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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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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4월 25일 00시 20분 등록

욕망은 화려하다. 제 몸 데이고 스러질 줄 알면서도 떨쳐내지 못하는 치명적인 유혹이다.

톨킨의 판타지 소설을 영화화한 <반지의 제왕>은 인간의 욕망을 '절대반지'에 담아 두고서 이것을 들고 어쩔 줄 몰라 하는 군상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절대반지'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이해한 우리들은 인간 보편의 문제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고, 욕망의 노예로 등장한 골룸을 보면서 자신의 일면에 정신이 번쩍 들었을 것이다. 반지 낀 프로도의 손가락을 물어뜯은 골룸이 기뻐 날뛰며 불길 속으로 떨어지는 장면은 실존의 현실이며, 반지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했을 때 변해갈 우리 모두의 모습이기도 하다. 욕망은 이렇듯 우리의 정신을 미혹하게 한다.

골룸.jpg

하지만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삶이 있을까? 그것은 해탈이거나 생명의 포기이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거나 욕망하지 않는다면 인간으로서 가치 또한 상실 할 것 같다라는 암시는 비단 나만의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욕망과 존재 사이를 구분 없이 오간다. 어디까지가 부질없는 욕망이고 어디까지가 삶에 대한 애정이며,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취해야 하는가. 어지러운 질문들이 길게 늘어선다.

 

천개의 얼굴 천개의 욕망, 신화적 영웅이라 해도 욕망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영웅의 여정에서 영웅을 무릎 꿇게 하는 것은 외부적인 힘이라기 보다는 결국 내부의 용에 의한 좌절이다. '욕망'이라는 괴물 앞에 무릎 꿇음으로써 자신에게 주어졌던 소명을 잃고 생의 역할을 감당하는데 실패하게 된다.

제우스의 아들이자 크레타의 전설적인 왕 미노스의 삶을 몰락으로 이르게 했던 것은 무엇이었던가?
소명과 욕심 사이에서 욕심을 교묘히 챙긴 영웅은 결국 그것의 댓가로 아내의 부정, 괴물인 의붓아들의 탄생, 아들의 죽음, 딸의 배신 그리고 종국에는 자신의 죽음으로 이어지는 생의 몰락을 내놓아야 했다.
아리아드네의 실을 얻어 미궁에서 미노타우로스를 죽이고 백성을 구했던 영웅 테세우스도 그의 욕망을 어쩌지 못하여 결국은 벼랑에서 생을 마감한다. 어디 이뿐인가. 디오니소스의 행운이 재앙이 되어버린 미다스 손이 그렇고 태양의 신 헬레오스의 아들 파에톤이 제우스의 벼락을 맞아 생을 마감하는 것도 버리지 못한 욕망의 댓가이지 않은가.
캠벨의 말대로 한평생 자신을 인도했던 신성은 욕망이 주인이 되는 순간 자신의 적이 된다. 스스로를 파괴하는 괴물이 되는 것이다.

 

인간은 밤이고 낮이고, 자신의 어지러운 심성의 폐쇄된 미궁 안에 있는 살아 있는 자기의 이미지인 신적인 존재에 쫓긴다. 문을 나가는 길은 막힌 지 오래다. 출구는 없다. 인간은 사탄처럼 죽자고 자기 자신에게 매달린다. 이때 그가 있는 곳이 바로 지옥이다. 혹자는 그러다 신 안에서 마침내 파멸하기도 한다.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중에서

 

나는 한 사회에 속해 있다. 나의 욕망은 여기에서 비롯되는 듯 하다.
사회에서 인정받고 사랑 받고 싶은 욕구가 나의 기저에 자리하고 있다. 욕망은 무시를 당함으로써 겪게 될 울화와 무력한 절망감을 견디어낼 자신 없는 두려움이 만들어 낸 또 다른 얼굴이다. 발생할지도 모를 만약의 상황 즉, 내가 무시 받을 수 있다는 가정하에 이를 방어하기 위한 돈에 대한 욕망은 통장 잔고로서는 한정되어 스러지지 않을 불가괴성을 가지고 있다.
더불어 관심과 인정을 위한 나의 매력적인 존재에 대한 호소로서 근사한 직업과 품위가 필요하다. 나의 실현에 앞서 직업은 그렇게 타인의 눈을 의식한 일면을 담고 있다.
어떤 연유에서인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의 관심이 중요한 것은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아마도 인간이 날 때부터 자신의 가치에 확신을 갖지 못하고 누군가의 눈을 의식해야 하는 운명을 타고났기 때문일 것이라고 에둘러 보편화 시켜본다.
아무튼 다른 사람이 나를 바라보는 방식이 내가 스스로를 바라보는 방식을 결정하게 하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해 온 것이다.
이것이 나의 욕망을 낳게 하고, 나의 욕망이 지금의 나를 살게 한다.

 

나는 욕망과 나를 동일시하며 40여년을 살았고, 욕망이 이끄는 삶에 물음표를 달아두고 이제 1년을 살았다.
신이 부여하신 나의 분수가 지금의 나에게 부족함이 없다고 하여도 어찌할 바 모르는 욕망은 어둑한 허기처럼 나를 채우고 있다. 욕망과 존재는 교차하며 나에게 펀치를 날리고, 오늘도 버려야 할 것과 취해야 할 것을 사이에서 끝없는 손익이 내 안에 묘한 무늬의 심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욕망으로부터 구원을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욕망의 은밀하고 끝없는 유혹으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워지고 싶다. 주저함 없이 절대반지를 불구덩이에 던지지는 못하더라도 그것 때문에 파멸하게 되는 불구덩이에 스스로 들어갈 수는 없지 않겠는가.

 

이런 나에게 시바신은 신탁처럼 주문한다. '키르티무카, 키르티무카'

 

어느 날 괴물이 시바 신에게 와서 "당신의 아내를 내 애인으로 갖고 싶다"고 말하자, 시바 신은 괴물이 있던 자리 바로 옆에 다른 괴물을 만들었다. 새로 나타난 이 아귀가 자기를 잡아먹으려 한다는 것을 알자 기겁을 한 첫번째 괴물은 두려움에 떨며 시바신에게 자비를 구한다. 시바신은 자기 앞에서 자비를 구하는 자에게 자비를 베풀어준다. 그러자 이번에는 아귀가 항변했다. "그럼 저는 어떻게 합니까? 배고파 죽겠어요" 그러자 시바신은 명령했다. "너 자신을 먹어라" 할 수 없이 아귀는 발부터 시작해 자기 자신을 먹어 올라가기 시작했고, 결국 얼굴 하나만 덩그렇게 남게 되었다. 시바신은 이를 '키르티무카' , 영광의 얼굴이라 칭하면서 "누구든 너를 예배하지 않는 자는 나에게 올 자격이 없다" 하였다. 시바 신은 이 키르티무카를 경배하지 않고는 결코 신의 경지에 이를 수 없다고 한 것이다. 어찌하겠는가.

 

비 갠 뒤 갖게 되는 말간 하늘처럼 그런 깨끗한 정신과 얼굴을 하고 싶다.
삶에 질펀한 욕망에서 정수만을 뽑아내어 한바탕 잘 놀다 가고 싶다.

메두사의 머리가 잘린 곳에서 페가수스가 광휘를 드러낸 것처럼,
내 욕망의 잘린 자리에서 이들을 인도할 찬연한 백마를 기대하고 싶다.

IP *.69.25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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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
2011.04.25 06:21:27 *.23.188.173
반지의 제왕 엄청 열심히 봤는데.....
이거 읽고 다시 한번 생각해봤더니 오라버니 칼럼이랑 딱 떨어지네
골룸이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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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
2011.04.25 14:48:10 *.219.84.74
나도 매우 인상깊게 본 영화다.
최근에 연구원 과정을 통해서 읽은 책들은 그간에 보았던 영화나 소설에 대한 깊이를 더해주는 느낌이다.
그래서 더욱 기대되는 1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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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옥
2011.04.25 08:39:42 *.10.44.47
존재를 끌고 가는 엔진, 욕망.

이번 1년은 기회가 되겠지요?
내가 달고 있는 엔진이 과연 누구것인지 확인해볼 수 있는...
달리고 있는 도로에선 땐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죠.

자기 존재의 의미에 대한 실마리를 찾으면
나머지 질문에 대한 대답은 저절로 나오게 되는 것 같습니다.

글이..
점점 제 개인적 취향에 가까워져가네요.
저로선 참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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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
2011.04.25 14:50:41 *.219.84.74
구형 엔진에 자꾸 회의가 가니, 믿고 달릴 수 없어요.
새로운 신형 울트라 파워 엔진을 달아야 하는데 현재 개발 중입니다.

같이 연구하는 연구원들이 열심히 개발 중이니 2년 내에는 신형엔진을 장착할 수 있으리라  믿쉽니다.

선배, 북페어때 뵐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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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25 10:12:46 *.124.233.1
그때 형님 이야기 듣고, 이렇게 글로 읽으니 더 와 닿는 것 같아요.
형님의 글은 제게 선지자의 글 같아요.
아직 저는 아무 것도 실행에 옮기지 않아 전전긍긍하고 망설이며
안에서 들끓는 감정의 정체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는 단계에요.

『사회에서 인정받고 사랑 받고 싶은 욕구가 나의 기저에 자리하고 있다. 욕망은 무시를 당함으로써 겪게 될 울화와 무력한 절망감을 견디어낼 자신 없는 두려움이 만들어 낸 또 다른 얼굴이다. 발생할지도 모를 만약의 상황 즉, 내가 무시 받을 수 있다는 가정하에 이를 방어하기 위한 돈에 대한 욕망은 통장 잔고로서는 한정되어 스러지지 않을 불가괴성을 가지고 있다. 더불어 관심과 인정을 위한 나의 매력적인 존재에 대한 호소로서 근사한 직업과 품위가 필요하다. 나의 실현에 앞서 직업은 그렇게 타인의 눈을 의식한 일면을 담고 있다. 』

제 가슴 속에 어렴풋하게 일렁이는 생각을 명쾌하게 표현한 것 같아 심하게 공감했어요. 5년 뒤에나 겪게될 감정을 미리 당겨서 경험한 듯한 느낌이에요.

글 속에서 형님의 고뇌와 희망을 동시에 봅니다. 고마워요 형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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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
2011.04.25 15:12:43 *.219.84.74
경인아, 글 고맙다.
너무 개념에서 허우적거리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구체적이면서 찌르는 글을 써보고 싶은데 그저 욕심뿐이다.
하고 싶은 말이 허공에서 흩어지는 느낌이었다. 시간과 훈련이 가능하게 하겠지... 
땡7이들의 댓글에서 용기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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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25 11:02:28 *.166.205.132
골룸의 모습이 정말 리얼하네요. 무섭다!
" 한평생 자신을 인도했던 신성은 욕망이 주인이 되는 순간 자신의 적이 된다."
신성을 따르면 살았다고 생각하지만 마지막 관문에서 만나게 되는 욕망이란 놈.
'명예를 얻고 싶다는 마음, 결국 나 혼자 잘 살면 돼지라는 이기심.'
나에겐 이런것들인것 같아요.
저 골룸의 모습을 떠올리며 경계하며 살겠습니다!
땡큐! 훈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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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
2011.04.25 15:18:45 *.219.84.74
글이 밋밋해서, 골룸을 불러왔는데...
경수야 인생은 암튼 어렵다. 저번 목요일은 경인이랑 둘이서 쏘주한잔 했는데
땡7이들 생각도 나더라만, 너 생각이 쬐금 더 많더라...생각만!!!
오프수업하러 오면 왠만하면 쏘주도 한잔 하고 천천히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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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25 14:19:08 *.45.10.22
역시 준비된 자의 글이란 이런거군요... 
밤새 잠을 못 이룰 필요가 없는거죠... 
늘 준비되어 있으니까 
화이팅~! 
전 언제 이런 경지로 올라가나요 ^^ 
사부님 말씀대로 발이 부르틀때까지 계속 걸으렵니다..
많은 조언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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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
2011.04.25 15:21:26 *.219.84.74
사샤!! 사부님이 글도 달아 주고 부럽다.
너무 겸손 한것 아닌가. 너의 말랑말랑한 생각들이 나는 부러울 뿐이다.
정형화 되어 있는 것을 부셔버릴려면 워떻게 해야해?? 그런 책한번 써보는 것은 어때?
사샤랑 어울리는 것 같다. 창조적 놀이, 창조적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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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경
2011.04.25 14:48:35 *.35.19.58
저도 이 놈의 욕망 때문에 참 힘들었는데 달리 보면 이 욕망 때문에 많은 걸 이루기도 한 것 같아요.
욕망, 저는 그리 나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방향을 제대로 잡는다면 그 욕망이 나를 움직이는 에너지가 될 수 있으니까.
오라버니 욕망이 잘린 자리에서 찬란한 백마가 나타나 그 방향을 인도하길 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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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
2011.04.26 12:47:37 *.219.84.74
욕망이 길을 잃어버리는 일이 많아서 탈이지...ㅎㅎㅎ
손님인 주제에 갈갈이 날뛰어서 주인처럼 굴어서 탈이지.
욕망이라기 보다는 헛된 욕심이지...내가 버리고 싶은 것들은 그런 것.

그래도 그것들을 감시의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에 감사!
그대의 글에 감사와 용기! 땡큐 회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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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
2011.04.26 10:01:22 *.138.118.64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은 욕망.. 저는 특히 항상 목말라하는듯.

다행히 언니오빠들한테 그동안 못받은 인정과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것 같아요.ㅋㅋ..

늘 감사해요~!!^^ (저 골룸.. 매력적이에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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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26 11:57:22 *.166.205.132
매력적이라고라~~~ 움메~ 큰일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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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
2011.04.26 12:47:01 *.219.84.74
미나는 저런 스탈을 좋아하는구나...
소개시켜 줄까 비슷한 사람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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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456
2011.04.26 16:44:21 *.214.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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