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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4월 25일 11시 47분 등록
손석희에게 후배가 물었다. 
'선배처럼 말을 잘할려면 어떻게 해야하나요?'
손석희는 답한다.
'잘 들어'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잘 읽어야한다'는 당연한 이야기를 할려고 한다. 당연한 이야기인데, 엄청 힘든 일이 되어 버렸다. 

나는 어제, 앱으로 다운받은 '미디블 캐슬'이라는 게임을 3시간이나 했다. 너무 재밌다. 이렇게 재밌는 경험은 정말 오랜만이다. 세상에 이렇게 재밌는 놀이도 있었을까? 잠들기전에 10분 정도 할려고 했는데, 오묘한 전략의 세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다. 스스로 '미친놈'이라고 자학하면서도, 재미있어서 멈출수가 없었다. 4인치 되는 화면도 사람 영혼을 잡아두기에는 모자람이 없다. 스마트폰 사용하면서, 목디스크 환자가 많아졌다고 한다. 왜 그런지 어제 경험하다.  

스마트폰이 이 정도라면, 다른 매체나 콘텐츠는 말할 것도 없다. 볼만한 영화가 없음에도, 노출되는 광고에 무의식적으로 반응한다. 읽고 싶게 만드는 책은 많지만, 막상 읽을만한 책은 없다. 별다른 업데이트가 없어도, 인터넷 포털에 수시로 들려본다. 우리의 신경은 마켓팅과 영업의 잡음에 쇠하고 쇠해진다.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서술력이 있다'는 이야기다. '서술력'이란, 하나의 갈피를 잡으면, 끝을 볼때까지 물고늘어지는 힘이다. '작은 하나'에서 끝장을 보는 성깔, 내지는 근성을 '서술력'이라고 나는 부르고싶다. 대체로 작은 주제를 깊이 파고들어간 글은 읽고나면, 담백한 느낌이 들고 뿌듯하다. 이렇게 상상하면 쉽다. 권총과 소총중 어느 총이 정확하고, 사거리가 먼가? 권총은 인터넷 짜집기고, 소총이 서술력이다. 스나이퍼가 권총쓰는가? 독자를 휘어잡을려면, 장총이 필요하다. 

요즘들어_특히 자기계발 기획책들이 그렇다. 인터넷 검색을 짭집기한 느낌의 책이 많다. 인터넷 서핑한 내용을 책으로 낸다. 무슨 마술을 부려놓는지, 서점에서 얼핏보면 사고 싶다. 제목과 중간중간 내용이 주의를 끌기 때문이다.  덜컥 사버린 내가 바보지만, 집에서 읽다보면 짜증난다. 이런것도 책이라고 쓰나. 이름이 아깝게.....

미디어뿐만 아니라, 독서 습관도 글쓰기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지금까지 나의 독서방식은 '타치바나 타카씨'식이었다. 이를테면, 두꺼운 책도 만화책 보듯이 읽는다. 이렇게 읽으면, (확실하지는 않지만) 무의식에 정보가 쌓여서, 창조력이 무궁무진해질 것 같다. 이런 독서방법에도 유용한 점이 있다. 책을 많이 사게 된다. 많이 사면, 많이 볼 수 밖에 없다. 내용이 들어오지 않더라도, 어쨌든 구입한 책을 볼려고 애쓴다. 많이 읽다 보니, 자연스럽게 책을 좋아하고, 책 읽는 습관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딱 여기까지다. 

타치바나 타카씨의 책, '우주로부터의 귀환'은 그 프로젝트의 규모나, 그가 섭렵한 책과 자료는 보통 저술가의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방대하다. 허나, 막상 결과물을 보면, 물론 훌륭한 책이기는 하지만, 왜소해 보인다. 

어줍잖은 독서에서는 어설픈 글이 나온다. 우리가 책을 읽는 것은 정보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다. 정보가 없어서, 윤택한 생활을 못한단 말인가? 오히려 많아서 불행하지 않은가? 독서를 하는 목적은 저자의 '숨결을 따라가기'위함이다. 그들의 호흡에 따라서 사유의 골을 오밀조밀하게 산보하기다. 이런 책 읽기는 고고학자가 작은 붓으로 티라노사우르스를 발굴할때와 같은 조심성과 주의깊음이 필요하다. 빨리 발굴한다고, 포크레인을 쓰면 남는 것이 없다. 

이렇게 읽어보자. 속독이 필요한 책이 있다. 정보를 제공하는 책들이다. 하지만, 글을 정말 잘 쓰고 싶다면 '서술력'이 필요한데, 이때는 잘쓰여진 글을 촘촘히 세밀하고, 빈틈없이 읽어내야한다. 어떤 기술을 익힐때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따라하기다. 기타도 그렇고, 미술도 그렇다. 따라 읽다보면, 따라 쓰게 되리. 

요즘,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읽는다. 물론 무슨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지만 내가 보는 것은 저자의 글빨이다. 현학적인 내용을 영화관에서 팝콘먹듯이 써내려간 글들을 보노라면, 통쾌하다. 덤으로, 삼국지처럼 수많은 등장인물이 나온다. 그들의 바보같지만 진지한 시도와 실험을 보면, 지금 나의 생각은 그리 바보스럽지 않다는 위안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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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주
2011.04.26 11:27:58 *.42.252.67
잘 쓰기 위해 잘 읽어야 하는 것 잘 알면서도
하루가 태풍이 오기 전 흘러가는 먹구름처럼 빠르게 지나가니
많이 읽지 못 하는 것 같아. 다시 마음을 다 잡아야겠다.
매일매일 다 잡는 마음 속에 꽃이 피어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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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
2011.04.26 12:03:44 *.30.254.21
너의 호기심은 정말, 다초점이구나...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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