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칼럼

연구원들이

  • 김경인
  • 조회 수 5153
  • 댓글 수 12
  • 추천 수 0
2011년 4월 3일 21시 35분 등록

작은 프롤로그

2년간 연구원 활동을 하면서 어떤 방향, 어떤 관점, 어떤 테마의 칼럼을 쓸지 오랜 시간 고민했다. 고민의 결과 몇 가지 결론에 도달 했는데, 결론은 다음과 같다. 앞으로 2년간 매주 쓰게 될 100여 개의 칼럼은 나의 첫 번째 책의 초고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인바, 내가 현재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인 '개인의 변화와 성장'의 관점에서 다양한 테마들을 바라볼 것이다.

 

이렇게 거창한 결론을 하나 내고 나니 부담감이 어깨를 짓눌렀다. 그래서 부담감을 줄이고자 또 다른 결론을 하나 냈다. 부담감 가지지 말고 내 글을 쓸 것. 내 첫 번째 책의 첫 번째 독자는 바로 '나 자신'이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 잘 알지도 모르는 미사여구, 인용구로 떡 칠한 빛 좋은 개살구와 같은 글은 쓰지 않는다. 내가 몸소 체험한 것, 제대로 삶에 녹여낸 온전한 나의 것만을 글 속에 담도록 하겠다는 두 번째 결론을 내렸다.

 

세 번째 결론은 '실험정신'을 담은 글을 쓰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내 글을 읽게 될 타깃 고객과 글의 형식 그리고 주제에 대한 접근방식에 대한 다양한 변화를 실험해 보고자 한다. 다만 글의 양식은 다르다고 하더라도 글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는 '변화와 성장'이라는 큰 테마로 수렴되어야 한다.

 

매 주 쓰게 될 나의 칼럼을 평가하는 세 가지 품질 기준을 정했다. 먼저 변화와 성장에 대한 철학이 담겨 있어야 한다. 이는 곧 매주 읽게 될 고전 도서들의 주제가 직 간접적으로 담겨져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자 역사를 통해 입증된 올바른 가치를 담고 싶다는 내 의지이기도 하다. 다음으로 변화와 성장을 이끈 '기술적인 방법'이 담겨 있어야 한다. 이것은 궁극적으로 내 글을 읽는 독자에게 변화와 성장에 이르는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나의 변화'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한 품질기준이다. 내가 할 수 없는 것, 내 삶에 적용하지 못한 이야기는 담지 않을 것이다. 언행일치와 지행합일이 된 글은 자신감을 가지고 쓸 수 있고, 그렇게 쓰여진 글만이 강한 호소력을 가질 수 있다고 여긴다

 

이렇게 세 가지 정신, 세 가지 품질기준을 통해 내가 담고자 하는 칼럼의 작은 제목을 '평범한 영웅의 변화이야기'로 정했다. 물론 더 좋은 제목이 생기면 언제든지 그 제목으로 바꿀 수 있다. 명치를 콕콕 찌르는 지금의 이 부담감이 더 나은 글을 쓸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 줄 것이다. 나와 세상 중간 사이에 놓이게 될 이 글의 씨앗들은 이미 내 가슴속에서 움트기 시작했다. 때로는 화려한 꽃으로 만발하기도 하고, 때로는 시들시들한 꽃으로 피기도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읽고 쓰고 사색하는 데 게으름이 없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이 과정을 춤추며 즐길 것. 이렇게 모인 글들이 모여 나의 첫 책이 되어 도착하는 2년 뒤의 아름다운 풍광을 눈을 감고 떠올려 본다.

 

 

자발적 빈곤과 의례의 힘

"독한 놈 같으니라고! 도대체 어떻게 15kg을 뺀 거야?"

요새 들어 주변 사람들로부터 자주 받는 질문이다. 불과 5개월 전만해도 85kg의 비만이던 몸이 지금은 69~70kg 사이를 오간다. 체중 감량의 비결은 누구나 알다시피 식이요법과 운동 이 두 가지다. 두 가지에 대한 비결은 도처에 정보가 널려 있으므로 굳이 내가 보태지 않아도 될 것이다. 비결을 물어오는 분들께 굳이 한 말씀 드린다면 체중을 감량하는 것보다 감량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현재 유지하고 있는 체중은 감량하기 시작한지 100일여 만에 달성했고 그렇게 감량한 체중을 3개월째 이어가고 있다. 이제부터 그 비결을 이야기 해볼까 한다.

 

지난해 10월 나는 <익숙한 것과의 결별>의 저자이자 변화경영 사상가인 구본형 선생님께서 진행하시는 2 3일 간의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는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되었다. 프로그램의 주된 커리큘럼은 현재까지 자신이 살아온 삶의 경험을 읽어내어 자신의 기질과 강점을 찾고,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기반으로 한 미래의 직업을 설계하고, 향후 10년간 자신이 이루고 싶은 10개의 미래 풍광을 그려내는 것이었는데, 중요한 것은 2 3일 간의 프로그램이 레몬 단식을 하며 진행된다는 것이다. 하루에 한끼만 굶어도 큰일이 나는 것 마냥 호들갑을 떨던 내게 단식 체험은 아주 '굉장한 일'이었다. 단식을 통해 내가 얻은 값진 배움은 하루 이틀 굶더라도 살아가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것을 몸으로 체험했다는 것이다.

 

올 초 새해 계획으로 감량한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매주 월요일을 '자발적 빈곤의 날'로 정하여 일일 단식을 하기로 했다. 과연 제대로 실천이 가능할지 반신반의 하는 마음으로 시작 했지만, 13주째 빠짐없이 이어오고 있다. 아마도 이 '자발적 빈곤'이 아니었더라면 요요 현상으로 인해 체중은 금새 제자리로 돌아왔을 것이다. 처음엔 사무실 책상 아래 둔 두 통의 레몬액을 30분 단위로 홀짝홀짝 마시는 나를 우습게 바라보던 사람들도 이제 더는 그런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오히려 이제는 다가와 그 비결을 묻는다. 그들에게 구구절절 비결을 설명해 주지만 실행에 옮기는 사람은 아직 보지 못했다.

 

요즘 들어 단순히 감량된 체중을 유지하는 것 외에 '자발적 빈곤'이 내 삶에 주는 어떤 저력 같은 것에 놀라게 된다. 어쩌다 한 번이면 몰라도 매주하는 것은 분명 쉬운 일은 아니다. 이러한 자발적 빈곤을 통해 스스로의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자기 통제감 같은 것을 느낀다. 이러한 '자발적 빈곤'을 가능케 하는 숨은 비결은 바로 하루 전날 거행되는 '자발적 빈곤을 위한 의례'에 있다. 의례는 이렇게 거행된다. 우선 직접 과일가게를 찾아가 신선한 레몬 6개를 구입한다. 스테인리스 그릇에 식초를 몇 방울 담아 물을 채우고 그 물로 레몬을 깨끗이 씻어낸 후 정성스레 껍질을 깐다. 칼로 위 아래 꼭지를 잘라내고, 껍질 가운데를 가르고 교차로 4등분을 하면 손쉽고 깔끔하게 껍질을 깔 수 있다. 그렇게 깐 레몬을 믹서로 갈아주고 생수를 타 묽게 한 다음 거름망으로 걸러내면 자발적 빈곤을 위한 레몬 원액이 완성된다. 껍질은 가위로 잘게 썰어 작은 쟁반에 담아 방향제로 사용한다.

 

이 의례는 아내의 도움 없이 전적으로 나 홀로 거행한다. 혹자는 레몬 껍질 까고 믹서로 가는 것 따위를 무슨 '의례'라고까지 거창하게 이름 붙여 가며 호들갑 떠느냐고 이야기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굳이 이 행위를 '의례'로 표현하는 이유는 그 행위를 할 때의 정성되고 성성한 나의 마음가짐과 순수한 몰입 때문이다. 비록 언어로 표현되지는 않지만 그 행위를 통해 나는 다음날 있게 될 '자발적 빈곤'을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염원한다. 나는 이러한 내 삶의 아주 작은 의례 행위가 교회나 절에서 거행되는 종교적인 그것과 결코 다른 것이 아님을 안다.

 

유명한 미국의 비교신화학자 조셉 캠벨은 그의 저서 <신화의 힘>에서 "신화는 아직도 어떤 에너지로 작용한다. 그리고 '의례'가 바로 이 에너지를 촉발한다. 신화는 우리 삶의 요체인 영적인 삶의 원형과 만나게 해주기 때문이다. 날마다 의례를 접하는 것, 이것이 우리 삶의 질서를 온전하게 바로 잡아준다."고 이야기 한 바 있다. 즉 의례를 통해 나는 나의 무의식 혹은 나의 내면의 우주를 향해 염원을 던지고, 다시 길어 올려진 그 염원은 어떠한 신성한 에너지, 저력이 되어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바로 이것이 나의 '신성한 레몬즙 만들기 의례'를 통해 내가 매주 깨닫는 신화의 교훈이자, '매주 자발적 빈곤의 날'을 실천할 수 있게 하고, 감량한 체중을 성공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 하는 비결이다.

IP *.109.82.116

프로필 이미지
2011.04.03 23:08:14 *.111.51.110
프롤로그가 과녁을 정확히 그려준 느낌이다.
이거뭐 백발백중이겠는걸~!
프로필 이미지
2011.04.04 16:02:15 *.124.233.1
과찬이세요 형님! ^^;;
아직은 내면과 세상에서 내면쪽으로 그리고 개인적으로 치우친 듯한 느낌이 들어요.
우선 출발은 내가 잘 할 수 있는 곳에서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거죠.
열심히 배워가면서 그리고 경험해 가면서 조금씩 그 영역을 확장시켜 나가다 보면
형님들처럼 좋은 글 쓸 수 있겠지요?
고마워요 형님 乃
프로필 이미지
강훈
2011.04.03 23:53:07 *.141.140.10
경인 멋진 삶이다. 멋진 글이다.
그리고 앞으로의 시간 또한 변화와 성장이 함께 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본이 될 것이라 의심치 않는다.
 너는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느니.
(카메라 메모리카드는 찾았니?)
프로필 이미지
2011.04.04 16:05:44 *.124.233.1
고마워요 형님! ^^
형님과 함께 갈 수 있어서 엄청 든든한거 아시죠?
맑은 기운 지닌 나무 같은 형님들..
낭랑하게 지저귀는 새와 같은 누나와 동생들..
우리 모두 숲 속에서 즐거운 합창 할 수 있겠죠?
행복한 월요일입니다. ^^
프로필 이미지
2011.04.04 08:14:25 *.160.33.89
매일의 힘, 
그것에 의지하면 세월이 너를 키울 것이다.   
프로필 이미지
2011.04.04 15:59:39 *.124.233.1
고맙습니다 사부님!
고민고민 하다 지하철역에서 회사로 걸어오는 20분의 길 위에서 번뜩이며 찾아온 글이었습니다.
의례와 경험을 연결짓는 아이디어는 괜찮게 느꼈는데,
글의 호흡이 너무 짧아 되다만 글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동료들의 좋은 글을 보고나니 배우고 깨우치는 바가 많습니다.
그래서 너무 행복합니다. ^^
프로필 이미지
루미
2011.04.04 10:16:20 *.23.188.173
왜 나는 85kg이 눈에 띄는 걸까....????
상상조차 할 수 없어............ㅋㅋㅋㅋㅋㅋ
프로필 이미지
2011.04.04 16:08:04 *.124.233.1
이런 휘드백 조아~^^
다시는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더라구..
그래서 나에게 매주 월요일의 '자발적 빈곤'이 더욱 간절한지 모르겠다.
그래 우리에겐 늘 '간절함'이 필요한 것 같아.
그 간절함이 우리를 이곳으로 이끌었고, 또 그곳으로 이끌얼 갈 것이기 때문이지.
생큐! ^^
프로필 이미지
유재경
2011.04.04 21:06:44 *.35.19.58
경인이 85kg이었다는 게 그려지지 않네.
경인같은 의지의 사나이라면 책 쓰는 것 쯤이야 문제도 아닐꺼야.
올 한 해 너에게 많이 배울 것 같아.
 7기 모두 목적지까지 함께 가도록 함께 응원하자.
프로필 이미지
은주
2011.04.05 15:27:03 *.42.252.67
부담감 가지지 말고 내 글을 쓸 것. 내 첫 번째 책의 첫 번째 독자는 바로 '나 자신'이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 잘 알지도 모르는 미사여구, 인용구로 떡 칠한 빛 좋은 개살구와 같은 글은 쓰지 않는다. 내가 몸소 체험한 것, 제대로 삶에 녹여낸 온전한 나의 것만을 글 속에 담도록 하겠다는 두 번째 결론을 내렸다. - 나와 같은 생각이네-

프로필 이미지
미나
2011.04.07 09:50:29 *.138.118.64
독한놈..에 한표..ㅋㅋㅋ. 그래도 알면 알수록 철인이 아닌 인간 김경인이라는 걸 알게 된다는..
빈곤을 선택한다는게 정말 쉽지 않은 일인데.. 꾸준히.. 화이팅입니당~!^^
프로필 이미지
황보현
2011.04.17 01:10:39 *.149.169.165
LA 생활 중 오랜만에 경인이의 글을 보게 되어 기분이 좋습니다.
경인이를 생각하면 부드럽지만 강한 남자가 떠오릅니다.
앞으로의 경인의 삶의 더욱 풍성하게 되길 바랍니다.
경인아, 멋지게 연구원 생활을 하고 있겠구나.
바쁘고 힘들더라도 우리 꿈서리를 대표해서라도 장도의 깃발을 꼿길 바란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952 [호랑이] PM 공지 [13] crepio 2011.03.17 2088
2951 응애 61 - 넥스트 마케팅 : 호랑이 철학 7 [1] 범해 좌경숙 2011.03.17 2165
2950 <소설> 우리 동네 담배가게 아저씨 나폴레옹(12) [2] 박상현 2011.03.19 2358
2949 단상(斷想) 56 - 그리고 그가 나이기를 원했기에 file 書元 2011.03.19 2523
2948 라뽀(rapport) 44 - 아래층 여자와 위층 남자 [1] [3] 書元 2011.03.19 3968
2947 [호랑이 실험 7- 먼별이는 표범이가 될 수 있을까요..?] [9] 수희향 2011.03.22 2024
2946 응애 62 - 에잍, 호랑이 철학 8 [6] [2] 범해 좌경숙 2011.03.24 2482
2945 단상(斷想) 57 - 새벽의 꿈 file [3] 書元 2011.03.27 2835
2944 라뽀(rapport) 45 - 가수 이소라 [1] [2] 書元 2011.03.27 2596
2943 [호랑이 실험 8- 4월 실험계획] [1] 수희향 2011.03.28 2193
2942 [호랑이] 27일 모임 결과 공유 [2] crepio 2011.03.29 2071
2941 수양버들 춤추는 길에서 [7] 신진철 2011.04.01 2426
2940 무덤 하나를 만났다 [1] 신진철 2011.04.02 2176
2939 1. Follow my bliss? 나만의 희열을 따르고 있는가? [12] 미나 2011.04.03 2097
2938 단상(斷想) 58 - 천안함 1주기 file 書元 2011.04.03 2019
2937 라뽀(rapport) 46 - 세상의 끝을 잡고 書元 2011.04.03 2008
» [평범한 영웅 001] 자발적 빈곤과 의례의 힘 [12] 김경인 2011.04.03 5153
2935 나비 No. 1 나만의 희열 따르기 5단계 [10] 유재경 2011.04.03 4309
2934 [양갱칼럼1] 아름다움에 속을지라도 file [17] 양경수 2011.04.03 2983
2933 1. 나의 한계를 넘어서서 [9] 미선 2011.04.03 26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