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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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길에서 가장 필요한 물건들에 대해서 사람으로 의인화를 해서 그것의 중요성을 담아보고 싶었다.
여행이 곧 인생이고 그 여행 속에서 최소한의 물건이 필요하다면 어떠한 것이 있을지 고민해 보았다.
전국 칠옹에 해당하는 일곱가지를 골라보니 다음과 같은 사물들이 나에게 말을 건다.
수단: 돈(교환의 수단을 제외하고)
나와 함께해야 하는 필수 물건 7가지는 어떠한 것이 되겠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공통적인 사람들의 일반적인 물건들 중에서의 선택된 사항들
[의/식/동/정/기/통/존]
1. 청결을 도와주는 물건 (칫솔)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마주하는 칫솔옹은 이제 칫솔모 점점 흐늘거린다. 이제 다시 새로운 칫솔모로 갈아입어야 할 때가 오는 것 같다. 그럼에도 그는 결코 자신의 역할을 게을리 하는 법이 없다. 사람이 씻지 않고서는 살 수가 없는데, 이는 몸과 마음 모두에 대해서 마찬가지다. 늘 새로운 아침이 밝아 오듯이 늘 새로워지는 깨끗함은 필요하다. 칫솔옹은 그 구석 구석 더러워진 입안을 매일같이 청소하면서도 불평불만이 없다. 칫솔옹이 지나가고나면 마음에 묵었던 때까지도 깨끗해지는 기분이다.
칫솔옹을 도와서 이 청결함을 유지해주는 치약노모는 아들의 움직임에 분주히 따라다니면서 그 일을 물심양면 도와준다. 어진 사람이던 어질지 못한 사람이든 청결함을 유지해야만 그 바른 자세와 마음을 유지할 수 있다. 칫솔옹과 치약노모의 이야기에서 뿐만 아니라 살아가면서 우리들의 마음과 몸을 정갈히 하는 것은 기본 중에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혼탁한 몸에는 혼탁한 정신이 깃들 수 밖에 없다.
이렇듯 칫솔옹과 치약노모가 마치 우리들의 청결함을 책임지듯이 삶에 있어서도 나의 영혼과 몸을 깨끗하게 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혼탁한 세계 속을 헤매이다가 돌아온 자리에서의 그 평온함이란 것을 주거나 나누는 사람들 그들과 함께 있으면 먼지로 더럽혀지고 잡생각으로 혼동에 빠져 있는 머릿속이 맑아지는 듯한 그런 느낌을 받게 된다. 그런 사람이 가족이라면 더 없는 행운일 것이고, 그렇지 못하더라도 누구에게나 그러한 마음의 정갈함을 불러오는 육체의 청결함을 유지할 수 있는 공간이라도 필요할 것 같다. 여행의 길에 가장 먼저 챙기게 되는 세면도구들 중에서 칫솔옹을 만나보았다. 우리 주변에서의 칫솔옹은 어떠한 사람들일까. 사기열전 속에서의 강직하고 충직한 충신들이 생각난다.
2. 이동을 도와주는 물건 (신발)
어디를 나서더라도 발이 편해야 한다. 여행을 시작하려면 우선 어떤 신발과 만나는가에서부터 그 여행의 승패가 갈린다고까지 난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는 신발부부의 충성도는 진심으로 높이 살만하다 자신의 고충이나 힘든 점보다는 자신이 모시는 사람에 맞게 심지어 자신의 태도나 행동을 바꾸기도 한다. 돌길이 나오면 돌길에 맞도록 길들여지고 하지만 자신이 모시는 사람의 발이 가장 편하도록 노력한다. 자신의 욕망보다는 주인의 의중을 먼저 살핀다. 어떠한 길을 가게 될지 본인도 모르지만 이 부부는 늘 함께하면서 그 발걸음에 힘이 되어준다.
충언도 좋지만 사태를 파악하여 이 시점에 맞는 충언이야말로 제대로 된 조언이자 우리가 꼭 들어야만하는 말이 아닐런지. 신발부부는 늘 여행길에 나서기 전에 가장 먼저 준비를 한다. 긴 여행이 될지 짧은 여행이 될지 모르지만 그 길에서 주인의 여행이 발이 힘들어서 더는 못가는 일이 없도록 늘 신경을 쓴다.
삶 속에서도 이렇듯 자신을 낮추어 음지에서 묵묵하게 받침이 되어 주는 사람들이 있다. 부모님들도 그런 분들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자식들의 길에 방해가 될까 오히려 더 낮추시며 험한 곳은 가장 먼저 딛고 혹여 진흙에라도 발을 담글까 하여 전전긍긍하는 사람들이 부모님들이다. 늘 그래서 못 느끼고 있다가 발이 아파봐야 그 묵묵한 지원이 얼마나 대단한 것이였는지를 감사하게 되는 것 같다. 여행길에서 발이 아파본 사람은 안다. 그 길에서 보는 모든 것들이 발의 아픔속으로 사그라 들어 버린다는 것을. 그래서 발이 아픈 생각으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여행을 심지어는 쉬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신발부부는 부모님을 참 닮아 있다.
3. 생명을 보존하는 물건 (밥)
길을 떠날 때에 아니 길을 떠나지 않더라도 먹고 살기 위해서는 음식은 필수 조건이다. 밥아저씨는 늘상 배가 고를까 전전긍긍하며 보필한다. 한국인이기에 밥이 생명연장의 주요한 수단이 되겠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또 밥아저씨가 아닌 빵아저씨가 나타나서 여행의 길을 배불려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어떤 나라의 생명 보존에 도움을 주는 아저씨들보다 가장 강력한 탄생의 배경을 지니고 있다. 아마도 밥아저씨의 힘은 그러한 고된 역사성에 바탕을 두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한 알의 쌀이 여물기 위해서는 참으로 오랜 시간과 정성과 열정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아저씨는 그의 탄생에 대해서 나직하게 하루 설명을 해주었다. 그래서 자신의 생명을 함부로 다룰 수 없고 진심으로 소중하게 생각해주는 이들을 위해서 받치고 싶다고 말이다. 자신을 알아주는 이를 위해서는 의를 다해서 목숨까지도 받치는 사기 열전 속의 수 많은 선비들이 눈에 스치고 간다.
밥아저씨를 통해서 난 오늘도 하루를 연장한다. 생명이 생명으로 꺼지지 않고서 켜져 있을 수 있는 힘을 주는 것은 밥아저씨 뿐만아니라 수 많은 주변의 나를 믿고 내가 믿는 그 관계를 통해 거듭나는 사람들 덕분일테다. 밥과 같은 존재의 사람들에게는 특히나 정성을 기울여서 이 여행길이 풍요로워지도록 해야할 터이다. 왜냐면 밥아저씨를 당연하게 생각하듯이 너무나 가까이 있기에 잘 안다고 생각하고 함부로 대하기 쉬운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가슴 깊이 담아두고 그들의 소중한 존재성에 다시 한 번 기도한다.
4. 몸을 보호하기 위한 물건 (옷)
인간이 살아가기 위한 가장 기본 요소로 의식주를 드는데 그 중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옷.
옷처녀는 정말로 화려하다. 생존을 넘어서서는 그 화려함으로 여러 사람들에게 자신의 매력을 발산하는데 그 아름다움에 한 번 현혹되면 빠져나오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옷처녀는 자신의 존재성을 드러내지 않고서도 서로 앞다투어 옷처녀를 찾아오기 마련이다. 물론 생존에 기반한 옷도 그렇지만 자신을 가장 아름답게 돋보이게 해주는 옷처녀들은 어떠한 총각들이 옆에 서 있어도 그림이 되는 것처럼 우리에게 감흥을 준다.
주변에서 삼고초려를 할 만큼 꼭 필요하여 여러번 찾아가게 되거나, 스스로 다가오지 않고서도 그들의 매력으로 사람을 부르는 사람들이 있다. 옷도 마찬가지다 어떤 동료를 옆에 두는가에 따라서 자신의 빛을 제대로 드러내 주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그렇지 않은 관계들도 있다. 어떤 옷을 입었을 때에는 선녀같이 보이다가도 어떤 옷을 입었을 때에는 존재감이 사라지는 경험을 해보았을 것이다. 여행길에는 그 여행에 맞는 옷을 입어야 겠지만, 자신에게 독이 되는지 아닌지는 여러번의 경험을 통해서 알게 된다.
열전 속에서도 수 많은 인물들이 나오지만 자신과 인의예지가 맞아서 한 나라를 구축하기도 하고 한 나라를 망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옷처녀의 교훈처럼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데 바빠서 정작 자신의 존재 목적을 상실하는 옷을 보는 안목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관중과 포숙의 관계는 그런 의미에서 참으로 적절한 옷을 여행길에 만났다고 할 수 있겠다. 서로가 서로를 알아보는 혜안이 필요하다.
5. 기록을 위한 물건 (카메라와 펜)
예전부터 카메라동생은 나의 마음을 담아내 주었다. 그는 여행길 어디에서든 보고 듣고 느끼는 것들에 대해서 영상화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모든 사실들에 대해서 그대로를 받아들이면 모르겠으나 사람들마다 각자가 느끼는 여행길의 모습은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여행에서 돌아오면 이들은 그 당시의 모습을 기억하여 다시금 파노라마처럼 펼쳐 놓는다. 여행길에서는 묵묵히 발빠르게 남들이 쉬고 노는 사이에도 어떤 풍경을 담을까 어떤 장면을 남길까 고민을 하느라 힘들지만 그의 역할은 여기까지다. 다녀와서는 강을 건너고 난 배처럼 다시금 긴 휴식을 취할 수 있기에 쉴새 없이 고민하는 그 순간순간들에 어쩌면 살아 있음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이런 카메라 동생과 같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들은 늘 생생하다. 때로 기억들이 뒤엉켜 버릴때도 있지만 이렇게 어떠한 사실에 대한 명확한 기억 혹은 마음의 청사진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로부터는 정확성을 배운다. 그래서 정확한 판단을 할 때에 많은 도움을 받고는 한다. 내가 생각했던 것들의 대부분이 어쩌면 기억하고 싶은 것들만 기억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모든 추억들은 그래서 아름다워지나보다.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는 기억에 의존하지 말고 자신만의 의지를 믿지 말고 사실을 보여주는 카메라 동생과 같은 사람을 마주할 필요가 있다.
6. 정보를 위한 물건 (책)
책이모는 늘 여행길의 동반자이다. 기차를 타고서 풍경을 바라보면서 심상을 적기도 하지만 기차 안에서 책이모를 만나본 사람들은 안다. 얼마나 책이 잘 읽히는지. 같은 음악도 다른 장소에서 들으면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고 같은 사람도 다른 장소에서 만나면 또 다른 느낌이 들듯이 책이모도 책상 앞에서 마주하는 것과 여행길에서 마주하는 건 큰 차이가 있다. 이모가 늘 재잘거리던 말들이 불현듯 다르게 다가오기도 하고 어떤 때에는 더 멀게 느껴지기도 한다. 때로 행복하면 책이모가 없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경우는 주로 외로울 때에나 고독할 때에 말동무가 필요해서 책이모를 만나는 편이다. 그러면 마음이 고요해지고 새로운 생각과 상상으로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기분이 든다. 여행길에서는 대부분 풍요로운 경험들로 어떤이들은 책을 멀리하기도 하는데 난 경험도 중요하지만 경험에 대한 가이드가 될 수 있는 산 경험의 책이모를 사랑한다.
7. 소통을 위한 물건 (전화)
소통과 공감을 위한 전화기오빠. 소통에는 통 관심이 없는 듯 무심한 전화기 오빠는. 이상하게 여행길에만 오르면 근질근질한가보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떠나보면 안다는 것이다. 누가 진정으로 소중한 사람이였는지 말이다. 전화기 오빠가 먼저 손을 내밀지 않아도 소란스럽던 불필요한 음성들은 멀어지고 소중한 이들의 손길이 먼저 느껴지니 말이다. 누군가를 부를 수 있도록 통로가 되어준다는 건 참 의미가 있는 일이다. 특히나 요즘처럼 스팸도 많고 진정으로 소중한 소통이 무언가를 판단하는게 중요한 시대에 전화기 오빠의 역할이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의 울림이 아닐런지.
여행길에 오빠는 함께하지않고 조용한 시간들이 되기를 바랄때도 있지만. 꼭 떠나보면 그리워서 어쩔 수 없이 함께 여행길에 오르게 된다. 때로 무서울 때에 힘이 되어주기도 하고 말이다. 빈객이 많으면 변란의 조짐이 보인다는 사기 열전의 이야기가 문득 생각나는데, 주변에 중요한 사람 그렇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 제대로 정리가 되어 있지 않으면 본인이 화를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여행 떠나보면 안다. 소통에 고파하는 이가 누구인지 그리고 왜 지금까지는 삶에 눌려서 떠오르지 않던 이들이 선명하게 떠오르는건지. 여행의 본질도 어찌보면 자신과의 소통과 타인과의 아름다운 소통을 위함이 아닐까 인생의 끝에는 조화로운 대화로 마무리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에필로그]
사실 사물에게 말걸기는 보다 더 섬세하게 접근을 해야 하는데 아직은 투박한 느낌이다. 내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사람들의 열전을 통해서 우리가 어떻게 인생을 마주하고 또 나는 어떠한 사람인지를 알게 되는 것처럼 사물을 의인화 하여 들여다보면 또 다시 그러한 사람들을 반추할 수 있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접근하고 싶었다.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 보다 어쩌면 내가 그들에게 바라는 모습을 읽어내려고 했었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시작일 수 있지만 조금 더 기술을 익혀서 그들의 이야기에 조금 더 귀 기울여 볼 수 있는 시간을 계속 갖고 싶다.
관계란 열려있는 그 순간에 모든 대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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