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우성
- 조회 수 2105
- 댓글 수 18
- 추천 수 0
[01] 감사하다고 말하는 것
성경학자 매튜 헨리는 강도를 당한 뒤, ‘4가지 감사’를 드렸다.
첫째. 전에 이런 일을 당한 적이 없는 것에 대해
둘째. 돈만 빼앗고 목숨을 빼앗지 않은 것에 대해
셋째. 가진 것을 것을 모두 잃었지만, 잃은 것이 많지 않은 데 대해
넷째. 내가 아니라 그가 강도인 것에 대해.
다리가 부러졌다면,
목이 부러지지 않은 것에 대해‘감사’하라는 말인데
그게 가능할지 가끔 자문 할 때가 있다.
아침에 출근하면 병원을 돌며 병실의 환자들을 만난다.
대부분의 환자는 무표정하고
일부 환자는 고통스러워 하며
몇몇 환자는 멍한 표정으로 TV 를 보고 있고
그런 가운데서 웃고 떠드는 환자들도 있다.
병상에는 간단한 수술로 해결되는 심플한 환자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환자들도 많다.
어떤 환자들은, 너무 고통스럽고, 너무 참혹하게 아프다.
보호자도 없이 홀로 병상에 누워 신음하고 있는 환자들!
항암제와 마약 진통제로 간신히 하루 하루를 버텨나가는 환자들!
과연, 저들에게 ‘감사’를 말한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것일까?
움직일 수 조차 없는 분들에게, '그래도 무조건 감사하세요’라며,
주장하는 사람을 만나는 날이면, 조금 재수없는 날이다.
매튜 헨리처럼 감사할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감사할 만한 일에 감사하는 것은, 누구나 한다.
그건 내가 저들처럼 아프지 않고 고통받지 않음에,
깊이 감사드리는 것과 같은 종류의, 감사일 것이다.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감사할 수 없는 조건에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하다고 말하는 희귀한 사람들이 있다.
감사의 소중함을 말하는,
고운 수녀님의, 깊은 시 한 편이
상처입은 우리의 마음을 감싸안는 것은
그분이 수도자이기 때문이 아니다.
현재 고통스런 투병을 하면서도
감사를 찬미하는 암환자이기 때문이다.
감사를 통해
자신을 변화시키고
관계를 변화시키고
결국, 인생을 변화시키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에게,
감사는 항암제고, 해독제다.
고맙다 고맙다 되풀이하다 보면
감사만이
꽃길입니다
누구도 다치지 않고
걸어가는
향기 나는 길입니다
감사만이
보석입니다
슬프고 힘들 때도
감사할 수 있으면
삶은 어느 순간
보석으로 빛납니다
감사만이
기도입니다
기도 한 줄 외우지 못해도
그저
고맙다 고맙다 되풀이하다 보면
어느 날
삶 자체가
기도의 강으로 흘러
가만히 눈물 흘리는 자신을 보며
감동하게 됩니다
[감사 예찬 / 이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