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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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신화를 찾아서
1. 내가 좋아하는 신화
신화#1. 오무기 태자 신화
옛날 어느 나라의 태자가 유명한 스승에게 병학을 전수 받는다. 수련을 끝마친 태자는 스승으로부터 다섯 가지 무기와 함께 그 무기를 지녔다는 상징으로 '오무기태자'라는 칭호를 받는다. 하산하여 부왕의 도성에 이르는 길, 어느 마을 앞에 이르자 숲 속에 사람을 잡아먹는 도깨비 이야기를 듣는다. 사자와 같은 용기를 갖춘 왕자는 망설임 없이 숲 속으로 들어가 당당하게 도깨비와 맞선다. 도깨비에게 스승에게 전수 받은 5가지의 무기인 50개의 독화살, 칼, 곤봉 등으로 도깨비를 공격하였으나 도깨비는 끄떡도 하지 않는다. 그러자 태자는 온몸을 던져 도깨비를 공격하지만 역시나 도깨비는 끄떡하지 않고, 오히려 태자의 몸이 도깨비의 터럭에 붙게 된다. 오히려 놀란 것은 도깨비. 자신의 목숨이 경각에 달했음에도 두려워하지 않는 태자를 보고 도깨비는 범상한 사람이 아닐 것이라 짐작하고 태자에게 두려워하지 않는 연유를 묻는다. 태자는 "태어나면 어차피 한 번은 죽게 되어 있는데 두려워할 까닭이 없다. 더구나 내 뱃속에는 벼락이라는 무기가 남아 있어, 그대가 나를 먹게 되면 나는 녹아 없어질지언정 벼락은 남아 그대를 갈가리 찢어 그대의 목숨을 앗아가리라. 그런데 내가 무엇을 두려워하겠는가?" 라고 이야기 했다. 이에 두려움을 느낀 도깨비는 태자를 놓아 주었다. 그 태자는 다름 아닌 전생의 부처님이시다. 미래의 부처는 도깨비에게 법을 설파하고 스스로 깨닫게 하여 숲의 정령으로 거듭나게 하였다.
신화 #2. 이난나의 황천행을 다루는 수메르 신화
'해가 뜨는 하늘의 여왕' 즉 대천계의 여신 이난나는 적이자 언니인 황천계에 있는 에레쉬키갈을 만나기 위해 길을 떠났다. 황천계 신전 앞 청금석으로 만든 문 앞에 이른 이난나는 수문장 네티로 부터 제지를 받자 형부의 장례식에 참여한다는 사연을 이야기 한다. 그러자 수문장 네티는 에레쉬키갈로부터 황천계의 일곱 문을 열어주는 방법을 배운다. 그러나 들어가는 사람은 관례상 문을 하나씩 지날 때마다 옷을 하나씩 벗어야 한다. 그리하여 이난나는 7개의 문 각각을 지나며, 자신이 지닌 귀한 보석 옷들, 아름다운 왕관 슈구라, 청금색 홀장, 청금석 목걸이, 가슴의 반짝이는 보석, 손가락의 금반지, 가슴의 흉갑,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녀가 입은 모든 옷이 벗겨져 알몸이 되었다. 그렇게 이난나는 언니인 에레쉬키갈에게 이르렀다.
선정배경
나는 <메타노이아> 즉 '새롭게 다시 태어난다'는 말을 나는 좋아한다.
오무기 태자는 자신의 다섯 가지 무기와 온몸을 던짐으로써 자아에게서 해방되어 지혜를 찾아 그것을 통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도깨비 또한 미래 부처의 맑은 가르침에 감화되어 자신의 무지를 씻어내고 숲의 정령으로 새롭게 거듭난다.
빛과 하늘의 여신인 이난나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귀하다 여겼던 모든 것을 버림으로써 종국엔 자신과 반대되는 속성인 어둠과 황천의 여신 에레쉬키갈과 만나게 된다. 그리하여 반쪽이었던 자신에서 본래의 완전한 하나의 자신의 모습으로 거듭나는 대극 합일의 경지에 오른다.
내가 선정한 이 두 개의 신화의 공통된 구조는 주인공인 오무기 태자와 이난나 여신은 길을 떠나고 여러 단계의 관문을 통과한다. 그 관문은 성장을 상징하며, 성장하면서 자신이 가지고 있던 불필요한 것들, 다시 말해 육신과 물욕 등 현상계의 집착들을 하나씩 버린다. 마지막에 이르러 자신을 감싸고 있는 자존심, 자아의 껍질을 벗어 던짐으로써 지혜와 깨달음 그리고 대극합일의 경지에 오르게 된다.
'새롭게 다시 태어남'은 결국 불필요한 것들, 비본질적인 것들로부터 벗어나는 것, 나아가 자아라는 껍질마저 벗어 던지는 것이다. 부처님의 삶도 지속적인 변화와 거듭남 그로 인한 깨달음의 연속이었다. 나의 신화는 바로 여기서 모티프를 얻었다. 길을 떠나고 길을 가는 과정에 여러 관문에 이르게 된다. 그 관문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가진 비본질 적인 것들을 하나 둘씩 버리고, 내면에 있는 본질적인 것들인 천복과 용기 그리고 간절함을 통찰하게 된다. 그렇게 최종 목적지에 이르게 된 나는 바로 그곳에서 자아라는 틀을 깨고 새롭게 다시 태어난다. 자! 지금부터 그렇게 빚어진 나의 신화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2. 나의 신화 ‘민물장어의 꿈’
나는 세상의 동쪽 끝 깊은 산속 파랑천에 사는 민물장어다. 요 며칠 계속해서 반복되는 꿈을 꾸었다. 내가 태어난 그곳. 바다다. 나를 제압해 오는 수평선 그리고 그 짙은 푸르름, 넘실대는 파도와 그 끝으로 이는 하얀 포말과 소금기 어린 비릿한 짠 내음까지. 이미 그곳을 떠나 이곳에 도착한 순간 기억에서 사라져 버린 그곳이지만 망각된 곳이라고는 할 수 없을 정도로 생생하게 기억이 되살아났다. 그 위에 더 없이 반짝이는 별이 있었다. 북극성이었다. 그곳이 나에게 계속하여 손짓한다. 그곳으로 첨벙 하고 뛰어드는 순간 꿈에서 깨어났다. 우리 동방일족 민물장어의 우두머리인 동방현자 할아버지를 찾았다. 내가 꿈 이야기를 하자 그는 이내 수심에 차 있는 표정을 하더니 다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바다로 돌아가는 것이 본래 우리의 숙명, 그러나 네 아버지처럼 되면은 안 되겠지.."
무슨 말인지 도통 알 수 없었다
"네 아버지가 너와 같은 꿈을 꾸고 떠날 때 나는 심하게 반대를 했단다. 왜냐하면 네 아버지는 얼마 남지 않은 우리 일족의 유력한 지도자 후보였으니까. 그런데 결국 떠나고 말았단다. 말릴 수 없음을 알면서도 나는 반대를 했다. 그 길이 얼마나 험난한 길인지 알기 때문이다. 아직도 후회가 된다. 네 아버지가 아무런 방비 없이 떠나게 한 것에 대해."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희미한 뒷모습뿐, 아무런 기억이 남아있질 않다.
동방현자 할아버지께서는 내게 세 개의 작은 조각 검이 달린 목걸이를 건네주시며 말씀하셨다.
"나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또 그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때부터 전해 내려오는 우리 일족의 신물이다. 네게 위기가 닥쳤을 때 각각의 검이 발기하여 너를 지켜줄 것이다. 그저 헤엄치고 또 헤엄쳐 가거라. 애써서 무언가를 찾으려고 하지 말아라. 네가 헤엄쳐 가는 길목에 그리고 네 마음 안에 답이 있다. 그 길에 우연이 운명이 되어 너를 찾아올 것이다. 그러나 그 운명을 받아들이려면 너는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이 말을 꼭 명심하거라."
역시나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다. 이윽고 채비를 하고, 이튿날 어머니와 일족들에게 인사를 하고 지체 없이 길을 떠났다.
파랑천을 떠나 계곡 물줄기를 타고 내려오자 아주 넓은 곳에 이르렀다. 태어나서 이렇게 넓은 곳은 처음이다.
'이곳이 바다인가?'
유쾌한 마음에 이리저리 헤엄쳤다. 그러나 이내 내가 같은 곳을 맴돌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근처에 있던 다슬기 할아범에게 물었다.
"이곳이 바다가 아닌가요?"
다슬기 할아범이 대답했다.
"이곳은 '봉선 저수지'일세. 자네 등 뒤의 표식을 보아하니 동방일족의 민물장어로군. 자네도 모험을 떠나왔나? 아주 오래 전 자네와 같은 표식을 가지고 있는 젊은이를 본 적이 있지. 그 젊은이도 바다를 찾아간다며 내게 길을 물어왔었지."
아버지를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러면 바다에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다슬기 할아범이 대답했다.
"저기 물 창포가 군락을 이룬 구석진 곳에 작은 통로가 하나 있네. 큰 강으로 이르는 유일한 곳이지. 그러나 그 통로는 무적 좁아. 지금 자네의 몸으로는 통과하기 어림도 없지."
그 말을 하고 할아범은 모래 밑으로 내려갔다. 좁디 좁은 저 문으로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스스로를 작게 만드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단식을 시작했다. 100일째가 되는 날 정신이 혼미해져 더는 버티기가 힘들어졌다. 그 순간 강 바닥에서 다슬기 할아범이 나타나 이야기 했다.
"이제 자네도 충분히 저 문을 통과할 수 있다네. 자네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미끄러지듯 작은 문을 지나 큰 강에 이르렀다. 저수지와는 그 규모가 달랐다.
'강도 이렇게 웅장할진대 바다는 얼마나 더 클까?'
100일을 굶어 나는 홀쭉해질 대로 홀쭉해졌고 더는 헤엄칠 기력도 없었다. 그 순간 내 주변으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그 그림자의 주인공인 듯한 존재의 등 뒤에 새빨간 반점이 선명해졌다. 말로만 듣던 '붉은 점 악마 가물치' 였다.
'붉은 점 악마 가물치'가 음험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여기 또 동방일족의 민물장어님께서 납시었네? 그때도 엄청나게 격렬하게 저항해서 내게 상처를 남기더니 결국엔 내 먹이가 되고 말았지. 아주 잘 만났다."
아.. 내 아버지께서 이곳에서 생을 마감하셨구나. 아버지의 원수. 그러나 100일 동안 굶은 내겐 저항할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아마도 강인했던 내 아버지도 그랬기 때문에 이 악마의 먹이가 되었으리라. 이리저리 가물치를 피했지만 그 속도가 점점 느려졌다. 더는 움직일 기력이 남아있질 않았다.
'아.. 나도 이제 아버지와 같은 운명이 되는 구나! 아.. 나는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는데..'
그 순간 번쩍 하며 목걸이 중 사자모양의 작은 검 하나가 발기했다. 마치 사자가 포효하는 듯하더니, 검이 내 가슴 속으로 파고 들어 왔다.
'사자기검'이었다.
벼락을 맞은 듯이 온 사방이 번쩍거렸다. 쿵쾅거리던 가슴이 가라 앉자. 이내 주위가 조용해 졌다. 나를 위협하던 거대한 '붉은 점 악마 가물치'가 물위로 떠오르고 있었다. 한 번도 발현되지 않았던 내 안의 전기 뱀장어의 본능이 깨어난 것이었다. 이제야 동방현자 할아버지께서 뒤늦게 후회하신 까닭을 알게 되었다. 아버지를 위해 눈물을 흘리며, 온몸에 기운이 빠지면서 스르르 눈을 감았다.
눈을 뜨니 한 소녀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앗! 이럴 수가 같은 동방일족의 표식이었다.
"놀라지 마세요. 저도 같은 동방일족 민물장어랍니다. 이름은 동방연이라고 하지요. 아주 오래 전 파랑천을 떠나온 동방우사의 후예랍니다. 저희의 오랜 숙적이던 '붉은 점 악마 가물치'를 물리치시고 쓰러져 계신 것을 제가 모시고 온 것이지요. 이렇게 계신지 열흘이 지났습니다. 깨어나셔서 참으로 다행입니다."
아름다웠다. 너무나 아름다웠다. 지체하지 않고 청혼을 했다.
"이 동방연은 낭군님을 보필하는 순간 이미 그대의 사람이 되기로 마음 먹었답니다. 그러나 저는 운명을 보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요. 그대의 운명은 이곳이 아닙니다. 그대의 마음 속에 있는 그곳, 바로 그 드넓은 바다에 이르는 것입니다. 그대의 운명을 따르세요."
그녀의 두 볼을 타고 그녀처럼 맑고 투명한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튿날 나는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조와 함께 길을 떠났다.
갑자기 물이 미친 듯이 불어나 맑은 물이 흙탕물이 되기 시작했다. 곁에 있던 꺾지 할아범에게 물으니 홍수라고 했다. 피신할 곳도 없었다. 그저 표류하는 수 밖에 없었다. 물속의 그 엄청난 소용돌이가 잔잔해지자 다시 물이 맑아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수심이 너무 얕았다. 파랑천에 있을 때보다 더 얕아진 것 같았다. 이곳이 강이 아님을 직감했다. 근처에 작지만 용맹해 보이는 물고기에게 물었다.
"이곳이 어디인가요?"
그 작은 물고기가 대답했다.
"저는 추어일족의 용사입니다. 등에 있는 표식을 보니 당신은 전설의 동방일족의 후예이군요. 유감이지만 이곳은 강이 아닌 파촉이란 마을의 커다란 논이랍니다."
아뿔싸. 홍수에 휩쓸려 큰 논에 갇힌 것이다. 강은 이곳에서 한 참 떨어진 곳에 있고, 예전의 저수지처럼 통로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다시 강에 이르려면 다시 홍수가 나는 수 밖에는 없다. 용사에게 물으니 그런 큰 홍수는 10년에 한 번 생기는 드문 일이라고 했다. 절망적이었다. 용사는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추어일족 전통의 '승천'이라는 극한 기예가 있는데, 그 기예를 익히면 아주 적은 비가 내려도 그 빗줄기를 타고 하늘로 올라 원하는 곳에 당도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참으로 다행이었다. 그리하여 나는 용사로부터 아주 고된 수련을 받으며 '승천'이란 기예를 익혔다.
그러나 문제는 비가 오지 않는다는 데 있었다. 오히려 가뭄이 들어 그나마 남은 논의 물마저 바싹바싹 말라 갔다. 나와 함께 하던 추어일족의 일족들 모두 물이 남아 있는 논의 구석진 웅덩이에 모여 생존을 걱정했다. 모두가 이제 끝이라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여기서 끝낼 수는 없었다. 동방현자 할아버지 말씀이 떠올랐다.
‘네 안에 답이 있다. 네가 가는 길에 우연이 운명처럼 너를 찾아올 것이다.’
눈을 감았다. 함께 해준 추어일족에 대한 고마운 우정과 내가 가야 할 길에 대한 간절한 마음을 한 곳으로 모았다. 그 순간 목걸이의 새의 모양을 한 작은 검이 빛을 발하며 발기했다.
'신조심검'이었다.
자신과 이웃에 대한 간절한 마음이 오롯이 담겨 새가 되어 하늘로 치솟아 올라갔다. 구름을 뚫고 올라간 신조가 다시 하늘에서 내려와 내 가슴 속으로 파고 들어왔다. 그 순간 하늘에서 천둥번개가 치며 굵은 빗줄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추어일족 모두가 환호성을 질렀다. 그 순간 곁에 있던 추어일족 용사가 외쳤다.
"바로 지금입니다! 승천할 때입니다!"
나는 그에게 배운 극한 기예 '승천'을 통해 힘껏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다시 커다란 강의 물줄기를 찾아 들어갈 수 있었다.
길을 지나다 바위아래 모래무지 가족에게 하룻밤 묵어가기를 청했다. 아주 오랜만의 따뜻한 저녁이었다. 두고 온 고향, 보고픈 얼굴들이 떠올랐다. 긴장이 풀리며 이제 지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이의 얼굴이 떠오르는 순간 눈물이 솟구쳤다. 다시 돌아가고 싶었다. 그러나 이내 고개를 흔들어 생각들을 지워버렸다. 그리고 내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었다. 그 목소리는 내 목소리인 것 같기도 했고, 연이의 목소리인 것 같기도 했다.
'쉬지 말고 가라. 강들이 모여드는 그곳으로'
이튿날 다시 길을 떠났다. 모래무지 가족에게 물으니 삼각주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했다. 이윽고 삼각주에 이르니 헤엄치는 물고기들이 눈에 띠게 줄어 있었다. 소금기 때문에 몸이 따끔거리기 시작했다. 헤엄쳐 갈 수록, 바다에 가까이 이를 수록 고통은 극에 달하기 시작했다.이대로 몸이 타 들어 갈 것만 같았다.
'아직 늦지 않았다. 되돌아 갈 수 있는 길은 있다.'
그러나 내 몸이 더 타 들어 갈수록 나는 더욱더 강렬하게 헤엄쳐 바다로 향했다. 꿈에 그리던 일렁이는 검푸른 웅장한 바다가 내 앞에 펼쳐졌다. 장관이었다. 꿈에서 보던 거대한 수평선, 그 아래로 일렁이는 성난 파도, 그 아래 깊은 곳에 드디어 이른 것이다. 파도 끝 하얀 포말도 꿈속 그대로였다. 벅차 오르는 마음으로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눈물이 두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더는 버틸 힘이 없었다. 눈을 감았다. 온몸에 힘이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거울을 보듯 나의 마음과 마주하였다. 한 번도 닿은 적 없는 마음 속의 그곳. 내가 생명 받기 전부터 본래 그렇게 존재하던 내면의 우주와 맞닿았다. 그곳은 내가 본 검푸른 웅장한 바다와 같은 곳이었다. 바로 내 위에 북극성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꿈에 그리던 바다와 나의 내면 속 우주가 다른 곳이 아닌 한 곳임을 깨달았다. 그렇게 나는 내 중심에 이르렀다. 맑고 투명한 울림이 일었다.
'네 안에 남아있는 마지막 남은 그 자존심을 버려라'
순간 마지막 세 번째 검이 발기 하며 성스러운 빛으로 변했다.
'자아의 검'이었다.
그 빛은 이내 나와 똑같은 형상으로 변했고, 환한 빛이 내 주위를 감쌌다. 그 빛은 곧 나 자신이었다. 순식간에 나를 괴롭히던 극심했던 고통이 모두 사라졌다. 그 순간 나는 힘껏 바다 위로 솟구쳐 올랐다. 마치 내 위에 빛나는 북극성까지 도달할 것처럼 높이 솟구쳐 올랐다.
나는 나를 감싸고 있는 나의 몸, 그런 나의 몸을 감싸고 있는 성스러운 빛, 이 모두가 산산이 흩어졌다. 나는 찬란한 빛이 되어 세상을 밝게 비추기 시작했다.
나는 <새벽에 떠오르는 태양>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렇게 나에게서 흩어져 나온 빛은 저 땅 위에 있는 당찬 소년들의 가슴 속에 알알이 박혀 그들에게 모험을 떠날 수 있는 용기와 고난을 헤쳐나갈 수 있는 지혜의 씨앗이 되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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