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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4월 25일 10시 26분 등록

심리적 훈련을 통하여 개인적인 한계, 독특한 습관, 희망, 공포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진리를 깨닫고 거듭나는 데 필수적인 자기 적멸에 대한 저항을 버리면, 개인은 위대한 <하나 됨>, 즉 <자기 화해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P306

 

완벽함에 대한 집착이 나를 점점 옥죄고 있다. 사실 나라는 사람이 완벽함에 대한 집착을 가지고 있는지 몰랐다. <강점혁명>이란 책에서 나의 강점을 찾았을 때, ‘최상주의자’라는 테마가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어제 문득 내가 갇혀 있는 알을 깨고 나올 수 있는 다양한 기회들이 완벽주의에 대한 나의 집착 때문에 사라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나는 춤을 추고 싶었다. 자신의 몸을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흔들며 몸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굉장히 부러웠다. 클럽에 가거나, 어떤 모임에서나 춤을 출 기회가 생기면 나는 가볍게 몸을 흔들긴 하지만, 몸동작이 크지는 않다. 손을 위로 뻗어 흔드는 것조차 쉽지 않다. 그래서 ‘춤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클럽 댄스든, 힙합이든, 스윙댄스든 춤을 ‘제대로’ 배우고 나면 자신감 있게 어디서든 춤을 출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스윙댄스를 배웠다. 하지만, 음악에 맞춰 적절한 동작을 하기가 생각보다 어려웠다. 첫 단계는 무사히 마쳤지만, 두 번째 단계에서 포기했다. 완벽하게 즐길 수 있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했고, 그 과정에서 생길 스스로에 대한 불만족스러움을 견뎌 낼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스윙댄스는 나랑 안 맞는 것 같아’라는 핑계를 대며 배우기를 그만뒀다. 그리고 춤을 춰야 하는 자리는 되도록이면 피해 다녔다.

 

연기도 해보고 싶었다. 감정표현이 무척이나 서툰 나이기에, 왠지 연기를 해보면 다양한 나의 감정들을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던 중, 2009년 말 우연히 인디극단에서 뮤지컬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주연급 배우는 아니었지만, 짧고 굵은 여러 개의 배역을 맡았다. 한 달간의 연습 끝에 드디어 공연 당일이 되었다. 다행히 큰 실수를 하지는 않았고 연습을 많이 했던 배역은 스스로 만족할 정도로 연기를 했던 것 같다. 공연이 끝난 후, 공연 동영상을 봤다. 내 얼굴 표정이 많이 굳어 있었다. 연극이 끝난 후, ‘좀 더 준비가 될 때까지, 다시 연기는 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했다. 여기서 준비라는 것은 ‘연기를 배우는 것’과 ‘감정표현을 좀 더 자유롭게 할 수 있을 때’였다. 1년이 지난 지금 나는 연기를 배울 기회가 있긴 했지만, 배우지는 않았다. 감정표현에 익숙해지지도 않았다. 1년 전과 나는 별로 달라진 것이 없었다.

 

무언가 새로운 것에 도전할 기회가 생기면, ‘내가 얼마나 잘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된다. ‘첫술에 배부르랴’라고 쿨하게 생각하고 ‘하다 보면 잘 할 수 있겠지.’라고 생각 해 본 적이 별로 없다. 조금 더 완벽하게 할 수 있을 때, 그 때 도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작이 없으면 완벽해질 기회도 없는데 말이다.

 

언젠가 누가 내게 물었다.

“미나씨는 좋아하는 배우가 누구에요?”

“특별히… 없어요.”

“좋아하는 음악은요?”

“음악도 특별히… 없어요.”

“그러면, 미나씨는 도대체 관심 있는게 뭐에요?”

“음… 관심 있는 거요? 저는 저한테 관심이 많아요. 내가 어떻게 살지, 어떤 걸 하고 싶은지.. 이런 것들이요.”

 

사실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는 중에 내면의 소리를 들어보면, ‘나도 특별히 좋아하는 가수, 배우, 혹은 음악이 있으면 좋겠어.’라고 외치고 있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하지만, 매니아가 될려면 너무 많은 시간이 필요해. 음악 장르 하나를 좋아하려면 그것과 관련된 모든 음악을 들어봐야 하는데, 언제 그 많은 것들을 듣고 있겠냐고!!’라고 외치며 어느 새 포기하고 있는 내가 있다.

 

그냥 좋아하는 장르를 하나 정하고, 그와 관련된 음악들을 하루에 2-3곡씩이라도 조금씩 듣다 보면, 음악을 알게 되고, 뮤지션을 알게 되고, 그렇게 좋아하게 되는 것인데 말이다. ‘꼭 매니아가 되어야 해? 그냥 좋아하기만 하면 안되는거야?’라고 질문을 던져보면, 대답은 ‘그렇지.’ 이다. 꼭 어떤 분야에 매니아가 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 그것을 많이 알아야 할 필요도 없다. 나는 왜 ‘완벽함’에 집착하고 있을까? 어떤 것을 하든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내가 가지고 있는 이 완벽함에 대한 집착이 내게 주어지는 다양한 기회들을 차단하고 있다. 춤도, 음악도, 연기도, 그리고 어쩌면 사랑도. 내가 가진 기준의 ‘완벽함’에 부합하는 준비가 되지 않으면, 시도하려고 하지 않거나, 너무 쉽게 포기해 버리는 나를 발견했다. 그래서 지금껏 익숙한 것, 스스로가 만족스럽거나, 이미 자신 있어 하는 것들 안에서만 살아가고 있다. 이제는 그 틀을 벗어나 좀 더 자유로워진 나와 마주하고 싶다.  

IP *.138.118.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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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
2011.04.25 10:36:45 *.219.84.74
미나야, 목소리에 힘이 없어 보인다.
봄 바람 불어서 봄 타는가?
동기들이 있음을 잊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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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
2011.04.25 11:58:15 *.138.118.64
저 봄타나봐요.ㅋㅋ.. ㅜㅜ.. 동기들 덕분에 완전 든든!!^^ 걱정마세요~ 저는 괜찮습니당~!!!^^ 헤헤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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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25 12:04:05 *.124.233.1
그런 말이 생각난다.
"우리는 사는 것을 준비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태어난 것이다."
그치? 나도 그 동안 사는 것을 준비하느라 너무나 많은 시간을 허비하면서 살아온 것 같아.
이제 그만 적당히 준비하고 제대로, 구성지게 살아야지!
준비 안 해도 부딪히다 보면 뭔가 되도 되지 않을까?
그놈의 최상주의, 완벽주의가 언제나 뭔가 시작해보려는 우리의 발목에 족쇄가 되더라고!
미나의 마음에 절대 공감한다. ^^

그래도 미나의 도전정신 만큼은 땡7이들 중에서 따라갈 사람은 없을껄?
비행사, 연극배우, 거친 필드에서의 영업 경험 등등등
그대의 겁없음, 용기가 그대를 가둔 알을 박차고 나아가
진짜 삶을 살게 하는 힘이 되리라!

한 주간 고생 많았다 미나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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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
2011.04.26 09:35:56 *.138.118.64
준비하느라 너무 많은 시간 허비했다는 말. 완전 공감~!!! 정말 부딪히다보면 뭔가 될것 같아요..
도전정신.. 히히.. 이것저것 집적대기만하고 사실 제대로 하는건 없는데..;;;

오라버니도 한주간 고생 많으셨습니당~!!!^^ 감사해요 항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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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25 12:20:29 *.166.205.132
'최상주의자' 라는 테마가 널 그렇게 가두었구나.
그런 너의 모습을 스스로 보게 된것으로 변화는 이미 시작된거 아니겠냐.
당찬 오뚜기 같은 미나의 모습을 보면 참 대단하단 생각을 해.
이렇게 너의 모습을 내보여주어 고맙다.
사랑스럽구나.

From. 대충주의자 양갱오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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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
2011.04.26 09:40:01 *.138.118.64
ㅇㅇ.. 맞아요. 그냥 그걸 깨닫는 순간. 뭔가 변화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래서 한편으론 벌써 조금은 홀가분해진 것 같기도 하고.

꺅. 언니오빠들에게 사랑을 듬뿍 받으니 황송할 따름입니다.ㅋㅋ
나를 있는 그대로 내보일 수 있고, 그대로 받아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행복합니당.^^ 훗.
대충주의자. 이 말 너무 좋아요!! ^^ (사실 저도 알고보면 대충주의자.;;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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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25 14:24:41 *.45.10.22
오빠들이 미나를 아끼는 마음이 댓글에서부터 느껴지누나 ^^ 
행복한 미나!
봄 잘 타고 넘기자 우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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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
2011.04.26 09:43:27 *.138.118.64
언니, 저 진짜 완전 행복해요..^^ 언니오빠들 덕분에 봄 잘 넘길 수 있을듯!!!
고마워요 언니~~ 언니오빠 있어서 너무너무 좋음!! (전 어릴 때부터 항상 언니 오빠가 있었음 했는데, 이렇게 소원을..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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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경
2011.04.25 15:20:34 *.35.19.58
우리 미나는 하고 싶은 것도, 해본 것도 참 많네.
파일롯도 되고 싶다 스윙댄스도 해봤고 뮤지컬까지?
그래, 그러면서 널 찾는 거다.
단, 너무 조급해하지만 말아라.
네가 우리 동기 중 가장 어린거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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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
2011.04.26 09:45:39 *.138.118.64
'우리 미나' 란 말 참 좋아요.히히.. (이런 애정결핍이 드러나는..ㅋㅋ)
ㅇㅇ.. 계속 날 찾아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나를 찾을 수 있을지 조금은 궁금하기도 하고..

천천히 갈게요. 언니 말처럼. 가장 어리니까.ㅎㅎ. 아직 시간도 많고.ㅋ 조급해하지 않고. 천천히..^^
항상 고마워요 재경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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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
2011.04.26 04:56:54 *.23.188.173
완전 공감이네
잘하게 되면 왠지 할 수 있는데 못하니깐 안하는 거라고 하잖아
사실은 못하는 내 자신을 드러내 보일 수 없다는 생각이 큰거지....
나도 여기와서 그런 생각을 하게되었다우~
그래도 대단하네~ 나는 째즈댄스 한달하고 관뒀는데......
뮤지컬은 눈으로 관람만 하고 말이야
미나 화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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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
2011.04.26 09:48:41 *.138.118.64
ㅇㅇ... 정말. 사실은 내 자신을 드러내 보일 수 없다는 생각이 정확한것 같아염. 이런 생각이 나를 괴롭혀온듯..

나도 스윙 한달.ㅋㅋ.. 뮤지컬도 정말 우연한 기회에.. 재미있는 경험이었다는.. 언니도 나중에 기회되면 해봐봐.
완전 잼있음!!^^ ㅎㅎ. 루미언니는 왠지 연기 잘 할 것 같아. ㅋㅋ.. 고마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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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26 17:43:12 *.160.33.89
길게 써라.  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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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
2011.04.26 20:54:52 *.58.226.102
으하하하하 ㅋㅋㅋ 알겠습니다. 기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일게 써보겠습니다. ^^ 훔.. 감사해요 싸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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