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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4월 30일 12시 13분 등록

어느 교육 시간. 외부 강사가 칠판에 점을 하나 찍어 놓는다.

“무엇이 보이나요?”

점하나 찍어 놓고 무엇이 보이다니.

강사의 설명은 이어진다.

“대상을 볼 때 이처럼 점을 먼저 보는 사람과 배경인 화면이 눈에 먼저 띄이는 사람이 있습니다. 우린 어느 쪽일까요. 상대방을 볼 때 강점이 먼저 보이십니까? 아니면 단점을 먼저 보시나요.”

강점과 단점이라.

 

강의를 갈 때면 묘한 흥분감과 기대감이 들곤 한다. 오늘은 어떤 분들이 오셔서 또 색다른 분위기가 연출이 될까라는 설렘과 여러 생각 등에서. 특히나 새롭게 사업장을 오픈 하신 분을 만나러 가는 날에는 더욱 그러하다.

봄의 계절이 시작 되었지만 아직은 서늘한 오전의 어느 날.

그녀를 만난 나의 첫 느낌은 당혹감 이었다. 어떻게 해야 하나? 무슨 말을 하여야 하나? 이런 몸으로 어떻게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의문점이 일어났다.

꼽추였다. 그녀의 외모 특히 등은 남들하고는 다른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어색한 기운이 흐르는 가운데 차 한 잔을 마주하고 앉았다. 처음 만난 입장에서 무언가 말을 꺼내어야 할 텐데도 쉽사리 서두의 무언가가 나오질 않았다.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아, 네!”

업무적인 관계로 온 사이지만 나의 시선은 곁눈질로써 그녀의 등 뒤를 향하고 있었다.

나의 이런 눈길을 그녀는 짐작하고 있겠지.

“사업을 어떻게 시작 하시게 되었는지요?”

물을 한잔 마시며 나는 동기부터 찾아 들어갔다.

“동생이 이 사업과 연관이 있었는데 언니가 해보면 괜찮을 거라고 해서 우연히 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말처럼 쉽지는 않네요.”

쉽지는 않다? 당연하겠지. 성한 몸도 힘든데 하물며…….

 

과거사를 묻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그녀는 태어날 때부터 혹은 성장과정에서 무언가 잘못되어 그런 기형의 몸이 되었을 것이다. 자라면서 또래로부터 따돌림을 받았을 것이고 그에 따른 상처가 쌓이면서 무언가 비뚤어진 성격이 형성이 되었을 것이다. 자연히 사람을 피하게 되었을 것이고……. 그런데 그런 사람이 어쩌다 이 사업을 하게 된 거지. 나는 내 머리 속으로 작위적인 나만의 소설을 쓰고 있었다. 등장인물은 그녀였고 결과까지도 예견된 입장 이었다. 그런데…….

 

“저는 이 동네에서 30년 동안 살아왔어요. 주변의 평판도 괜찮아 얼마 전까진 공장을 운영하며 몇 억대를 주무르기도 했고요. 그런데 사람 관리가 쉽지는 않더라고요. 내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 무엇에 대해서 안 된다거나 부정적인 말을 하는 사람이었거든요.”

1미터 50센티미터는 될까. 난쟁이 같은 키와 구부러진 몸매에 튀어나온 커다란 혹 하나가 전부처럼 보였던 그녀에게서 조금씩 나의 눈은 개안(開眼)이 되고 있었다.

그랬구나. 그녀에게서는 액면 상으로라도 긍정적 이외의 모습은 잘 보이질 않는 거구나.

 

“오픈을 하셨는데 홍보나 개척은 어떻게 하세요?”

궁금한 점을 물어 보아야 했다. 당사자가 아님에도 오히려 내가 걱정이 더되고 있었으니.

“고민이 되었었어요. 외부에 나가서 다른 사람들처럼 뛰어 다니며 홍보할 형편은 솔직히 아니었으니까요. 그런데도 다행히 오늘 이곳에 오신 분들도 그렇고 저를 도와주겠다는 분들이 의외로 많으세요. 그분들 덕분에 크게는 아니지만 이렇게 사업을 꾸려가고 있어요.”

그래서인가. 그녀의 말마따나 단순한 동정심의 발로가 아닌 그녀는 사람을 끄는 묘한 마력이 있는 것 같았다. 환한 미소로 상대방을 보고 있노라면 무언가 나의 시커먼 속물근성이 들킬 정도로 둥근 얼굴형에 맑은 미소가 눈에 띄었다. 한번 인연을 맺은 사람들에게는 그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고 한다. 예전 사업을 할 때도 그러하였고. 그러다보니 그 사람이 다른 사람을 소개 시켜주고 또 그 사람이 협력자가 되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경우가 이어졌다.

그러했다. 그녀에게는 그것이 최대의 강점 이었다. 두발로 건강하게 걸어 다니며 누구처럼 어깨띠 두르고 전단지 돌리며 소리 지르지는 못하지만, 또 그렇게 하는 것을 부러워하기보다는 자신의 내면에서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몸은 그러했지만 일찍이 독립을 선택 하였다. 부모님께 손을 벌리기는 싫었다. 어렵사리 키워 주신 것만 해도 감지덕지한데. 특유의 친화력으로 남자 내의 장사를 하기 시작했다. 진심으로 몰입을 하였다. 그러다보니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었다. 모든 게 감사하였다.

 

“그렇군요. 그것이 사장님의 강점이군요.”

그녀에게서 나의 부끄러운 모습이 투영이 된다. 그녀의 내면을 전부 알수는 없으나 오늘 만난 그녀의 액면상의 모습은 전혀 몸이 불편한 장애인이 아니었다. 오히려 내가 부끄러울 정도로의 세상에 대한 당당함과 친절함 그리고 웃음이 멋져 보였다. 그에 반해 나는 어떤 모습으로 비추이고 있을지.

 

오늘도 나는 인상을 그리며 사무실에 출근한다.

직원들이 그런 나의 눈치를 살핀다.

“이승호 부장. 표정 관리좀 해. 다른 사람들이 당신 인상 때문에 눈치 보잖아.”

그래도 나는 개의치 않는다. 어쨌다고. 내가 어쨌다고.

나의 감정은 하루에 수시로 변한다. 오르막 내리막을 굽이굽이 돌아간다.

나도 종교를 가지고 있지만 그녀처럼 한결같은 참신앙을 가지고 있지는 못하다.

화장실 갈 때 다르고 올 때 다른 것이 사람 마음인 것처럼 무언가 급하고 바라는 소망 등이 있을 때에만 절실하게 높으신 그분을 찾는다. 그리고 나의 간절한(?) 소망을 들어 주시지 않으면 금세 삐돌이가 된다. 너무혀~ 라고 외치며.

그녀는 어떤 소원을 빌어 왔을까. 혹시 자신의 병이 낫기를 혹은 남들처럼 정상적인 신체를 희망 했던 건 아닐까.

 

그녀를 바라보노라니 오래전 소록도를 방문했을 때 단체를 인솔 하였던 한분의 말이 떠오른다.

“여러분은 기적이 무엇이라고 생각 하십니까? 혹시 이곳에 계신 분들의 천형이라고 할 수 있는 문둥이 병이 낫는 것이 기적이라고 생각 하시는 건 아닌지요. 진정한 기적이란 여러분들이 이곳에 와서 그분들에게서 느끼고 배운 것들을 각자의 일터로 돌아가 맡은바 책무에 적용을 하는 것입니다.”

그런가. 허허.

나는 주어진 현재에서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가. 혹시 상처받고 아픈 마음의 혹을 남에게 애써 하소연 하고 싶은 건 아닌가.

멋모르고 들이킨 쓴 커피 한잔이 내 마음을 아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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