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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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이란 어떤 사람인가? 국어 사전에 나온 영웅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지혜와 재능이 뛰어나고 용맹하여 보통 사람이 하기 어려운 일을 해내는 사람’
나는 보통 사람도 영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혜나 재능이 뛰어나지 않아도, 자신의 천복을 찾아 자신의 인생을 과감히 전환한 사람이라면 그는 영웅이다. 나날의 삶에 묻혀 ‘인생 다 그런 거지 뭐’하며 사는 사람들 속에서 삶의 문턱을 넘은 사람은 영웅이다. 나는 영웅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내린다. ‘남들이 뭐라 하든 자기가 행복한 일을 하겠다며 자신의 안전지대를 박차고 나온 사람’ 하지만 문제는 박차고 나온 다음이다. 당신이 만약 영웅의 모험을 완성하지 못하면 당신은 책임감 없는 이기적인 가장, 제 밥벌이 못하는 집안의 천덕꾸러기, 또는 현실과는 벽을 쌓은 몽상가로 그려질 것이기 때문이다. 당신은 자신의 모험을 완성하기 위해 다음 세 개의 문을 통과해야 한다.문 앞에서 – 영웅이 되고 싶은지, 모험이 필요한지 물어보라.
프랑스의 시인 폴 발레리는 이런 말을 했다. ‘용기를 내어 그대가 생각한대로 살지 않으면 머지 않아 그대는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그리고 미래에도 현실과 이상의 괴리는 있기 마련이다. 어떤 사람은 그 사이에서 괴로워하고, 어떤 사람은 이를 담담히 받아들인다. 어떤 사람은 생각한대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어떤 사람은 생각과 다르게 살아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매일매일을 ‘생각한대로 살아야 하는데……’를 되뇌다, ‘내가 사는 대로 생각하고 있구나’하며 이마를 치는 날을 맞이하게 된다. 인생이 원래 그런 거라고 생각한다면, 아이들 때문에 밥벌이를 해야 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에겐 모험이 필요 없다. 당신은 영웅이 되지 않아도 그럭저럭 살아 갈 수 있는 인간이다. 모든 사람이 영웅이 될 필요는 없다. 영웅에의 길은 생각보다 힘들고 고되다. 영웅이 되고 싶지도, 모험이 필요하지도 않은 사람은 지금처럼 살면 된다.
첫 번째 문 – 모험의 소명을 받아들여라.
새털같이 많은 날 중 어느 날, 아주 다른 날이 갑자기 찾아 온다. 이 날이 갑자기 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어쩌면 이미 온 것을 당신이 이제야 알아챈 것일 수도 있다. 이제 당신에게 모험의 소명이 주어졌다. 소명을 받은 당신은 내면의 변화를 겪게 된다. 일상이 무료해지고,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하찮게 느껴진다. ‘미친놈들’이라고 생각하며 혀를 찼던 사람들의 삶이 부러워지고 ‘나도 한 번 해봐?’라는 생각이 문득문득 든다. 이때 중요한 것은 ‘방향을 제대로 잡는 것’이다. 자신의 소명을 제대로 해석해라. (나는 직장생활 10년 차 때 처음으로 나를 찾아온 소명을 잘못 해석해 그 후 약 4년간 좌충우돌하며 이를 찾는데 시간을 보냈다. 나는 우둔하게도 그 소명을 ‘새로운 삶을 찾아라’가 아닌 ‘새로운 일을 찾아라’로 해석했다.) 그 즈음 당신은 신화에 등장하는 영웅들처럼 당신의 길을 안내할 괴상한 존재를 만나게 될 것이다. 그러니 누구든 눈 여겨 보아라. 신화의 주인공처럼 당신도 소명을 거부할 수 있다. 하지만 머지않아 당신은 그것을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그것은 당신을 위한 맞춤 소명으로 당신의 의식 아래 잠자고 있던 욕망에 불을 당길 것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문 – 시련에 맞서고 승리하라.
당신이 당신의 소명을 받아 들인 순간, 당신은 문턱을 넘어선 것이다. 이제 기다렸다는 듯이 시련들이 찾아 온다. 신화의 영웅들이 당했던 용과의 싸움, 사지 절단, 불가사의한 항해는 아닐지라도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그 자리에 있을걸’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당신을 괴롭히게 된다. 모피코트를 입은 사람들 속에서 무릎 나온 트레이닝 복을 입은 자신의 모습을 부끄러워하기도 할 것이고, 늘어만 가는 가계부의 붉은 글씨를 보면서 밥벌이의 엄숙함과 거룩함을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물러서지 마라. 만약 당신이 여기서 돌아간다면, 당신은 영웅도 아니고 모험을 떠나온 것도 아니었다. 그냥 잠깐 꿈꾸다 현실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러면 당신은 사람들에게 말할 것이다. ‘그냥 살아, 나가서 후회하지 말고.’ 당신에게 필요했던 건 모험이 아니고 약간의 휴식이었는지도 모른다. 당신이 진정으로 모험을 원한다면, 포기하고 싶은 순간, 당신을 위한 조력자들이 찾아 올 것이다. 당신이 테세우스라면 아리아드네가 나타나 실타래를 쥐어 줄 것이고, 당신이 프쉬케라면 아프로디테가 내어 준 어려운 과제를 도와 줄 요정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어느 날 꺼내든 책에서 당신의 길을 발견하는가 하면, 멀게만 느껴지던 당신의 우상이 갑자기 당신 옆에서 개인교사가 되어 조근조근 이야기를 해주는 경험도 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조력자와 함께 시련에 맞서다 보면 당신은 승리의 깃발을 움켜쥐게 될 날이 올 것이다.
세 번째 문 – 다시 돌아와 세상을 구원하라.
당신은 두 번째 문을 통과하면서 매우 황홀한 경험을 했을 것이다. ‘아, 이렇게 살아도 좋겠구나’ 싶은 상황을 여러 번 맞닥뜨렸을 것이다. 부처가 그랬듯 자신이 구축한 아늑한 낙원에서 영원히 머물고 싶은 강렬한 유혹을 느꼈을 것이다. 세속의 기쁨과 슬픔이란 것이 소란스런 것으로 느껴지고 ‘무엇을 위해 돌아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답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신은 다시 돌아와야 한다. 다시 돌아와 현실에 두 발을 딛고 우뚝 서야 한다. 당신의 모험에서 얻은 전리품으로 세상을 구원해야 한다. 이제 다시 가장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며, 거룩한 밥벌이에 뛰어 들어 제 몫을 해내야 하며, 몽상가에서 현실주의자로 거듭나야 한다. 조셉 캠벨은 저서 <천의 얼굴을 한 영웅>에서 이렇게 말한다. ‘그는 깨어 있는 채로 깊은 잠이라는 천복의 은혜를 체험했고, 믿어지지 않는 모험이라는 튼튼한 액막이를 지니고 빛의 세계로 귀환했기 때문에 일상의 엄연한 환멸에 직면하고도 자기 확신을 잃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 당신은 돌아온 후 당신이 경험한 모험의 기억을 가지고 현실을 마주대해야 한다. 자신의 모험을 완성하기 위해서 영웅은 현실 세계의 충격을 견디어야 한다. 그래야 세상을 구원할 수 있다.
‘영웅이란, 스스로의 힘으로 복종(자기 극복)의 기술을 완성한 인간이다. – 조셉 캠벨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중에서
영웅은 뛰어난 재능과 능력을 타고난 사람이니 그에게 주어진 시련을 쉽게 극복할거라, 당신은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떤 시련이든 쉽게 극복될 수 있는 것은 없다. 스스로의 힘으로 자기를 극복해야 시련 또한 극복할 수 있다. 당신은 영웅이 되고 싶은가? 자신의 모험을 완성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자기 극복의 기술부터 연마하라. 그것이 당신을 신세계로 데려갈 마법의 양탄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