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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4월 17일 16시 44분 등록
나의 여정은 어디쯤인가?

신화적 여행의 첫 단계(우리는 이를 <모험에의 소명>으로 불렀다)는, 운명이 영웅을 불렀고, 영웅의 영적 중심이 그가 속한 사회에서 미지의 영역으로 옮겨졌음을 암시하고 있다. p80

영웅의 소명은 어느 순간 갑자기 다가온다. 그 소명을 받아들이거나 거절하는 순간부터가 모험의 시작이다. 영웅의 모험은 신화나 영화, 동화책 등 다양한 매체에서 다양하게 보여지지만 대부분 비슷한 패턴을 가지게 된다. 영웅의 소명을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되고, 처음에는 그 소명을 거부한다. 하지만 그 영웅의 여정이 시작되면서 내 삶은 그 소명을 위해 변화되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영웅 주변의 환경이나 사람 등의 조력자가 생긴다. 조력자의 도움으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한다. 하지만 영웅의 여정이 그리 순탄하지는 않다. 그 과정에서 겪는 시련들-과거 개인적, 역사적, 심리적 제약들-이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한다. 이것이 영웅으로 입문하기 위한 첫 단계이다. 하지만 이런 시련 앞에도 역시 그 시련과 장애물을 극복할 수 있는 조력자가 나타난다. 이 시련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뉠 수 있는데, 하나는 외적인 요인이고, 또 다른 하나는 내적인 요인이다. 외적인 요인을 조력자의 도움으로 이겨낼 수 있다면, 내적인 요인은 영웅 스스로가 자신을 들여다보고 스스로의 여정을 가로막고 있는 것을 걷어내야만 한다. 이 시련들을 견디고 나면  또 다른 유혹들이 영웅을 기다리고 있다. 영웅의 여정은 항상 그 소명을 방해하는 것들이 도사리고 있다. 이 유혹에 현혹되지 않고 넘어서는 순간 영웅은 또 다른 관문을 통과하게 된다. 미지의 영역에서 고군분투하고 난 후에는 다시 그가 속했던 사회로 돌아와야 한다. 미지의 영역을 경험하기 전의 '나'는 죽고, 새로운 내가 그 곳에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또 한번 바뀌는 세계에 대한 두려움이 앞선다. 이것을 뛰어넘으면-조력자의 도움이든 초자연적인 조력이든-  '귀환'이란 또 다른 관문을 통과하게 된다. 덕분에 영웅은 미지의 영역과 원래 속했던 곳에서의 깨달음을 얻게 된다. 이로 인해 삶의 자유를 향유하는 경지에 이른다.

신화적 여행의 첫 단계는 이렇게 흘러간다. 하지만 여행은 한번뿐이 아니고, 여행 안에 또 다른 여행이 담겨져 있을 수도 있다. 나는 이 영웅의 여정을 나의 삶에 대입시켜 보려 한다. 나는 과연 이 영웅의 여정 어디쯤에 있는 것일까?

1. 출발
첫 번째 소명은 푸르덴셜 라이프플래너로서의 소명이었다.(영웅에의 소명) 하지만, 처음에 대기업 입사 최종 면접과 평생 고객을 책임지고 담당자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 내가 그 소명을 거부하게 만들었다.(소명의 거부) 하지만 대기업 최종면접에서는 떨어졌고, 당시 매니저가 나의 조력자 역할을 했다.(초자연적 조력) 고객과 서로의 꿈을 이야기하는 라이프플래너. 나의 꿈을 찾아 간다고 할 때, 당신의 고객들은 당신에게 어떤 반응을 보이겠냐고 물었다. '축하한다'고 박수치면서 보내줄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렇게 나는 조력자의 도움으로 마음을 다잡고 즐거운 마음으로 라이프 플래너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내가 만나는 이들이 더 나은 삶을 살게 되면 좋겠다'는 소명의식이 생겼다. 라이프플래너는 내게 '일'이 아닌 '업'이었다.(첫 관문 통과)

두 번째 소명은 지금 속해 있는 아이트로스에서 스마트폰 광고 영업을 하는 것이다.(영웅에의 소명) 2010년 말, 트위터를 통해서 우연히 알게 된 (지금의) 사장님이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고, 나는 라이프 플래너를 하면서 영업을 도와주기로 한다. 파트 타이머로 일을 하던 중, 사장님은 내게 풀타임으로 영업을 해보는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나는 라이프플래너로서의 소명을 버릴 수가 없었다.(소명의 거부) 그래서 간곡히 거절의사를 밝혔다. 그러던 중 푸르덴셜을 퇴사하게 되었다. 어쩌면 그 당시 나의 퇴사를 결정하는데 큰 영향을 미친 본부장이 내 인생 두 번째 소명을 시작하기 위한 초자연적인 조력자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초자연적 조력) 이 일을 하면서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영업을 포함한 마케팅 분야의 전문적인 컨설턴트가 되고 싶다는 것이다. 자영업을 하는 이들에게 단순히 광고 영업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업소 전반에 걸쳐 사업장의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컨설팅을 하고 싶다.(또 다른 첫 관문의 통과)

2. 입문
푸르덴셜에서 라이프플래너로 일을 하면서 내게 닥친 가장 큰 시련은 2010년에 시작된다.(시련의 길) 물론 2010년 이전에도 크고 작은 시련들이 있었지만, 힘들때마다 고객들 덕분에 버틸 수 있는 힘이 솟아나곤 했고, 주변의 많은 도움이 있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인생의 겨울이 찾아 온 것은 작년이 시작이었다. 영업을 지속할 수 있는 에너지가 점점 사라졌고, 우울한 감정이 지속적으로 찾아왔다. 심연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여름에는 친구의 추천으로 난생 처음으로 사주라는 것을 봤고, 연말이면 회사를 옮길거라고, 옮기고 나면 좋아질 것이란 얘기를 들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내게 회사를 옮길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 즈음, 심리학책을 접하고, 심리상담을 하면서 나의 깊은 내면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여신과의 만남)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자, '과연 내가 영업을 하는데 적합한 성격의 소유자인가?' 란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유혹자로서의 여성) 시간이 흐르자 '영업행위'가 나를 심연으로 끌어들인 것은 아님을 알게 된다. '영업을 하면서 얽히게 된 사적/공적인 관계들'이 나를 힘들게 하는 것임을 알게 된다. 사적인 관계와 공적인 관계의 분리가 되지 않는 것,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가 나를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3. 귀환
결과적으로 나는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을 것인가? 이 일을 계속 하고 싶은 것인가?'라는 질문을 나에게 끊임없이 하고 있었다.(귀환의 거부) 그러던 중, 아이트로스라는 회사와 인연이 시작되었다.(불가사의한 탈출) 그리고 12월엔 결과적으로 나의 고민을 잠재울 수 있는 사건이 터졌다. 푸르덴셜을 퇴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외부로부터의 구조) 나의 의지가 반영되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어쩌면 내가 새로운 소명을 받아 들이기 위한 필연적인 사건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나는 그동안 내가 했던 고민이 종결되었다. 아이트로스에서 새로운 영업을 시작하면서 '관계의 분리'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4. 또 다시 입문
영웅의 소명이 바뀌자 내게 또 다른 시련이 다가왔다.(또 다른 시련의 길) 벤처기업인 지금의 회사에서 계속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2010년 11월에 만들어진 회사는 초기의 자금이 거의 바닥이 난 상태이다. 투자를 더 받고, 지금 현재 개발한 어플이 붐업이 되어야만 회사가 지속될 수 있다. 회사가 지속되어야 나 역시 이 일을 계속 해 나갈 수 있다. 매달 생활의 위한 최소한의 자금이 필요하고, 인건비를 충당할 수 없는 현재의 상황에서 회사가 어떻게든 버텨나가게 된다고 하더라도, 경제적인 문제가 발생할 경우 내가 회사를 나가야 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지금부터는 가상의 시나리오입니다.- 회사 어플이 이번에 진행한 소개팅 구걸권 이벤트로 대박이 났다. 그리고 여기저기서 투자를 하겠다고 연락이 왔다.(여신과의 만남) 내게 다른 회사에서 일을 하자는 제안이 왔다. 때마침 나도 '영업 경험이 없고, 본인의 의지가 너무 확고 해 의사소통이 점점 힘들어지는 사장님과 계속 일을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유혹자로서의 여성) 외부적인 상황이나 조언들은 잠시 접어두고, 나의 내면을 보기 시작했다.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 '내가 이 회사에 처음 합류할 때 생각했던 것, 영업을 하며 만난 사장님들을 통해 내가 향후에 어떤 도움이 되고자 했는지?' 나의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기 시작했다. 광고를 하지 않아도 이미 영업이 잘 되고 있는 곳의 사장님들을 만나면서 '그 사람만의 사업 노하우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맛도 좋고, 서비스도 좋은데 영업 매출이 잘 되지 않는 곳을 보며 '이곳은 뭐가 문제일까? 어떤 해결책이 있을까'란 고민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이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까?'(아버지와의 화해 ~ 홍익)

5. 또 다시 귀환
내가 어떻게든 수많은 자영업자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막상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쌓은 경험도, 노하우도, 자영업자에 대한 지식도 많이 부족하다. 한마디로 자신이 없다.(귀환의 거부) 내가 맘편히 얘기할 수 있는 주변 지인들에게 나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랬더니 한결같은 반응이다. '첫 술에 배부른 일이 어디있냐'며, 일찍부터 영업을 시작해서 나도 모르게 내게 쌓여있는 영업의 노하우와 아이트로스에서 영업을 하며 만나고 있는 많은 사장님들을 통해 간접경험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에 확신이 생겼다.(불가사의한 탈출) 결정적으로 이사님과 사장님이 내게 '당신이 원하는대로 할 수 있도록, 회사 내에서 최대한으이 지원을 할 것'이라고 말씀 해 주셨다. 필요하다면 부서를 바꿔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업무를 주겠노라고 말씀 해 주신다. 사장님들 중 몇몇 분들도 본인이 도와 줄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도움을 주겠다고 약속을 하셨다.(외부로부터의 구조) 그래서 나는 다시 마음을 잡았다. 더이상 방황하지 말고,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기. 대신 나만의 노하우와 타인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들을 조금씩 조금씩 정리를 해봐야겠다고 결심했다.(귀환관문의 통과) 이로써 나는 새롭게 태어났다. 예전의 불확실하고 자신감 없는 나를 버리고,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내가 하고 싶은 일과 먼 훗날 자영업 준비부터 운영과 확장까지 전 과정을 컨설팅하고 있을 나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몇년 간 결심했던대로 차곡차곡 쌓아왔던 나만의 자료들로 '자영업, 성공과 실패의 노하우'란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 이로써 내 삶에 또 다른 빛이 들어왔다. 가장 믿을만한 컨설턴트로 나를 찾아주는 이들이 점점 늘어났고, 내가 컨설팅하는 곳마다 대박이 났다. 그리고 그토록 바라던 삶의 자유가 내게 찾아왔다.

2011년 4월 17일 현재. 나는 영웅의 모험 중 입문 단계에 있는 것 같다. 평생의 소명인줄 알았던 것을 정리하고 새로운 소명을 받아들인지 얼마 되지 않았다. 아마 지금의 이 소명도 또 다른 여정으로 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새롭게 찾아온 소명을 나는 또 다시 거부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때가 되면 나를 그 소명으로 이끄는 또 다른 조력자가 나타날 것이다. 또한 내가 원하는 삶의 자유라는 것이 내가 기대하는 것보다 훨씬 더 늦게 찾아올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내가 살아가는 동안 이 영웅의 모험은 계속될 것이라는 것이다. 어떤 모습으로 내게 다가올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매순간 최선을 다해 그 모험에 참여한다면 나는 그 소명에 더 가까이 다가가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 날을 위해 나는 오늘도 이 모험을 즐긴다.
IP *.246.68.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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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18 01:31:37 *.111.51.110
일 속에서 자신의 소명을 찾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구나.
그래 네 삶이 곧 모험이고,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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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
2011.04.18 04:38:41 *.23.188.173
자신이 삶을 영웅의 여정에 따라 정리하다니~
나도 생각은 한 번 해봤는데 구분이 잘 안되더라구
지금이 입문인가? 하는 생각이 끝이었어ㅋㅋㅋㅋ
멋지다 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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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경
2011.04.18 05:05:01 *.35.19.58
미나는 책을 읽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네.
그렇게 책과 자신의 이야기를 비교하다보면 뭔가 보일 것 같아.
그게 지식을 삶에 적용하는 것이 아닐까 싶네.
미나,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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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18 06:14:10 *.76.248.166
구체적으로 어디쯤에 있는지 앞으로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미나는 잘 파악하구 있구나. 멋지다~
미나가 컨설팅하는 곳마다 대박이 나는 날을 같이 그려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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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늑대
2011.04.18 09:52:29 *.219.84.74
많은 변화가 너를 키우고 있었구나.
여린듯 강하고 그리고 선하면서 당차다. 그런 변화가 너를 만들어 가고 있었구나.
다시 입문이라 생각하는 자리에 서 있구나.
바이킹 탈때, 청룡열차 탈때 안전장치를 단단히 붙잡듯이 서로를 붙잡자.
현기증 날만큼 어지러움의 끝에 두발로 단단히 서는 편안함이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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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18 17:00:31 *.124.233.1
미나 글을 읽고나니 "우리의 삶은 변화 무쌍한 모험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라는 말이 생각나네 ^^
(누가 한 말인지는 잘 생각이 안 남)
미나야 말로 진정한 영웅이라는 생각이 든다.
곰팡내 나는 사무실에 편하게 앉아서 세상 한탄이나 하는 사람과는 차원이 다르지.
영업을 두려워 하지 않고 즐길 줄 알고,
과감하게 새로운 삶에 도전하는 모습 멋지고 대견하고 부럽다.
시련을 겪고 나면 곧 깨달음과 통찰을 얻어 귀환할 수 있겠지?
그리 믿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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