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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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적 훈련을 통하여 개인적인 한계, 독특한 습관, 희망, 공포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진리를 깨닫고 거듭나는 데 필수적인 자기 적멸에 대한 저항을 버리면, 개인은 위대한 <하나 됨>, 즉 <자기 화해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P306
완벽함에 대한 집착이 나를 점점 옥죄고 있다. 사실 나라는 사람이 완벽함에 대한 집착을 가지고 있는지 몰랐다. <강점혁명>이란 책에서 나의 강점을 찾았을 때, ‘최상주의자’라는 테마가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어제 문득 내가 갇혀 있는 알을 깨고 나올 수 있는 다양한 기회들이 완벽주의에 대한 나의 집착 때문에 사라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나는 춤을 추고 싶었다. 자신의 몸을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흔들며 몸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굉장히 부러웠다. 클럽에 가거나, 어떤 모임에서나 춤을 출 기회가 생기면 나는 가볍게 몸을 흔들긴 하지만, 몸동작이 크지는 않다. 손을 위로 뻗어 흔드는 것조차 쉽지 않다. 그래서 ‘춤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클럽 댄스든, 힙합이든, 스윙댄스든 춤을 ‘제대로’ 배우고 나면 자신감 있게 어디서든 춤을 출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스윙댄스를 배웠다. 하지만, 음악에 맞춰 적절한 동작을 하기가 생각보다 어려웠다. 첫 단계는 무사히 마쳤지만, 두 번째 단계에서 포기했다. 완벽하게 즐길 수 있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했고, 그 과정에서 생길 스스로에 대한 불만족스러움을 견뎌 낼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스윙댄스는 나랑 안 맞는 것 같아’라는 핑계를 대며 배우기를 그만뒀다. 그리고 춤을 춰야 하는 자리는 되도록이면 피해 다녔다.
연기도 해보고 싶었다. 감정표현이 무척이나 서툰 나이기에, 왠지 연기를 해보면 다양한 나의 감정들을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던 중, 2009년 말 우연히 인디극단에서 뮤지컬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주연급 배우는 아니었지만, 짧고 굵은 여러 개의 배역을 맡았다. 한 달간의 연습 끝에 드디어 공연 당일이 되었다. 다행히 큰 실수를 하지는 않았고 연습을 많이 했던 배역은 스스로 만족할 정도로 연기를 했던 것 같다. 공연이 끝난 후, 공연 동영상을 봤다. 내 얼굴 표정이 많이 굳어 있었다. 연극이 끝난 후, ‘좀 더 준비가 될 때까지, 다시 연기는 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했다. 여기서 준비라는 것은 ‘연기를 배우는 것’과 ‘감정표현을 좀 더 자유롭게 할 수 있을 때’였다. 1년이 지난 지금 나는 연기를 배울 기회가 있긴 했지만, 배우지는 않았다. 감정표현에 익숙해지지도 않았다. 1년 전과 나는 별로 달라진 것이 없었다.
무언가 새로운 것에 도전할 기회가 생기면, ‘내가 얼마나 잘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된다. ‘첫술에 배부르랴’라고 쿨하게 생각하고 ‘하다 보면 잘 할 수 있겠지.’라고 생각 해 본 적이 별로 없다. 조금 더 완벽하게 할 수 있을 때, 그 때 도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작이 없으면 완벽해질 기회도 없는데 말이다.
언젠가 누가 내게 물었다.
“미나씨는 좋아하는 배우가 누구에요?”
“특별히… 없어요.”
“좋아하는 음악은요?”
“음악도 특별히… 없어요.”
“그러면, 미나씨는 도대체 관심 있는게 뭐에요?”
“음… 관심 있는 거요? 저는 저한테 관심이 많아요. 내가 어떻게 살지, 어떤 걸 하고 싶은지.. 이런 것들이요.”
사실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는 중에 내면의 소리를 들어보면, ‘나도 특별히 좋아하는 가수, 배우, 혹은 음악이 있으면 좋겠어.’라고 외치고 있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하지만, 매니아가 될려면 너무 많은 시간이 필요해. 음악 장르 하나를 좋아하려면 그것과 관련된 모든 음악을 들어봐야 하는데, 언제 그 많은 것들을 듣고 있겠냐고!!’라고 외치며 어느 새 포기하고 있는 내가 있다.
그냥 좋아하는 장르를 하나 정하고, 그와 관련된 음악들을 하루에 2-3곡씩이라도 조금씩 듣다 보면, 음악을 알게 되고, 뮤지션을 알게 되고, 그렇게 좋아하게 되는 것인데 말이다. ‘꼭 매니아가 되어야 해? 그냥 좋아하기만 하면 안되는거야?’라고 질문을 던져보면, 대답은 ‘그렇지.’ 이다. 꼭 어떤 분야에 매니아가 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 그것을 많이 알아야 할 필요도 없다. 나는 왜 ‘완벽함’에 집착하고 있을까? 어떤 것을 하든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내가 가지고 있는 이 완벽함에 대한 집착이 내게 주어지는 다양한 기회들을 차단하고 있다. 춤도, 음악도, 연기도, 그리고 어쩌면 사랑도. 내가 가진 기준의 ‘완벽함’에 부합하는 준비가 되지 않으면, 시도하려고 하지 않거나, 너무 쉽게 포기해 버리는 나를 발견했다. 그래서 지금껏 익숙한 것, 스스로가 만족스럽거나, 이미 자신 있어 하는 것들 안에서만 살아가고 있다. 이제는 그 틀을 벗어나 좀 더 자유로워진 나와 마주하고 싶다.
"우리는 사는 것을 준비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태어난 것이다."
그치? 나도 그 동안 사는 것을 준비하느라 너무나 많은 시간을 허비하면서 살아온 것 같아.
이제 그만 적당히 준비하고 제대로, 구성지게 살아야지!
준비 안 해도 부딪히다 보면 뭔가 되도 되지 않을까?
그놈의 최상주의, 완벽주의가 언제나 뭔가 시작해보려는 우리의 발목에 족쇄가 되더라고!
미나의 마음에 절대 공감한다. ^^
그래도 미나의 도전정신 만큼은 땡7이들 중에서 따라갈 사람은 없을껄?
비행사, 연극배우, 거친 필드에서의 영업 경험 등등등
그대의 겁없음, 용기가 그대를 가둔 알을 박차고 나아가
진짜 삶을 살게 하는 힘이 되리라!
한 주간 고생 많았다 미나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