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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간다는 것은 팍팍한 일상의 삶에서 탈출하여 좀 더 여유로운 풍경과 자연 속에서 평소 가지지 못했던 심정과 편안함을 느껴보고자 위함일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길을 떠남에 있어서도 어떤 목적의식을 갖고 출발을 한다.
어디 어디를 꼭 들려야해.
이곳에서 좋은 사진을 찍어야지.
좋은 먹을거리가 있다는데 먹어봐야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메모를 해야 해.
이런 나 자신이 어떨 때는 피곤함에도 이런 의식을 내려놓는 건 쉽지 않다.
병원에 가면 주사를 놓을 때 간호사 언니가 하는 멘트가 있다.
‘환자분 엉덩이 힘 빼세요.’
잔뜩 긴장을 하고 있는데 당신 같으면 힘을 뺄 수 있겠냐고 반문을 하고 싶지만 어쩔 수 없다.
그렇지 않으면 주사 바늘이 잘 들어가지 않기에.
축구 경기에서 전 후반이 끝나도록 결과가 나지 않으면 승부차기가 시작된다.
공을 차는 킥커들이 나설 때 그들의 얼굴은 비장함과 긴장감이 넘쳐흐른다.
꼭 넣어야해 라는 의지와 각오가 확고하다.
그러다 어떤 경우에는 그 넓은 골대를 공이 비껴가게 될 때도 있다.
공을 차는 발에 잔뜩 힘이 들어가게 되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들어가지 않게 되는 것이다.
한 상사를 만났다.
그분의 다이어리에는 월별 스케줄뿐만 아니라 5년 후 10년 후의 자신의 미래와 계획이 선명하게 그려져 있었다.
부러웠다. 나도 저렇게 구체적인 삶을 살아야 되는데.
그래서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듯 시도해 보았다.
소중한 것 급한 것 등 세부적인 일상사의 내용을 적어 나가며 하루를 꼼꼼히 살아 보았다.
노트를 빽빽하게 적어 나갔다.
충만 하였다. 스스로가 뿌듯해 졌다. 대견스러웠다. 장밋빛 미래가 보이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 계획에 그 틀에 내가 갇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원했던 것이 이런 것이었던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따라 하다 보니 가랑이가 찢어질 것 같았다.
빡빡한 일정 보다는 흘러가는 일상사의 하루를 음미하고 싶었다.
무엇 무엇이 되어야 하기 보다는 무엇 무엇을 이루기보다는 날줄과 씨줄의 날을 자연스럽게 느끼기를 원했다.
내 정신과 육체는 자주 긴장상태에 빠진다.
어떤 일을 할 때. 무엇을 할 때. 프로젝트를 할 때 힘이 잔뜩 들어가 있는 모습을 발견하곤 한다.
잘 해야해. 틀리면 안돼. 실패하면 어떡하지.
놓아 버리려고 해도 놓지 못하는 이런 나 자신이 한편으론 안쓰럽다.
그래서인가 일상을 마칠 때면 경직되어 있던 어깨 근육이 그제야 주인에게 호소를 한다.
‘아파요.’
푹신한 소파에 앉을 때나 잠자리에 들 때면 편안함을 느낀다.
모든 것을 잊고 그 공간에 그 자리에 그 시간에 빠지고 싶고 잠들고 싶다.
오직 나 혼자 만의 공간, 오직 나 혼자 만의 역사하는 그곳의 자유를 누리고 싶다.
남의 눈치 안보고 타인의 시선 의식 안하는 절대적인 존재 안에서 나만의 위치를 향유하고 싶다.
사치가 아닌 방종이 아닌 그런 나 자신을 돌아보고 싶다.
휴식과 이완 나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이 아닐까.
한걸음 뒤에 서고 싶다.
무엇을 하여야 하기보다 하고 있다는 데에
무엇을 이루기보다 이루려고 하는 과정에
설사 목표한 바대로 달성이 되지 않더라도 그럴 수 있지라는 여유로운 마음이 가득한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웃긴다.
이런 생각과 의식을 갖는 자체가.
또 무엇을 이루려고 하는 과제인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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