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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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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4월 12일 00시 49분 등록

그녀를 처음 본 건 작년 봄, 꿈벗 소풍 때였다. 앳된 얼굴과 가냘픈 몸매로 아이들에게 라인댄스를 열심히 가르치는 그녀가, 나는 대학원에서 생활체육을 공부하는 학생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녀는 나름 성깔도 있었다. 사람들이 아이들이 보여줄 라인댄스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것에 대해 그녀는 흥분해 펄쩍펄쩍 뛰었다. 아이들의 공연이 성공적으로 끝난 후에는 그 누구보다 기뻐하며 다시 한 번 팔짝팔짝 뛰었다. 큰 딸 아이는 댄스 선생님과의 공연이 너무나 재미있었다고 두고두고 말했다. 다음에 또 그 선생님에게 춤 배울 거라며 꼭 다시 오자 했다. 하지만 가을 소풍은 아쉽게도 참여하지 못했다.

 

그런 그녀를 연구원 면접여행에서 다시 만났다. 나는 그녀가 스무 살이 넘은 아들의 엄마라는 사실에 경악했다. 자세히 보니 눈과 입가에 애교 주름이 잡혀있다. 그래도 30대 초반이라고 해도 믿을 얼굴이다. 몸은 군살이라고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날씬하다. 애를 둘 낳다 보니 살이 붙었다는 나의 변명이 무색하다. 그녀는 6기 웨버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긴 속눈썹에 묻어 있는 카리스마가 보인다. 남자 동기들을 메치고 엎어 치고, 예비 7기들에게는 선배 노릇을 톡톡히 한다. 음악이 바뀔 때 마다 현란한 댄스를 선보이며 놀던 그녀가 사부님과 블루스를 추는 모습이 보인다. 그 어느 때 보다 편안해 보이는 그녀와 어린 아이를 재우듯 그녀의 등을 토닥토닥 하시는 사부님이 오르골 인형처럼 빙글빙글 돌아간다. 눈치 없이 아침에 늦게 나타난 여자 예비 7 6명에게는 아침 일찍 와서 준비한 남자 3명은 모두 합격이다라는 말로 일침을 놓는다.  

 

어찌 어찌하여 7기 웨버가 된 나는 그녀에게 이런저런 조언을 구했다. 사부님께서 멘토를 정해 선배 연구원 탐구를 해보라고 하셨을 때 나는 그녀가 떠올랐다. 나와 그녀는 공통점이 많다. 여자이고, 두 아이의 엄마이고, 달콤 살벌한 형님이다. 그녀는 지금 대학에서 요가명상을 공부하고 있다. 젊은 날에는 인테리어 디자인을 공부했는데 그녀는 지금 하는 공부가 더 재미있다고 한다. 그녀는 스물 셋이란 어린 나이에 결혼해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남편과 함께 미국에 갔다. 아이들을 키우며 남편의 공부 뒷바라지를 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돈이 필요해 신부님 복사 노릇도 했다. 말 많고 탈 많은 그 곳에서 마음 고생도 많이 했지만 그곳에서 기른 마음 근육 덕분에 더 단단해졌다. 이제 훌쩍 자라 멀리 있는 아들들이 그녀는 항상 그립니다.

 

그녀는 3년 전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에 참여하면서 사부님과 인연을 맺었다. 그 후 연구원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했고 요가 명상에 관한 책을 쓰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개의 시각으로 바라본 소설과 에세이의 중간쯤인 글을 쓰고 있다. 방울이와 오리오는 그녀에게 가족이다. 유기견 이었던 둘은 그녀의 가슴으로 낳은 아이들이다. 그녀의 글을 들여다 보고 있으면 파르르 떨리는 여린 감수성이 보인다. 호탕한 여걸의 가죽 안에 숨어 있는 한없이 따뜻한 엄마의 모습이 보인다. 자기가 맡은 일은 완벽하게 해내려는 욕심이 보인다. 그녀의 꿈은 예쁜 할머니가 되는 것이다. 얼굴엔 약간의 주름이 더 늘어나겠지만 할머니가 된 그녀는 여전히 예쁠 것 같다. 그 때에도 음악이 나오면 유연한 몸놀림으로 최신 댄스를 보여줄 것 같다. 조금은 힘이 빠진 목소리겠지만 여전히 호통을 치고 있을 것 같다. 몸과 가슴으로 낳은 아이들을 따뜻하게 품어줄 것 같다.

 

입학 여행 내내 그녀는 달콤 살벌했다. 버스에 늦게 돌아오는 사람들에게 요강은 10분 안에 비워야쥐잉호통을 쳤고 휴게소에서 산 호도과자는 한 사람 앞에 세 개씩 나누어 주라고 했다. (그 말을 들었을 때는, 숫자 관념이 희박한 내가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호도과자를 나누어준 후였다.) 혼자 늦어 버스 출발을 연착시킨 동기에게 죄송합니다인사를 하게 했고, 도로변 노점에서 산 사과를 괴력을 발휘해 양손으로 쪼개 주었다. 나에게 반으로 쪼갠 사과를 건네 주면서 아들 둘이 나에게 수그리를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어야했다. 버스 기사님이 무료할까 봐 중간중간 올라와 그에게 애교 섞인 농담을 건네기도 했고 끊임없이 사람들과 전화 통화를 하며 식사할 곳과 일정 등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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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친구 같이 편안하고 엄마같이 푸근하다. 그녀가 당신에게 형님 모드로 돌입해 무언가를 말한다면 분명 당신이 놓친 것이 있는 것이다. 그녀는 센스가 있어 척 하면 알아 듣는다. 어떤 상황인지 모르겠다면 그냥 그녀가 하라는 대로 해라. 그녀는 의리의 형님이다. 의리 빼면 시체라 는 신념으로 살기 때문에 절대 당신을 배신하지 않는다. 만약 속상한 일이 있다면 그녀에게 털어 놓아라. 당신이 한 말을 다른 사람에게 건네 들을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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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살벌한 그녀, 나는 그녀가 좋다. 마음이 잘 통하는 언니를 얻은 기분이다. 청주 친정에 가게 되면 당진에 있는 그녀의 집에 들러보고 싶다. 오리오와 방울이에게도 인사하고 우리 딸들에게 예쁜 큰 이모를 소개해 주고 싶다. 그녀가 예쁜 할머니로 늙어가는 모습을 옆에서 오래오래 보고 싶다.

IP *.35.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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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
2011.04.12 00:57:25 *.23.188.173
은주선배님에게 그리 큰 아들이.............
저도 그리 늙고 싶어요~~~
배우러 가야겠다
언니가 먼저 배우면 한수 가르쳐 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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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주
2011.04.12 09:53:47 *.42.252.67
루미도 만만치 않아.  돈 워리 비 해피!
나는 창을 배우러 가야겠다. ㅎㅎ
루미의 재능이 입학여행을 더욱 즐겁게 만들었어.
수고했어. 앞으로 쭈우욱 ~~~ 달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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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
2011.04.12 07:58:16 *.103.8.239
라인댄스... 배우고 싶어요..  은주선배님 따라가려면 일단 어떤 춤이든 춤부터 하나 배워야겠네요.

저도 은주 선배님이 참 좋아요~!! 넘치는 카리스마. 하지만 부드러운. 배우고 싶습니다.^^
피부관리 비결도요. 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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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현
2011.04.12 10:27:28 *.236.3.241
누나 지나가다 봤는데, 좀 너무 하는 거 아니유.
후배의 부러움을 말표 빨래비누로 단숨에 깨 버리다니. ㅋㅋㅋ
미나씨, 은주 누나 말은 저렇게 '칼'있으마 있게 해도
마음은 비단결입니다. 오해 없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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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주
2011.04.12 09:57:14 *.42.252.67
흠! 내가 '칼'있으마가 좀 있지. 그래서 동기들이 떠는거야.
피부관리는 말표 빨래비누로 세수를 빡빡 문지르며 하지. (진짜 안가르쳐 줄려 그랬는데.....)
미나~~ 부러우면 나와 피부를 바꿀래? 인어공주도 마녀와 바꾸잖아.
언제든 원하면 말해 알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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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주
2011.04.12 10:07:45 *.42.252.67

우린 30분도 인터뷰를 하지 않았지. 그리고 너가 이런 말을 했지?
뭐 꼭 인터뷰를 해야 아냐고 딱~ 보면 나오는거 아니냐구.....
그래 넌 아주 개떡같이 이야기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더구나. 아주 마음에 들었어.
언제든 놀러오렴. 두 아이들과 함께...... 나도 작년에 재경이 딸들과 신나게 놀았던
기억이 새롭네..... 두 공주님이 아주 착하고 예뻤어.

내가 가지고 있는 빛깔을 돗 보이게 해준 것은 우리 동기들이야.
밤 하늘에 별이 빛나 보이게 하는 건 어두움이지. 우리 동기들은 완벽하게
나를 빛나게 만들어 주었어.

재경아 고맙다. 무슨 일이든 전화하면 도와줄 수 있는 일은 언제든 도와줄게
연구원 생활 열심히 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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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경
2011.04.12 13:52:33 *.35.19.58
형님 동생으로 받아주셔서 고맙습니다. 꾸벅  
저도 형님같은 웨버가 되고 싶어요.
많이 가르쳐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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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12 11:09:43 *.45.10.22
역시 든든해 은주 선배님 ^^ 
재경언니와 닮은 듯 다른 느낌~!
웨버의 특징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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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주
2011.04.12 11:27:23 *.42.252.67
든든하다니  뜨끈한 '국밥' 같은 존재로 느껴지는구나!
정말 그것처럼 좋은 것이 어디있겠어.
고마워 샤샤야 . 귀여운 아기 고양이 이름같은  샤샤는 너의 기수에
부드러움으로 남게 될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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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12 12:50:36 *.111.51.110
부드러운 음성에 뭐든지 다 받아줄것 같은 넓은 마음이 느껴지는 은주선배님!
달콤 살벌한 의리의 사람!
재경누님의 든든한 빽이 되어 주실듯!

글고 당진에 오면 양갱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말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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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주
2011.04.12 13:10:44 *.42.252.67
같은 연구원에 같은 지역에 산다는 인연이 참 감사하기만 해.
그래서인지 처음부터 편안하게 대할 수 있었던 것 같아.
부드러움과 강인함을 골고루 갖춘 것 역시  경수의 매력이지.
연구원 생활하며 힘들고 지칠 때도 있을거야.
그럴 때 가까이에서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야.
당진에서 함 뭉쳐야겠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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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
2011.04.12 16:18:15 *.30.254.21
은주는...
음..

영원한,
넘버 투야...
나는 넘버 뜨리..
(단, 깔치언니 있을때는 넘버 뽀오)

재경씨..황제 김밥,
분당의 가장 유명한 제과점에서 맞추신, 출간기념 케익..
7기에서 처음 시도한 가야금, 한복 공연...
손수만든 사부님 선물과 유선배 출간 선물 준비 등
7기들의 단합에 중심 역할을 하시느라 고생하셨어요.
덕분에 연구원 입학여행이 더 풍성하고 고맙고 즐거웠어요

연구원 웨버가 일상적인 커뮤니티의 총무나 회장과는 전혀 다른
결코 쉽지 않은 역할임을 느꼈을 첫 소풍이었겠지요?

은주가 떠억 버티고 있으니, 걱정마세요.
넘버뜨리도 있고, 내 밑의 아그들도 있습니다.

가장 많이 내어놓는 사람이
가장 많이 가져간다고 믿습니다.

웨버 화이팅 !!!
 7기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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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경
2011.04.14 05:17:27 *.35.19.58
우성선배, 제가 준비한 모든 것들 은주 언니 아이디어였어요.
저는 그냥 몇 가지 구입하고 땡7이들 시켜서 준비만 시켰죠.
유끼 선배들이 떠억 버티고 있으니 걱정이 없습니다.
앞으로도 만힝 도와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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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
2011.04.12 16:40:19 *.219.84.74
재경아, 넌 복이 많다. 무서운 선배가 살갑게 살펴주니.
면접여행 때 선배님의 한마디가 생각난다. "넌 뭐믿고 그렇게 안 노냐?"
그날 저녁 머리아프고 몸이 좋지 않은 것은 핑계 밖에 안될 것이고 그냥 웃었다만 나는 선배가 쬐까 무섭다.
너가 잘 말해다오.

그리고 은주 누님!! 잘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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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주
2011.04.12 20:44:33 *.42.252.67
에이~  친해지려고 한 컨셉이 무섭게 느껴졌다니......
망향 휴게소에서 나를 보자마자 활짝 웃으며  안아주었던
훈에게 얼마나 고마웠는데.... 유채 꽃밭에서 자상하게 아이와 나를
사진에 담아 주었던 훈이가 얼마나 편안했는데.....
그 사진이 얼마나 마음에 드는지 몰라요. 사진을 잘 찍어 참 부러워요.^^
앞으로 계속 좋은 글과 사진 부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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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13 10:06:22 *.124.233.1
재경누나 글은 언제나 펄떡거리며 살아 있어요~
희석형 말대로 S형의 특징인가? ^^

은주누님께서 형님모드로 돌변할 때는 저희가 뭔가 놓치고 있는게 분명합니다. ㅋㅋ
카리스마 뒤엔 오리오를 대할 때의 한없는 따뜻함과 포근함이 있다는 걸 알고 있지요잉!
앞으로 저희 7기 모두 예버해 주시구요! 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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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
2011.04.14 14:11:05 *.30.254.21
난..정말이쥐,
이놈의 조직이
무섭다...
emoti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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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경
2011.04.14 05:18:52 *.35.19.58
형님, 우리 사이에 뭔 거부반응이어유?
그런 아덜 있음 내가 절단 낼탱께 걱정 마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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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주
2011.04.13 20:39:22 *.42.252.67
졸업여행 때 형님 놀이한 후유증이 넘 큰 것 같네.
생각해보니 한 두 번 본 사이에 형님모드 정말 그랫겠다 싶어.
우리 기수는 일년을 같이 보냈으니 뭘 해도 이해가 되겠지만,
7기는 거부반응이 났겠구나 그런 생각을 해봤어.
이미 한 사람 한 사람 다 재능있고 ,젊고, 너무나 보석처럼 반짝여
예쁘니 걱정말고 이제 나한테 충성할 일은 없고 같이 잘 지내면 되는 걸.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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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희
2011.04.19 15:18:28 *.105.125.156
7기 웨버님 노고 많으시죠?
6기 웨버님에게서 좋은 가르침 받으실 겁니다.
본받을 장점이 매우 많은 분입니다.
재경웨버님도 장점이 많으시니,
훌륭한 형님 아우 관계가 되시리라 확신합니다.
6기 7기 웨버님들 화이팅!
적극적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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