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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5월 10일 21시 10분 등록
여기 뮤지션 두명이 있다. 한 사람은 서태지, 한 사람은 이현석. 서태지는 설명이 필요없는 문화 아이콘이다.  이현석은 아는 사람도 있고, 모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10여년전, '학창시절'이라는 노래를 불렀다. 나는 이 노래를 좋아했다. 기타 솔로를 듣고있노라면, 몸안의 엔돌핀이 휘몰아친다. 마이티마우스가 가루약을 먹고, 초인같은 힘을 발휘하는 장면같다.  워크맨 시절, '학창시절'의 기타솔로만 테잎이 늘어져라 듣고 또 들었다. 

두 사람은 나이도 비슷하고, 생김새도 비슷하다. 연약해 보이고, 왕자님같고, 미소년같고, 음악하는 사람처럼 생겼다. 개인적으로 음악적인 재능은 서태지보다 이현석 쪽이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서태지가 독학과 어깨너머로 음악을 배웠다면, 이현석은 정통파로서 체계적으로 음악을 공부했다. 

서태지는 데뷰초부터 음반을 발표할때마다, 사회 화제가 되었다. 이런 일화가 있다. 데뷰초 어느 지방 소공연의 게스트로 초대되었다. 많은 소녀팬들이 왔는데, 게스트인 서태지와 아이들 공연이 끝나자 모두 돌아가버렸다. 정작 주인공의 공연에는 사람이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주인공들은 울면서 공연을 했고, 남아있는 몇몇 관객이 '울지마세요'라며 위로해주었다.  지금 어떻게 되었는 알 수 없다. 눈물 흘리며, 분하고, 곱씹기도 했겠지만, 20여년이 지난 지금 그들은 잊혀졌다. 서태지의 재능은 가히 신의 은총이라 할만하다. 

이현석은 총 5집의 앨범을 발매했으나, 아는 사람은 없다. 나 또한 그의 팬이었으나, 3집까지만 알고 그 후로는 관심 없었다. 그는 어느 인터뷰에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고생 고생해서 만들어 놓은 음반이 하나 둘 망하니까, 의욕이 없어지더라고요. 쉬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그 마음 이해한다. 죽을 힘을 다해 만들었는데, 반응 하나 없는것만큼 맥빠지는 것도 없다. 아니, 살고 싶지 않으리라. 예술가들은 악풀조차도 감사하게 받는다. 대중의 사랑과 관심은 돈보다 더 중요하다.  무슨 차이일까? 똑같이 재능이 있는데, 왜 한사람은 한국을 뒤흔드는 뮤지션이 되었고, 다른 한사람은 우울할까?

쌩뚱맞지만, 카카오톡 이야기를 잠깐 하자. 카카오톡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다. 출범 1년만에, 사용자가 1천만을 넘었다. 나도 최근 사용했는데, 몇년간 연락이 끊긴 지인들과 어제만난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에 놀랬다. 무엇보다, 상대의 대꾸가 없어도, 상처받지 않는다. 카톡을 개발한 이제범 사장은, 이런 이야기를 했다. '개발자들은 함정에 빠지기 쉬워요. 고객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만들고 싶어하는 것을 개발하지요.' 

서태지는 뮤지션이라기 보다는, 마켓팅 전문가다. 대중의 호흡을 읽고, 그에 맞는 음악을 '뛰어나게' 프로듀싱한다. 반면 이현석은 대중의 기호 보다는 자신의 개인기에 집중했다. 그 결과 서태지는 대중의 사랑을 받았고, 경제적으로 성공했으며 얼마든지 혁신할 수 있는 재원을 얻었다. 이현석은 자신의 개인기는 거장의 반열에 올랐을지 모르나, 찾아주는 사람이 없고, 여전히 미래가 불안하고, 현재도 만족스럽지 못하다. 

교훈은 이렇다. '열심히만 하면, 기회가 있겠지'라는 생각은 순진하다. 아니 위험하다. 죽도록 고생했는데, 이름 남기지 못하는 것만큼 슬픈일이 있을까? 개똥도 약에 쓸려면 없다.'고 하지만, 이제는 없는 것이 없다. 개똥은 개똥이다. 수요가 없는 결과물은 개똥이다. 마음이 가는 곳으로 가되, 고객의 수요가 있는가도 살펴야 한다. 이것도 많이 타협을 한것이다.사업을 하는 사람은,  먼저 고객이 원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내가 아니라, 고객'이다. 그리고, 특별하게 만들어낸다. 여기서 '특별하게'는 '자기답게'로 이야기할 수 있다. 

우리는 이렇게 하자.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만들기 보다, 대중이 원하는 것 중에 내가 원하는 것을 찾는다. 혹은 잽싸게 시제품을 만들어놓고, 대중의 기호에 맞게 방향을 수정한다. 배고픈 예술가보다, 배부른 프로듀서가 되자. 이런 훈련도 해본다.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원하는 것을 찾는다. 그리고, 디자인한다. 대중의 요구안에, 내 보물이 있다.
IP *.111.20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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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
2011.05.11 08:15:08 *.30.254.21
경영학 책을 꽤 많이 읽어본 사람으로서 말하면,
웬만한 경영학 교과서보다, 건이의 글이 훨씬 낫다.

내가 잘아는 후배이고,
동기 연구원이라서 그러는 측면도 10% 있겠지만
세련되고 미화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파고드는 탓에
입에걸린 생선가시 같은 거친 질감도 있지만,
그의 말이 맞다.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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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11 09:02:09 *.30.254.21
헉..윽..
건아..
그 멘트는...
우리 여성 동지들에게 하는 것이 어떠니?
적응이...적응이...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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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11 08:37:39 *.111.206.9
형, 출근하셨어요?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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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
2011.05.11 08:52:41 *.219.84.74
나의 이야기를 일기장에 쓸때와
나의 이야기를 책으로 쓸때가 어떻게 다른지 생각해봅니다.

세상에 내어 놓는다는 것은 '대중 속에서 나의 보물을 찾아야 하는 것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글에서 얻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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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옥
2011.05.11 09:34:56 *.10.44.47
요즘 내내 나를 떠나지 않는 화두는 '견딤'이야.
고독, 가난, 비존재감.
보기만 해도 살갗이 쭈볐거릴만큼 참 싫은 단어들.
하지만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에겐 피할 수 없는 시간.
제대로 만들어야 그 안으로 사람들을 초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게 나의 생각이었는데...
대중도 모르는 대중의 결핍(수요)를 찾아낼 줄 알아야 진짜 성공인거라고 믿고 있거든...

네 글을 보면 항상 참 다르구나.. 느낀다.
너는 내게 '백신'같은 존재. 
지향점은 다르지만 너를 통해 좀 더 나답게 건강해지는 것 같아.
그래서 참 많이 고맙다. 화이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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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11 11:09:34 *.230.26.16
책이 주는 가장 좋은 것은 기존의 자신의 생각과 다른 것을 느끼게 해주는 거지.
때론 아무 생각없이 살고 있는 나에게 생각하라고 다그치는 거.
그래, 자기 세계를 가진다는 거, 우리 모두가 꿈꾸는 것이지.
동시에 그 세계가 자기만의 것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 거, 네 글에서 다시금 배운다. 잘 읽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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