가 있다. 이 상태를 혼란스럽다고 표현하는 것은 이전 방식은 통하지 않고, 그렇다고 새로운 방법이 출현한 상태도 아니므로 그 상태에 도달한 사람은 당황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혼란스러운 상태에 들어서면 우리는 삶이 마치  산산조각 파괴되어 전혀 재생의 가망이 없다고 느끼기 까지도 한다. 그리고 그 깨어진 인생을 복구하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 완벽한 무기력 상태를 체험하는 때이기도 하다. 이때에는 오래된 존재 방식에서 나오던 예전 방식과 생각들이 불쑥 불쑥 튀어나오지만 그것들로는 현재를 해결할 수가 없다. 그리고 뭔가 다른 방식으로 대응해야 하는데 아직 아무것도 새로운 것은 시작되지 않아 믿을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느낀다. 모든 것이 혼란 상태이다. 대혼란....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이 혼란 때문에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고 느껴지는 때도 바로 이 중간지대 이기도 하다. 역동의 기간이 될 수 있는 때이다. 변혁기는 반드시 혼란과 함께 진행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간지대에 머무는 시간이 혼란스러운 고통의 기간이기는 해도 전체 변화과정 중 가장 창조적인 시간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시기에 도달한 사람은 누구나 이유를 모르는 채 무기력에 시달려야 하므로 아주 힘든 기간이 되기도 한다.

 윌리엄브리지스는 실질적인 전환이 시작되기 전인, 텅 빈 상태인 이 중간지대에서는 인생이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게 되고, 이전의 기술과 방법이 먹히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 이유로 이 지점에 들어있는 사람은 자신의 힘으로 어찌 할 수 없는 심리적 혼란을 겪게 되고 나는 그 상태를 무기력이 지배하는 기간으로 정의했다. 림보상태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답답함과 낭패감 그리고 고통만을 느낄 뿐이다.


중간지대 이전에 버림과 끝내는 기간인 종결기를 거친다고 했다. 이 종결기에서 사람들은  대부분 방향 상실을 경험한다고도 말했다. 이때의 방향 상실은  마치 비행기를 타고 가다가 혼자서만 사막 한가운데 뚝 떨어지는 느낌 같은 막막한 감각의 상실을 느끼게 된다. 이 방향 상실에 따른 가장 심각한 희생물은 ‘미래에 대한 우리의 감각과 계획‘이라고 한다. 여기서는 아무 것도 계획할 수 없게 된다. 이런 상태에 대해 신화에서 많은 비유가 나온다. 영웅이 커다란 뱀이나 물고기에 잡아 먹혀 뱃속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묘사하고 되기도 한다. 성경속의 요나가 고래 뱃속에 머무는 시기와도 같다. 요나는 고래뱃속에서 튀어나온 후 소명을 거부하던 태도를 버리고 비로소 신이 제시한 길을 걷게 된다. 요나에게 그랫듯, 중립지대가 우리에게 남겨주는 것은 각자 자신의 길에 대한 확신일지 모른다. 어쩌면 영웅의 길이란 미궁 속으로 굽이 굽이 돌다가 결국은 성배를 찾아 떠나게 되는 여정인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미궁과도 같은 이 중립지대가 주는 예상치 못한 창조성을 우리는 중립지대의 유산으로 받게 될지 모른다. 그러나 그건 중립지대를 빠져 나오고 난후의 이야기이다. 중립지대는 빨리 빠져나오는 것이 좋다. 일생을 중립지대에 머물다가 새로운 시작을 하지 못한다면 그 인생은 결국 중립지대의 유산을 아무것도 받지 못하게 될 것이다.


 중립지대의 혼란은 공간뿐 아니라 시간에 대한 감각에도 영향을 미치므로 우리는 이 기간을 빠져나가 새로운 시작을 할 때 자신의 시간을 제대로 다룰 수 있는 나름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이 중립지대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기 전에 우리는 중립지대가 주는 허무의 시간을 제대로 다루어야 한다. 그리하면 이 중립지대에 머무는 동안 우리의 삶의 다음 단계를 위해 필요한 신호와 단서를 선물처럼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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