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나
- 조회 수 2288
- 댓글 수 8
- 추천 수 0
두 남자 뒤에 숨은 한 여인의 그림자는 그만큼 짙어만 간다. 물론 이 여인은 문희다. 화려한 것을 받쳐줘야 하기에 속으로 인고하는 뭔가 찜찜한 구석이 있다. p112
삼국유사를 읽으며, 김춘추와 김유신을 제치고 ‘문희’라는 여자의 이름이 제목에 나왔다. 물론 제목에만 그럴싸하게 나와있을 뿐 정작 그에 관련한 이야기는 김춘추와 김유신의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역시 그럴듯해 보이는 주연이었지만, 조연으로 머무를 수 밖에 없었던 그 여인. 김유신의 둘째 여동생이고 김춘추의 아내이고, 문무왕의 어머니였던 ‘문희’라는 여인이 궁금해졌다. 그녀에 대해 알아보려 한다.
<꿈을 산 문희와 꿈을 팔았던 보희의 뒤바뀐 운명>
유신의 맏여동생(보희)의 꿈에 서형산 꼭대기에 올라가 오줌을 누었더니 오줌이 흘러 온 나라 안에 가득 퍼졌다. 자신의 꿈이 왕비가 될 수 있는 천하 제일의 길몽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보희였지만 당시 신라의 엄격한 골품제와 시대상으로 성골도 진골도 아닌 가야계 출신인 자신이 왕비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해 이루어 질 수 없는 꿈을 꾸며 가슴 졸이며 사느니, 당시로서 고가인 좋은 비단치마를 받고 꿈을 동생인 문희에게 팔았다.
며칠 후, 유신이 춘추공과 함께 공차기를 하다가 그만 춘추의 옷고름을 밟아 떨어지게 되었다. 유신이 말하기를, “마침 우리 집이 가까이에 있으니 가서 옷고름을 답시다.” 하고는 곧 함께 집으로 가서 술자리를 마련하고 조용히 보희를 불러 바늘과 실을 가지고 와 꿰매라 하였더니 보희는 ‘과년한 처녀가 어찌 사내 앞에서 옷고름을 매냐며’ 나오지 않았고, 문희가 앞에 나와 옷고름을 꿰매어 달았다. 단장은 수수했으나 날씬한 몸매에 환하게 핀 어여쁜 얼굴이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그뒤 김춘추가 자주 내왕하였는데, 김유신은 문희가 임신한 것을 알고 “부모에게 고하지도 않고 아이를 배었으니 이 무슨 까닭이냐?”고 꾸짖고 국중(國中)에 누이를 태워죽인다는 말을 퍼뜨렸다.
하루는 선덕여왕이 남산(南山)에 놀러가는 것을 기다려 나무를 마당 가운데 쌓고 불을 질러 연기를 내었다. 왕이 연기를 보고 물으니, 좌우에서 김유신이 누이를 태우려는 것 같다고 하였다. 왕이 연고를 물으니, 그의 누이가 남편 없이 임신한 까닭이라고 하였다.
왕이 김춘추의 소위인 것을 알고 속히 가서 구하라고 하였다. 김춘추가 명을 받고 말을 달려가서 죽이지 못하게 하는 뜻을 전하고 곧 혼례를 행하였다. 문희는 김춘추가 진덕여왕에 이어 왕위에 오르자 그 비가 되었다. 소생으로는 문무왕인 태자 법민(法敏), 각간(角干) 인문(仁問)·문왕(文王)·노차(老且)·지경(智鏡)·개원(愷元) 등이 있다.
슬프게도 우리나라 역사서 어디를 보아도 꿈을 판 보희의 후일 삶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한군데, 화랑세기 필사본에 보희의 후일 행적에 대한 기록이 있는데, “보희는 꿈을 바꾼 것을 후회하여 다른 사람에게 시집가지 않았다. 춘추공은 이에 첩으로 삼았는데, 아들 지원과 개지문을 낳았다”고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길몽인지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벽들 때문에 포기한 보희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꿈을 비싼 값에 사들여 현실적인 장애물들을 하나씩 오빠 유신의 도움을 받아-사실 이것은 문희가 도움을 받은 것일 수도 있고, 유신이 본인의 원대한 포부를 끝내 이루기 위해 보희를 끌어들인 것일 수도 있다. - 끝내 왕후가 된 문희. 그녀들의 운명은 참으로 묘하게 엇갈렸다. 하지만, 여기에서 분명하게 알 수 있는 사실 하나는 문희라는 여성이 시대의 현실과 상관없이 그녀가 살았던 당시에 꿀 수 있는 가장 큰 꿈을 꾸고, 그 꿈만을 쫓아 펼쳐지는 모든 상황에서 본인에게 다가오는 운명의 끈들을 모두 잡았다는 것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진골이 왕의 자리에 오를 수 있으리라고, 더구나 성골도 진골도 아닌 가야 사람인 문희가 왕비가 될 수 있을거라고 상상이나 했겠냐는 말이다.
힘들고 어려운 인고의 과정을 거쳐 마침내 왕후에 이르고, 120년간 왕권을 통치할 수 있는 아들들을 낳은 훌륭한(?) 업적을 가진 이 여인. 문희에 대한 기록을 '삼국유사'와 '삼국사기'의 꿈 얘기와 김춘추의 아내가 될 수 있었던 에피소드 외에는 찾아 볼 수 없다는 현실이 너무 슬프게 다가온다. 그래서 그녀의 파란만장한 삶을 마감하는 순간에 그녀는 어떤 느낌일까 감히 한번 상상해 보려 한다.
<문명왕후, 문희의 이야기-픽션>
어릴 적부터 나는 욕심이 많은 아이였다. 항상 집안팍에서 대접을 받고 부모님의 기대와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유신 오라버니를 보면서, '내가 사내아이로 태어났으면 어땠을까?'하고 상상하곤 했다. 비록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계집아이의 몸으로 태어나긴 했으나, 열심히 오라버니가 하는 것은 무엇이든 같이 해보려고 애썼다. 글을 배우면 어깨너머로 글을 익혔고, 오라버니가 집을 비운 사이에 오라버니가 보던 책을 보았다. 하지만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계집아이의 몸으로 내가 이 땅에서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언니인 보희가 엄청난 꿈을 꾸었다고 한다. 예전부터 왕비가 된다던 설화의 그 꿈의 내용과 똑같은 꿈이었다. 순간 생각했다. "왜 내가 아니고, 언니야?" 하지만 이런 생각도 잠시. 언니에게 "그 꿈을 내게 팔지 않으련?"하고 물었다. 언니는 잠깐 생각하더니 "그래, 그럼 그 꿈을 사는 댓가로 무얼 줄테냐?"고 물었다. 얼마 전에 산 어여쁜 비단을 주겠노라고 약속했다. 언니는 흔쾌히 내게 그 꿈을 팔았다. 그 때부터였다, 나는 어쩌면 말도 안될지 모르는 원대한 꿈을 품고 살았다. "내가 이 생에서 갈 수 있는 최고의 위치까지 가겠노라"고. 그 꿈을 사고 오라버니에게 넌지시 꿈에 대해 얘기했다. 꿈에 대해 듣자마자 오라버니 눈에서는 빛이 나기 시작했다. 당시 오라버니는 진지왕의 손자인 김춘추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차였다. 그러고 열흘쯤 지나 오라버니는 김춘추와 함께 집에 와서는 언니와 내게 김춘추의 찢어진 옷고름을 꿰매 달라고 했다. 늘 오라버니에게 말로만 전해 듣던 그분을 보니 내심 욕심이 생겼다. 나는 언니에게 내가 가겠노라고 얘기하고, 밖으로 나가 옷고름을 꿰맸다. 옷고름을 꿰매는 그 짧은 시간이 백만년처럼 길게 느껴졌다. 오라버니는 자리를 비우고 김춘추는 나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행여나 삐뚫게 꿰매지지는 않을까 한땀한땀 긴장하며 바느질을 했다. 그 분의 눈길에 몸이 녹아들 것만 같았다.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그 때의 긴장감을 잊을 수가 없다. 그렇게 나와 그 분의 운명은 시작되었다. 그때부터 그분과의 왕래가 시작되었다. 어느 날, 내 몸에 그 분의 씨가 잉태되었음을 알게 되었고, 오라버니에게 그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왠지 오라버니의 반응이 분노스러웠다. 훗날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 분노는 내게 대한 분노가 아니라, 김춘추에 대한 분노였다. 잉태 사실을 알린 후에 김춘추는 혼례에 대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더불어 오라버니의 큰 꿈도 날아가기 직전이었다. 하루하루가 가시방석이었던 내게 선덕여왕의 행차 사실이 알려졌다. 나는 오라버니에게 의견을 구했다.
"오라버니, 선덕여왕이 가시는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그 날 제게 화형을 내려 주십시오. 이렇게 사느니 이 생명 여기서 마감하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오라버니는 나의 의견을 받아 들였다. 드디어 행차가 집앞을 지나는 날 오라버니는 집 앞마당에 장작을 쌓아놓고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내게는 일생 일대의 사건이었다. 여기서 생을 마감하느냐, 구사일생 하느냐. 기로에 서 있었다. 마침, 선덕여왕이 명을 내려 춘추가 달려왔다. 그리고 구사일생으로 나는 춘추의 아내가 될 수 있었다.
혼인을 한 이후 오라버니와 춘추는 날개를 단 듯 승승장구했다. 선덕여왕이 돌아가시고, 진덕여왕이 신라의 왕위를 계승했다. 묵묵히 두 사람-김춘추와 김유신-은 본인들이 가진 책임을 다해 나갔다. 드디어 진덕여왕이 왕위에서 물러났다. 춘추가 왕위에 오르고 내가 비가 되기까지 10여년의 시간이 흘렀다. 드디어 비단을 주고 샀던 꿈이 현실이 되었다. 꿈이 현실이 되어 기쁨이 된 것도 잠시, 그 자리를 지켜내는 것은 힘든 하루하루였다. 아들 법민을 세자책봉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서 많은 귀족들이 죽어 나갔다. 진골인 춘추가 왕위에 오른 것을 못마땅 해하고, 가야 출신인 오라버니와 나를 시기하는 세력들은 계속해서 이 자리에서 끌어내리려 온갖 계략과 모함을 멈추지 않았다.
세자책봉까지 결정이 되고, 왕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잘 자라고 있는 지금. 나는 지난 나의 인생을 되돌아본다. 수십년 전, 언니의 꿈을 샀고, 언니는 그때의 결정으로 인해 평생을 독수공방하다가, 왕의 후실로 들어왔다. 지금도 그녀가 나를 볼 때마다 느껴지는 살기는 나를 힘들게 만든다. 내가 원했던 것이 이런 삶인가? 란 생각이 든다. 이승에서 내가 될 수 있는 최고의 자리에 이르렀다. 하지만, 나는 이 자리에서 왕의 아내로, 유신의 누이로, 법민의 어머니로 남겨질 것이다.
'나'는 후세에 무엇으로 남겨지고 싶은가?
내가 원하는 삶을 스스로 개척한 사람으로 남겨지고 싶다. 그 시대에서 꿀 수 있었던 가장 원대한 꿈을 꾸었고, 그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며, 이를 위해 다가오는 운명을 거스르지 않았던 사람이 바로 문희였음을 기억해 주기를 바란다.
<그녀에게서 배우는 삶의 지혜>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정확한 사료가 없는 상황에서 많은 역사학자들은 이미 남겨진 사료들에서 각각의 역사적 인물을 상상할 수 밖에 없다. 그 중 한 명이 아마 문희라는 여인일 것이다. 어떤 이는 유신의 권력에 대한 욕심으로 문희를 이용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삶은 철저히 그녀가 선택한 삶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보희라는 여인에겐 조금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그녀들 각자가 담을 수 있는 그릇의 크기가 달랐기에 그 끝도 달랐으리라. 그 변화의 시작은 한낱 꿈을 사고 파는 것부터였다. 이미 그때부터 두 여인의 운명은 바뀌기 시작했던 것이다. 왕의 정실부인이 될 것인지 후실부인이 될것인지 말이다.
지금 나의 선택은 과연 10년, 20년 후 또는 내게 죽음이 다가왔을 때 나를 어떤 모습으로 만들어 줄까?
지난해 12월에 벤처기업으로 회사를 옮기고, 이번 주에 인수인계를 하고 회사를 정리했다. 회사 일을 하면서 만났던 두 분이 같이 일을 해보자고 제안을 해 주셨다. 막걸리와 점심 초밥세트를 판매하려고 준비중인 사장님과 모히토를 만드는 재료인 라임과 애플민트를 오프라인 판매만 하고 있는 사장님의 온라인 판매에 대한 제안. 주변 분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처음에는 전자의 사장님과 같이 일을 해 보는 것으로 마음의 결정을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왠지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점점 고민은 또 다른 고민을 낳았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뭘까?" "그렇다면 나는 어디로 가야 성장할 수 있을까?"
우선 내가 하고 싶은 것은 "영업"이었다. 어떤 분이 내게 말씀 해 주신것처럼 "묘하게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는(?)" 내가 영업을 한다는 것은 꽤 큰 장점일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영업을 해 왔고, 앞으로도 사무실에만 쳐박혀 일을 해 볼 생각은 없다. 그렇다면 막걸리 사업을 하는 사장님을 선택했을 때, 영업을 잘 모르시고, 스스로 영업에 대한 자신이 없다고 하는 분과 일을 함으로써, 겪게 될 상황은 눈에 뻔하게 보인다. 혼자서 이것저것 시도해보다가 결국 지금처럼 지쳐버릴 것이다. 하지만 조금은 휴식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그냥 몸만 부지런히 움직이면 되는 알바를 해 볼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그러기엔 내 시간과 경력이 조금 아깝다. 그래서 처음 시도해 보는 것이긴 하지만, 온라인 영업을 한번 해보기로 결정했다. 블로그를 잘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언젠가 한번쯤 해보고 싶었기에 좋은 기회가 될 것 같고, 오픈 마켓에 판매하는 것도 나름 경험해 보면 언젠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당장은 사람을 직접 만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계속해서 사람들을 오프라인으로 만나면서 조금 지친 것 같다. 사람들을 만나 나의 기분과는 상관없이 기분 좋은 척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물론 사람을 직접 만나지 않으면 '사람을 끄는 매력' 따위 발휘 될 일이 없긴 하겠지만,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누구를 만나도 다시 웃으면서 대할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드는 것일 것 같다. 당분간 사람들과 거리를 좀 두고 말이다.
지금 이 선택이 문희의 선택처럼 거창하지만, 왠지 조금은 공허해 질 수도 있고, 보희의 선택처럼 오랜 기간 인고의 시간을 지나면, 결국 원했던 그곳의 언저리까지 갈 수 있게 만들어 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녀들도 처음 선택의 기로에서는 알지 못했다. 한번의 선택이 나비효과처럼 두 사람의 삶을 그렇게 다르게 만들것임을 말이다. 그저 나는 문희가 살아왔듯이 운명처럼 내게 주어지는 선택을 받아들일 것이고, 그 길이 아무리 힘들어도 보희처럼 묵묵히 견뎌 낼 것이다. 그러면 결국엔 그 곳에 다가가 있을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 될지는 몰라도.
IP *.60.215.137
삼국유사를 읽으며, 김춘추와 김유신을 제치고 ‘문희’라는 여자의 이름이 제목에 나왔다. 물론 제목에만 그럴싸하게 나와있을 뿐 정작 그에 관련한 이야기는 김춘추와 김유신의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역시 그럴듯해 보이는 주연이었지만, 조연으로 머무를 수 밖에 없었던 그 여인. 김유신의 둘째 여동생이고 김춘추의 아내이고, 문무왕의 어머니였던 ‘문희’라는 여인이 궁금해졌다. 그녀에 대해 알아보려 한다.
<꿈을 산 문희와 꿈을 팔았던 보희의 뒤바뀐 운명>
유신의 맏여동생(보희)의 꿈에 서형산 꼭대기에 올라가 오줌을 누었더니 오줌이 흘러 온 나라 안에 가득 퍼졌다. 자신의 꿈이 왕비가 될 수 있는 천하 제일의 길몽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보희였지만 당시 신라의 엄격한 골품제와 시대상으로 성골도 진골도 아닌 가야계 출신인 자신이 왕비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해 이루어 질 수 없는 꿈을 꾸며 가슴 졸이며 사느니, 당시로서 고가인 좋은 비단치마를 받고 꿈을 동생인 문희에게 팔았다.
며칠 후, 유신이 춘추공과 함께 공차기를 하다가 그만 춘추의 옷고름을 밟아 떨어지게 되었다. 유신이 말하기를, “마침 우리 집이 가까이에 있으니 가서 옷고름을 답시다.” 하고는 곧 함께 집으로 가서 술자리를 마련하고 조용히 보희를 불러 바늘과 실을 가지고 와 꿰매라 하였더니 보희는 ‘과년한 처녀가 어찌 사내 앞에서 옷고름을 매냐며’ 나오지 않았고, 문희가 앞에 나와 옷고름을 꿰매어 달았다. 단장은 수수했으나 날씬한 몸매에 환하게 핀 어여쁜 얼굴이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그뒤 김춘추가 자주 내왕하였는데, 김유신은 문희가 임신한 것을 알고 “부모에게 고하지도 않고 아이를 배었으니 이 무슨 까닭이냐?”고 꾸짖고 국중(國中)에 누이를 태워죽인다는 말을 퍼뜨렸다.
하루는 선덕여왕이 남산(南山)에 놀러가는 것을 기다려 나무를 마당 가운데 쌓고 불을 질러 연기를 내었다. 왕이 연기를 보고 물으니, 좌우에서 김유신이 누이를 태우려는 것 같다고 하였다. 왕이 연고를 물으니, 그의 누이가 남편 없이 임신한 까닭이라고 하였다.
왕이 김춘추의 소위인 것을 알고 속히 가서 구하라고 하였다. 김춘추가 명을 받고 말을 달려가서 죽이지 못하게 하는 뜻을 전하고 곧 혼례를 행하였다. 문희는 김춘추가 진덕여왕에 이어 왕위에 오르자 그 비가 되었다. 소생으로는 문무왕인 태자 법민(法敏), 각간(角干) 인문(仁問)·문왕(文王)·노차(老且)·지경(智鏡)·개원(愷元) 등이 있다.
슬프게도 우리나라 역사서 어디를 보아도 꿈을 판 보희의 후일 삶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한군데, 화랑세기 필사본에 보희의 후일 행적에 대한 기록이 있는데, “보희는 꿈을 바꾼 것을 후회하여 다른 사람에게 시집가지 않았다. 춘추공은 이에 첩으로 삼았는데, 아들 지원과 개지문을 낳았다”고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길몽인지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벽들 때문에 포기한 보희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꿈을 비싼 값에 사들여 현실적인 장애물들을 하나씩 오빠 유신의 도움을 받아-사실 이것은 문희가 도움을 받은 것일 수도 있고, 유신이 본인의 원대한 포부를 끝내 이루기 위해 보희를 끌어들인 것일 수도 있다. - 끝내 왕후가 된 문희. 그녀들의 운명은 참으로 묘하게 엇갈렸다. 하지만, 여기에서 분명하게 알 수 있는 사실 하나는 문희라는 여성이 시대의 현실과 상관없이 그녀가 살았던 당시에 꿀 수 있는 가장 큰 꿈을 꾸고, 그 꿈만을 쫓아 펼쳐지는 모든 상황에서 본인에게 다가오는 운명의 끈들을 모두 잡았다는 것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진골이 왕의 자리에 오를 수 있으리라고, 더구나 성골도 진골도 아닌 가야 사람인 문희가 왕비가 될 수 있을거라고 상상이나 했겠냐는 말이다.
힘들고 어려운 인고의 과정을 거쳐 마침내 왕후에 이르고, 120년간 왕권을 통치할 수 있는 아들들을 낳은 훌륭한(?) 업적을 가진 이 여인. 문희에 대한 기록을 '삼국유사'와 '삼국사기'의 꿈 얘기와 김춘추의 아내가 될 수 있었던 에피소드 외에는 찾아 볼 수 없다는 현실이 너무 슬프게 다가온다. 그래서 그녀의 파란만장한 삶을 마감하는 순간에 그녀는 어떤 느낌일까 감히 한번 상상해 보려 한다.
<문명왕후, 문희의 이야기-픽션>
어릴 적부터 나는 욕심이 많은 아이였다. 항상 집안팍에서 대접을 받고 부모님의 기대와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유신 오라버니를 보면서, '내가 사내아이로 태어났으면 어땠을까?'하고 상상하곤 했다. 비록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계집아이의 몸으로 태어나긴 했으나, 열심히 오라버니가 하는 것은 무엇이든 같이 해보려고 애썼다. 글을 배우면 어깨너머로 글을 익혔고, 오라버니가 집을 비운 사이에 오라버니가 보던 책을 보았다. 하지만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계집아이의 몸으로 내가 이 땅에서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언니인 보희가 엄청난 꿈을 꾸었다고 한다. 예전부터 왕비가 된다던 설화의 그 꿈의 내용과 똑같은 꿈이었다. 순간 생각했다. "왜 내가 아니고, 언니야?" 하지만 이런 생각도 잠시. 언니에게 "그 꿈을 내게 팔지 않으련?"하고 물었다. 언니는 잠깐 생각하더니 "그래, 그럼 그 꿈을 사는 댓가로 무얼 줄테냐?"고 물었다. 얼마 전에 산 어여쁜 비단을 주겠노라고 약속했다. 언니는 흔쾌히 내게 그 꿈을 팔았다. 그 때부터였다, 나는 어쩌면 말도 안될지 모르는 원대한 꿈을 품고 살았다. "내가 이 생에서 갈 수 있는 최고의 위치까지 가겠노라"고. 그 꿈을 사고 오라버니에게 넌지시 꿈에 대해 얘기했다. 꿈에 대해 듣자마자 오라버니 눈에서는 빛이 나기 시작했다. 당시 오라버니는 진지왕의 손자인 김춘추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차였다. 그러고 열흘쯤 지나 오라버니는 김춘추와 함께 집에 와서는 언니와 내게 김춘추의 찢어진 옷고름을 꿰매 달라고 했다. 늘 오라버니에게 말로만 전해 듣던 그분을 보니 내심 욕심이 생겼다. 나는 언니에게 내가 가겠노라고 얘기하고, 밖으로 나가 옷고름을 꿰맸다. 옷고름을 꿰매는 그 짧은 시간이 백만년처럼 길게 느껴졌다. 오라버니는 자리를 비우고 김춘추는 나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행여나 삐뚫게 꿰매지지는 않을까 한땀한땀 긴장하며 바느질을 했다. 그 분의 눈길에 몸이 녹아들 것만 같았다.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그 때의 긴장감을 잊을 수가 없다. 그렇게 나와 그 분의 운명은 시작되었다. 그때부터 그분과의 왕래가 시작되었다. 어느 날, 내 몸에 그 분의 씨가 잉태되었음을 알게 되었고, 오라버니에게 그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왠지 오라버니의 반응이 분노스러웠다. 훗날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 분노는 내게 대한 분노가 아니라, 김춘추에 대한 분노였다. 잉태 사실을 알린 후에 김춘추는 혼례에 대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더불어 오라버니의 큰 꿈도 날아가기 직전이었다. 하루하루가 가시방석이었던 내게 선덕여왕의 행차 사실이 알려졌다. 나는 오라버니에게 의견을 구했다.
"오라버니, 선덕여왕이 가시는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그 날 제게 화형을 내려 주십시오. 이렇게 사느니 이 생명 여기서 마감하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오라버니는 나의 의견을 받아 들였다. 드디어 행차가 집앞을 지나는 날 오라버니는 집 앞마당에 장작을 쌓아놓고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내게는 일생 일대의 사건이었다. 여기서 생을 마감하느냐, 구사일생 하느냐. 기로에 서 있었다. 마침, 선덕여왕이 명을 내려 춘추가 달려왔다. 그리고 구사일생으로 나는 춘추의 아내가 될 수 있었다.
혼인을 한 이후 오라버니와 춘추는 날개를 단 듯 승승장구했다. 선덕여왕이 돌아가시고, 진덕여왕이 신라의 왕위를 계승했다. 묵묵히 두 사람-김춘추와 김유신-은 본인들이 가진 책임을 다해 나갔다. 드디어 진덕여왕이 왕위에서 물러났다. 춘추가 왕위에 오르고 내가 비가 되기까지 10여년의 시간이 흘렀다. 드디어 비단을 주고 샀던 꿈이 현실이 되었다. 꿈이 현실이 되어 기쁨이 된 것도 잠시, 그 자리를 지켜내는 것은 힘든 하루하루였다. 아들 법민을 세자책봉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서 많은 귀족들이 죽어 나갔다. 진골인 춘추가 왕위에 오른 것을 못마땅 해하고, 가야 출신인 오라버니와 나를 시기하는 세력들은 계속해서 이 자리에서 끌어내리려 온갖 계략과 모함을 멈추지 않았다.
세자책봉까지 결정이 되고, 왕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잘 자라고 있는 지금. 나는 지난 나의 인생을 되돌아본다. 수십년 전, 언니의 꿈을 샀고, 언니는 그때의 결정으로 인해 평생을 독수공방하다가, 왕의 후실로 들어왔다. 지금도 그녀가 나를 볼 때마다 느껴지는 살기는 나를 힘들게 만든다. 내가 원했던 것이 이런 삶인가? 란 생각이 든다. 이승에서 내가 될 수 있는 최고의 자리에 이르렀다. 하지만, 나는 이 자리에서 왕의 아내로, 유신의 누이로, 법민의 어머니로 남겨질 것이다.
'나'는 후세에 무엇으로 남겨지고 싶은가?
내가 원하는 삶을 스스로 개척한 사람으로 남겨지고 싶다. 그 시대에서 꿀 수 있었던 가장 원대한 꿈을 꾸었고, 그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며, 이를 위해 다가오는 운명을 거스르지 않았던 사람이 바로 문희였음을 기억해 주기를 바란다.
<그녀에게서 배우는 삶의 지혜>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정확한 사료가 없는 상황에서 많은 역사학자들은 이미 남겨진 사료들에서 각각의 역사적 인물을 상상할 수 밖에 없다. 그 중 한 명이 아마 문희라는 여인일 것이다. 어떤 이는 유신의 권력에 대한 욕심으로 문희를 이용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삶은 철저히 그녀가 선택한 삶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보희라는 여인에겐 조금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그녀들 각자가 담을 수 있는 그릇의 크기가 달랐기에 그 끝도 달랐으리라. 그 변화의 시작은 한낱 꿈을 사고 파는 것부터였다. 이미 그때부터 두 여인의 운명은 바뀌기 시작했던 것이다. 왕의 정실부인이 될 것인지 후실부인이 될것인지 말이다.
지금 나의 선택은 과연 10년, 20년 후 또는 내게 죽음이 다가왔을 때 나를 어떤 모습으로 만들어 줄까?
지난해 12월에 벤처기업으로 회사를 옮기고, 이번 주에 인수인계를 하고 회사를 정리했다. 회사 일을 하면서 만났던 두 분이 같이 일을 해보자고 제안을 해 주셨다. 막걸리와 점심 초밥세트를 판매하려고 준비중인 사장님과 모히토를 만드는 재료인 라임과 애플민트를 오프라인 판매만 하고 있는 사장님의 온라인 판매에 대한 제안. 주변 분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처음에는 전자의 사장님과 같이 일을 해 보는 것으로 마음의 결정을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왠지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점점 고민은 또 다른 고민을 낳았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뭘까?" "그렇다면 나는 어디로 가야 성장할 수 있을까?"
우선 내가 하고 싶은 것은 "영업"이었다. 어떤 분이 내게 말씀 해 주신것처럼 "묘하게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는(?)" 내가 영업을 한다는 것은 꽤 큰 장점일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영업을 해 왔고, 앞으로도 사무실에만 쳐박혀 일을 해 볼 생각은 없다. 그렇다면 막걸리 사업을 하는 사장님을 선택했을 때, 영업을 잘 모르시고, 스스로 영업에 대한 자신이 없다고 하는 분과 일을 함으로써, 겪게 될 상황은 눈에 뻔하게 보인다. 혼자서 이것저것 시도해보다가 결국 지금처럼 지쳐버릴 것이다. 하지만 조금은 휴식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그냥 몸만 부지런히 움직이면 되는 알바를 해 볼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그러기엔 내 시간과 경력이 조금 아깝다. 그래서 처음 시도해 보는 것이긴 하지만, 온라인 영업을 한번 해보기로 결정했다. 블로그를 잘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언젠가 한번쯤 해보고 싶었기에 좋은 기회가 될 것 같고, 오픈 마켓에 판매하는 것도 나름 경험해 보면 언젠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당장은 사람을 직접 만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계속해서 사람들을 오프라인으로 만나면서 조금 지친 것 같다. 사람들을 만나 나의 기분과는 상관없이 기분 좋은 척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물론 사람을 직접 만나지 않으면 '사람을 끄는 매력' 따위 발휘 될 일이 없긴 하겠지만,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누구를 만나도 다시 웃으면서 대할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드는 것일 것 같다. 당분간 사람들과 거리를 좀 두고 말이다.
지금 이 선택이 문희의 선택처럼 거창하지만, 왠지 조금은 공허해 질 수도 있고, 보희의 선택처럼 오랜 기간 인고의 시간을 지나면, 결국 원했던 그곳의 언저리까지 갈 수 있게 만들어 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녀들도 처음 선택의 기로에서는 알지 못했다. 한번의 선택이 나비효과처럼 두 사람의 삶을 그렇게 다르게 만들것임을 말이다. 그저 나는 문희가 살아왔듯이 운명처럼 내게 주어지는 선택을 받아들일 것이고, 그 길이 아무리 힘들어도 보희처럼 묵묵히 견뎌 낼 것이다. 그러면 결국엔 그 곳에 다가가 있을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 될지는 몰라도.
댓글
8 건
댓글 닫기
댓글 보기
신화 뒷편의 이야기를 상상했구나.
너의 고민을 엮어서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는 멋진 상상.
세 갈래 선택의 길에서 각 길의 끝을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의 너의 느낌과 너의 발을 믿자.
어렴풋이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는데,
바다를 보기 위해 길을 떠난 나그네가
세갈래 길을 만나 어디로도 가지 못하고
마을에 머물며 살았데
누구에게 물어봐도 알지 못해
그냥 애낳고 장사하고 열심히 살았데
근데 나이 먹고 큰 산 정상에 올랐는데
그 세 길의 끝이 다 바다로 가는 길이더레
그는 이제와서 바다에 가면 뭐하누 하며
그냥 마을에서 살다 갔데.
(썰렁한가?^^)
너의 고민을 엮어서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는 멋진 상상.
세 갈래 선택의 길에서 각 길의 끝을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의 너의 느낌과 너의 발을 믿자.
어렴풋이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는데,
바다를 보기 위해 길을 떠난 나그네가
세갈래 길을 만나 어디로도 가지 못하고
마을에 머물며 살았데
누구에게 물어봐도 알지 못해
그냥 애낳고 장사하고 열심히 살았데
근데 나이 먹고 큰 산 정상에 올랐는데
그 세 길의 끝이 다 바다로 가는 길이더레
그는 이제와서 바다에 가면 뭐하누 하며
그냥 마을에서 살다 갔데.
(썰렁한가?^^)
VR Left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392 | 정선가는 길은 멀었다. [2] | 신진철 | 2011.05.11 | 3003 |
2391 | [호랑이 실험 12- 4장 실험 분석 및 정리] [1] | 수희향 | 2011.05.11 | 1946 |
2390 | 원하는 것을, 드립다 파면 성공할까? 그 이야기다. [6] | 달팽이크림 | 2011.05.10 | 2702 |
2389 | 결혼 10년차 섹슈얼리티 [10] | 선 | 2011.05.10 | 2124 |
2388 |
[02] 어머니의 기억 ![]() | 최우성 | 2011.05.10 | 2522 |
2387 | 길을 나섰다. [6] | 신진철 | 2011.05.10 | 2011 |
2386 | 칼럼. 두 친구 그 후 - 감동의 반성문 [2] | 연주 | 2011.05.10 | 2364 |
2385 | 하루의 즐거움을 위해 망설이지 않기 [14] | 이은주 | 2011.05.09 | 2029 |
2384 | 06-02. 나비효과 [6] | 미나 | 2011.05.09 | 2043 |
2383 | 삼대유사(三代有事) [11] | 루미 | 2011.05.09 | 2106 |
2382 |
Pilgrim Soul-누군가의 첫 새벽이 되어 ![]() | 사샤 | 2011.05.09 | 3229 |
2381 | 6. 마음에서 힘빼기 [12] | 미선 | 2011.05.09 | 2348 |
» | 06. 아름다운 그녀, 문희의 이야기 [8] | 미나 | 2011.05.08 | 2288 |
2379 | [평범한 영웅 006] 박박에겐 없고, 부득에겐 있는 것 [8] | 김경인 | 2011.05.08 | 4717 |
2378 |
[양갱5] 내가 쓴 삼국유사_보원사와 마애삼존불 ![]() | 양경수 | 2011.05.08 | 3507 |
2377 | 라뽀(rapport) 50 - 맨땅에 헤딩의 동반자 | 書元 | 2011.05.08 | 1994 |
2376 |
단상(斷想) 63 - 뜨거운 봄 ![]() | 書元 | 2011.05.08 | 1986 |
2375 | [늑대6] 내 마음의 모사꾼 [18] | 강훈 | 2011.05.08 | 2263 |
2374 | 나비No.6 - 아비 수달의 마음 [12] | 유재경 | 2011.05.07 | 4096 |
2373 |
푸루잔 스토리 -5 ![]() | 홍현웅 | 2011.05.07 | 236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