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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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2시간의 혁명, 그 300일 간의 대장정을 마치며 (1부)
이야기에 앞서서..
지난해 5월, 초여름 라일락 향기와 함께 시작한 단군 프로젝트가 오는 4월 19일, 흩날리는 벚꽃 비와 함께 1년여 간의 긴 대장정의 막을 내린다. 단군 프로젝트와 함께 한 지난 1년은 내 삶에 아주 중요한 터닝포인트였고, 일상의 최소 단위인 하루라는 시간 속에 오로지 나만을 위해 쓸 수 있는 2시간을 선물로 안겨 주었다. 긴 여정에 마침표를 찍고, 여정을 통해 얻은 소중한 추억을 개인사의 한 페이지로 잘 갈무리해 두고자 이 글을 쓴다. 무엇보다 이 글을 통해 오랜 시간 동고동락 해온 소중한 단군 사우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앞으로 1년간 함께 새벽을 맞이하며 동고동락할 연구원 사우들에게 살아있는 나의 경험을 전하고 싶었다.
이러한 나의 여정을 갈무리 해 두기에 캠벨의 '영웅의 여정'만큼 좋은 그릇은 없다. 이 '영웅의 여정'은 작게는 하루에 일어나는 작은 사건에서부터 크게는 인생 전체에 이르기까지 '변화의 성장'을 설명하기 위한 아주 좋은 프로토타입(Prototype, 원형)이 되어 준다. 우연은 운명이 되어 찾아와 모험을 떠나라며 우리를 부르고, 조력자는 주저하는 우리의 손을 잡고 새로운 세상을 향한 관문으로 이끈다. 낙원이라 기대했던 새로운 세상은 가혹한 시련을 우리에게 안겨주지만, 때마침 여신이 건네준 아리아드네의 실은 고래의 뱃속처럼 어두운 심연을 빠져 나오게 도와준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깨달음과 통찰이라는 불사의 영약을 안고 우리가 처음 출발했던 그 자리로 다시 귀환한다.
자! 그럼 지금부터 지난 300일 간의 모험을 이야기해 본다.
<출 발>
1. 모험의 소명 - 우연이 운명이 되어 찾아오다
지난해(2010년) 4월 24일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이하 변경연) 홈페이지 창조놀이터에 '웹진 창간 이벤트 <단군의 후예들> 모집'이란 글이 올라왔다. 변경연 웹진 Change 2010 창간 기념 이벤트로 100일 간 하루 2 시간 필살기 연마를 '습관화' 하자는 내용의 프로젝트였다. 물이 100도에서 끓듯이, 단군의 어머니이신 웅녀가 100일간의 노력으로 인간이 되었듯이, 하루 1도씩 100일간의 실천으로 삶의 전환점을 만들어 보자는 시도였다. 이 공지를 보는 순간 내 가슴은 요동치기 시작했다.
오래 전부터 구본형 선생님의 저서를 보며 하루 중에 반드시 나만의 2시간을 마련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당시 출간된 선생님의 저서 '필살기'를 읽고 나서 여러 차례 새벽기상을 시도해 보았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또한 변경연 6기 연구원에 지원하려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단념하게 되었고, 회사 일도 한 부서에서 5년 넘게 있다 보니 지독한 매너리즘에 빠졌다. 스스로를 변화시켜보고자 동분서주 했지만 상황은 나에게 불리하게만 돌아갔다. 단군프로젝트는 이러한 힘든 상황에서 나를 찾아온 구원의 손길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우연은 운명처럼 내게 다가왔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지원을 했다. 5월 17일 킥오프 모임을 통해 함께 할 동료들을 만났고, 5월 24일 당찬 출사표와 함께 출정의 북을 울렸다. 나의 여정의 테마는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2시간 동안 나의 이야기(Me-Story)를 글로 쓰는 것이 내 목표였다. 두 가지를 위함이었다. 첫 번째로 내가 원하는 것, 잘 할 수 있는 것, 기억되고 싶은 나의 모습을 탐색하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이러한 탐색 작업을 통해 변경연 7기 연구원 지원을 위한 개인사를 작성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당찬 포부와 함께 내 삶의 혁명을 이룰 운명의 씨앗이 움트기 시작했다.
2. 조력자 - 사우들과 공헌력
“매일 하면 오래 가고, 함께 가면 멀리 간다.” 우리의 슬로건이었다. 매일 실천하면 습관의 근육을 만들 수 있고, 함께 모여 서로에게 친구이자 스승이 되어주면 멀리 갈 수 있다는 의미였다. 단군 프로젝트 300일차 완주 일주일을 남겨둔 지금, 우리의 슬로건을 다시 읽고 나니 코 끝이 찡해진다. 300여 일을 함께 한 이 단군 사우들이 없었다면 결코 이 여정을 완주할 수 없었을 것이다. 저마다 자기가 품은 꿈과 자아의 신화를 이루기 위해 모인 작은 영웅들, 300여 일이 지나도록 그들과 얼굴을 맞대고 만난 횟수는 열 손 가락 안에 들 정도로 적지만, 가슴의 거리와 만남의 깊이는 수년을 함께 보내온 피상적인 관계 속 사람들과는 감히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가깝고 깊었다.
처음 100일 동안 단 하루도 지각하지 않고 여정을 완주할 수 있었던 것도, 200일, 300일 차도 낙오 되지 않고 무사히 완주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함께 한 동료들 덕분이었다.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그들을 만나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 회사 사람들은 물론이고 가족들에게 조차도 말하지 못했던, 가슴 속에 고이 간직해 두었던 소중한 꿈을 꺼내어 보여주고 이야기 나누었다. 힘들었던 일들을 공유하며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했다. 그런 나눔을 통해 우린 서로에게 부족한 에너지를 채워주며, 우리를 괴롭혔던 지독했던 삶의 피로감을 조금이나마 극복할 수 있었다.
여정을 완주 할 수 있었던 또 다른 힘은 서로에 대한 '공헌'에 있었다. 우리는 경쟁하지 않았다. 관점을 달리해 어떻게 하면 서로를 도울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나의 경우는 출석을 기록하여 출석부를 만드는 공헌을 했고, 어떤 분은 부족장이 되어 리더십을 공헌했고, 또 어떤 분은 서로의 단군일지와 출석 글에 다정하고 따뜻한 댓 글을 달아 격려하는 공헌을 하기도 했으며, 어떤 분은 나무로 만든 자신의 작품으로, 또 어떤 분은 아름다운 동영상을 만들어 모두에게 감동을, 어떤 분은 손수 그린 작품으로, 또 어떤 분은 동료들을 다독이며 밥을 사주는 공헌을 해주시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아무런 금전적 대가 없이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여 좋은 인연을 만들고, 이끌어준 운영진들의 노고야 말로 가장 큰 공헌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나눔과 배려, 서로에 대한 공헌은 우리로 하여금 고독하고 외로운 혼자만의 싸움을 함께 할 수 있는 즐거운 여행으로 승화시켜 주었다.
3. 관문의 통과 - 초심자의 행운
'처음 하루, 작심삼일, 첫 주' 300여일 간 지켜본 바에 의하면 여정의 성패는 이곳에서 판가름이 났다. 완전한 하루가 세 번 모여 작심삼일을 극복하고, 작심삼일을 넘어 한 주라는 관문을 통과하고 나면 여정의 본궤도에 진입할 수 있게 된다. 여기서 우리는 '초심자의 행운'을 만날 수 있게 되는데, 한 번 알람 소리에 벌떡 깨어날 수 있고, 늦게 잠자리에 들어도 거뜬히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처음에 한 굳은 결심으로 인한 의지가 이끈 행운이지 결코 진정한 습관은 아니다. 그렇게 초심자의 행운에 힘입어 관문을 통과하고 나면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젖과 꿀이 흐르는 낙원이 아닌 그 옛날 요나를 집어삼킨 거대한 고래가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고된 시련과 도전이 기다리고 있는 심연의 동굴이다.
다음 주 2부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