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칼럼

연구원들이

  • 書元
  • 조회 수 2832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11년 3월 27일 14시 20분 등록
새벽의 꿈.JPG

새로웠다.

무대 위에는 어린 시절 한 번씩 가졌음직한 우리의 꿈들이 하나씩 스크린을 통해 퍼포먼스로 재생되었다.

슈퍼맨의 꿈.

그러했다. 멋있는 배경 음악과 함께 주인공 크리스토퍼 리브가 하늘을 날을 때의 모습. 너무나 인상적 이었다. 덕분에 나도 빨간 담요를 두르고 옥상 위에서 심호흡을 하고 있었었지. 날고 싶었기에. 가만있어 보자. 이렇게 뛰어 내리면 되나. 혹시나 다치면…….

호랑이의 꿈.

꿈꾼다. 현실의 삶이 아주 작은 고양이의 삶이라도 침상에서 눈칫밥을 먹으며 새우잠을 자는 애틋한 삶이라도, 한번쯤은 크게 어흥 하며 사람들과 세상을 호령하는 호랑이의 기개로 살고 싶은 꿈을 꾼다.

이소룡의 꿈.

그러했다. 특유의 아뵤오 라는 날카로운 첫 키스의 짜릿함을 날리며 가냘픈 몸매에도 불구하고 자신보다 엄청난 덩치의 적들을 하나씩 쓰러뜨리는 그를 보며 나는 열광했다. 무언가 내면의 용틀임이 소리치는 것 같았다. 영화를 보고 나올 때면 나와 그는 하나가 되어 있었다. 허리를 펴고 어깨를 곧추 세우며 발동작도 그와 닮아 있었다. 서점과 운동용품점으로 향한 나는 한손에는 흑백 사진으로된 절권도 책과 다른 한손엔 쌍절권을 들고 나왔다. 그리고 어설프게 소리를 지르며 집에서 그것을 휘둘렀다. 와장창. 거울은 박살이 났다.

마이클 잭슨의 꿈.

또래의 모든 학생들이 열광 하였다. 학업과 보이지 않는 미래의 무너지는 꿈들에 묻혀있던 우리들에게 그는 한줄기 단비였다. 모자를 머리에 썼다 날렸다. 문 워크 춤을 추며 뒤로 가는 발걸음에 우리는 너나없이 열광을 하였다. 반짝이는 의상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모두가 무대위에 서는 꿈들을 꾸었다.

들라크루아 화가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의 꿈.

전쟁의 폐허 속에서 죽어가는 시신들을 밟고 약하다고 치부하던 가녀린 여인이 깃발을 들고 앞장섰다.

무슨 용기가 있어 저 여인은 남들이 모두 꺼려하며 두려워하는 선봉에 서는 것일까.

어떤 울분과 사유가 있어 저 여인은 대중을 이끄는 것일까.

신념일까. 용기일까. 무엇이 저 여인을 저토록 서슬 퍼런 잿빛 하늘을 헤치며 나서게 하는 것일까.

그것을 바라보고만 있는 나는 무얼 생각하고 있는 걸까.

 

꿈들을 함께 꾸었다. 한편의 공연을 통해 나도 어린 시절 꿈들을 애써 가슴속에서 찾아 헤매어 보았다.

그랬었지. 한때는 나도 그랬었지. 무언가 되고 싶다는 무언가 이루고 싶다는 무언가 될 것 같은 꿈들을 꾸었지.

어른들은 이렇게 물었다.

“너는 뭐가 되고 싶으냐.”

나는 이렇게 말했다.

“변호사요.”

하지만 얼마 후 나는 자각 하였다. 변호사는 공부를 잘해야 하는 것이라고. 그래서 포기 하였다.

다음 꿈은 택시 운전사 이었다.

암울하기 만한 현실의 굴레를 벗어나 차를 타고 어디든 가고 싶은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는 것이 못내 자유스러워 보였다. 하지만 스무 살이 된후 상황을 파악했다. 안구진탕 이라는 질병으로 인해 운전대를 잡기가 힘이 든다는 것을. 그래서 포기 하였다

그리고 신부가 되고 싶었다. 까만 옷을 입고 사람들에게 나의 손으로 성체를 나누어 주며 미사를 집전하는 꿈을 한동안 꾸었었다.

하지만 그 꿈도 지나갔다.

이제는 무얼 하지. 어떤 사람이 되어야지? 내가 되고 싶은 것은 뭐지?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뭐지? 내가 잘하는 것은 뭘까?

 

그런 꿈들은 이제 희석이 되고 무얼 하며 먹고살지 라는 남들과 맞추어 가는 지극히 평범한 나날의 일상으로 바뀌었다. 월급을 제때 꼬박꼬박 주는 직장에서 쫓겨나지 않기 위해 적당히 평행선을 그리며 가늘고 길게 살자는 모토아래 움직이는 한 마리의 모르모트가 되어갔다. 파블로프의 조건반사에서 움직이는 무엇처럼 당근을 기대하며 꾀부리지 않고 열심히 페달을 밟았다. 세치가 늘어가는 중년의 코앞에서 내가 꿈꿔 왔던 것이 이게 아닌데 라는 생각이 누구나 그러하듯 울컥 울컥 솟아 나왔지만 그것도 술 한 잔을 걸칠 때의 잠시뿐 이었다.

 

조직사회라는 틀 속에서 한동안 잊혔었다.

꿈은 무슨 꿈. 사치스런 생각 이었다.

살아가기에도 버티어 나가기에도 버거운 입장에서 일상의 노동을 해야 하고 희뿌연 미래를 향해 치달려야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새록새록 마음속 귀퉁이 솟아나는 봄볕의 자그마한 아지랑이가 있었다.

어느 틈에 그것은 잊혔던 슈퍼맨의, 호랑이의, 이소룡의, 마이클 잭슨의, 자유의 여신을 자극 하였다.

그들만큼은 아니었지만 내가 하고 싶은 내가 질주하고 싶은 부분을 남들 시선과는 상관없이

호기있게 개척하고 나가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새벽의 꿈을 날마다 꾼다.

좌절하고 아파하고 넘어지고 때론 생채기를 입고 울기도 하고 포기하고 싶기도 하지만 나는  줄기차게 나아간다. 나만의 꿈을 위해서.  

IP *.117.112.40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272 수양버들 춤추는 길에서 [7] 신진철 2011.04.01 2422
2271 [호랑이] 27일 모임 결과 공유 [2] crepio 2011.03.29 2067
2270 [호랑이 실험 8- 4월 실험계획] [1] 수희향 2011.03.28 2189
2269 라뽀(rapport) 45 - 가수 이소라 [1] [2] 書元 2011.03.27 2592
» 단상(斷想) 57 - 새벽의 꿈 file [3] 書元 2011.03.27 2832
2267 응애 62 - 에잍, 호랑이 철학 8 [6] [2] 범해 좌경숙 2011.03.24 2480
2266 [호랑이 실험 7- 먼별이는 표범이가 될 수 있을까요..?] [9] 수희향 2011.03.22 2020
2265 라뽀(rapport) 44 - 아래층 여자와 위층 남자 [1] [3] 書元 2011.03.19 3964
2264 단상(斷想) 56 - 그리고 그가 나이기를 원했기에 file 書元 2011.03.19 2518
2263 <소설> 우리 동네 담배가게 아저씨 나폴레옹(12) [2] 박상현 2011.03.19 2354
2262 응애 61 - 넥스트 마케팅 : 호랑이 철학 7 [1] 범해 좌경숙 2011.03.17 2161
2261 [호랑이] PM 공지 [13] crepio 2011.03.17 2084
2260 [호랑이 실험 6- 그런데 아직 부족해요..] [2] 수희향 2011.03.14 2114
2259 개가 살아가는 법 [4] 이은주 2011.03.14 2260
2258 칼럼-<중립지대 지나기 1> [1] 박경숙 2011.03.14 2117
2257 <소설> 우리 동네 담배가게 아저씨 나폴레옹(11) [8] 박상현 2011.03.14 2232
2256 응애 60 - 초식남녀는 정글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 호랑이 철학 6 [2] 범해 좌경숙 2011.03.14 2312
2255 라뽀(rapport) 43 - 초심(初心) [2] 書元 2011.03.13 2090
2254 단상(斷想) 55 - 소년의 마음 file [1] 書元 2011.03.13 2130
2253 응애 59 - 정체성에게 말걸기 : 호랑이 철학 5 [2] 범해 좌경숙 2011.03.12 21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