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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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잔 스토리
홍현웅
서문
나는 직장인이다. 나이 서른에 신입사원으로 첫 회사에서 8년을 보냈다. 그리고 홀로 독립했다. 독립은 1년을 넘지 않았다. 다시 직장인이 되어 회사가 주는 월급으로 살아가고 있다. 첫 회사에서는 일만 했고, 혼자 일할 때는 취미도 즐겨가며 쉬엄쉬엄 주변을 둘러볼 수 있었다. 그러나 다시 직장인이 되면서 모든 것이 과거의 나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1년의 짧은 시절은 긴 꿈이었다. 나는 다시 깊은 수렁으로 빠지고 있었다. 내가 그토록 믿고 있었던 나는 그곳에 없었다. 처음에 주위 사람들은 이런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언제나 똑 같은 나였던 것이다. 가뜩이나 말없던 내게 웃음까지 없어지고 더욱더 조용해지면서 사람들은 별것 없는 나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걱정 가득한 미소 잃은 내 모습은 더 이상 그들이 처음 본 내가 아니었다.
지난 일 년여 동안 나는 단 한 줄의 글도 쓰지 못했다. 내가 결정해서 밀어 붙인 프로젝트가 우여곡절 끝에 공사는 끝냈지만 수금은 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지면서 결국 법적 공방이 시작되었다. 수주를 하기로 결정하던 밤 편두통을 앓았던 기억을 곱씹으며 하나 둘 내 판단의 실수를 되짚기 시작했다. 결국 돈을 다 받아도 회사에 남는 이익은 별로 없는데 왜 그렇게 밀어붙였을까? 그래 그건 이미 결정되어 계약서에 도장까지 찍었으니 어쩔 수 없다고 하자. 그러면 왜 제품에 완벽을 기하지 못해 이 사단을 일으키는 원인을 제공했단 말인가? 내가 그토록 꿈꿔왔던 작은 기업을 회생시키 위한 일의 결과가 공멸이란 말인가?
나는 어떻게든 매출을 올려보겠다는 의욕과 욕심에 눈이 멀었음을 깨달았다. 평정심을 잃었고, 엔지니어로서의 원칙과 기본을 망각했었던 것이다. 대부부의 잘못을 클라이언트의 어처구니없는 요구 때문이라 생각하면서 법적 공방을 불러온 장본인 중 하나라는 사실에 괴로워했다. 그러나 우리 회사의 상사와 동료들은 그럴 수 있는 일이니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라며 위로해줬고 법적 공방에서 내가 멀어지도록 배려해 줬다. 나는 그들이 한없이 고마웠다. 그렇지만 그 고마움이 내 마음까지 가라앉혀줄 수는 없었다. 내겐 돌파구가 필요했다.
2011년 2월 11일 나는 회사 후배 김동균과장과 우리 회사가 우여곡절 끝에 수주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페르시아의 어느 항구도시 선착장에서 작은 모터보트에 몸을 실었다. 이 프로젝트는 석유시추를 위해 해양에 설치된 플랫폼의 바닷속 부분을 보강하는 것으로 1980년대에 중동 페르시안 걸프의 푸르잔 지역에 원유를 뽑아 올리기 위해 설치한 옵쇼어 플랫폼의 생명을 연장하는 작업이다. 우리는 골다공증에 걸린 플랫폼의 다리를 튼튼하게 만들어주기 위해 그곳을 찾았다.
푸르잔 스토리는 산업현장의 이야기다. 2011년 2월 11일부터 4월 10일까지 나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현장을 기록했다. 처음에는 회사에 좀 다른 방식으로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싶어서 시작했지만 이런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리고 이건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이 되면서 내 아내와 약속했던 내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다.
끝으로 너무나 모자란 제자를 잊지 않고 언제나 지켜봐 주시며 힘을 잃지 않도록 격려해 주신 구본형사부님께 제일 먼저 신고하고 싶다.
“사부님 저에게 다시 힘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푸르잔 스토리는 필자가 옵쇼어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극화된 것입니다. 여기 나오는 모든 회사와 인물은 각색된 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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